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국내 크루저 시장을 뒤흔드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다. 레블 500으로 미들급 크루저 시장을 견인했던 것에 이어서 레블 1100으로 더 넓은 크루저 시장에 도전한다. 크루저에 DCT라는 이색적인 구성으로 많은 이들의 크루저 로망을 이뤄줄 것이다.
HONDA REBEL 1100T DCT
크루저에 대한 꿈을 이뤄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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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저는 연령층이 비교적 높은, 여유로운 중년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라이더들이 각자의 입맛대로 커스텀한 크루저 바이크를 타게 되면서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로 이미지가 달라지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크루저 스타일의 바이크를 하나같이 ‘할리데이비슨’이라고 말할 정도로 할리데이비슨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는데 최근 들어 다양한 브랜드에서 크루저를 선보이며 그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2020년 국내 시장에 혼다 레블 500이 출시하면서 젊은 라이더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각자 개성이 담긴 다양한 형태로 커스텀 되며 크루저 시장이 커졌다. 그로부터 3년 뒤, 혼다는 레블 1100을 통해 한번 더 국내 크루저 시장을 성장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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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크루저라 하면 묵직한 고동감과 배기음이 더해진 V-트윈 엔진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에는 인위적으로 기본 rpm을 낮춰 말발굽 소리를 연출하기도 하고 인상이 일그러질 정도의 커다란 배기음과 함께 달리는 게 ‘멋’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엔진에 인젝션 시스템이 적용되고 환경 규제와 소음 규제가 높아지면서 조금 다른 분위기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오히려 순정 상태로 유유자적 달리는 것이 ‘진짜 멋’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또한, 다른 모터사이클 제조사들도 V-트윈 엔진을 고집하지 않고 더 멋스러운 크루저 스타일을 제시하며 라이더들의 선택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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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먼저, 새로운 레블 1100의 출시 가격은 MT 모델의 경우 1,345만 원, DCT 모델은 1,645만 원이다. 레블 1100의 출시 가격을 듣고 나서 주변 라이더들에게 예상 가격을 말해보라고 질문했는데 다들 혼다의 뛰어난 가성비를 얘기하며 실제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라 예상했다. 프레스 론칭 행사에서 혼다 담당자는 레블 1100의 경쟁 모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실상 없다. 비슷한 배기량에 이 정도 가격대와 구성을 갖춘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자신감 넘치게 얘기했다. 그만큼 가격 대비 품질과 성능이 우수하여 크루저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라이더라면 누구나 깜짝 놀랄 가격이다. 크루저에 관심이 전혀 없던 나도 가격을 듣고 계산기를 슬쩍 꺼내 봤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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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과 투어링, MT와 DCT
새로운 레블 1100은 일반 모델과 투어링 파츠가 더해진 T(투어링) 모델이 함께 출시됐다. 일반 모델은 MT, 투어링 모델은 DCT로 판매될 예정이다. 두 모델이 함께 전시되어 어떤 파츠가 서로 다른지 확인할 수 있었고 DCT가 적용된 투어링 모델만 시승해볼 수 있었다. 일반 모델은 레블 500과 굉장히 흡사한 실루엣으로 눈에 익숙하다. 다만, 확실히 전체적으로 차체 크기가 조금 더 커지고 LED 헤드라이트와 비교적 큰 연료 탱크, 나머지 고급스러운 파츠 등이 상위 모델임을 나타낸다. 레블 1100의 전장은 레블 500에 비해 35mm 길고, 시트고는 10mm 높은 700mm다. 차량 중량도 225kg(MT 기준)으로 스타일에 비해 가벼운 편이라서 남녀노소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기존의 레블 500 라이더라면 비슷한 포지션과 사이즈 덕분에 더욱 부담 없이 기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밖에는 전방에 18인치 프런트 휠, 더 크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LCD 원형 계기반, 조절식 레버 등이 차별화되어 있다. 여기에 투어링 모델은 페어링과 전용 사이드 케이스가 기본 장착됐다. 물론, 일반 모델과 달리 DCT가 적용되어 클러치 레버와 기어 변속 레버가 없고 변속을 위한 버튼으로 인해 핸들 좌측의 스위치 뭉치가 거대해졌다. 사람들은 크루저를 선택할 때 DCT보다는 MT에 손을 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혼다의 관계자는 “무거운 크루저를 쉽게 다룰 수 있는 라이더는 손에 꼽는다. 크루저를 도전하고 싶지만 그 무게와 출력, 클러치 컨트롤이 부담스러운 라이더를 타겟팅 할 것이다.”라고 또렷한 방향성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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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크루저
곧이어 레블 1100T DCT 모델 시승이 이어졌다. 시동을 걸면 1,084cc 병렬 트윈 엔진이 깨어나는데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아프리카 트윈과 NT1100의 배기음과 흡사하다. 하지만,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크루저 특유의 고동감이 강조된 배기음으로 괜히 웃음 짓게 만든다. DCT 모델의 차량 중량은 250kg인데 발착지성이 좋고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 있기 때문에 타고 내리기 부담이 없다. 시승 당일 새벽부터 내린 비 때문에 노면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주행 모드를 레인으로 설정하고 서서히 출발했다. 스로틀을 부드럽게 전개하면 차량의 울컥거림 없이 매끄럽게 움직인다. 속도가 높아지기 전에 기어를 먼저 올려 더 부드러운 토크로 주행하도록 유도한다. 변속은 퀵시프터로 바꾸는 것만큼 빠르고 변속 충격은 거의 없다. 감속 시에는 높은 기어 단수를 끈질기게 유지하다가 rpm이 일정 이상 낮아지면 여유롭게 기어를 낮춘다. 덕분에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부담 없이 가속하고 감속할 수 있다.
