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바퀴가 선사한 자유,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

    겨울철의 미끄러운 노면과 궂은 날씨마저도 ‘세 바퀴’의 든든함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는 순간,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는 라이딩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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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국내에 이 모델이 정식으로 출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궁금했다. 지난 미국 투어 때 고속도로 위를 달려가던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는 이르게 되었지만 제법 시간이 흘러 드디어 타보게 되었다. 테스트 당일은 노면이 습기를 머금은 염화칼슘 때문에 축축하게 젖어있고 진눈깨비가 날리던 날이었다. 보통의 바이크였다면 테스트 자체를 취소해야 할 정도의 악조건이지만 트라이 글라이드에게는 오히려 좋은 환경이다.

    두 바퀴와 세 바퀴의 장점들, 혹은 단점들

    예전부터 트라이크에 대한 일반적이 라이더들의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넘어지는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탈것이라는 인식, 혹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탈것 같다는 의견도 많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할리데이비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고령의 라이더나 차체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여성라이더, 혹은 일반적인 모터사이클을 타기 어려운 신체조건을 가진 라이더들이 트라이크를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고작 그것만이 트라이크의 존재 이유의 전부였다면 이렇게 꾸준히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그래서 내가 궁금했던 것은 할리데이비슨 트라이크가 얼마나 재밌느냐다. 이 모델에 대한 선택의 이유가 어찌되었던 타는 동안 재밌어야 세 바퀴에 의미가 생기는 것일 테니까. 그래서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에 올랐다.

    디자인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는 뒷바퀴가 두 개라는 점을 빼면 일렉트라 글라이드 울트라를 쏙 빼닮은 디자인이다. 실제로 전면 부는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앞쪽에서 차이점을 찾자면 차량의 주행 특성에 맞춰 프런트 포크가 앞쪽으로 길게 뻗어있다는 점 정도다. 이 때문에 측면에서 보면 차체가 확실히 길어 보인다.

    운전자 시트 뒤쪽은 확실한 변화가 보인다. 좌우 새들백대신 리어펜더가 큼직하게 자리 잡고 그 아래 자동차처럼 평평한 타이어가 장착된 두 개의 리어휠이 자리 잡고 있다. 정면에서 보면 리어휠과 펜더만 원래의 차체 바깥에 덧붙여진 모습이다. 투어팩 탑케이스는 두 바퀴 모델과 공유하는 것이며 사이드 케이스 대신 중앙에 큼직한 트렁크가 있다. 트렁크 내부 공간이 풀페이스 헬멧 두 개를 수납하고도 한참 남을 정도로 넉넉해 두명의 라이더의 짐을 야무지게 챙겨갈 수 있다.

    시트위에 앉아 보이는 모습은 영락없는 할리데이비슨 투어링이다. 엔진의 고동감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차체를 출발시킬 때 차이점이라면 왼쪽 발판 뒤쪽의 파킹브레이크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 정도랄까? 클러치 조작이나 변속은 모두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바이크를 다루는 감각은 여느 할리데이비슨과 다르지 않다. 엔진은 투어링 패밀리에 널리 사용 중인 트윈쿨드 밀워키에이트 114엔진을 장착했다. 1868cc배기량에 최고출력 87마력, 163Nm의 토크를 낸다. 같은 배기량의 울트라 리미티드의 93마력에 비교하면 출력은 살짝 낮아졌지만 최대 토크가 나오는 시점을 500rpm 낮추고 최대토크도 3Nm 높였다. 묵직한 무게의 트라이크 특성에 맞춰 엔진을 튜닝 한 것이다.

