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가득한 어드벤처, 아프릴리아 투아렉 660

    잠재력 가득한 어드벤처

    APRILIA TUAREG 660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을 신나게 달렸다. 지난밤 폭우가 내려 곳곳에 물웅덩이와 진흙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스로틀을 열었다. 투아렉 660은 작은 듯 작지 않고 약한 듯 약하지 않고 여기가 한계일까 싶으면 그 이상을 보여주는 기대 이상의 어드벤처다.

    아프릴리아가 미들급 어드벤처인 투아렉 660을 출시했을 때 반신반의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아프릴리아는 RSV4가 대표적이었고 온로드 바이크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전, 아프릴리아의 새로운 미들급 스포츠바이크인 RS 660을 타고 충격에 빠졌다. 상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엔진 출력, 완성도 높은 차체, 진보적인 전자장비까지 모든 면에서 어디 하나 부족함을 느낄 수 없고 최신 타브랜드 모델과 견주어도 모든 능력치가 평균 이상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아렉 660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내가 감탄했던 그 기술력이 그대로 반영된 어드벤처일 테니까.

    오랜만이죠

    과거의 유산을 다시 살려낸다는 것은 브랜드 내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너무 똑같아도 문제가 되고 달라도 문제가 된다. 그 당시의 향수를 지녔으면서도 현대적이고 세련되지 않으면 대중들은 실망하고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아렉 시리즈는 1980대에 125cc와 250cc 엔진을 탑재한 경량 엔듀로와 랠리 머신을 선보였고 약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꾸준한 업데이트로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1992년 투아렉 600 윈드를 끝으로 단종되며 역사 속에 잠들었다. 그로부터 30년 뒤, 아프릴리아는 RS 660에 사용한 병렬 트윈 엔진을 토크 위주로 디튠하여 더 다루기 쉬운 엔진을 만들었고 그 엔진을 얹어 투아렉을 부활시켰다.

    랠리 머신 스타일

    투아렉 660을 보면 랠리 머신이 떠오른다. 물론 요즘에는 프런트 펜더를 헤드라이트 바로 아래 매달아 엔듀로 바이크와 비슷한 분위기로 연출하는 추세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투아렉 660의 디자인이 랠리 머신 그 자체였다. 프런트 펜더가 바퀴를 감싸듯 포크 아래 장착되어 상단부위가 더 가벼운 느낌을 주고 종이배 같은 디자인의 LED 헤드라이트는 좁고 짧게 올라온 윈드 스크린과 자연스레 이어진다. 

    헤드라이트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내려와 바깥쪽으로 짧게 뻗은 DRL 디자인도 바이크의 깔끔한 인상을 헤치지 않아 좋다. 동시에 존재감도 상당하다. 연료 탱크는 정면에서 봤을 때 크게 부풀지 않은 디자인인데 라이더가 앉거나 일어섰을 때 다리가 좌우로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시트는 연료 탱크를 따라 내려와 뒤쪽으로 쭉 뻗은 납작한 디자인이다. LED 후미등은 시트와 연결되는 형상으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친절한 컨트롤

    바이크에 올라타면 전후 서스펜션이 큰 폭으로 가라앉는다. 오프로드 장비까지 고려하면 거의 95kg의 라이더가 올라탄 것인데 서스펜션의 프리로드가 강하게 걸려 있지않다는 뜻이다. 제원상 시트고는 860mm인데 한참 더 낮게 느껴진다. 여기에 건조중량은 187kg, 차량중량은 204kg으로 가벼운 편이라서 심적으로 편안하다. 출발과 함께 느껴지는 건 ‘부드러움’이다. 

    로드마스터의 추천대로 어반 모드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서스펜션, 프레임, 휠 등이 유연하다는 걸 눈치챘다. 핸들링 시 바이크가 좌우로 기울어지는데 노면을 끈끈하게 잡고 있다. 가속과 제동도 불편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스로틀웍이 부드럽지 않아도 리어 쇽이 차분하게 눌리며 리어 휠로 매끄럽게 동력을 전달한다. 제동 시도 마찬가지로 프런트 포크가 가볍게 눌리며 안정적으로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이때 프런트에 적용된 300mm더블디스크와 브렘보 4피스톤 액시얼 캘리퍼가 미세 컨트롤을 돕는다. 사실 레디얼과 액시얼의 차이를 아는 라이더라면 더 강력한 반응성을 위한 레디얼 타입 캘리퍼를 왜 장착하지 않았는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오프로드를 진입하는 순간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잔잔한 오프로드에 들어서자마자 21인치 휠과 18인치 휠, 전후 240mm트래블 서스펜션의 존재 이유가 체감된다. 차체를 중심으로 서스펜션과 휠이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프런트 브레이크의 미세컨트롤이 일품이다. 