계기반으로 파워, 트랙션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의 개입 정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혹시나 타이어가 미끄러지면 경고등이 깜빡이며 라이더에게 전자장비의 개입을 알린다. 오르막길을 오르자 탑 기어부터 급하게 기어를 낮추더니 힘 있게 올라간다. 분명히 라이더의 마음보단 한 박자 늦은 변속이지만 ‘아, 기어를 하나 내려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끝나기 전에 변속하고 재빠르게 대응해 준다. 물론, 일부러 적은 스로틀 전개량으로 오르막을 오르려고 하면 힘이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채고 변속이 늦어졌다. 기계의 한계다. 그렇다고 차체가 불안정하거나 위험한 순간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만약 변속이 서툰 라이더, 초보 라이더라면 변속을 신경 쓸 필요 없이 가속과 감속, 선회 시작과 끝 지점만 신경 쓰면 되니 꽤 편안하게 크루징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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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재미
크루저가 느긋하다는 인식은 깨진 지 오래다. 몇 해 전부터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킹 오브 배거스’가 무겁고 둔한 크루저의 인상을 바꿔놨기 때문이다. 레블 1100은 최고출력 87마력의 다소 귀여운(?) 출력을 발휘하지만, 스포츠 모드와 매뉴얼 모드를 설정하면 나름 짜릿한 달리기 성능을 즐겨볼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한계 rpm까지 빠르게 상승한다. 미션을 매뉴얼 모드로 설정하면 엔진이 한계 rpm에 도달해 연료가 차단되는 퓨얼컷 상황에도 변속되지 않고 해당 기어를 유지한다. 마치 DCT가 아닌 매뉴얼 바이크를 다루는 느낌과 흡사하다. 그저 발목을 움직여 변속하던 것에서 핸들 왼쪽의 +버튼과 –버튼으로 변속하는 게 다를 뿐이다. 여전히 변속 충격은 거의 없고 계기반의 속도는 순식간에 상승한다.
일반적인 크루저 바이크는 엔진을 고회전으로 돌리며 달리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느낌이 드는데 레블 1100은 딱히 부담스러운 느낌이 없다. 아프리카트윈, NT1100과 동일한 엔진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뱅킹 한계도 여유로운 수준이라 본격적인 코너링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물론, 한계가 어디인지 풋 패그의 뱅킹 센서가 닿으면서 알게 되는데 철판이 갈리는 소리와 질감이 영 기분 좋진 않다. 뱅킹 한계 안에서 바쁘게 변속 버튼을 눌러가며 탈 때 확실히 재밌다. 다만, 가속 성능에 비해 제동 성능이 부족하다. 무거운 차량 무게와 330mm 싱글디스크의 한계로 인한 탓이다. 어디까지나 크루저라는 걸 감안하면 이해되는 수준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쉽게도 이번 프레스 테스트에서 준비된 차량은 DCT가 장착된 투어링 모델뿐이었다. MT모델은 추후에 별도의 테스트를 진행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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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뤄야 할 차례
크루저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라이더는 나이를 불문하고 많다. 하지만, 실제로 크루저를 갖기 위해 알아보면 꽤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고개를 젓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제 그 꿈을 이룰 차례다. 레블 1100은 V-트윈 엔진을 탑재한 무거운 여느 크루저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포지션이 주는 재미, 완성도 높은 엔진과 미션, 스타일 등은 크루저로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조금이라도 이 바이크가 의심되거나 고민이 된다면 가격표를 보면 된다. DCT 모델 기준 1,645만 원, MT 모델은 1,345만 원. 꿈을 이루려면 서둘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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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REBEL 1100T DCT
(REBEL 1100 MT)
( )는 1100MT 모델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2 × 81.5(mm) 배기량 1,084cc 압축비 10.1:1 최고출력 87hp / 7,000rpm 최대토크 98Nm / 4,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6ℓ 변속기 자동 6단 DCT(수동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30/70 18 (R)180/65 16 브레이크 (F)330mm싱글디스크 (R)256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40×840(810)×1,180(1,115) 휠베이스 1,519mm 시트높이 700mm 차량중량 250kg(225kg) 판매가격 1,645만 원(1,345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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