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GP 기술력을 담은 파니갈레, 두카티 파니갈레V4 S 2025

    이렇게 쉬운 슈퍼바이크가 있다니! 코너의 에이펙스를 내 집을 드나들듯 공략하고 마음 편히 스로틀을 열어 코너를 탈출한다. 그것도 216마력의 슈퍼바이크로 말이다. 그런데 한계가 어디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두카티의 새로운 파니갈레 V4 S다.


    고성능 카본 옵션

    이번 테스트 차량은 새로운 파니갈레 V4 S를 사전 예약한 고객에게 제공되는 카본 패키지가 적용되어 있었다. 카본 프런트 펜더, 카본 클러치/제네레이터 커버, 카본 머드가드, 카본 S JAQJ 플레이트 홀더 등으로 약 800만 원 상당이며 그만큼 고성능의 분위기를 한껏 강조하고 있다. 사이드 페어링에 더해진 카본 윙렛은 이번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좌우 한 세트에 180만 원 상당이라고 한다. 즉, 테스트 차량은 카본 파츠만 1,000만 원 정도가 더해진 상태라는 뜻이다.

    아름다움의 절정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파니갈레 V4 S는 아름다움의 끝을 보여준다. 놀라운 건,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아름답다는 기준이 재정립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두카티가 파니갈레의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느낄 수 있다. 출시 직후 온라인에서는 디자인이 퇴보했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과연 실물을 보고도 그런 망언을 이어갔을지 의문이다. 날렵하게 찢어진 헤드라이트를 기준으로 위에는 더욱 높은 윈드 스크린이 장착되고 아래에는 간결한 윙렛이 붙었다. 순정은 차체 컬러와 동일한 레드 컬러의 윙렛이 장착되는데 순정은 나름대로 레이스 머신 분위기를 내고 카본 윙렛은 고성능 분위기를 강조한다. 다운포스는 이전 모델과 동일하면서도 공기저항은 4% 감소시켰다는 점도 놀랍다. 사이드 페어링은 몇 개의 패널이 결합되는 형태로 어느 한 부분도 그냥 만들어지지 않고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되어 이유 있는 굴곡과 통기구로 이루어져 있다. 연료 탱크는 무릎 공간을 더 날렵하게 디자인하면서도 행 오프 상태에서 더 효과적으로 팔꿈치와 다리를 지지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연료 탱크의 도장 품질은 바라보고 있으면 순간 멍해질 정도로 깊이감이 좋다. 리어 시트와 카울은 만년필의 펜촉처럼 정교하고 날렵하다.

    유연성이 미래다

    디자인 이야기의 끝으로 새로운 더블 사이드 스윙암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에서는 못생겼다는 둥, 파니갈레의 근본이 사라졌다는 둥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 새로운 파니갈레 V4 개발진들은 싱글 스윙암과 더블 스윙암 버전을 모두 테스트했다고 한다. 그런데 216마력의 최고출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받아 내려면 유연성이 필요했고 싱글 사이드 스윙암의 멋을 포기하더라도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집념으로 더블 스윙암을 채택해 비틀림 강성을 37% 낮춘 것이다. 또한 리어 엔드의 무게는 2.7kg 가벼워졌다. 마찬가지로 현재 최상위 모터사이클 레이스인 모토 GP에서도 더블 스윙암만 사용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또한, 엔진 위에 얹어진 프런트 프레임의 비틀림 강성도 기존보다 40% 낮게 설정해 전반적인 차체 강성을 효과적으로 낮췄다고 한다. 두카티의 데스모세디치 GP 머신은 약 65도 린 앵글을 목표로 섀시를 개발하는데 바이크가 60도 정도까지 기울게 되면 서스펜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에? 뭐라고?

