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OTORBIKE REVIEW REVIEW 똑같지 않은 순수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6

    똑같지 않은 순수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6

    0
    똑같지 않은 순수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6

    아이오닉 6 롱레인지 AWD는 익숙하면서도 구석구석 새로웠다.

    HYUNDAI IONIQ 6

    똑같지 않은 순수 전기차

    “포르쉐 911의 뒷모습과 비슷하게 생겼어. 너무 노골적으로 비슷해. 왜 이런 디자인을 선택했는지 알아? 설명해 줘.” 현대자동차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의 두 번째 제품, ‘아이오닉 6’의 공식 이미지가 공개된 날이었다. 나는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의 신제품 테스트 주행을 위해 스페인에 어느 서킷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중국인 기자에게 현대 아이오닉 6 디자인에 대해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도 알고, 무슨 답을 원했는지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아이오닉 6 제품 공식 이미지의 첫인상에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그의 질문 의도와는 정반대로 응수했다. “아이오닉 6의 디자인은 순수 전기차라는 플랫폼을 극대화한 혁신적인 디자인 같아.”

    속된 말로 ‘국뽕’에 차서 한 발언이 아니었다. 근거와 이유가 있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한국 자동차 브랜드는 특정 제품을 노골적으로 디자인 카피하지 않는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타 브랜드 디자인을 카피하는 수준의 기업이 아니다. 그들에겐 단단한 철학이 있고,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디자인 센터가 있다. 더불어 어려운 과제를 현실화할 천재적인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 중 미래 먹거리 사업 확장 및 신기술 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 동시에 자신들의 비전에 누구보다 집중한다. 아이오닉 6가 순수 전기차라는 플랫폼을 극대화한 디자인이라는 설명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기능성에 초점을 둔 디자인

    아이오닉 6은 패스트백 장르에 속한다. 4 도어의 세단이지만 지붕이 뒤로 갈수록 완만해지면서 마치 쿠페처럼 트렁크 리드와 지붕이 완전히 만난다. 차이점이라면 일반적인 패스트백이 트렁크를 해치백 게이트하는 것에 비해 아이오닉 6은 세단처럼 트렁크만 따로 열린다. 사실 전체 보디 라인은 현행 쏘나타(DN8)와도 비슷하다. 그런데도 아이오닉 6의 디자인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현대차 내연기관 디자인 터치와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1년 현대자동차 콘셉트카 HCD-6에서 선보였던 앞모습이 20년간 다양한 디자인에 직간접적으로 접목되면서 프로페시 콘셉트카(2020)로 완성됐다. 이 프로페시의 디자인을 양산화한 것이 아이오닉 6이다. 물론 외형 디자인은 보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다. 디자인에 담긴 미(美)를 평가하는 것은 주관적인 취향이니까. 내 개인적인 기준에선 ‘기존 상식을 파괴한 독창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치 해외에 나가서 처음 접하는 음식 같은 느낌이랄까? 새로운 경험은 환영하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느끼는 불편함이 따르는 정도다.   

    반면 외형 디자인에 담긴 물리적 기능성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음식은 나라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수학 공식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그런 의미겠다.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오닉 6은 공력계수(CD) 0.21. 이는 현존하는 순수 전기차 중에서도 손꼽힐 만큼 낮은 수준이다. 앞 범퍼에 달린 액티브 에어 플랩은 냉각이 필요한 순간에만 열리며 공기저항을 크게 줄인다. 액티브 에어 플랩 옆으로 이어지는 휠 에어커튼도 공기가 통하는 동선을 자동차 정면에서 측 방향으로 흘려보낸다. 공기가 머무는 휠 아치 디자인에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 트렁크 위로 2단 처리된 리어 스포일러는 와류를 크게 줄여주면서도 다운포스를 발생시켜 고속에서 자동차가 안정적으로 달리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니까 아이오닉 6의 디자인은 순수 전기차라는 존재이유와 본질에 부합한다. 정해진 에너지로 더 먼 거리를 주행하도록 만들어졌다. 이 부분은 실제로 주행에서도 느낄 수 있다. 속도를 높일 때 외부 저항이나 불안한 느낌 없이 주행 질감이 매끈하다. 자동차 속도 제한이 걸리는 순간까지도 안정적으로 달린다.   

    현대자동차 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E-GMP의 장점은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긴 휠 베이스를 활용해 넉넉한 뒷좌석을 확보했다. 겉모습과 달리 뒷좌석에 머리 공간도 예상보단 답답하지 않다. 트렁크는 400L로 소형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순수 전기차를 ‘모빌리티’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담겨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를 220V로 변환해 외부 장치에 공급할 수 있는 V2L이 대표적이다. V2L을 활용해 캠핑 같은 외부 활동뿐 아니라 컴퓨터나 전자 기기를 이용한 간단한 업무 영역이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뒷좌석에서는 곧바로 220V 콘센트로 활용할 수 있고, 외부에서는 별도 단자를 충전구에 물려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외부 장치로 전기를 공급하는 중에도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정된 배터리 잔량(20~80%)에서 기능을 차단하는 옵션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스티어링 휠과 글로브 박스에 올려두는 테이블, 조수석 도어에 설치하는 컵홀더 같은 추가 액세서리를 이용해 자동차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다.   

