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는 함부로 정할 수 없는 것, KTM 890 어드벤처 R 2023

    2018년, KTM은 790 어드벤처 시리즈를 공개하며 전 세계의 미들급 어드벤처 시장을 흔들었다. 막강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으로 타브랜드 모델보다 한 차원 높은 세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미들클래스 어드벤처의 기준을 다시 세운다.

    KTM 890 어드벤처 시리즈 2023

    한 차원 높아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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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890 어드벤처를 이해하려면 2017년에 공개된 790 어드벤처 R 프로토타입 영상부터 찾아봐야 한다. KTM 오피셜 유튜브 계정에 게시된 영상에서는 어드벤처에 대한 웅장한 설명을 나열하다가 “자세한 설명은 됐고, 잘 알겠어. 충분하니까. 바이크나 타러 가자.”라는 멘트와 함께 라이딩 영상이 시작된다. 레드불 KTM 팩토리 팀의 450 랠리 머신과 790 어드벤처 R 프로토타입 머신이 함께 산속을 달리는데 미들급 어드벤처의 움직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바로 다음 해인 2018년, 양산형 790 어드벤처 시리즈를 공개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 모델들의 판매량이 현저히 떨어질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고 어드벤처 바이크로 오프로드를 즐기는 라이더는 하나같이 엄지를 세웠다. 하지만, 초기 모델에서 발견된 엔진, 미션, 냉각 계통의 이슈로 인해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따랐다. 그로부터 2년 뒤, 배기량을 키우고 더 다루기 쉬운 엔진 특성, 개선된 서스펜션, 개선된 전자장비 등으로 완성도를 높인 890 어드벤처를 공개한다. 언뜻 보기에는 그래픽 디자인 차이 이외에 큰 차별점이 없었지만, 실제 주행 소감에서는 개선된 조작성과 주행 성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엔진 출력을 높임과 동시에 엔진 내부 회전 질량을 20% 상승시켜 빠른 스로틀 반응보다 묵직한 토크 위주의 세팅 변화가 큰 장점으로 꼽혔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지나 완전히 새로운 890 어드벤처 시리즈를 공개했다.

    디자인의 완성

    “처음부터 이 디자인으로 나왔어야지!” 새로운 890 어드벤처 시리즈를 보고 많은 사람이 꺼내는 말이다. KTM 패밀리룩을 상징하는 헤드라이트는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기존의 사마귀(?)를 닮은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했다. 윈드 스크린과 좌우로 나뉘어 있던 윈드 프로텍터를 통합시켰고 사이드 페어링이 헤드라이트 측면까지 덮어내도록 연결했다. 따라서, 과거 머리만 앞으로 툭 빠져나온 스타일이 아닌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안정적인 디자인이 완성됐다. 그 효과로 사이드 페어링이 길어졌는데 KTM 특유의 공격적인 그래픽과 날카로운 형상을 넣어 더 날렵한 인상을 준다. 경량 엔듀로 바이크의 사이드 페어링과도 흡사한 느낌이라 통일감도 있다. 확 달라진 전면부에 비해 후면부는 구형 모델과 그대로 이어졌다. 시트, 리어 사이드 커버, 리어 랙, 배기머플러 등 대부분의 파츠가 동일하다.

    최신장비

    여기에 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장착되었고 더 뛰어난 전자장비로 라이더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계기반의 그래픽 화질과 반응 속도가 뛰어나기 때문에 시인성과 조작성이 좋다. 스위치 뭉치는 기존과 동일한 스타일이고 계기반 안의 메뉴들에 이미지가 추가되어 더 쉽게 인지하고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상위 모델인 1290 슈퍼 어드벤처 시리즈에서 먼저 경험한 바 있는 구성이라서 더욱 능숙하게 쓸 수 있었다. 더 높은 수준의 코너링 ABS와 조절식 트랙션 컨트롤이 탑재되었고 트랙션 컨트롤을 더욱 간결하게 해제할 수 있다.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었던 랠리 모드, 크루즈 컨트롤, 퀵시프터+는 초기 1,500km 주행동안 무료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데모 모드’가 추가됐다. 신차 컨디션에서 모든 전자옵션을 먼저 사용해 보고 자신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판단 후 구매할 수 있다.


    미들급 어드벤처 바이크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 한계. 바로 그 기준은 라이더의 실력과 모터사이클의 성능이 어우러져 환경과 타협하는 순간 한계가 된다. 하지만 더 강력해진 890 어드벤처 R은 쉽게 타협할 마음이 없다.

    KTM 890 ADVENTURE R 2023

    한계는 함부로 정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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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로드에 비해 오프로드는 보다 현실적이다. 어쩌면 서킷, 레이스 트랙과 비슷할 수 있겠다. 아무리 용감하다고 한들 레코드 라인을 모르거나 행 오프 자세가 불안정하거나 하중을 제대로 실어줄 수 없다면 앞선 상대를 추월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오프로드에서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명확하다. 물론, 사람의 스킬이 뛰어나면 많은 부분을 커버할 수 있지만, 바이크의 성능과 한계에 따라 목적지에 도달하거나 못하거나 딱 두 가지뿐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890 어드벤처 R은 기존의 미들급 어드벤처 시장에서 말하던 한계를 가볍게 부숴버리고 새로운 한계를 정립시킨다. 새로워진 디자인만큼이나 주행 성능도 인상적이다.

