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oat RALLY MONGOLIA 2016
international cross country rally
드넓은 초원과 건조한 모래사막에서 펼쳐지는 가혹한 싸움. 7박 8일간 자신과 바이크의 한계에 도전하며 치열한 레이스를 펼친다. 누구나 스타트 라인에 설 수 있지만, 아무나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수 없는 고된 여정은 모험심 가득한 라이더들을 자극한다.
‘랠리 몽골리아’는 일본의 랠리 전문 단체인 SSER에서 주최하고 몽골에서 열리는 모터사이클, ATV, 자동차가 함께 달리는 크로스컨트리 랠리이다. 1995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17회째를 이어오고 있으며 프로와 아마추어 모두 참가할 수 있다. 몽골의 끝없는 초원과 모래사막을 쉼 없이 달리고, 가파른 계곡, 때로는 강을 건너는 등 험준한 오프로드를 선수들이 개척해나간다. 다양한 도로환경이 펼쳐진 장거리 코스를 지치지 않고 달려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바이크의 내구력과 라이더의 인내력이 필요하다.
거칠고 낯선 길을 누빌 수 있는 라이딩 스킬도 중요하지만, 막막한 벌판이나 절벽으로 막힌 곳에서 헤매지 않도록 길을 읽어내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GPS 사용법, 좌표 입력 법, 방위각 보는 법, ICO와 로드북을 대입하여 가장 빠르게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동구간이라 일컫는 리에종을 거쳐 SS 구간에서 타임트라이얼 방식으로 기록을 측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혹독한 환경과 상황에서 하루 평균 500km씩 이동하며, 7박 8일간 약 3,600km를 완주해 내야 하는 대장정은 상상만으로도 뜨거운 열정을 필요로 한다.
머나먼 여정을 위한 준비
이번 2016년 ‘랠리 몽골리아’에는 #14 류명걸 #15 최중근 #16 박용구 #17 박전구 #18 이재선 #이승재 #20 김태형 #21 진정욱 #22 김민상 #23 안규희 오토 부문 #이명근으로 총 11명의 라이더가 한국 팀으로 참가했다. 그중 6명이 랠리 경험이 없는 라이더이며, 심지어 엔듀로 경험도 거의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의 초심자들이 포함되어있다. 그만큼 대회전에 국내에서 많은 훈련과 사전 준비를 하며 랠리에서 겪게 될 수많은 상황들을 대비했다. 분명 랠리에 도전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지만, 충분한 준비가 있다면 완주를 목표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팀원들의 각오가 남달랐다.
본격적으로 랠리를 앞두고 전체적으로 바이크를 손본다. KTM 450 EXC-R을 베이스로 필요한 장비를 부착하거나 교체하며 가혹한 랠리 환경을 버틸 수 있도록 튜닝 한다. 장시간 주행 중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위해 프런트 페어링을 장착한다. 차대에 구멍을 내야 거치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하루에 500km씩 달려야 하는 특성상 언제나 연료에 신경을 써야 한다. 리어에 보조 연료 탱크를 달고, 메인도 대용량 탱크로 교체한다. 스탠딩 시 한결 편한 포지션을 제공해주는 랠리 스텝과 높은 핸들바도 교체 대상이다. 험한 도로에서 노면과 자체 진동에 의한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핸들바에는 추가적으로 댐퍼를 장착한다. 그 밖에도 두터운 시트와 핸들 부근 주변 장치들을 장착하고 내구성이 좋은 데칼을 차체에 입히는 걸로 몽골리아에서 달릴 준비를 마친다.
ETAP-1 울란바토르-사이한 어워
2016년 8월 7일 : 첫날부터 찾아온 최대의 고비
총 거리 : 587.03km L-1 : 49.91km SS-1 : 287.02km L-2 : 6.35km SS-2 : 226.17km L-1 : 17.56km
랠리 첫날은 울란바토르 남쪽 초원지대에서 시작하여 초원과 모래가 뒤섞인 고비 지역인 사이한 어워까지 총 587.03km를 달린다. 태양이 진행 방향 왼쪽에서 비춰 오른쪽으로 긴 그림자가 생기기 때문에, 태양의 눈부심과 마주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첫 SS 구간을 피니시 하고 1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 여러 문제점들을 확인한다. 가장 큰 골칫덩이는 역시나 먼지였다. GPS 충전도 말썽이다. 랠리는 얼마나 침착하고 정확히 로드맵을 판독해 달리느냐가 관건이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바이크에 오른다. 말라버린 강바닥을 몇 개 건너다보면 건조한 지역 한가운데 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지점이 있다.
