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가 원한 도심형 네이키드
BMW G 310 R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BMW 모토라드 G 310 R이 출시했다.
이 새로운 경량 네이키드는 자극적인 조미료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세팅으로 대중성을 노린다
BMW G 310 R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BMW는 왜 갑자기 입문형 네이키드를 만들까? 왜 로드스터(R)인가? 왜 배기량을 313cc로 제한했을까? 의문투성이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이해하면 실타래처럼 꼬인 의문도 하나둘 풀리기 마련이다.
BM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추구하는 최신의 전략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이건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스포츠, 패션 등 분야에 상관없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소비자가 언제, 어떻게 프리미엄을 처음 접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소비 패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는 젊은 세대에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보통 대중적인 위치에 있고, 이들을 쫓는 행위는 자칫 브랜드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모토라드는 똑똑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G 310 R이다.
경량 네이키드는 새로운 라이더나 여성 라이더의 유입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미래에 R 나인T나 S 1000 R을 꿈꾸는 라이더의 첫 번째 도전인 셈이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긴다. ‘레저용 매뉴얼 모터사이클에 입문하는 라이더에게 무엇이 중요할까?’ 답은 취향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극단적인 재미나 환상적인 디테일, 고급 파츠는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요소다. 여기서 BMW가 원한 것은 브랜드, 디자인, 운동 성능과 가격까지 아우르는 조화였다. 그래서 G 310 R은 하나부터 열까지 균형을 맞추는 데 힘썼다.
디자인에서부터 그런 흔적이 느껴진다. 모토라드 디자이너들은 300cc 급 차체에 황금 비율을 찾는 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볼륨감을 키우고, 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연료 탱크와 카울을 제법 부풀렸다. 배기량 대비 차체가 다소 큰 느낌이다. 하지만 균형 잡힌 휠베이스와 높게 치솟은 뒷좌석 형상으로 역동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다. 왜소한 느낌도 크게 줄었다. 헤드램프 모습을 비롯해 연료탱크 주변 실루엣에서 고성능 로드스터 S 1000 R의 유전자도 느껴진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진보적이지도, 반대로 보수적이지도 않다. 앞으로 300cc 급 모터사이클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 만하다.
G 310 R의 첫 라이딩 소감은 ‘편하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졌다. 785mm의 낮은 시트 높이를 바탕으로 키 165~185cm까지 편하게 탈 수 있다. 스텝 위치가 상대적으로 정확했고, 핸들 바의 폭과 높이도 나무랄 때 없었다. 핸들 그립 안쪽에 모인 버튼은 단순하지만 정확히 필요한 위치에 있었다.
계기반 시인성도 만족스럽다. 디지털 계기반은 낮에는 투명 바탕에 검은색, 밤에는 푸른 바탕에 검은색으로 숫자가 표시된다. 가장 눈에 띄는 중심에 속도와 기어 단수를 표시하고, 하단으로 디지털 RPM을 배치했다. 연료 잔량, 주행 거리, 시계도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새로운 엔진 구성
G 310 R의 가장 특징은 새로운 엔진이다. 313cc 수랭식 단기통에 4개 밸브, 2개 오버헤드 캠축이 달렸다. 실린더는 중심을 기준으로 약간 뒤를 향해 기울었다. 일반적인 단기통 엔진과 구조가 반대다. 그뿐이 아니다. 엔진의 앞으로 흡기 장치를 달고 뒤로 배기 라인을 뽑아냈다. 그 결과 최신의 박서엔진과 마찬가지로 앞에서 뒤로, 위에서 아래로 공기의 흐르는 다운드래프트를 재현했다. 또한 앞뒤 무게 배분에 최적화된 설계다. 이런 형태를 통해 엔진을 앞으로 최대한 옮겨 달 수 있었다. 앞바퀴에 엔진, 뒷바퀴에 라이더의 체중이 분산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엔진의 무게중심이 집중되는 효과도 있다. 물론 배기 라인이 뒤로 곧바로 나오기 때문에 머플러가 그만큼 커지는 단점도 있다.
엔진을 전진 배치할 때 장점이 또 있다. 휠베이스를 1374㎜로 짧게 만들면서도 스윙암 길이를 650㎜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행의 안전성과 민첩한 핸들링 성능을 꾀했다는 증거다. 단지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라이딩에서도 그런 감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G 310 R은 다루기 쉽다. 시동을 걸고 클러치를 붙이는 순간부터 159kg이라는 무게에 대한 부담이 확연히 줄어든다. 움직임이 가볍다. 위화감이나 불안감을 크게 느낄 수 없다. 매끈하게 돌아가는 엔진도 이런 느낌에 일조를 한다. 시내에서 달릴 때 보통 3000~5000rpm 사이에서 변속을 시도한다. 이때 엔진은 마치 2기통의 그것처럼 부드럽게 오르고 내린다. 차체를 일정하게 때리는 단기통의 투덜거림이 크지 않다.
이런 감각은 스로틀을 비틀어 속도를 갑자기 높일 때도 마찬가지다. 엔진은 최대 1만 1000rpm까지 돌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레드존 근처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매끄럽다. 저회전부터 일정하게 rpm이 상승해 빠르게 레드존을 때린다. 심심할 정도로 쉽게 모든 출력을 꺼내 쓸 수 있다. 딱 입문자를 위한 설정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볼륨을 키운 페어링의 영향으로 여느 300cc 급 라이벌에 비해 공기를 가르는 능력이 탁월하다.