    작은 디테일, 큰 차이

    새로운 5인치 TFT 디스플레이의 성능도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휘한다.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에도 시인성이 좋고 조작에 따른 반응이 빠르기 때문에 원하는 순간, 원하는 세팅을 설정할 수 있다. 특히, 데모 모드로 적용된 랠리 모드를 사용하면서 트랙션 컨트롤을 수시로 바꾸면서 주행할 수 있고 새롭게 추가된 기능인 트랙션 컨트롤 OFF 퀵 메뉴로 편의성이 대폭 향상됐다. 랠리 모드상태에서 정차 시와 주행 중 모두 관계없이 스로틀만 닫은 상태라면 좌측 스위치 뭉치의 아래 버튼을 3초간 눌러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할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 단계가 몇 단계에 있든 상관없이 바로 해제되고 상단 버튼을 다시 누르면 원래 단계로 돌아간다. 이전 모델의 경우 트랙션 컨트롤을 해제하기 위해 메뉴 설정 버튼을 약 5가지 이상 눌러야 했는데 단 하나의 버튼, 단 3초 만에 설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주행 중 조작 실수로 시동이 꺼지더라도 그대로 유지된다. 업힐을 오르다 시동이 꺼졌다고 해서 다시 메뉴를 헤맬 필요가 사라졌다. 실제로 해외 어드벤처 라이더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많은 개선 사항이다. 이는 KTM 내부적으로도 불편함을 느끼는 라이더가 있었거나 소비자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예상된다.

    EASY TO RIDE

    890 어드벤처 R을 시승과 동시에 오프로드 위에 올렸다. 전면 마스크와 사이드 페어링이 변경되면서 KTM의 랠리 머신과 비슷한 실루엣으로 완성됐다. 새로운 윈드 스크린은 공기의 흐름을 더욱 효과적으로 바꿔 라이더가 쾌적하게 달릴 수 있게 설계됐다. 또한, 전후 무게 배분이 더 이상적으로 바뀌었고 서스펜션 댐핑 세팅이 개선되면서 초반 움직임도 좋아졌다. 

    특히 노면이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서스펜션이 가볍게 충격을 받아내어 차량이 통통 튀지 않고 라이더가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이전 세대의 890 어드벤처 R 오너 라면 기분이 상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다. 정차했을 때는 880mm의 높은 시트고가 분명히 부담스러운데 달리기 시작하면 그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안정적이다.

    NEXT LEVEL

    새로운 미타스 엔듀로 트레일 플러스 타이어는 다양한 노면에서 평범한 마찰력을 발휘한다. 좋게 말하면 일관된 성능으로 조작하기 쉽다는 뜻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어딘가 뛰어난 특성은 부족하단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세팅된 서스펜션으로 인해 타이어 자체 성능도 함께 올라간 느낌이다. 스로틀을 강하게 가져가면 리어 휠이 슬쩍 미끄러지는데 라이더의 자세만 안정적이라면 좌우로 요동치지 않고 빠르게 가속된다. 가속 중 충격 흡수도 능숙하게 해내는데 서스펜션의 총 트래블 중 30%가량이 움직일 만한 충격이라면 라이더에게 거의 느낌도 주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대략 서스펜션의 절반 이상이 움직일 정도의 충격이라면 리바운드 댐핑에 의해 요철의 크기, 충격량이 라이더에게 전달된다. 장애물 점프나 큰 낙차를 뛰어내리는 경우 서스펜션이 끝까지 눌리며 충격을 받아내는데 의외로 이때 불쾌감이 없다. 건조중량 200kg의 거구가 공중에 떴다가 착지했는데 라이더가 느끼는 충격은 제자리에서 줄넘기 2단 넘기를 하고 떨어진 수준이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만큼 부드럽게 흡수해낸다.

    서스펜션의 조율은 제동 상황에서도 끝내준다. 순정 호따후안 4피스톤 캘리퍼의 작동감이 다소 거친 편인데 프런트 포크의 초반 움직임이 가볍고 이후로 더 강하게 제동할수록 꿋꿋하게 버티는 세팅이다. 따라서, 어떤 노면에서도 자신감 있는 제동이 가능하고 혹여나 미끄러지면 ABS가 개입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새로운 890 어드벤처 R로 오프로드를 달렸을 때 가장 빠르게 느껴지는 한계는 타이어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모두 넘나들어 보면 평균 점수가 좋은 제품이지만, 오프로드를 더 진지하게, 890 어드벤처 R 자체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다면 더 오프로드 성향이 강한 타이어를 추천한다. 감히 예상하자면 890 어드벤처 R의 한계를 마주하기 어려울 것이다.

    보장된 성능과 재미

    KTM은 경량 오프로드 시장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울 정도의 비율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만큼 전 세계 많은 레이스에 참가하면서 얻은 엄청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890 어드벤처 R일 것이다. 게다가 대략 5년간 동일 기종을 업데이트하면서 그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 차량의 명확한 방향성을 이해한다면 단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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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M 890 ADVENTURE R 2023

    엔진형식수랭 DOHC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0.7 × 68.8(mm)   배기량889cc   압축비13.5 : 1   최고출력105hp / 9,000rpm   최대토크100Nm / 6,500rpm   시동방식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20ℓ   변속기6단 리턴   서스펜션 (F)48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F)90/90 R21 (R)150/70 R18   브레이크(F)320mm더블디스크 (R)26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미발표   시트높이880mm   건조중량200kg   판매가격2,450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KTM코리아 kt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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