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라이프 입문 매뉴얼 <05>
타이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다카하시 미캐닉과 함께 알아보는 바이크 라이프 입문 매뉴얼. 지난 3회, 4회에서는 바이크의 정비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바이크를 구성하는 부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성 부품인 ‘타이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커먼 도넛처럼 생긴 타이어. 재질이 고무인 데다 생김새도 죄다 비슷해서 각 타이어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천만의 말씀!
타이어의 좋고 나쁨으로 바이크의 주행 특성이 엄청나게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가령 레이스를 예로 들면,
① 브레이크를 걸더라도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에 브레이킹 포인트를 지금보다 더 깊숙한 곳에 설정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스로틀을 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② 지금까지라면 안쪽으로 접힌다든지 밖으로 밀린다든지 하던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고 버텨주므로 코너링 속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③ 코너링 속도가 올라가므로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게 된다.
④ 스로틀을 열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버텨 주므로 스로틀을 여는 지점이 일러진다.
⑤ 하중을 걸어도 타이어가 버텨주므로 코너로부터의 탈출 속도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참고로, ‘미끄러지지 않는다’ 또는 ‘버틴다’ 라는 말은 ‘큰 그립력(마찰력)을 발휘한다’는 뜻입니다. 타이어 하나만 바꾸더라도 랩타임 1초 단축되는 건 당연한 일로 통합니다.
그러나 만약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①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잘 달리던 바이크가 갑자기 이상하게 변해서 타기가 어려워진다.
② 최악의 경우 원인도 모르게 넘어져 버린다. 넘어진 이유와 원인을 스스로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바이크를 타는 것 자체가 겁이 나고 결국에는 더 못 타게 되는 일도 발생하곤 합니다.
제가 일하던 곳은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관동’지역이라 불리는 곳인데, 최고기온이 35℃ 정도, 동절기 최저 온도 10℃ 부근입니다. 미캐닉이라는 직업 때문에 당연히 매일 왕복 50km 출퇴근은 바이크를 사용했고, 타이어를 선택할 때에도 젖은 노면, 마른 노면은 물론, 1년을 통해서 안정적인 성능, 마모성이나 내구성 등을 고려해서 골랐습니다. 내 바이크를 통해 얻은 오일이나 타이어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고객에게 피드백 한다는 목적도 물론 있었지만요.
한국은 여름은 35℃ 부근, 겨울엔 영하 15℃ 이하라는 50℃ 이상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매우 드문 자연환경입니다. 따라서 제 개인적으로는 기온 10℃ 이하 환경에 있어서의 바이크 주행은 매우 귀중하고 흥미로운 데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기온 10℃ 이하 환경에서 수퍼스포츠 등의 ‘고출력 + 온도 의존도가 높은 하이그립 타이어’ 바이크로 주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온 10℃ 이하 환경에서 수퍼스포츠 등의 ‘고출력 + 온도 의존도가 높은 하이그립 타이어’ 바이크로 주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5℃ 이하에서의 주행은 거의 자살행위에 가깝습니다. 여러분도 ‘내가 어떤 바이크를 타고 있는가’ ‘무슨 목적으로 그 바이크를 타는가’를 충분히 생각해서 바이크를 선택 구입하도록 하시고, 마찬가지로 타이어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타이어를 고를 때의 기준은 첫째, 사용목적 (투어링/레이스? 공도/서킷? 등)이고 둘째는 가격입니다. 타이어 값 아끼려다가 몇 배나 비싼 ‘사람과 바이크 수리비’를 지불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거든요. 물론 아무리 좋은 타이어를 장착하더라도 바이크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타이어 사이즈 : 광폭이라고 좋은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메이커가 지정한 사이즈의 타이어’를 ‘메이커가 지정한 사이즈의 휠’에 끼워서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타이어는 ‘허용 림 사이즈’가 있어서 ‘차종과 사용 환경’에 따라서는 ‘현지 환경에 적합하도록 변경’하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작업을 할 때에는 미캐닉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또한 ‘타이어의 프로파일(노면과 접하는 면의 단면 형상)’ ‘타이어 사이즈’ ‘휠 림 사이즈’ ‘차체 특성(직진 안정성, 코너링 성능)’ 등은 서로가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레이스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한 자가 승리한다’ 라는 것이 그대로 통하는 세계이므로 레이스의 경우를 다시 한 번 예로 들겠습니다. 최근에는 ‘원 메이크 타이어’로 진행되는 추세라 한국의 여러분은 아마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예전에는 수많은 타이어 메이커에서 제공되는 수많은 타이어와 사이즈가 존재해서, 그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표준보다 가는 림’ ‘표준보다 가는 타이어’를 사용하는 팀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즉 ‘광폭 타이어가 정답’이 아니라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뜻이랍니다. 어디까지나 바이크와 타이어의 ‘균형’인 것입니다.
컴파운드 : 무턱대고 하이그립이 좋다?