상대적으로 긴 스윙암과 최적화된 무게 배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은 코너링이다. 코너의 입구에서 강한 브레이킹과 함께 라이더가 자세를 취한다. 이때 앞바퀴는 물론이고 뒷바퀴의 접지력이 끝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변속 후 뒷바퀴가 움찔거리거나 ABS가 예상보다 빨리 개입하지 않는다. 그저 유연하게 반응한다.
코너링을 시작하면 묵직하게 노면을 따라 스스로 필요한 만큼 접지력을 찾아간다. 그 느낌이 안정적이다. 손가락에 힘을 더 빼고, 양다리로 G 310 R을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러면 코너의 시작부터 끝까지 원하는 라인을 그릴 수 있다. 조향각도 충분해 좁은 곳에서 유턴하는 일도 쉽고 안정적이다. 라이더가 시선을 완전히 돌리고 자신 있게 유턴을 시도하면 생각보다 좁게, 깔끔한 라인을 그리며 차체가 방향을 바꾼다.
기본적인 서스펜션은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베이직한 세팅이다. 인상적인 것은 리어의 움직임 길어진 스윙암 덕분인지 노면 추종성이 상당히 좋다. 스트로크가 짧아 요철의 처리는 조금 미숙한 느낌. 그리고 댐핑을 조절할 수 없어 조금 아쉬운데 바이크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리어 쇽업소버는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하다.
모두를 위한 첫 바이크
G 310 R은 기본기에 충실하다. 따라서 코너에서 기교를 요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조급하게 굴면 안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딩의 정석을 따라 임할 때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담백하다고 생각했다. BMW 모토라드의 개성이 강하지 않다는 게 아쉬웠다. 극단적으로 재미있거나 날이 서 있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 기본기에 충실한 무난한 감성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라이딩 시간이 늘어날수록 진심으로 잘 만들어진 ‘입문형 모터바이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하고, 빠르며, 경쾌했다. 제품의 모든 구성이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한 지점에서 균형을 이뤘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나 당당하게 추천할 수 있겠다. 첫 모터바이크로 분명 후회 없는 선택이 될 테니까.
G 310 R은 라이벌과 어떤 차별화를 두나?
<모터바이크>는 지난 2016년 8월 호, 300 클래스 라이벌 세 대의 비교 시승기를 다뤘다. 당시 비교 시승에 등장한 모델은 KTM 390 듀크(구형)와 베넬리 TNT 300, 야마하 MT-03이었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비교한 입장에서 G 310 R의 특징을 뽑으면 다음과 같다.
G 310 R은 포지션이 그룹에서 가장 편하고, 공격적이다. 베넬리와 야마하는 시트 높이와 스텝의 위치가 라이더보단 제품 중심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따라서 첫 라이딩 때 약간 어색했고, 때론 조작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들 중 시트 포지션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듀크 390이었다. 하지만 듀크는 시트 높이가 높고 핸들바의 거리가 다른 두 제품보다 가깝다. 라이더가 엉덩이를 뒤로 빼는 데 한계가 있어서 상체를 숙여 공격적인 라인딩 포지션을 만들기 어렵다. 반면 G 310 R은 스텝과 시트고가 라이더에 맞춰져 자연스럽다. 시트 높이는 그룹에서 가장 낮은 MT-03보다 5㎜ 높은 785㎜. 동시에 핸들바가 듀크보다 앞으로 위치해 좀 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엔진의 반응과 질감도 특징이다. KTM와 야마하의 딱 중간 방향을 가리킨다. 듀크 390처럼 최대 1만 1000rpm까지 돌아가는 고회전을 지향하지만, 반응성과 회전 질감은 병렬 2기통의 MT-03처럼 매끈하다. 너무 매끈해서 단기통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다른 세 대와 비교해 급제동 시 자세도 가장 안정적이다. 엉덩이를 눌러 뒤로 하중을 보내는 별도의 라이딩 기술이 없어도 뒷바퀴 ABS가 개입하는 시간이 가장 느긋했다. 풀이하자면 좋은 무게 배분을 바탕으로 앞바퀴 모두에 접지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디테일이나 품질 면에서는 독보적인 승자가 없다. 넉 대의 바이크가 저마다 추구하는 품질과 목표 방향이 달랐다.
이중 G 310 R의 테마는 전체적인 품질의 균형이었다. 힐 그립 부분에 스크래치 방지 필름을 붙인 세심한 배려는 칭찬할만하다. 반면 엔진 커버의 단조로운 디자인 같은 세심한 디테일에는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BMW G 310 R | |
엔진형식 |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
보어×스트로크 | 80×62(mm) |
배기량 | 313cc |
압축비 | 10.6:1 |
최대출력 | 34마력/9500rpm |
최대토크 | 28.0Nm/7500rpm |
시동방식 | 셀프 스타터 |
연료공급방식 | 전자식 퓨얼인젝션 |
연료탱크용량 | 11ℓ |
변속방식 | 6단 수동 |
최종구동 | 체인구동 |
서스펜션 | (F)도립식 (R)싱글쇽 스윙암 |
타이어 사이즈 | (F)110/70 R17 (R)150/60R17 |
브레이크 | (F)300mm 싱글 디스크 (R)240mm 싱글 싱글 디스크 |
휠베이스 | 1374mm |
시트높이 | 785mm |
차량중량 | 158.5kg |
판매 가격 | 629만 원 |
credit
글 김태영(<에스콰이어>피처 에디터) ㅣ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BMW 모토라드 코리아 www.bmwmotorr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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