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팔트 위, 짜릿함에 굶주리다
YZF-R7
R7을 처음 맞이한 곳은 스페인에서 열린 미디어 테스트였다. 스페인 남부의 따스한 햇살 아래 R7의 공도와 트랙에서의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첫인상이 매우 그럴싸하다. 침체된 미들급 스포츠 바이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2022년 히트작으로 거듭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을 모양새다.
야마하가 자사 라인업에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이번 YZF-R7은 기존의 YZF-R3와 트랙 사양의 YZF-R6(유럽 판매전용) 사이에 포지셔닝하고 있다. 스포츠 바이크에 새롭게 입문하거나 다시금 스포츠 바이크 세계로 복귀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조금 ‘덜’ 과격한 레이스 레플리카다. 엔진은 기존에 MT-07에서 사용했던 689cc 병렬 2기통 엔진이 탑재되었는데, MT-07과 유사한 점은 이게 다다. 더 높은 등급의 차대를 사용하고, 캐스트 각도 더 세웠다. 프런트 포크와 리어 쇽업소버 역시 새롭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R6와 R1에서 영감을 받은 매력적인 자태를 빼놓을 수 없다.
야마하 MT-07은 실로 엄청난 인기와 성공을 거둔 모델이다. 어쩌면 이런 베스트셀링 모델을 바탕으로 새 모델을 출시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그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이번에 출시된 R7은 기존의 직렬 4기통 엔진의 대표주자 R6를 대체하기 위한 모델은 아니다. 2022 R7의 지향점은 바로 도로와 트랙 주행을 모두를 위한 균형 잡힌 성능과 저렴한 유지비, 높은 접근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야마하의 YZF-R시리즈가 지닌 스타일과 멋진 외형을 담아내는 데 있다. 가격은 8200파운드(영국 기준, 한화 약1317만원, 국내가격 미정)였다.
날것의 맛
아쉽게도 R7은 전자장비 개입 정도를 조절하거나 라이더 모드를 변경하는 등의 기능이 전혀 탑재되어 있지않다. 그렇지만 세팅 자체가 라이더 친화적이기 때문에 그저 무심히 바이크에 올라타 스로틀을 감아도 아무 부담이 없다. 병렬 2기통 엔진은 MT-07과 같이 270도의 크랭크 간격이 만드는 필링은 운전의 맛을 더해준다. 보어와 스트로크, 압축비, 기어박스 등 모든 것이 2021년 유로5 대응을 위해 업데이트 됐던 사양 그대로다. 최고 출력은 8700rpm에서 73.4마력이며, 최대 토크는 6500rpm에서 67Nm를 낸다.
여기에 ‘퍼스트 어시스트 슬리퍼 클러치(First Assist& Slipper Clutch)’ 적용을 통해 엔진 브레이크 개선뿐만 아니라 클러치 레버의 압력도 33% 감소시켰다. 스로틀 직결감 역시 더욱 다듬어져 보다 날카롭고 빠른반응을 보이며 리어 스프로켓을 43T에서 42T로 변경해 변속 간격도 더 길고 여유롭다. R7은 개선된 에어로다이내믹으로 네이키드 모델인 MT-07에 비해 최고속도가 8% 향상되었다는 것이 야마하의 설명이다. R7에 올라타 보니 마치 다듬어질 대로 다듬어진 MT-07을 타는 듯하다. 스로틀 감각은 부드럽고 가속도 군더더기 없다. 270도 크랭크 적용으로 기존 180도 크랭크엔진에 비해 보다 부드러운 병렬 2기통의 느낌이다. 출력 전개 또한 특별히 튀는 지점 없이 부드럽다. 시속85-90마일(136-144km)로 크루징 할 시 엔진 회전수는 6000rpm 언저리에 머물러 아주 여유롭다. 고속 투어링도 입문용 스포츠 바이크 치고 어렵지 않다. 연료캡에 턱을 살포시 얹고 바람을 막아줄 페어링 뒤로 몸을 숨기면 계기판에 기록된 시속 135마일(216km/h)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좀 더 욕심을 내보면 계기판 상시속 140마일(224km)도 노려볼 수 있겠다.
