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브랜드의 영광을 되찾을 슈퍼 로드스터
/
한눈에도 아름다운 이 마세라티의 이름은 ‘마세라티 MC20 첼로’다. MC는 이탈리아어로 ‘마세라티 코르세(Maserati Corse)’의 줄임말로, 영어로는 ‘마세라티 레이싱’을 뜻한다. 첼로는 ‘하늘’을 의미한다. 즉, 이 차는 레이싱 헤리티지를 담은 컨버터블이다. 많은 자동차의 이름이 대부분 멋지고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큰 의미는 없다. 반면 MC20 첼로처럼 단순 명료하게 지어진 이름은 차의 성격을 명확하게 나타낸다. 태생부터 꾸민 모습까지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이 차의 이름에 담긴 숫자도 중요하다. ‘20’은 스텔란티스 그룹에 통합되어 마세라티 브랜드가 새 시대를 맞이한 2020년을 의미한다. 과거 피아트 그룹 산하에 있던 2000년대 초, 페라리와 파워 트레인을 공유하며 등장했던 MC12(12기통)의 경우 국제자동차연맹 GT 클래스 규정에 맞춰 제작한 일반 도로형 레이스카였다. 그런 역사의 흐름을 따라서 MC20 첼로도 순수한 레이싱 열정과 슈퍼 스포츠 헤리티지를 그대로 이어가고자 한다.
황홀한 비율과 정제된 디테일
MC20 첼로의 외형 디자인은 레이싱카 헤리티지와 최신 자동차 공학 기술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모든 부품이 어우러져 하나의 유기체처럼 꿈틀거린다. 앞 범퍼에 커다란 공기 흡입구는 넓게 하단부로 깔렸고, 가운데 커다란 마세라티 삼지창 로고가 과거의 영광을 강조한다. 앞 범퍼의 생김새나 작고 날렵하게 만들어진 헤드라이트, 앞바퀴 팬더 옆에 포인트 라인 3개 등은 1950년대 250F 포뮬러원 레이싱카에서 1970년대 보라를 거쳐 2000년대 3200GT와 MC12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마세라티의 전통적 디자인 터치다.
과거의 모델들과 다른 점이라면 전체적인 디자인 완성도가 훨씬 세련됐다는 점이다. 바퀴, 차체, 운전석과 지붕의 비율은 숨이 막힐 정도로 멋지다. MC20는 레이스카처럼 높이가 낮고 폭이 넓은 모습이다. 네 바퀴 위로 툭 튀어나온 팬더라인은 자신감의 상징이다. 다소 과하게 보일 정도로 자극적인 모습이지만, 존재감은 거부할 수가 없다. 특히 지붕에서 트렁크 라인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쿠페 라인은 완벽하다. 이보다 완벽한 비율의 스포츠카는 없다고 단언하게 될 정도다. 운전석 뒤에서 트렁크까지, 두 개의 버블 라인을 제외하면 차의 뒷모습은 수평적으로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이런 디자인은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 외에도 공기역학적으로 뛰어난 구조라고 풀이할 수 있다. 탑승자 머리 뒤로 자리한 높은 더블 버블 패널 디자인은 지붕을 열었을 때 더 강조되어 보인다. 자동차 중앙 터치스크린에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시속 50km 이하로 주행 중에도 약 12초 만에 지붕이 열린다. 지붕은 트렁크 적재 공간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운전석 뒤 엔진 위로 정교하게 수납된다. MC20 첼로는 로드스터 모델이지만 지붕에 투명 글라스 루프 기술을 사용해서 쿠페 상태일 때도 개방감을 높일 수 있다. 글라스 루프는 고분자 분산형 액정(PDLC) 기술로 버튼을 누르면 즉시 반투명하게 변한다.