일찍 도착한 오피셜은 숙소 안내와 다음날 코스에 대한 공지를 한다. 하지만 도착지에 다른 한국 팀원들이 보이지 않으며 불길한 기운이 첫날부터 찾아왔다. 튜브리스 타입인 R 1200 GS 바이크 휠에 문제가 생겨 GS 팀원들은 연락이 어려웠고, #20 김태형, #21 진정욱, #23 안규희 선수들은 소식 자체가 두절되었다. 그 밖에도 해가 지기 전에 도착했지만 리에종 구간에서 긴장이 풀려 넘어진 #22 김민상 선수와 수리가 필요해진 그의 바이크, 도착지 14km 전방에서 모래에 빠져 바이크를 빼낼 수 없다는 #17 박전구 선수 등 예상치 못한 사고들로 팀원과 매니저들은 가장 어려운 첫날을 보내게 되었다.
나의(#14 류명걸) 바이크 또한 GPS 충전에 문제가 생겨 코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고, 엔진 주변에 오일이 누유 되었다. 짐을 제대로 분산하지 못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정비를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첫날부터 사소한 문제로 기록이 지체됐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 또다시 펼쳐질 치열한 레이스를 위해 새벽 동안 꼼꼼히 바이크를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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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AP-2 사이한 어워-사이한 어워
2016년 8월 8일: 몽골의 기마병들처럼 달리다
총 거리 : 516.66km L-1 : 24.38km SS-1 : 192.99km L-2 : 6.90km SS-2 : 274.32km L-3 : 18.07km
둘째 날은 리에종을 이동해 넓은 초원에서 평원의 남쪽 목적지로 향한다. 일렬로 동시에 출발하여 서로 경합하게 되기 때문에, 어쩌면 오늘 타는 기록이 진짜 실력일지 모른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비슷할 것이고, 누가 더 잘 달리는지 제대로 겨뤄볼 수 있는 구간이다. 둘째 날 경기 준비 중에 도착한 #23 안규희 선수와 #17 박전구 선수는 제대로 잠을 청하지도 못한 채 또다시 출발을 준비했다. 늦게 피니시 하면서 마지막 주유를 못했기 때문에, 출발 직전 기름을 찾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랠리는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일정이 꼬인다. 오피셜과 동행중이었지만 #16 박용구 선수와 #20 김태형 선수는 아직도 피니시 하지 못한 상태였다. 마음을 가다듬고 어제 부진했던 기록을 줄이기 위해 심기일전한다. 깃발이 내려가면 15km가 넘는 초원을 앞만 보고 내달린다. 그리고 항아리 주둥이처럼 생긴 체크포인트에서 만나기 시작한다.
초반 먼지로 인해 몽골 선수가 사고가 났고 헬기로 후송되었다는 소식을 중간에 들을 수 있었다. 하루에 최소 2명씩은 리타이어 하는 게 랠리다. 나는 평소 모터크로스를 즐겨 탔기 때문에 동시 스타트에 큰 부담이 없었고, 좋은 컨디션으로 선두 그룹과 함께 3위로 피니시 했다. 도착해보니 어제 한참을 헤매다 방금 도착한 #16 박용구, #20 김태형 선수가 자리해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낮고 무거웠다. 하지만 무거운 분위기도 잠시, 다음 날 주행을 위해 차량 점검과 예방 정비에 전 팀원과 스태프들이 또 다시 땀방울을 쏟는다.
2편으로 계속됩니다.
Credit
글 류명걸
사진 류민호 외 랠리몽골리아 코리아 팀 / 정리 김기범 기자
취재협조 스포츠모터사이클코리아 www.ktm.co.kr SSER www.ss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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