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투어러라고 짐작하면 큰코 다친다. 느긋한 마음으로 이끌 땐 한없이 편안하다가도 본격적인 자세로 달리기 시작하면 여느 스포츠 바이크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점잖은 분위기와 내 안의 강렬한 열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모델이 바로 R 1300 RS다.
RS는 독일어로 Rennsport, 직역하면 ‘레이싱 스포트’라는 의미인데 R 시리즈 라인업에서의 RS는 단순히 트랙용 레이스 바이크가 아닌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장거리 투어링의 편의성을 겸비한 스포츠 투어러’를 상징한다. BMW는 1976년, 최초의 풀 페어링 스포츠 투어러였던 R 100 RS를 선보인 이래, 방풍성과 스포티한 포지션을 갖춘 장거리 고속 투어러 모델에 RS 배지를 부여하고 있다.

새로운 R 1300 RS는 다른 형제 모델과 같이 발전했다. 기존 1,254cc에서 1,300cc로 배기량을 키운 덕에 최고출력은 136마력에서 145마력이 되었고 최대토크는 143Nm에서 149Nm로 강력해졌다. 엔진 자체 크기를 줄여 기존 대비 약 6.5kg 이상 감량하고 변속기를 하단부로 옮겨 무게 중심을 중앙으로 집중시켰다. 기존의 파이프 프레임 구조가 강철 판금 메인 프레임과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서브 프레임으로 변경됐다. 차체 강성은 높이면서도 슬림한 차체 형상을 완성해 직접적인 운동 성능을 향상시켰다. 기존 전후 휠 대비 1.4kg 이상 가벼운 새로운 17인치 알루미늄 주조 휠로 가속 및 제동 반응성 향상 및 경쾌한 핸들링 특성을 최적화했다.


절묘함
R 1300 RS는 기존보다 핸들 바 높이를 낮추고 풋 패그를 약간 뒤쪽으로 배치해 더욱 스포티한 포지션을 연출한다. 특히 라이더의 상체 중심이 자연스럽게 전방으로 기울어지면서 프런트 휠의 접지력 피드백을 더욱 명확하게 느끼고 더 빠른 선회를 할 수 있다. 동시에 슈퍼바이크처럼 손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느린 속도로 달리거나 일정 속도로 크루징을 해도 부담이 없다. 시트는 부드러운 편이라서 자잘한 요철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장시간 주행에도 불편함이 없다. 엉덩이를 좌우로 옮겨가며 무릎을 내밀기보단 정확한 위치에 엉덩이를 고정하고 달리는 맛이 좋다.

RS 모델에 적용된 47mm 도립식 포크와 새로운 에보 파라레버 리어 서스펜션의 조화는 오묘하다. 기본적으로 텔레레버 방식을 적용한 GS나 RT 모델처럼 전후 피칭 자체가 꽤 억제되어 있다. 이는 새롭게 적용된 전자식 다이내믹 서스펜션 조절 시스템(DSA) 덕분인데 주행 모드, 주행 조건 및 라이더의 조작 등을 계산해 전후 댐핑과 프리로드를 조절한다. 전방에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와 후방에 2피스톤 플로팅 캘리퍼가 제동을 책임지는데 수준 높은 ABS 프로와 어우러져 강력한 제동 성능을 발휘한다. 프런트 브레이크 레버만 움켜쥐면 리어 브레이크와 연동되어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제동한다. 하드웨어 자체의 성능이 타 브랜드보다 우월해서라기보다는, ABS 프로의 완벽한 조율 덕분에 느껴지는 감각이다. 초보자에게 “비상시에는 바이크를 믿고 브레이크 레버를 강하게 당기세요!”라고 조금 무리하게 말해도 누구나 쉽게 제동할 것처럼 안정적이다.



다이내믹 프로
국내 출시 사양은 라이딩 모드 프로 옵션을 기본 탑재했다. 다이내믹 프로 모드를 설정하면 출력, DTC, ABS를 원하는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다른 주행 모드가 편안함과 스포츠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느낌이었다면 다이내믹 프로는 편안함은 그대로 두고 스포츠성만 잔뜩 강화한다. 스로틀 반응이 더욱 즉각적으로 변하고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7,000rpm 부근부터 최고회전수까지는 양팔과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강력하게 내달린다. 프런트 휠이 떠오르면 놀랄 필요 없이 스로틀을 붙잡고 있으면 된다. 차량에 내장된 IMU가 윌리 상태를 인지하고 일정 각도를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가속한다.

제동에도 큰 차이가 생긴다. 연동 브레이크 개입량이 줄어들고 노즈 다이브도 적극적으로 일어난다. 일반 스포츠 바이크를 다루듯 달리면 뒤쫓아오는 차량에게 추월 당하는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빠르다. 개인적으로 무뚝뚝하게 느껴지던 프런트 포크의 움직임이 다이내믹 프로 모드에서는 더 부드럽고 가볍게 움직인다. 전후 피칭 동작을 더욱 크고 명확하게 전달하여 라이더가 타이어의 접지 피드백을 한결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리어 휠 리프트를 허용함과 동시에 리어 휠 슬라이드도 풀어준다. 이전까지는 라이더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뒀다면, 다이내믹 프로는 라이더의 선택과 목적을 최상단에 두는 느낌이다.



코너를 진입할 때 리어 브레이크를 슬쩍 물어주면 고음의 스키드음과 함께 리어 휠이 방향을 바꾼다. 만약 당신이 레이스 ABS나 슈퍼모토 ABS에 익숙하다면 그러려니 싶겠지만, R 1300 RS는 차량 중량 245kg의 거구다. 오버 리터급 어드벤처에 준하는 무게임에도 불안함 없이 날렵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가진 자의 여유
R 1300 RS는 고급스럽고 강력한 주행 성능에 더해 레이더 기반의 최첨단 기능도 모두 갖췄다. 전후 레이더를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전방 충돌 경고(FCW), 사이드 미러 사각지대 경고(SWW)를 지원한다. 특히 FCW의 경우 혼잡한 도심에서도 꽤 똘똘하게 작동하며 라이더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솔직히 다소 이질적인 순간도 있지만, 딱 한 번이라도 전방 추돌을 제대로 막아준다면 옵션값을 단번에 상회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R 시리즈에 모두 적용되고 있는 자동 변속 시스템(ASA)은 결과적으로 ‘성공’이다. 극소수의 베테랑 라이더는 클러치의 부재를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초보자부터 일반적인 대중에게는 섬세한 클러치 웍에 대한 부담이 완벽하게 지워졌기 때문이다. 쉽고 안전한 스포츠 투어러를 찾는다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R 1300 RS가 최적이다.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BMW모토라드코리아 bmw-motorr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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