MC20 첼로는 강렬한 겉모습과 달리 차분하고 우아한 실내를 가지고 있다. 실내로 들어서기 위해 문을 잡아당기면 도어가 45도 앞쪽으로 날개처럼 올라가며 열린다. 올라간 도어 아래로 커다란 앞바퀴와 탄소섬유 섀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런 버터플라이 디자인 도어는 단순히 시각적인 만족감 외에도 타고 내리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넓은 주차장에서는 그렇다. 내가 이 차를 경험했던 현실에서는 옆에 세워진 자동차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고 타고 내리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어쨌든, 부드럽게 올라가는 도어는 MC20 첼로를 더 특별하게 보여주며 특별한 유압 힌지로 문을 닫을 때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닫힌다.
실내는 최고급 가죽과 스웨이드, 탄소섬유로 조화를 이룬다. 스티어링 휠은 9시와 3시에 스웨이드, 12시와 6시를 탄소섬유로 마무리해서 두 손을 통해 은은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정렬적인 빨간색이 아니라 차가운 파란색으로 만들어진 엔진 스타트 버튼이 MC20의 목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내는 간결한 편이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크기가 크지 않지만 차의 모든 기능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기어 레버 주변은 현란한 디테일로 시선을 끈다. 주행 모드 스위치는 로테이션 방식이고, 가운데 작은 디스플레이로 현재 상태를 표시한다. 디스플레이를 부드럽게 좌우로 밀면 서스펜션 세팅을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 아래로 주행과 후진 같은 변속기를 버튼으로 마련했다. 사벨트와 협업해서 제작한 스포츠 시트는 쿠션감이 단단한 편이다. 보기에는 버킷 시트 모양을 하고 있지만 허리와 허벅지 부분을 받쳐주는 능력은 부족한 편이라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실내에는 수납공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겨울에 두꺼운 외투를 벗어두거나 기내용 여행용 케리어 등은 들어갈 공간 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앞쪽 프렁크에는 서류 가방을 간신히 넣을 작은 공간이 있고, 뒤쪽 트렁크에는 백팩 두 개를 구겨 넣을 공간이 전부다. 따라서 첼로를 타고 장거리 여행은 애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똑똑한 파워트레인과 민첩한 섀시의 만남
운전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 마세라티가 생각하는 MC20 첼로의 존재 이유다. 시동 버튼을 깊게 누르면, 엔진이 큰 숨을 들이쉬며 요란하게 깨어난다. 이 차는 뿌리에서부터 진정한 스포츠카를 꿈꾼다. 흥미로운 점은 어딘가 오묘한, 독특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포르쉐의 그것이나 페라리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기본인 GT 모드에서는 품위가 있다. 차분하고 나긋하다. 코너의 중심을 찾기 위해 드라이버가 날카롭게 신경을 세워야 하는 움직임이 아니다. 빠르고 민첩하지만 동시에 안락성에 초점을 맞춘다.
V6 3.0리터 트원 터보 엔진의 이름은 ‘네튜노’. 100% 마세라티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 V형 엔진은 90도 크랭크각을 사용하고 드라이-섬프 방식으로 엔진 오일을 순환한다. 최고출력은 630마력(7,500rpm)이고 터보엔진 특성상 저회전 구간인 3,000rpm부터 최대 토크 73.4kg·m를 발휘한다. 네튜노 엔진이 흥미로운 것은 바로 트윈 스파크 플러그가 포함된 혁신적인 프리챔버 연소 시스템에 있다. 포뮬러 원 엔진 기술에서 파생된 것으로 연소실 상단에 스파크 플러그가 프리챔버(예연소실) 안쪽에 들어 있는 특수한 형태로 디자인된다. 이런 구조의 장점은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연소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노킹 발생 가능성을 혁신적으로 줄여서 고회전에서 출력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실제로 네튜노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정적 인가는 체감으로 느낄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가속 페달 반응이 아주 사실적이고 웅장하다는 것이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고 모든 엔진 출력을 과감하게 분출해본다. 가속 페달에 과감히 힘을 줄 때 윈드 실드 너머의 세상을 향해 첼로가 날카롭게 파고든다.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320km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차가 달려 나가는 모든 과정이 미친 듯이 빠르거나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 오히려 예상보다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등을 떠미는 가속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두툼한 토크가 차를 고회전까지 꾸준히 이끈다. 짜릿한 배기음이 차와 함께 달린다. 엔진 회전수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차체 꽁무니에서 우렁찬 배기음이 쏟아진다. 나날이 엄격해지는 환경 및 소음 규제에도 MC20 첼로는 여전히 마세라티의 작품임을 소리로 증명한다. 여섯 개의 실린더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며 환상적인 음률을 만든다. 과거 마세라티의 V8 자연흡기 엔진이 들려줬던 오케스트라 사운드와는 분명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건 요즘 방식의 재즈나 클래식이다. 방식이 다를 뿐, 흥을 가진 본질에 충실하다.
