BMW M 전용 SUV 모델, BMW XM

    BMW XM은 독특하고, 독창적이며, 개성적이고, 특별하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특징은 같은 맥락일 수도 있다.

    BMW XM

    BMW M 전용 SUV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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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다양한 신차들이 등장해 시장을 뜨겁게 했다. 그중에서 가장 궁금한 모델이 바로 BMW XM이다. XM은 BMW 모터스포츠를 강조하는 ‘M’이 1978년 출시한 스포츠 쿠페 M1 이후로 처음으로 선보이는 M 전용 모델이다. 일반적인 BMW 모델은 볼륨을 담당하는 라인업을 공개한 후 고성능 M모델을 추가하지만, XM은 고성능 M 전용으로만 만들어진다. 또한 M 퍼포먼스 라인업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이기도 하다.

    이미 BMW는 지난 수년간 M의 볼륨을 계속해서 늘리기 위해 고성능 마케팅과 자동차 문화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XM은 그런 흐름 중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다.

    이해하는 것보다, 느끼고 받아들이는 존재

    XM이 어떤 차인지 정확히 알아보는 방법은 직접 타보는 것뿐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특히 이 차는 그랬다. 수백 개의 단어로 만듦새의 특징을 이해하기보다는 단 한 번 경험이 훨씬 효과적이다. 차를 경험한 후 아주 묘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종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이것저것 수식을 덧붙이면 결국 ‘멋지고, 고급스럽다’ 정도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효율성’이나 ‘가성비’라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XM은 거대한 덩치, 높은 차체 디자인을 바탕에 둔다. 하지만 오프로드(험로) 주행이나 짐을 많이 실어야 하는 효율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차가 크고, 높은 이유는 명백하다. 도로에서 그 어떤 자동차보다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시트 포지션을 높여서 자동차 주변 풍경을 내려다보기 위함이다. 같은 비행기에 타지만 일등석같이 특별한 공간을 제공한다. 누구나 경험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명확한 경계가 XM의 목표다.

    XM의 모든 디자인은 이런 특징을 분명히 관통한다. 전면의 상하 분리형 헤드라이트는 위쪽이 데이라이트, 아래가 헤드라이트로 구성된다. 앞모습에 1/3을 차지하는 커다란 BMW 키드니 그릴은 윤곽 조명을 통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XM의 존재를 강하게 어필한다. 측면, 캐릭터 라인을 따라 C 필러에서 올라가 창문 라인을 따라 사이드미러로 이어지는 금색(검은색) 밴드는 과거 M1이 가지고 있던 스트립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23인치 휠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대형 휠 하우스와 긴 휠베이스, 수직 배치된 4개의 좌우 독립 테일파이프 등 모든 디자인이 평범하지 않다. 마치 모터쇼의 중앙 무대에 등장해도 어울릴 컨셉트카의 느낌이랄까?

    반면 실내 분위기는 최신형 BMW에 여러 모델의 장점을 모두 모았다. 7시리즈 같은 넓은 공간에 M4 같은 스포티한 감각과 i시리즈의 똑똑함이 조화를 이룬다. 운전석은 M 스포츠 시트와 M 가죽 스티어링휠로 마치 서킷을 달릴 것처럼 역동적인 분위기다. 탄소섬유 트림과 알루미늄, 탄소섬유, 가죽, 크롬 등 현존하는 최고급 소재를 층층이 엮였다. 부품이 결합하는 부분 디자인을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보면, 21세기 최고급 자동차의 만듦새가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실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형태다. 자동차의 세부 기능과 상태, 각종 인포테인먼트 조작을 여기서 한다. 모든 기능을 통합한 소프트웨어는 BMW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이라 불리며 BMW OS 8을 기반으로 한다. 이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 조작은 물론이고, 허공에서 움직이는 사용자의 손을 인식하는 제스처 컨트롤도 포함된다. 자연어 인식률도 높여서 시스템에 음성 명령으로 접근하기도 쉽다.

    XM의 뒷좌석은 넉넉한 공간이다. 여유로운 공간에 특수 설계된 시트 쿠션과편안한 시트 포지션은 뒷좌석 공간에도 수준 높은 안락함을 제공한다. 파노라마 루프를 대신하는 헤드라이너 디자인은 마치 현대 미술품을 보는 듯하다. 3차원 산악 지형처럼 올록볼록한 프리즘 구조는 알칸타라 소재로 감싸고 주변부에 100개의 LED 조명을 활용해 깊이감을 더한다. 트렁크는 예상보다 깊고, 동시에 바닥이 높아서 수납공간은 부족하다. 차의 크기에 비해서 트렁크는 넓다고 할 수 없지만, 애초 캠핑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SUV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움직이는 행위에 대한 자신감

