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모터사이클 레이서, 김민채

    열일곱 살, 아직은 하고 싶은 것이 마냥 많은 나이.
    여기 공부도, 모터사이클에 대한 열정도 놓치고 싶지 않은 당찬 선수가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17살, 바이크 타는 김민채입니다.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아빠를 따라 태백 스피드웨이를 가서 패독에서 바이크를 타 보다가 조항대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때가 23년도였는데, 7월에서 8월까지 두 달 동안 배우고 10월에 TTF 6전을 나가서 처음으로 우승하고 그 뒤로 쭉 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원래 모터사이클 취미를 즐겼던 매니아였네요. 그럼 어렸을 때부터 트랙에 자주 데려가셨나요?
    처음 트랙에 갔던 건 초등학교 5학년 정도였어요. 그때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니까 바이크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었어요. 그때만 해도 이렇게 바이크를 타게 될 줄 몰랐죠. (웃음)

    결국 아버지가 그 길로 이끌어 주신 거네요.
    사춘기 시기에 엄마랑 부딪히기도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빠가 같이 바람 쐬러 가자고 하시면서 태백에 데리고 가 주셨어요. 아빠도 바이크를 타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른 생각은 안하고 집중하게 되니까 너도 한번 해 볼래? 하고 권유한 거죠.

    아빠랑 같이 타보니까 마음이 좀 잡히던가요?
    중학교 1학년 때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하다가 2학년이 되면서 놀고 싶고, 친구랑 놀러 가고 싶기도 하고, 그때 외모에 관심을 가지면서 방황을 했어요. 근데 바이크를 타니까. 딱 모터사이클에만 시선이 꽂혀서 다른 건 다 버리고 바이크에만 집중하게 됐어요.


    두 달 배우고 바로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전 사실 겁도 되게 많은 편이에요. 조항대 선생님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셔서 기초부터 쌓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도 올라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부모님은 남들 앞에 나설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트랙을 달린다는 건 굉장한 속도를 집중해서 달리는 건데 무섭지는 않았어요?
    저는 모터사이클 타기 전에 원래 취미로 스키를 타고 있었어요. 동생은 알파인스키 선수를 하고 있기도 했고요. 알파인 스키는 속도가 50km에서 많으면 100km까지 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모터사이클은 속도가 스키보다 훨씬 더 빠른 스포츠 잖아요. 그런데 저는 헬멧을 쓰고 집중해서 그런지 소리도 안 들려서 꼭 VR 속에서 타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섭다기 보다는 현실감이 없게 느껴졌어요.

    레이디컵에 첫 도전에서 우승을 했을 때 소감이 어땠나요?
    동생은 스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포디움도 올라가보고 했는데, 저는 운동을 하거나 뭘 하면서 1등을 딱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진짜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와서 그냥 너무 좋았던 기억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음으로 어떤 도전을 이어왔나요?
    그때가 10월이었는데 바로 시즌이 종료가 되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그 뒤에 내구레이스가 있어서 마지막으로 참가하고 23년 시즌이 끝났어요. 24년도에는 TTF R레이디 컵과 ST GP, 태백에서 하는 모든 라운드에 다 참가한 다음에 마지막으로는 인제와 태백에 다니면서 탔어요.

    25년도부터 시작한 야마하 YZF-R3컵은 어떻게 도전하게 되었나요?
    항상 대회를 나가기 전에 아빠와 조항대 선생님께서 저에게 맞는 대회가 어떤 건지, 어디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하시고 저에게 이 대회 나가보는 건 어때? 하고 물어보세요. 그때 제가 나가고 싶으면 말씀드리고 R3컵도 그렇게 돼서 준비하게 되었어요.

    그런 와중에 최근 R3컵 우승도 했어요. 축하합니다. 25년 시즌 계획은?
    우선 R3컵 전 라운드에 참가할 것 같아요. 올해에는 해외도 많이 다녔어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여러 서킷도 경험해 보고 일정이 맞으면 다른 대회들도 스팟으로 참가할 예정이에요.

    정말 다양한 트랙 경험을 쌓는 중이네요. 세팡 서킷 같은 해외 서킷 달려보니까 어떤 것 같아요?
    국내 서킷만 타다가 세팡이나 만달리카 서킷은 진짜 모토 GP가 열리는 서킷이잖아요! 그러니까 트랙 워크를 하면서도 여기가 거기인가? 싶기도 하면서 TV에서만 보던 경기장을 타서 정말 좋았죠! (웃음) 해외에 가면 제 나이 또래 선수들도 있고 저보다 어린 선수들도 열심히 하는 걸 보니까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두 가지 신분을 가지고 있잖아요. 학생과 레이서. 둘 중에 어떤 게 더 마음에 들어요?
    레이서요. (웃음)

    고등학생이잖아요. 학교 공부하고 바이크 연습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학교에 있을 때는 최대한 학교 공부에 집중하려고 해요.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시험 기간이면 두 세시간 밖에 못 자고 바이크 연습이랑 함께 하기가 많이 힘들어서 울기도 했어요.

    친구들이 보는 민채의 이미지는?
    고등학교 처음 오면 모르니까 서로 인스타 교환하고 하면서 보잖아요. 그런데 제 인스타에 바이크 사진이 있으니까 애들이 다 안 무섭냐, 진짜 안 탈 것 같이 생겼는데 신기해하고 그래요. 학교에서는 그냥 오토바이 타는 독특한 여자애. 그런 식으로 옆반에도 소문났더라고요.

    힘든 순간에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우선 트랙에서는 무조건 우승하자라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한테 배운 건, 바이크 추월을 하거나 넘어지거나 그런 상황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어떤 상황이 와도 무서워하지 말고 그걸 이겨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해서 라이딩 하면 된다라고 배웠어요.

    그렇군요. 그럼 여태까지 참가했던 대회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TTF PRO 400 레이스에서 그때 레코드 기록을 가지고 있던 선수분과 일본에서 오신 선수와 같이 서킷을 타면서 여러 가지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비록 2등이었지만 그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금 타고 있는 바이크에 별명이 있나요?
    아니요. R3. 그냥 딱 R3. 뭔가 그런거 저는 막 오글거려서 못 하겠더라고요. 점점 T로 변해가는 느낌? (웃음)

    확신의 T, 재밌네요. 그러면 MBTI가 어떻게 되죠?
    원래 ESFJ였는데 바이크를 타면서 TJ가 되는 것 같아요.

    바이크 말고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나요?
    우선 저는 아이돌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웃음) 또래들은 보통 드라마 보고 아이돌 좋아하고 하는데 저는 잘 흥미가 안 가더라고요. 오히려 전 동생이랑 모토GP 할 시간이 되면 모여서 보자! 하고 있죠.

    민채 선수가 좋아하는 아이돌은 모터사이클 레이서군요. 그럼 누굴 제일 좋아해요?
    제 롤모델은 아나 카라스코(Ana Carrasco) 선수라고 저랑 엔트리 똑같은 22번을 쓰는 여성 모터사이클 레이서가 있어요. 작년 WCR 시리즈부터 다 챙겨 보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는?
    목표는 TBS 나 ATC 같은 아시아 세계권의 각종 무대에 참가해 경험을 쌓으면서 WCR 월드 우먼 챔피언십에 나가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이트의 김연아 선수처럼 국내에 여성 모터사이클 선수라고 하면 김민채라고 알 수 있도록 도전해 보고 싶어요. 세계에 한국의 모터사이클을 알리기도 하면서 한국에서도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민채 인스타그램 @m1n._xe

    신소영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알파인스타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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