서스펜션을 소프트 모드에 두고 달릴 때는 승차감이 무척이나 좋다. 편평비가 35~30 시리즈인 20인치 타이어를 달고, 심지어 뒷타이어는 폭이 305mm에 달한다. 하지만 요철이 가득한 시내에서 승차감은 소형 세단과 비슷하다. 승차감 부분에서 이 차는 데일리 슈퍼카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서스펜션을 미드로 바꾸고 주행 모드를 코르사로 변화시키면 자동차의 성격이 급격하게 달라진다. 스티어링 휠이 가리키는 방향과 운전자가 예상한 움직임이 처음에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다 하나의 라인으로 서서히 융합된다. 운동 성능 면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낮은 무게 중심과 단단한 섀시, 유연한 서스펜션이 탁월한 결과를 만든다.
코너를 향해 급회전을 시작할 때도 무게 중심이 좌우로 거의 변화하지 않고 앞머리가 먼저 반응한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중 회전 응답성이 이렇게 빠른 차는 드물다. 너무 빨라서 레이스카처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코르사 모드에서 코너링할 때는 섀시가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서스펜션이 눌리는 감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운전하면서 위화감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상한 표현 같지만, 단단한데도 유연하다. 어찌나 유연한지 다루기 쉽다는 착각이 든다. 브리지스톤 포텐자 스포트 타이어는 속도에 상관없이 끈적한 접지력으로 대응한다. 반대로 빠른 코너링 중에 각 바퀴의 타이어 접지력 변화까지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 감각은 트랙 주행처럼 본격적인 주행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MC20 첼로는 하늘과 마주하고 진지하게 달린다. 코너를 돌파하는 감각의 절반의 경주용 차 같다. 하지만 절반은 호화로운 이탈리아 소파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이것이 마세라티다. MC20 첼로는 분명히 개성적인 자동차다. 슈퍼카 그룹에서도 비슷한 차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진지한 주행 성능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운전자에게 주는 감각은 여유롭다. 또한 하나로 정의하고 판단이 어렵다. 차를 타는 중이나 내려서 주차장에 서 있는 모든 순간을 다른 가치로 바라보게 된다. 그런 모든 순간을 첼로와 즐길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이 모든 것은 마세라티 기술자들이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MC20 첼로를 경험한 후 확신이 들었다. 마세라티는 과거의 영광을 분명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다.
/
MASERATI MC20 CIELO
레이아웃 리어 미드 엔진, RWD, 2인승, 로드스터
엔진형식 V6 3.0 트원터보, 630마력, 73.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8단 자동
휠베이스 2,700mm
길이×너비×높이 4,670×1,965×1,215mm
복합연비 7.1km/L
0→100km/h 3초
0→200km/h 9.2초
최고 속도 320km/h
무게 1,715kg
기본 가격 3억 8,300만 원부터~
글 김태영 모터저널리스트
사진 양현용
본 기사 및 사진을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여 업로드하는 것을 금합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저작권은 월간 모터바이크(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