    XM이 추구하는 특별함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는 이 차를 시승하는 동안 다양한 실험을 했다. 정밀 계측기를 달고 2.8톤에 달하는 차의 달리기 성능을 기록했다. 누군가에게 운전을 맡기고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테스트는 장소나 목적에 차를 동화시키는 상황 테스트였다. 즉, 어떤 환경에 차가 어울리는지, 어떤 목적으로 차를 쓸 때 자연스러운지 알아보는 것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생각과 달리 BMW XM은 내가 다녀온 모든 장소에 잘어울렸다. 촬영을 위해 초호화 주택 앞에 주차했을 때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이보다 어울리는 차를 찾기 어려워 보일 정도다. 경비행기 옆에 섰을 때는 마치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주인공이 타는 차 같았다. 7성급 호텔 입구 혹은 마트 주차장에서도 자연스러웠다. 심지어 산 중턱의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도 배경과 동화됐다.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타는 차로도, 악당이 타는 차로도 어울릴 것 같았다.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가능한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움직이는 행위도 고급스럽다. 육중한 차체는 마치 요트처럼 부드럽게 흘러갔다. 4.4L V8 트윈 파워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489마력(66.3kg·m)을 발휘한다. 동시에 약 197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조화를 이루어 시스템출력 653마력(81.6kg·m)을 발휘한다. 이런 고가의 SUV는 휘발유 엔진이 전적으로 어울린다. 출력을 쥐어 짜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드럽고 점진적으로 도로로 뿌리기 위한 목적이다. 최대 토크가 언제나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부드럽게 뿜어져 나오기 위해서 존재한다. 차가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운전은 편하다. 어떤 순간에도 가속 페달과 신경질적으로 씨름할 필요가 없다. 그저 밟는 대로 차가 달려 나간다.

    순수 전기 모드(EV)는 엔진을 숨기고도 시속 140km까지 속도를 높이며, 최대 62km를 달린다. 가정용 AC 완속 충전기로 약 4시간 정도면 배터리를 완충할 수 있으니, 평소 출퇴근에는 순수 전기차처럼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거나, 스포츠 모드 혹은 운전자가 미리 저장한 M1/M2 버튼을 누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엔진이 깨어날 때, 배기구에서 포효하듯 거칠게 숨이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미끄럽게 흘러가던 XM에 갑자기 엔진 브레이크처럼 저항이 느껴지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XM이 속도를 높이는 과정은 공기를 가르는 쪽보다 주변 공기 전체를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그 느낌이 짜릿하다. 도로를 장악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엔진과 모터의 강력한 출력은 8단 자동변속기와 네 바퀴 굴림의 도움을 받아 강력한 출력을 노면에 전달한다. 2.8톤이라는 무게는 숫자일 뿐이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시스템 토크와 스로틀 반응 성능으로 펀치력이 상당하다. 마치 대포알 같다. 가속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무섭게 속도가 붙는다. 전자 제어방식의 어댑티브 M 서스펜션 프로페셔널과 48볼트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이 불규칙한 노면에서 전달되는 불안함을 억제하는 동안, 후륜조향이 가능한 액티브 스티어링이 저속에서는 민첩한 코너링 성능을 돕고, 고속에서는 주행안정감을 강화한다.

    민첩함을 요구하는 순간에 모든 시스템이 살짝 버벅거리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이 차는 스포츠카처럼 민첩할 필요가 없기에, 애초 그런 상황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XM은 그저 스스로 속도를 제한하는 순간까지(자율제한) 가속 페달을 밟아도 모든 것이 안정적이다. 이럴 때 육중한 무게가 도움이 된다. 타이어를 지그시 누르고 타이어 접지력을 살릴 수 있다. 이래서 고급차는 필요 이상으로 가벼울 이유도, 연비에 신경 쓸 이유도 없다. 23인치 휠과 단단한 서스펜션이 약간 통통거리는 주행 질감을 만들지만, 장거리 주행에도 어울리는 차다. 단순히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데 어울린다.

    BMW XM은 새로운 세그먼트의 자동차였다. 스포츠 유틸리티라고 보기엔 과할 만큼 뛰어났고, ‘럭셔리(고급화)’라고만 한정하기에는 차의 쓰임새와 잠재된 가능성이 컸다. 이 차는 새롭고 신비한 경험이자, BMW 고성능 디비전의 새로운 기준이었다. 새로운 클래스의 탄생.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차라는 설명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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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 XM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SUV   엔진 V8 4.4L 트윈 터보   최고 출력 489마력/5,400~7,200rpm   최대 토크 66.3kg·m/1,600~5,000rpm   전기 모터 197마력(28.6kg·m)   합산 출력 653마력(81.6kg·m)   변속기 8단 자동   휠베이스 3,105mm   길이×너비×높이 5,110×2,005×1,755mm   복합 연비 10.0km/L   무게 2,750kg   기본 가격 2억2,190만원


    글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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