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에 대한 철학과 이야기, 히카루 미야기 라이브 토크쇼

    서노코와 월간 모터바이크가 함께한 라이브 토크쇼가 용인 서노코 라운지(올드타운로드)에서 열렸다. 이날 토크쇼는 사전 신청한 월간 모터바이크 구독자와 인플루언서, 라이더들이 참여했다.


    지난 6월 18일 용인 서노코 라운지에서 모터사이클 레이서 미야기 히카루씨의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미야기 히카루씨는 본인의 레이싱 인생, 철학, 그리고 세계 최고속 도전의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으며 관객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전성기 시절 일본과 미국을 종횡무진했던 그의 입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다.

    Q. 처음 바이크를 타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제가 어릴 적 TV에서 정의의 편은 늘 바이크를 타는 것으로 나왔어요. 그래서 바이크라는 것은 영웅이 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어른이 되고나서 자연스럽게 바이크를 타게 되었습니다.

    Q. 프로 레이서로 데뷔하게 된 계기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처음엔 바이크가 좋아서 그냥 타기 시작했어요. 수업도 빠지고, 학교에도 바이크를 타고 다녔죠. 매일 산길을 달리며 감각을 익혔고, 어느새 주변에서 레이스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레이스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됐죠.

    Q. 지금까지 참가했던 레이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요?

    A. 레이스를 하고 계신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모든 레이스가 각기 다르게 기억에 남아요. 특히 가장 오래 남는 건 오히려 ‘이길 수 있었는데 놓친 경기’들이에요. 결과적으로는 졌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크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되더라고요. 하나를 꼽으라면 혼다와 함께한 본네빌 스피드챌린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Q. 본네빌 스피드 챌린지에 도전한 계기와 그 경험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60대에 도전한 본네빌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도전이었어요. 660cc 경차엔진을 얹은 혼다 스트림라이너 머신으로 시속 421.594km를 기록했죠. 10미터에 달하는 긴 차량에 탑승해 소금사막을 달리는 것은 마치 비오는 거리를 미끄러지면서 전력으로 달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프런트와 리어에 100그램 200그램 단위로 무게중심을 잡고 차체가 뜨지 않도록 공력 장치를 조작해요. 본네빌 스피드 챌린지에서 차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게 유리합니다.(웃음)

    Q. 본네빌에서 위험한 상황을 겪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A. 본네빌에 도착한 첫날, 대화를 나눴던 레이서가 그날 주행 도중 전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걸 직접 목격했어요.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무대라는 걸 실감했죠. 그럼에도 저는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어요. 그만큼 매혹적인 장소이니까요.

    Q. 지금까지 타보신 머신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모델이 있다면?

    A. 혼다 NSR500이에요. 2스트로크 머신인데 출력은 약 160마력, 차체도 너무 가벼운데 160마력에 무게는 115kg에 불과해 거칠고 다루기 힘든 바이크였죠. 조작이 까다로웠기에 더 애착이 갔던 것 같아요. 지금처럼 전자제어가 없던 시절이라 순전히 사람의 감각만으로 조종해야 했거든요.

    Q. 요즘 바이크들은 전자장비가 많아졌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A.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요즘은 일반인들도 200마력짜리 바이크를 누구나 탈 수 있게 됐어요. 저역시도 공도에서는 당연히 모든 전자장비를 켜고 탑니다. 하지만 트랙에 들어가면 다 끄고 제 감각만으로 조작해요.

    Q. 서노코 오일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계신데, 좋은 오일이란 어떤 것이라 생각하세요?

    A. 오일이라는 건 단순히 윤활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 기계의 감각, 조작성, 안정감, 그런 걸 다 담고 있어야 해요. 스노코 오일은 특히 ‘필링’이 무너지지 않는 게 강점이에요. 장거리 주행을 하더라도 클러치 감각이나 미션의 반응이 유지되죠. 1000km 이상 주행한 후에도 컨디션이 거의 그대로예요. 바이크를 오래 타는 입장에서는 그런 점이 정말 중요하죠.

    Q. 예전 2스트로크 머신과 지금의 4스트로크 머신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2스트로크는 일단 엔진브레이크가 거의 없어요. 브레이킹 포인트도 다르고, 출력이 한순간에 몰려오는 폭발적인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조작도 훨씬 예민하고 날카롭죠. 반면 지금의 4스트로크 머신은 전자제어가 잘 갖춰져 있어서 부드럽고 안정적이에요. 조작이 훨씬 관대해졌고, 라이더가 실수해도 받아줄 여유가 있죠. 개인적으로는 둘 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2스트로크는 정말 ‘기계와 싸우는 느낌’이 강했어요.

    Q. 만약 바이크를 타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으세요?

    A.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웃음) 실제로 연기 학교에도 다녔고요. 주변에서도 많이 권유를 받았는데, 결국 바이크 쪽으로 인생이 흘러갔죠.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Q. 오늘 짧게 투어도 다녀왔는데 어떠셨는지?

    A. 사실 제가 오늘 어디를 다녀온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하지만 길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유명산의)와인딩 코스도 재밌었습니다. 이렇게 기분 좋게 달린 것이 참 오랜만이네요. 한편 서울 시내로 들어왔을 때 트래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도쿄보다 대단했어요.

    Q. 앞으로 다시 도전하고 싶은 경기가 있다면요?

    A. 본네빌 도전을 다시 해보고 싶어요.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젊은 세대들과 함께 새로운 머신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이전에 도전했을 때, 저는 50대였고 함께한 두 레이서는 20대였어요. 나이도, 접근 방식도 다 달랐죠. 그런데도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경험은 정말 멋졌어요. 이번엔 그런 기회를 더 많은 젊은 라이더들에게 주고 싶어요.

    Q. 공식적인 레이스 은퇴는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나요?

    A. 어느 순간,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협의 속에서 자연스럽게 은퇴하게 됐죠. 레이스라는 건 언제까지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바이크를 내려놓을 생각은 없어요. 트랙에서 가볍게 달리는 정도나, 후배들에게 조언을 주는 역할은 계속 하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 나이에서 할 수 있는 레이스라고 생각해요.

    Riding

    미야기 히카루씨는 이번 방한일정 중 짧은 일정에도 짬을 내어 라이딩을 즐겼다. 혼다 모터사이클과 함께 양평 만남의 광장, 유명산을 거쳐 청평 호반로를 돌아오는 코스로 짧은 투어였다. 그는 다양한 혼다 모터사이클 중에도 E클러치가 장착된 CB650R을 처음 경험해보고는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주행을 편하게 돕지만 기능적으로도 완벽하게 작동한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복귀 길에 만난 매콤한 서울 트래픽에서 E클러치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정리 양현용
    사진 세용트레이딩, 양현용

    본 기사 및 사진을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여 업로드하는 것을 금합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저작권은 월간 모터바이크(모토라보)에 있습니다.

    지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