트랙테스트
이번 트랙 시승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레이스트랙에서 이루어졌다. 처음엔 R7이 서킷에서 타기엔 무알콜 맥주마냥 밍밍하지 않을까, 출력이 모자란 R6의 느낌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R7는 R7만의 매력이 있다. 슬로우 코너에서의 펀치력이 좋고 주행보조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엔진 출력을 빠르게 쓸 수 있다. 머신 자체가 지닌 그립력(트랙 시승에는 브릿지스톤 R11 타이어 장착)과 적당한 출력으로 코너를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
이번 트랙 시승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레이스트랙에서 이루어졌다. 처음엔 R7이 서킷에서 타기엔 무알콜 맥주마냥 밍밍하지 않을까, 출력이 모자란 R6의 느낌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 빗나갔다. R7는 R7만의 매력이 있다. 슬로우 코너에서의 펀치력이 좋고 주행보조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엔진 출력을 빠르게 쓸 수 있다. 머신 자체가 지닌 그립력(트랙 시승에는 브릿지스톤 R11 타이어 장착)과 적당한 출력으로 코너를 빠르게 탈출할 수 있다.
물론 직선로에서 심장이 쫄깃할 만한 가속을 보여주진 못한다. 4단과 5단 사이가 상당히 길게 느껴지고 6단역시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오히려 경험이 부족한 라이더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출력이 아니기에 라이더가 잠시나마 한숨돌릴 수 있는 여력을 허락해준다. 덕분에 주행 라인에 집중하며 라이딩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R6나 R1 같은 머신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이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R7는 그렇지 않다.
코너링에서의 R7
R7의 브레이크는 새롭게 장착된 래디얼 마운트 타입의 브레이크로 공도에서는 전혀 불만사항이 없었다. 브렘보 마스터 실린더의 조절식 레버 역시 좋은 브레이킹감을 선사해 입문 라이더 입장에서 매우 든든하게 느껴진다. 트랙에서도 기록을 세울 기세로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면 가벼운 차체를 제어하기에 차고 넘치는 성능을 보여준다. 5단까지 가속한 뒤 브레이킹 시 ABS의 개입이 다소 거슬리게 느껴지는데, 브레이크의 마찰력을 최대치까지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며 패드가 잡히는 느낌이 희미하다. R7로 레이싱을 즐기려거든 ABS를 제거하고 상급패드로 교체하는 편이 좋겠다. 레이스 브레이크는 GYTR 레이싱 패키지를 통해 장착 가능하다. 많은 이들이 R7의 코너링 성능을 MT-07과 비교할 텐데, R7는 MT-07에 단순히 카울을 씌운 버전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바이크다. 차대는 더 견고하고 캐스트각도 세워져 있으며, 새로운 링크 방식으로 차대 뒷부분이 올라가고 리어 쇽 역시 변경사항이 적용됐다. 휠베이스도 5mm 짧아졌다. 프론트 KYB 포크는 완전히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풀어저스터블 도립식 포크가 장착되어있다. 라이딩 포지션 또한 MT-07보단 R6에 가까워 앞으로 무게 배분이 이루어져 있다.
R7은 매우 스포티하고 공격적인 외형을 갖고 있지만, 그 속은 자애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스릴있게 몰아치는 슈퍼스포츠 머신의 감성이 아닌 순한 맛으로 스포츠라이딩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R7의 세팅 역시 공도에서 마주치는 방지턱이나 요철을 잘 넘기도록 맞춰져 있다. 서스펜션의 트래블이 길어 경험이 부족한 초보 라이더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R7과 함께 스페인 남부 도로를 누비는 매 순간이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도심의 정체와 경찰의 눈초리를 피해 산맥 사이에 놓인 도로를 달리다 보니 시간이 점심이 다 됐는데도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별다른 노력없이 무릎을 좌우로 눕히는 것만으로도 바이크 제어가 가능했다. 직전까지 탔던 다른 바이크는 생각도 안 날 정도로 도로 위에서의 매 순간이 결코 두렵지 않았다. 라이더가 다뤄야 할 출력이 73.4마력에 불과하고 이를 차대가 잘 받쳐준다. 라이더 스스로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해주는 구성이다.