    아이오닉 6은 계기반에서 센터패시아 중앙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두 개의 디스플레이 모니터를 통해 차에 달린 많은 기능을 쉽게 제어한다. 자체 운영체제를 사용한 인터페이스는 수년째 진화하며 이제는 딱히 불편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기능적인 연결과 모바일로 확장성이 그 어떤 자동차보다 뛰어나다. 시승차에는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한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달렸다. 보기엔 매력적인 편의장비이지만, 실제로 장시간 써보니 아직은 실험적인 단계로 느껴진다. 차선을 바꿀 때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는 데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 OLED 방식 디스플레이로 어두운 곳에서 색감 손실도 크게 줄었다. 반면 운전자가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볼 수 있는 거울의 다양한 각도를 활용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

    자동 주행 보조와 연결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 차와 간격을 유연하게 유지하면서도 차선과 주변 장애물을 안정적으로 인식하며 달린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선을 과감하게 바꿨다. 차선이 점선에서 실선으로 바뀌는 구간에선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 기다리는 똑똑한 모습도 보여줬다. 과속 카메라나 구간 단속 지점에선 법규에 맞는 속도까지 스스로 속도를 낮춰 달렸다. 그 과정에서 탑승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 전체가 빨간색으로 깜빡이며 지정 속도를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렸다. 지능형 헤드램프는 한국의 도로 실정에 맞춰서 개선됐다. 가로등이 있어서 오토 하이빔 실행 조건은 아니더라도 멀리 시야 확보가 필요한 고속국도나 고속도로에서도 민첩하게 반응했다. 부분적으로 하이빔을 켜고 끄면서 주변 자동차와 상관없이 최적의 시야를 확보했다.

    순수 전기차 시장 패권에 도전하다

    시승차였던 아이오닉 6 롱레인지 AWD는 앞뒤 구동축에 각각 전기모터가 달린다. 정확한 출력과 사용 비율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앞 모터는 초반부터 일정한 부하 범위에서 효율성을 발휘하고 뒤쪽 모터는 역동적인 주행 환경에서 특성을 더 발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쉽게 말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지능형 네 바퀴 굴림(AWD)처럼 작동한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트로 구분된다. 세부적으론 가속도 3단계, 스티어링 2단계, 구동방식도 네 바퀴와 두바퀴 동력에 따라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그만큼 각 모드에서 움직임 변화가 분명하다. 20인치 휠과 사이드월이 단단한 타이어가 달렸음에도 노면의 진동을 상쇄하는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꽤나 적극적이다. 저속에서 모터의 순간적 토크와 이후에 발생하는 반발력으로 발생하는 기분나쁜 승차감도 잘 억제했다. 방음 능력도 탁월하다. ‘윙~’하고 전기차의 움직임을 표현한 액티브 사운드(4단계)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기능이다. 최대로 설정하면 매번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마치 우주선을 운전하는 것처럼 흥분을 자아낸다.

    아이오닉 6 롱레인지 AWD의 경우 두 모터의 시스템 출력 320마력(61.7kg·m)을 발휘한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5초 대.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토크로 경쾌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아주 고성능 전기차로 분류할 만큼은 아니지만, 내연기관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운전 재미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빠른 코너에서 안정적인 견인력도 인상적이다. 꽤 민첩한 핸들링을 가졌다. 그렇다고 본격 스포츠카의 그것과는 방향성이 좀 다르다. 시스템의 방향성은 주행 안정성 유지에 있다. 노면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지않고 언제든지 모든 타이어에 접지력을 최대로 확보한다.

    댐퍼 압력이 약간 무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가속, 제동, 코너링에서 딱히 흠잡을 부분이 없다. 아니, 모든 주행 영역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실현해서 놀란다. 이 차는 우리가 기존에 알던 현대자동차의 제품과 결이 다르다. 기능적인 완성도라는 관점에서 혁신적이다. 

    그 외에 집중적으로 테스트한 것은 배터리 효율성과 급속충전이다. 롱레인지 모델은 77.4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달고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한다. 급속 충전은 테스트 결과 배터리 용량 30%에서 90%까지 충전하는 데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다. 배터리 용량 90%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380km 이상이었고, 영하 3~10도를 오가는 외부 기온에서도 계기판에서 보여준 이론 주행거리와 비슷한 성능을 보여줬다. 아이오닉 6을 경험하는 동안 다양한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다른 제품과 비슷한 구조의 순수 전기차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다. 모든 기능은 사용자 중심에서 분명하게 발전됐다. 그런 관점에서 아이오닉 6은 순수 전기차 시대의 2막을 알리는 제품이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3막일지도 모른다

    Hyundai Ioniq 6 Long Range AWD

    레이아웃 EV, AWD, 5인승, 세단   모터, 배터리 듀얼 모터, 77.4kWh 리튬 이온   모터 최고 출력 320마력, 61.7kg·m   휠베이스 2,950mm   길이×너비×높이 4,855×1,880×1,495mm   1회 충전 주행 거리 484km(20인치 휠 기준 420km)   무게 2,035kg(20인치 휠 기준 2,055kg)   판매 가격(개소세 후) 5,855만 원(익스클루시브 기본)   시승차 가격(추정가) 6,765만 원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