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박물관 속 유산으로 여겨졌던 우리의 전통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그리고 K-컬처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전통과 현대를 ‘힙’한 감성으로 풀어낸 함보경 작가의 작품은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전시마다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단 위에 전통 기법으로 동양화를 그리는 함보경 작가는 조선시대 풍속화를 연상시키는 인물들을 통해 현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위트 있게 풀어낸다. 색색의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인물들이 전시를 관람하거나 캠핑, 서핑, 야구, 스노보드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모습 속 세세한 디테일이 재미있다.
함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탈 것이 많이 등장한다. 모터사이클뿐 아니라 자전거, 오픈 카 등. 말 대신 모터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시대의 인물은 자유를 상징한다.

“모터사이클을 통해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어디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Intermission; 쉼〉에서는 클래식한 트라이엄프, 할리데이비슨, 모토 캠핑과 함께한 헌터커브 등 다양한 모터사이클이 등장하며, 조선 민속화 속 인물들과 함께 ‘행복’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관람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통 산수화의 구도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그 안에 현대적 오브제를 배치함으로써 시간의 경계를 허문다. 동양화의 특성상 비단 위에 작은 표현을 담는 작업은 고도의 집중과 기술을 요구한다. 함 작가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위해 배채법을 활용하며, 전통 기법 속에 현대적 감성을 녹여낸다. ‘인터미션’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함보경 작가는 공연 중간에 주어지는 휴식처럼 우리의 삶에도 즐겁고 행복한 쉼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요. 제 그림을 감상하는 모든 분들이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소소한 나의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길 바랍니다.”
함보경 작가 인스타그램 @ham_bo_kyung
글 신소영
사진 윤연수
취재협조 갤러리 아트리에 헤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