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만난 모터바이크의 역사

    독일 중북부의 니더작센 주 최남단의 도시 아인벡 Einbeck 은 독일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우토반 7번 도로가 지나는 곳에 위치한 약 3만 인구의 아주 작은 마을이다. 최근 들어 이 작은 도시가 많은 이들(독일의 모터바이크 라이더)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쿤스트의 독일 리포트 #02

    독일 아인벡의 모터바이크 박물관에 가다
    PS-SPEICHER

     

     

    독일에는 250여 개의 자동차, 모터바이크 관련 박물관들이 전역에 걸쳐 있다. 이런 다양한 박물관들에는 약 2만 5천여 점의 전시품으로 가득하고 130여 년의 기간 동안 이루어졌던 기술 발전의 역사를 바로 눈앞에서 이해할 수 있게 전시하고 있다. 기업체에서 운영하거나 지자체 주도하에 만든 박물관도 많지만 개인의 자동차와 모터바이크에 대한 열정으로 운영되는 곳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실로 이러한 저변이 독일의 기술력에 밑바탕이 되지 않을까? 이들의 지독한 기술에 대한 사랑은 이러한 박물관들을 방문할 때마다 무언가 짜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인벡에 위치한 PS-Speicher를 알게 된 것은 구독하고 있는 독일의 한 모터바이크 관련 잡지를 통해서였다. 박물관에 전시된 모터바이크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나의 모터바이크 내비게이션은 아인벡에 맞춰져 있었다.

    비록 공휴일이긴 했지만 여유롭게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 출발했지만 박물관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박물관은 리모델링한 옛 느낌의 건물과 행사, 이벤트를 할 수 있고 메인 입구가 있는 신축 건물이 같이 연결된 구조이다.

     

    전시가 시작되는 7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올라가는 도중 시간을 거꾸로 여행해 1800년대로 이동함을 표시해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시선을 돌리면 1800년대 말에 대량 생산방식으로는 최초로 만들어지고 판매되었던 세계 최초의 모터바이크를 만나게 된다. 가솔린 기관으로 구동되었던 힐데브란트 & 볼프뮐러 (Hildebrand & Wolfmüller)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모터바이크의 독일어 의미인 모터라드(Motorrad)를 최초로 사용하고 특허를 받은 브랜드로 기록되어 있었다. 4스트로크 2기통의 수랭 엔진을 장착해 최고 시속 60km/h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모터바이크가 대량생산의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젊은 라이더층이 형성되고 이전에 자전거로는 할 수 없었던 상대적인 장거리 주행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모여 1910년대에 이르러서는 좀 더 빠르고 멀리 주행할 수 있는 아웃도어 콘셉트를 가진 모터바이크들이 등장하게 된다.

     

     

     

    뮌헨에 소재했던 메골라Megola 라는 제조사는 이름도 생소했지만 1920년이라는 당시의 상황을 앞서갔던 디자인과 전륜 휠에 장착된 5개의 엔진과 드라이브 허브 및 연료통 같은 흥미로운 구조 때문에 전시된 모터바이크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1920년대에 제작된 독특한 구조의 MEGOLA 사의 모터바이크
    1930년대 독일인들의 발 역할을 했다는 4개의 브랜드, 4대의 모델 (당시 독일의 4대 브랜드 Zündapp, NSU, BMW, DKW)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인 큰 변화를 겪게 되는 독일은 모터바이크 문화에서도 화려함을 버리고 간편하고 가벼운 형태의 모터바이크로 전환해 여가를 즐기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모터바이크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100여 개의 제조사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간 전쟁을 치르고 변화에 살아남은 브랜드를 통일 이전의 동독과 서독의 모터바이크로 분류해둔 공간. 모두 바이크를 운송할 때의 박스 포장과 같은 모습으로 전시하고 있어 재밌었지만 전시된 모터바이크들 모두 하나같이 소장하고 싶은 아름다운 외관을 가졌다.

     

    1970년대 모터바이크의 출력과 화려함에 더욱 치중하던 때에 독일에서 생산하던 모터바이크를 항상 넘어섰다는 평을 받은 뮌크(Münch). 높은 가격대에 하이엔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모터바이크로 지위나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진의 모델은 1200 TTS-E, 4기통, 1,177cc에 88마력을 가졌으며 1970년부터 1976년까지 400대가 생산되었다. 이 모터바이크의 유명세 탓인지 당시의 모터바이크 제조사인 NSU의 사장도 직접 뮌크의 모델을 시승을 했었는데 그 놀란 표정이 사뭇 재밌기도 하다.

     

     

    아인벡의 모터바이크 박물관은 모터바이크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모터바이크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던 독일 내의 상황에 따라 시기를 분류하여 전시하고 있다. 100여 개의 모터바이크 제조회사들이 경쟁했던 시절, 전쟁 전/후의 변화, 모터바이크의 힘과 스피드를 고민하던 시기, 일본 브랜드에 의해 찾아온 어려웠던 시기와 미래의 바이크 콘셉트까지 잘 정리해 둔 박물관 중의 한 곳이다. 독일을 방문하는 모터바이크 팬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다.

     

     

    PS-Speicher
    PS-Speicher는 1897년부터 중간에 약 10 년 정도를 제외하면 밀과 같은 곡물을 보관하던 장소였다. 2000년부터 자동차와 모터바이크를 위한 박물관으로 리모델링을 시작해 2014년 7월부터 대중에게 선보이기 시작했다. 전시 공간, 레스토랑, 호텔, 이벤트 홀 등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서 모터바이크와 올드 타이머 또는 기계, 기술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웹사이트 : ps-speicher.de

     


     

    Credit

    글/사진 쿤스트

    2012년 독일로 이주해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코리안 라이더. 유유자적 경치 구경을 하면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라이딩 타입.  독일에서 홀연히 은퇴할 때까지 일하며 모터바이크 문화와 캠핑을 천천히 즐겨 보는 게 작은 꿈이다. 그리고 독일, 유럽 전역에 걸쳐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모터바이크 관련 박물관과 행사 참석을 계획하고 있고 느릿느릿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앞으로 독일 유럽에서 열리는 재밌는 이벤트들과 멋진 투어 코스, 라이더들이 궁금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http://blog.naver.com/auto_welt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웹사이트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뭍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

     

     

     

     

    지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