    주행성능

    차체의 좌우 롤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후 서스펜션이 단단하기 때문에 승차감은 두바퀴 투어링들보다는 훨씬 딱딱하게 느껴졌다. 트라이크 특성상 리어 서스펜션이 너무 무르게 되면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크게 쏠려서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반 도로를 달릴 때는 안심감 차이가 압도적이다. 사실상 자동차와 동일한 안정감을 주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좁은 틈을 지나갈 때 차량 앞쪽만 지나가고 나면 뒤는 자연스럽게 통과하던 일반적인 투어링과 달리 리어 휠의 위치와 폭을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차체 폭에 익숙해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며 폭 자체가 1390mm로 경차인 모닝(1595mm)보다 좁아서 의외로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트라이크의 가장 큰 장점은 세 바퀴가 노면을 지지하기 때문에 늘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륜이 두 개인 정삼륜 방식의 트라이크는 제동하며 코너에 들어갈 때 차량의 균형이 쉽게 흐트러지며 만약 한계를 넘어서 과도한 코너링을 시도하면 차량이 전도될 수도 있다. 트라이크가 안전하지만 빠르게 달리려면 더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던 특성이고, 과거 삼륜차량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점이다. 하지만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는 최신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는다. 차량이 급회전시에도 출력과 제동에 개입해 차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라이더는 한계이상의 영역으로 차체를 몰아붙였을 때 전자장비가 개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테스트 내내 미끄러운 노면과 타이트한 코너를 달렸다. 처음에는 수시로 개입이 느껴졌지만 이내 개입이 작동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연스럽게 달리게 된다. 전체적으로 페이스를 낮추었지만 이 계절, 이 날씨에는 모터사이클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전륜이 하나인 관계로 코너에서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 코너링 중에 핸들을 놓으면 직진하기 때문에 핸들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잡고 있어야한다. 속도가 느릴 때는 저항도 적지만 속도가 높아질수록 핸들의 저항도 커지기 때문에 양손으로 단단히 잡아돌려야 한다. 와인딩 로드에서 체력소모가 큰 것이 단점중 하나다. 그래도 스티어링 댐퍼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안정적인 코너링을 돕는다. 6단 미션은 투어링 모델과 동일하게 적용되며 561kg의 묵직한 차체를 후진시키기 위해 후진 기능을 추가했다. 후진은 엔진 동력이 아닌 모터의 힘을 빌려서 후진하는 것이라 자주 사용하면 모터 수명에 좋지 못하다고 하니 꼭 필요할 때만 쓰는 것을 권한다.

    투어링 모델과 동일한 시트를 사용하는 만큼 탠덤 시트의 안락함은 뛰어나다. 하지만 주행 시 운전자가 뒷사람을 배려 할 필요가 있다. 트라이크는 코너에서 차체를 기울여 타지 않기 때문에 원심력에 의해 코너 바깥쪽으로 향하는 횡G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랑 똑같은 것이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손잡이가 추가로 달려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탠덤 주행 시에는 페이스를 낮추는 것이 좋다. 요철에 의해 튀는 느낌도 뒷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지 때문에 요철을 넘을 때도 속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뭐 일단 이건 차량 특성 이전에 운전 매너의 문제겠지만.(웃음)

    겨울이라 더 즐거운 세 바퀴

    한겨울에도 넘어질 걱정을 전혀 할 필요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은 꽤 신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동차보다는 바이크를 탈 때 느껴지는 재미에 더 가깝다. 여기에 열선 장비가 보편화 되어있는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에게는 추위는 전혀 문제가 되질 않는다. 한국은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는 요즘이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세 개의 바퀴가 만드는 안정감과 존재감은 일상적 라이딩의 틀을 새롭게 뒤 흔든다. 할리데이비슨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는 전통적인 투어링 바이크의 편안함과 압도적인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넘어질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트라이 글라이드를 타고 장거리 투어를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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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LEY-DAVIDSON TRI GLIDE ULTRA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바퀴의 안정감
    압도적인 존재감
    넉넉한 적재 공간
    투어링 모델치고는 단단한 승차감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V트윈 OHV 4밸브 밀워키에이트 114
    보어×스트로크 102 × 114(mm)
    배기량 1,868cc
    압축비 10.5 : 1
    최고출력 87hp/5,020rpm
    최대토크 163Nm /2,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2.7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9mm 정립식 (R) 트윈쇽업소버
    타이어사이즈 (F)MT90B16 72H (R)P205/65 R15 92T
    브레이크 (F)더블디스크 (R)싱글디스크 X 2
    전장 2,670mm
    휠베이스 1,670mm
    시트높이 735mm
    차량중량 561kg
    차량가격 7,500만 원부터


    양현용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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