전방에 코너를 주시하고 공략할 여유가 있고, 또 빠르게 최고 출력을 뽑아낼 수 있다. 그냥 장난삼아 바이크는 그대로 두고 무릎만 바닥을 향해도 될 정도다. 그립도 좋고 라이더에게 오는 피드백도 훌륭하다. 단, 혹여나 공도에서 트랙데이 마냥 속도를 낸다면 순정서스펜션으론 부족할 수 있다. 제동을 강하게 걸면 노즈다이브 현상이 빠르게 일어난다. 쇽의 트래블이 길고 리어 쇽의 셋팅이 다소 무른 탓도 있다. 하지만 R7은 입문라이더나 비숙련 라이더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맨섬TT 선수 마냥 바이크를 몰아붙이며 그립의 한계치까지 끌어 쓰는 레이서가 아닌 보통의 라이더들 말이다. 트랙시승에서 야마하는 R7 시승차에 트랙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트랙에 맞춘 서스펜션 셋팅을 해 두었다. 그 결과 실망은커녕 그저 R7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극강의 가성비를 갖춘 트랙머신
R7의 가격은 정말 매력적이다. 가격을 생각하면 으레 차대나 서스펜션의 퍼포먼스에 기대하기가 힘든데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시승이 이루어진 스페인 안달루시아 트랙은 코스의 구성이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R7는 이런 고난도 코스 공략이 어렵지 않다. 시승차의 프론트 포크는 트랙에 맞춰 셋팅이 되어있어 브레이킹 포인트를 최대한 늦추고 포크 컨트롤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코너를 돌아가는 느낌이 도검처럼 예리하진 않지만 힘들지 않게, 손쉽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코너에 진입하면 자연스레 감속이 이루어지고 팔꿈치를 바닥에 긁는 제법 그럴싸한 멋진 린 인 포즈가 취해진다. 순정 스텝이 노면에 닿긴 하지만 다른 동급 바이크에 비해 지상고에 있어 별 불만은 없었다. 코너탈출 시 리어 쇽이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에서 오는 부담을 상쇄시켜 준다. 리어에 브릿지스톤 타이어는 충분한 그립을 보이며 빠르게 출력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해준다. 랩타임을 쫒으며 본격적인 라이딩을 하더라도 전자장비의 부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자장비의 부재
라이딩을 보조해주는 전자장비는 확실히 좋은 옵션이다. 전자장비의 여부에 대해서는 대게 의견이 갈리기 마련다. 하지만 TCS나 코너링 ABS가 없다고 R7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이 급 바이크에선 출력을 뽑아내는데 거침이 없고 서스펜션의 피드백 또한 훌륭한다. 하지만, 나는 흑백 티비를 보며 전자장비라곤 하나도 없는 거친 2스트로크 바이크를 타며 자라온 세대이긴 한다. 그리고 R7은 요즘 시대에 새로이 입문하는 라이더들을 위한 바이크이고, 또 대부분의 경우 연중 내내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모델이다. 춥거나 비오는 날씨의 노면에서는 전자장비의 부재가 누군가에겐 크게 와닿을 수 있다. 더욱이 경쟁 모델들이 최신 전자장비를 두르고 출시되고 있으니 말이다. R7의 직접 경쟁 모델인 아프릴리아 RS660은 린 센서티브 라이더 에이드(Lean Sensitive Rider Aid)와 선택가능한 라이딩 모드를 제공한다. 물론 가격은 2000파운드 더 비싸다. 하지만, 쿼터급인 KTM의 RC390이 앞서 언급된 전자장비를 기본 탑재하고도 6000파운드 이하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R7의 인색한 전자장비가 아쉬운 건 사실이다.
결론
야마하의 MT-07은 이미 충분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리고 야마하 라인업에 미들급 스포츠 바이크가 누락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R7의 출시는 매우 영리한 결정이다. 허나 트랙을 누비는 고성능 머신임과 동시에 유지비도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데 가격까지 경쟁력 있게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근데 야마하는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R7의 스타일링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가격은 말할 것도 없다. 공도에서 라이딩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고 또 본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서스펜션 세팅을 조금만 바꿔줘도 트랙에서 충분히 감탄할 만 한 성능을 보여준다. 고속으로 트랙을 질주하는 슈퍼스포츠 바이크에 미련이 있는 게 아니라면 R7과 함께 하는 라이딩 내내 자칫 바보 같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트랙을 공략하고, 공도를 여유롭게 누비며, R7를 타는 동안 다시 젊어진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제한 속도의 두 배를 넘겨가며 아슬아슬 과속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뇌 정지가 올 정도로 미친 출력을 뿜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앞바퀴와 라이더의 심박 수를 들썩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다. R7은 정말 잘 만들어진 바이크다. 미들급 스포츠 바이크 시장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을 존재이자 전에 없던 열풍을 불러일으킬 모델이다. 스포츠 바이크 본연의 재미 속으로 많은 젊은 라이더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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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HA YZF-R7 2022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80×68.6mm 배기량 689cc 압축비 11.5.:1 최고출력 73.4ps / 8,750rpm 최대토크 67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0 ZR17 브레이크 (F)298mm더블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70×705×1,160 휠 베이스 1,395mm 시트높이 835mm 차량중량 188kg 판매가격 1,220만 원
글 애덤 차일드 Adam Child
사진 야마하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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