    손가락 하나로 브레이크 레버를 당기면 최소 30단계로 제동력이 발휘되는 느낌이랄까? 다시 말해 강력한 제동력이 아니라서 더 좋은, 더욱 미세한 컨트롤이 가능한, 목적성이 또렷한 세팅이다. 차체와 서스펜션의 유연함은 오프로드에서 더 반갑다. 라이더가 불안정한 스로틀이나 제동, 핸들링을 해도 안정감을 쉽게 잃지 않는다. 이는 초보자나 숙련자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요소다. 정확한 자세나 조작을 하지 않아도 크게 불안하지 않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달릴 수 있고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코너 진입에서 리어 슬라이드를 시도했을 때 매끄럽게 미끄러지고 다음 동작을 이어갈 수 있어 좋았다.

    강력한 잠재력

    본격적인 오프로드 테스트에 앞서 전자장비를 세팅했다. 어반, 익스플로러, 오프로드, 인디비주얼 총 4가지 모드가 있는데 오프로드 모드로 설정했다. 이후 5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를 통해 ATC(아프릴리아 트랙션 컨트롤), AEB(아프릴리아 엔진 브레이크), AEM(아프릴리아 엔진맵)을 가장 강력한 세팅으로 설정하고 ABS는 리어만 해제시켰다. 원한다면 전방 ABS도 해제시킬 수 있지만, 순정 타이어로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되어 참았다.(웃음)

    투아렉 660은 6,500rpm에서 70N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게다가 3,000rpm부터 최대토크의 75% 이상이 분출되고 4,500rpm에서는 85%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스로틀을 부드럽게 열면 타이어가 조금씩 미끄러지면서도 꾸준히 가속된다. 토크 곡선이 완만하여 원하는 속도로 컨트롤하기 쉽다. 그 순간 엉덩이를 뒤로 슬쩍 밀어주면 리어 트랙션이 극적으로 상승한다. 엔듀로 바이크를 다루듯 공격적인 자세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차체의 안정감이나 엔진 출력의 완성도가 높은 만큼 오프로드 그립이 비교적 부족한 순정 타이어가 아쉽다.

    라이더가 탑승만 해도 부드럽게 눌리던 서스펜션은 예상보다 높은 한계를 발휘한다. 초반 댐핑이 부드러운 만큼 금방 한계를 드러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소 과격한 코스도 별일 아니라는 듯 늠름하게 주파한다. 특히 윌리를 했다가 내려놓거나 장애물을 넘고 떨어질 때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전반적으로 끈끈한 핸들링은 오프로드에서도 마찬가지로 빛난다. 타이어의 트랙션이 부족해도 좀 더 공격적인 주행할 수 있었다. 순정 타이어가 온로드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건 좋지만 무궁무진한 투아렉 660의 오프로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감히 예상하자면 투아렉 660에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면 웬만한 어드벤처 바이크는 따라오기 힘들 것이다.

    함부로 예상하지 마라

    우선, 투아렉 660은 쉽고 친절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바이크에 올라 조금만 주행해도 금방 적응하고 즐길 수 있다. 외형상 꽤 진지한 랠리 머신이지만 바이크의 특성 자체는 폭넓은 일반 라이더를 고려했다. 여기에 투아렉 660의 진짜 강점은 예상보다 한계가 높다는 것이다. 초보자들이 쉽게 도전하고 즐길 수 있으면서도 숙련 라이더가 더 강하게 몰아붙여도 묵묵히 받아낸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프릴리아는 온로드 중심의 브랜드라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투아렉 660을 타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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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키워드는 ‘EASY’

    TUAREG 660

    어드벤처 바이크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실제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바이크가 많아졌다. 그래서 실전에서 더 다루기 쉽고 강력한 성능을 내는 어드벤처 모델에 요구가 생겨났다. 이에 대한 아프릴리아의 응답이 바로 투아렉 660이다.

    아프릴리아가 R 1200 GS에 대응하던 카포노르드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오프로드 바이크는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RXV5.5와 같은 똘끼 충만한 오프로드 바이크도 만들었던 이력이 있고 BMW F 650 GS를 BMW와 함께 제작한 이력도 있으니 어드벤처 바이크를 잘 만들 수 있는 배경은 나름 갖추고 있는 회사다. 신형 투아렉은 개발 단계부터 엔듀로와 어드벤처 바이크 사이에서 각각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해 장점은 모으고 단점은 최소한으로 줄여서 만들어졌다. 간단히 말해 풀사이즈 엔듀로 바이크의 가볍고 뛰어난 오프로드 주파성을 기초로 어드벤처 바이크의 장거리 투어링에 대비하고 방풍성을 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콘셉트 자체가 어쩐지 낯익다. 그 자체가 랠리머신의 개발 콘셉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기능의 미학