이것은 타이어를 구성하고 있는 ‘고무’를 가리키는데, 기온이나 주행 환경, 사용 목적 등에 따라 ‘배합’이 달리하는 화학합성물입니다. 일반 도로를 달리는 여러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매우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레이스에서는 차종에 따라 컴파운드를 변경하기도 하고, 같은 차종이라 하더라도 라이더의 주법에 따라 컴파운드를 변경하기도 합니다. 즉, 라이더의 주법, 차체 특성(지오메트리), 엔진 특성 등에 따라 ‘선택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최근의 F1이나 모토 GP에서는 특정 메이커가 공급하는 ‘원 메이크 타이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급되는 타이어에 맞춰 차량을 세팅’하거나 ‘타이어 특성에 맞는 주법을 구사’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상황’이므로 그다지 참고가 되지 않습니다. 원 메이크 타이어 이전의 레이스나 일반 공도 바이크처럼 ‘타이어를 선택’하는 일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시판 타이어에도 센터와 숄더 부분의 컴파운드를 달리 적용하는 이른바 ‘3존 컴파운드’ ‘5존 컴파운드’ 등의 타이어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3존 컴파운드 구조는 주로 투어링 타이어인데, 주행 중에 많이 사용하는 센터 부분은 약간 단단한 컴파운드를 사용해서 내구성을 올리고, 비교적 사용 빈도가 적은 숄더에는 내구성은 낮지만 그립력을 중시한 부드러운 컴파운드를 사용하는 상품입니다. 5존 컴파운드 구조는 주로 경기용에 채용되고 있으며, 센터 부분은 풀스로틀과 풀브레이킹, 엣지 부분은 고속 풀뱅크에서의 그립력 확보, 그 사이의 숄더 부분은 스로틀을 열어 갈 때의 구동력을 노면에 전달하는 동시에 컨트롤하기 편한 슬라이드 특성 등을 추구한다는 설계 방식입니다. 이 경기용 5존 컴파운드 타이어는 각각의 부위를 ‘스위치’ 하듯이 바꿔가면서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그립감 변화 = 컴파운드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진 상태에서 풀뱅크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그립감을 원하는지, 아니면 스위치를 바꿔 켜듯이 표면을 골라 달리고 싶은지에 따라서도 타이어 선택 기준이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또한 차체와의 매칭, 균형도 중요합니다. 경기용 프로덕션 타이어 중에는 차체와 타이어의 매칭 여하에 따라서는 핸들이나 프레임이 요동을 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실제로 제가 예전에 일본에서 정비했던 바이크 중에 ‘가속을 하면 핸들이 떨리기 시작해서, 차체 전체가 요동을 치기 때문에 스로틀을 더 이상 열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고민하는 고객이 계셨습니다. 시승을 해보니 스로틀을 열면 진동이 더 커지고, 스로틀을 닫으면 차체가 요동을 쳐서 사람이 떨어질 지경이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것은 고객이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타이어를 장착했기 때문이고, 운이 나쁘게도 차체 특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케이싱 : 승차감과 컨트롤에 직결
이것도 일반 공도를 달리는 사람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항인데, 케이싱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속도 영역’입니다. 바이어스 또는 래디얼이라 불리는 타이어는 카커스를 겹치는 각도에 따라 구조가 다르지만, 이것 외에도 재질이나 매수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노면과 직접 닿는 ‘트레드’, 트레드와 휠을 연결하는 ‘사이드월’에도 수많은 종류가 존재합니다. 경험을 쌓다 보면 타이어를 손으로 만지거나 눌러 보아서 ‘컴파운드를 확인’함과 동시에 ‘구조를 확인’ 할 수 있게 되는데, 어떤 차체와 매칭이 좋을지, 어떤 식으로 달리면(사용하면) 그 타이어의 성능을 발휘시킬 수 있을지도 대충 알 수 있게 됩니다. ‘원 메이크 타이어’ 레이스가 실시되면서 이제는 사라진 광경이지만, 예전에는 주행 전에 타이어를 만져서 선정, 실제 주행 결과에 조회해서 검증, 최종적으로 결승용 타이어를 선택하는 작업을 당연히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생김새에 모두 똑같아 보이는 타이어지만, 알고 보면 참으로 다양한 선택 요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내 바이크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시켜 주는 타이어를 언제나 찾는 것’이 타이어를 선택할 때의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지닌 사람이 옆에서 조언을 해 준다면 시간과 돈을 훨씬 줄일 수 있겠지요? 그것이 미캐닉이 해야 할 일입니다.
Credit
글 다카하시 히로미츠
일러스트 김종범
다카하시 히로미츠 Hiromitsu TAKAHASHI
1967년 도쿄 태생. 어려서부터 엔진 달린 탈 것에 흥미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라키 혼다’, ‘모토 라보로’ 등의 유력 숍에서 미캐닉, 레이스 활동을 전개. 2005~06년에는 미국 데이토나 레이스에 수석 미캐닉으로 참가. 1999~2007년에 트라이엄프, 모토구찌로 레이스 참전. 모테기 내구레이스 7위 입상. 2007년말부터 한국에 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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