    미들 웨이트 슈퍼바이크

    파니갈레 V4 S의 차량 중량은 187kg이다. 겉보기에 참 부담스러운데 막상 앉아보면 가벼운 무게에 놀랄 정도로 만만하다. 시트고는 850mm로 낮지 않지만, 좌우로 약간의 기울어짐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다. 참고로 혼다의 대표적인 4기통 미들급 슈퍼바이크인 CBR600RR의 무게가 193kg라는 걸 감안하면 미들 웨이트 수준이라는 것이다. 시동을 걸면 두카트 V4 특유의 걸걸한 엔진음을 내뿜으며 깨어난다. 스타트는 너무나 부드럽다. 모터사이클에 들어간 모든 파츠들이 적재적소에 맞게 위치해 연결되고 저항감 없이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이는 우리의 신체 중 가장 예민하다는 손끝을 포함해 엉덩이와 발끝으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안정감으로 바뀐다. 그리고 어이가 없게 들리겠지만, 초중반 rpm에서는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다. ‘최고출력 216마력이 고작이 정도라고?’ 싶을 만큼 그렇다. 반대로 말하면, 도심에서 스로틀의 초기 움직임을 그리 예민하게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새로운 두카티 퀵시프트 시스템 2.0은 기어 레버의 위치 센서를 통해 각도에 따라 작동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더욱 직관적이고 빠른 변속을 돕는다. 이전에 압력 센서 방식이었던 퀵시프터는 기어를 정확하게 체결하기 위해 ‘꾸욱’ 눌렀을 때 간헐적으로 울컥이는 증상이 발현됐는데 말끔하게 사라졌다. 만약 파니갈레 V4 S가 마음에 드는데 조작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드러운 초반 엔진 필링과 동시에 막강한 성능의 전자장비가 당신을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차원 넘어선 세계

    파니갈레 V4 S에는 8:3 비율의 6.9인치 와이드 계기반이 장착됐다. 절대적인 공간이 늘어난 만큼 주요한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시한다. rpm 게이지부터 주행 속도, 기어 단수, 린 앵글, 스로틀과 브레이크 입력값, 랩 타임 등을 주행 모드에 따라서 알맞게 배치한다. 특히 레이스 모드를 설정하면 주행 속도가 좌측 하단 모서리에 가장 작게 표시되는 점도 재밌다. 서킷 주행에서는 rpm과 기어 단수, 전자장치 단계와 개입이 속도보다 중요하다는 걸 두카티 개발진은 완벽하게 아는 것이다. 여기에 각 전자장비의 개입 정도는 타이어 소모량과 노면 컨디션에 맞게 즉각적으로 바꿀 수 있다. 가장 놀라운 건, DVO(두카티 비히클 옵저버)다. 두카티 코르세 모토GP 팀에서 개발한 기능으로 IMU를 비롯한 70개의 센서가 모터사이클의 컨디션을 빠르게 파악하고 다음 상황을 예측하여 최대 성능을 발휘하도록 개입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트랙션 컨트롤, 슬라이드 컨트롤, 윌리 컨트롤, 파워 런치,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등이 더욱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작동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로 위에서는 대부분의 전자장비 개입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걸 경험하려고 하다가는 한문철TV에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에게만 존재하는 한계

    파니갈레 V4 S는 달리면 달릴수록 그 감각이 몸에 익고 페이스가 빨라진다. 가속력에 대한 의심은 사라졌고 제동력은 330mm더블디스크와 브렘보의 새로운 캘리퍼인 하이퓨어가 완벽하게 제어한다. 바이크가 기울어지는 감각은 미들 웨이트 스포츠 바이크처럼 부담이 없고 깊은 뱅킹에서도 라이딩 포지션이 안정적이다. 솔직히 더 하드한 제동과 함께 에이펙스를 찍고 더 과감한 스로틀로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으며 탈출해보고싶지만 이미 내가 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한 가지 주요한 건, 파니갈레 V4 S를 통해 내 한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그 이상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어느 순간 더 빠른 페이스로 달리게 된다. 작은 의심이나 두려움 따위는 없다. 파니갈레 V4 S의 한계는 저멀리 내가 걱정할 수도 없는 아득한 높이에 있다.

    트랙에서 다시 만나자

    솔직히 파니갈레 V4 S를 시승하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넘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로드테스트를 마치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파니갈레 V4 S는 도로 위에서 한계는커녕 본격적인 성능의 도입조차도 맛보기 어려웠다. 이는 단순히 216마력이라는 최고출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체공학적인 포지션, 공기역학 디자인, 레이스 eCBS를 비롯한 최신의 각종 전자장비 등 모두를 의미한다. 이전 모델을 도로에서 테스트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아쉽지 않았다. 새로운 파니갈레 V4 S는 정말 트랙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현시점 가장 뛰어난 슈퍼바이크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파니갈레. 직접 달려보고 하나씩 뜯어볼수록 5,500만 원의 가격표도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DUCATI PANIGALE V4 S 2025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형 4기통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보어×스트로크 81 × 53.5(mm)
    배기량 1,103cc
    압축비 14 : 1
    최고출력 216hp / 13,500rpm
    최대토크 120.9Nm /11,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전자식 43mm텔레스코픽 도립 (R)전자식 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200/60 ZR17
    브레이크 (F)33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85mm
    시트높이 850mm
    차량중량 187kg
    판매가격 5,500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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