    전반적인 스타일은 원래의 투아렉 시리즈의 투박하면서도 기능적인 부분들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전면 디자인은 꽤나 개성 있는 모습이다. 이 장르를 대표하는 몇몇 모델들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지녔기 때문에 그들과 닮기 마련인데 투아렉은 그 무엇과도 닮지 않았고 홀로 독특하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디자인이 확 잘생긴 편은 아니다. 차체 전반에 이탈리아 바이크 특유의 화려함보다는 실전 분위기 가득한 터프함이 배어있다. 철저하게 기능을 따르면서도 단단하게 마무리 된 차체는 비록 첫인상에서 약간은 모자란 느낌을 줄지언정 볼수록 매력 있는 디자인이다. 그리고 투아렉 350과 함께 세워두니 곳곳에 오리지널의 라인을 그대로 재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현대적이면서도 은근 레트로 무드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페어링의 글씨는 전부 데칼, 그러니까 스티커다. 차체에 상처가 나더라도 쉽게 커버할 수 있고 비용도 절약되는 구조다. 이런 것부터 오프로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바이크에 앉아 차체를 똑바로 세워보면 차체의 특장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선 가볍고 얇다. 시트에 앉은 느낌은 어드벤처 바이크라는 느낌보다는 랠리키트를 얹은 빅엔듀로에 가깝다.

    EASY

    이 바이크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EASY’다. 처음 바이크에 올라 시동을 걸고 도로를 나가는 순간부터 이 쉬움을 체감하게 된다. 가벼운 클러치는 조작이 편하며 저속부터 올라오는 끈끈한 토크는 차체를 움직이기 편하게 해준다.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도 이보다 마음 편하게 탈 수 있었던 어드벤처 바이크가 있었나 싶을 만큼 편했다. 개인적으로 오프로드를 타며 가장 불편한 순간은 무너지는 노면의 급경사로를 내려가는 것이다. 하중이 실려도 쉽게 그립을 잃고, 그로인해 균형을 잃는 순간 바로 전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벼운 엔듀로 바이크라면 대응이 어렵지 않은데 크기와 무게가 큰 어드벤처 바이크는 불안감이 더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아렉660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드벤처보다는 엔듀로 바이크에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쉽고 편안하게 느껴진 것이다.주행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퀵시프트가 빠졌다. 이건 타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옵션으로 추가가 가능하지만 동사의 RS660은 기본 장착이었던 만큼 충분히 기본으로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스키드플레이트가 실전에서 쓰기에는 조금 부실해 보인다.도로에서의 움직임은 가볍다. 의외로 쥐어짜는 느낌 없이도 속도를 슥슥 잘 붙인다. 그리고 의외로 방풍성이 좋았다. 시트도 엉덩이 아픈데 없이 편하다. 이정도면 사이드케이스를 달고 투어를 다닐 때도 꽤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사이드 백 없는 경쾌한 모습이 훨씬 근사해 보인다.

    투아렉 660은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에는 조금은 못나보이던 생김새도 어느새 듬직하고 멋져 보인다. 타면 탈수록 뭘 좀 아는 사람이 만들었구나 싶은, 그러니까 실력 있는 사람의 손에서 능숙하게 만든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실용적인 디자인과 훌륭한 성능의 조화되어 잘 다듬어진 멀티툴, 어드벤처 바이크의 가장 중요한 미덕을 갖추었다. 이 독특한 디자인에만 공감할 수 있다면 투아렉은 당신의 모든 모험을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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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RILIA TUAREG 660

    엔진형식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81 × 63.93(mm)  배기량 659cc  압축비 13.5 : 1  최고출력 80hp / 9,250rpm  최대토크 70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링크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R18  브레이크 (F)300mm더블디스크 (R)26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220×965×미발표(mm) 휠베이스 1,525mm  시트높이 860mm  건조중량 187kg  판매가격 가격미정

    환상적인 엔듀로 천국

    ENDURO REPUBLIC

    이번 아프릴리아 투아렉 660 프레스 테스트가 진행된 엔듀로리퍼블릭은 이탈리아 피아첸차에 위치한 클럽 하우스로 이름처럼 엔듀로 라이더를 위한 공간이다. 그라짜노 비스콘티(Grazzano Visconti) 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오프로드 교육, 프리라이딩, 투어, 투아렉 익스피리언스 등을 참가할 수 있고 알맞은 장비까지 대여할 수 있다. 정비실, 탈의실, 바이크를 보관할 수 있는 케이지, 샤워실, 숙소까지 모터사이클을 체험하거나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오래된 역사가 담긴 건물 내부에는 각종 랠리 머신과 엔듀로 바이크가 전시되어 있고 각종 트로피와 볼거리가 가득한 그야말로 엔듀로 라이더들의 천국이다.

    ENDURO REPUBLIC
    주소 Via Luchino Visconti, 12, Grazzano Visconti 29020, Piacenza, Italy
    영업시간 일-금 09:00~ 18:00, 토요일 09:00~ 18:30/ 점심시간 13:00~ 14:00


    글 윤연수, 양현용 
    사진 Marco Campelli, 양현용 
    취재협조 피아지오그룹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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