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포지션,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는 형제 모델과의 간극을 더욱 벌렸다. 간결한 계기반, 액시얼 캘리퍼, 짧은 트래블의 서스펜션, 낮은 최저지상고까지. 단순히 보면, 모두 단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스크램블러 1200 X는 또렷한 목적 속에 더욱 빛나는 모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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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영화관에서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보다가 나 홀로 전율을 느끼며 소리를 질렀다. 주인공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악당에게 빼앗은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를 타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점프하던 그 순간, 이 세상에 그만큼 섹시한 바이크는 없었다. 사실, 영화 속 모델은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 1200 XE(이하 1200 XE)로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는 모델이다. 순정에 가까운 상태로 까다로운 오프로드 랠리에 출전하여 포디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다. 나를 포함한 그 영화 속 장면에 감동받은 사람이라면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에 관심 갖고 1200 XE를 찾아봤을 것이다. 그리고 좌절했을 것이다. 870mm의 아득한 시트고와 묵직한 무게로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아쉬움을 트라이엄프가 눈치 챈 것일까? 새로운 스크램블러 1200 X(이하 1200 X)는 누구든지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게 설계됐다.

    차별화


    1200 X의 전기형인 스크램블러 1200 XC는 형제 모델인 1200 XE에 비해 마이너 모델의 향기가 짙었다.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만, 비교적 낮은 시트고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 포기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새로운 1200 X는 스크램블러의 스타일은 고스란히 지키면서 더 많은 라이더를 포용하는 패키징이다. 더 짧은 전후 170mm 트래블의 서스펜션으로 시트고는 820mm를 완성했다. 이는 기존의 1200 XC에 비하면 20mm 낮고, 1200 XE에 비하면 50mm 낮은 수치다. 그만큼 더 많은 라이더에게 스크램블러의 문턱을 낮춰줄 뿐 아니라, 짧은 스트로크만큼 더 탄탄한 댐핑 세팅으로 1200 XE와 차별화된 핸들링 감각을 제공한다.

    익숙한 듯 다른 재미


    주행모드는 레인, 로드, 스포트, 오프로드, 라이더 총 5가지로 마련됐고 스위치 뭉치의 M 버튼으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모드마다 엔진 출력, ABS, TCS의 설정 값이 변경되고 개인의 입맛에 맞게 각 모드의 전자장비 세팅을 조율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출력과 낮은 전자장비 개입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오프로드 모드를 튜닝했다. 오프로드 모드는 유일하게 오프로드 ABS와 TCS 해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200cc 병렬 트윈 엔진은 기존과 거의 동일한 출력과 토크, 필링을 낸다. 스로틀을 쥐는 동작부터 두툼한 토크가 쏟아지기 시작해 4,250rpm에서 최대토크인 110Nm를 발휘한다. 매끈한 연료 탱크는 니그립을 아무리 세게 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고, 시트의 마찰력과 그립을 쥔 악력에 의존하며 토크를 이겨내야 한다. 스스로 ‘나는 나약하지 않아!’를 되새기며 과감하게 스로틀을 말아 쥘 때마다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생기고 바지는 엉덩이를 노출한다. 오히려 한계회전수까지 rpm을 꽉꽉 채워가며 달리면 후반부에 슬쩍 주춤하는 토크 곡선 덕분에 자세를 고쳐잡고 정확하게 변속할 여유가 생긴다. 최고출력 90마력은 기존보다 조금 일찍 7,000rpm에서 발휘되는데 그 시점은 별반 다르지 않다. 엔진의 캐릭터가 동일함에도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서스펜션에 있다.

    이상적인 차체 설정


    새로운 전후 170mm 트래블의 마르조끼 서스펜션은 비교적 짧은 만큼 탄탄한 댐핑으로 설정됐다. 물론, 리어 쇽은 프런트 포크에 비하면 무른 세팅이지만, 250mm 트래블의 1200 XE와 비교하면 시작부터 80mm가 눌린 상태인 셈이다. 그만큼 엔진 출력이 리어 휠로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더 빠르게 원하는 페이스로 달리기 좋다. 프런트 포크는 댐핑 조절이 불가한 제품인데 예상보다 탄탄한 댐핑 덕분에 쉽게 불만이 떠오르지 않는다. 조절식 서스펜션을 어설프게 세팅하는 것보다 트라이엄프 서스펜션 설계 전문가의 설정, 그 제안된 값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310mm 더블디스크와 니신의 2피스톤 액시얼 캘리퍼가 적용됐는데 제동력과 포크의 댐핑 조화가 꽤 근사하다. 이전 모델의 브레이크 세팅에 비해 더 세세한 조작이 가능해졌다. 걱정했던 최대 제동력도 타이어의 한계까지 만들어내며 선방했다.

    고유의 매력


    신호 대기 중에는 오른쪽 허벅지 뒤편이 뜨끈하게 데워진다. 업스타일 머플러 특유의 배기열이 서서히 바지를 뚫고 피부까지 침투한다. 그때마다 깜짝 놀라 발을 바꿔주다가 웃음이 터졌다. 스크램블러 1200 X는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재설정되었다. 하지만, 고유의 포지션, 스타일, 주행 재미, 업스타일 배기가 만드는 화끈함까지, 그 매력은 하나도 빠짐없이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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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UMPH SCRAMBLER 1200 X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크램블러 스타일
    21인치 휠의 독보적인 핸들링
    막강한 형제 모델의 존재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7.6 × 80(mm)
    배기량 1,200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90hp / 7,000rpm
    최대토크 110Nm / 4,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21 (R)150/70 R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5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834×1,185mm
    휠베이스 1,525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 228kg
    판매가격 2,290만 원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트라이엄프코리아 triumphmotorcycl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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