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상승세의 이유, 로얄엔필드 샷건 650

    추운 겨울에 가볍게 시승할 모델을 물색했고, 로얄엔필드 샷건 650을 선택했다. 병렬 트윈 엔진의 가지치기 모델이니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출발했는데 자꾸만 스로틀을 비트는 오른 손목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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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는 차가운 노면과 기온 때문에 시승 일정을 잡기 어렵다. 그래서 라이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묵직한 무게와 코너링 한계가 낮은 크루저 모델을 물색했고, 국내에서 시승하지 못한 샷건 650으로 결정했다. LA에서 샷건 650을 테스트한 편집장님의 추천이기도 했다. 그런데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았다. 샷건 650은 겨울에 대충 탈 모델이 아니었다.

    다른 콘셉트

    샷건 650은 로얄엔필드의 기함급 크루저인 슈퍼메테오를 기반으로 완성됐다. 사실 콘셉트 모델은 샷건 650이 더 빨랐던 게 사실이지만, 슈퍼메테오가 실질적인 출시를 먼저 했기 때문이다. 43mm 쇼와제 프런트 포크에 5단계 프리로드 조절 트윈 쇽이 장착됐는데 리어 쇽 스트로크를 81mm에서 90mm로 늘려 엉덩이를 높였다. 그만큼 레이크 각이 더 공격적으로 변경되었고 전후 휠사이즈를 18인치, 17인치를 적용했다. 휠베이스는 슈퍼메테오보다 35mm 짧은 1,465mm이며 앞선 세팅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무게 중심이 소폭 높아지고 전방으로 옮겨졌다. 이는 직관적이고 경쾌한 핸들링으로 이어진다.

    숫자와 다른 성능

    제원상 무게는 240kg으로 절대 가볍지 않다. 또한, 650cc 병렬 트윈 엔진은 최고출력 47마력으로 요즘 쿼터 클래스 수준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제원은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체감되는 가속력은 꽤 경쾌하다. 일반적인 도로 흐름을 압도하기엔 충분하다. 기어비가 꽤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에 변속 타이밍이 느긋한 편인데 답답함은 없다. rpm 게이지가 따로 없어서 rpm리미트에 몇 번 닿긴 했지만, 곧이어 최고출력 구간을 파악하고 알맞은 순간에 변속할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합된 계기반은 시인성이 아쉬운데 실제로 주행하면서는 아쉽지 않다. 딱히 대단한 정보를 표시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샷건 650의 주행 성능에 몰입하고 라이딩 자체를 즐기기 좋다.

    헤드라이트를 슬래시 컷 스타일로 장착해 디테일을 높였다

    발전

    여기서 가장 놀라운 건, 부드러운 엔진 필링이다. 과거 650 시리즈가 처음 한국에 출시됐을 때 인터셉터와 콘티넨탈 GT를 테스트했고 그 감각을 기억한다. 분명 로얄엔필드라는 브랜드를 기준으로 놓고 평가하면 대단하지만, 조금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샷건의 엔진은 그런 아쉬움이 말끔히 사라졌다. 부드러운 엔진은 적절한 고동감을 전달하면서 기분 나쁜 진동은 억제했다. 라이더가 어느 부분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을 불쾌하게 생각하는지 알아챈 느낌이랄까? 스트레스가 줄어든 만큼 스로틀을 비틀면서 페이스를 높이게 되는데 여기에 예상보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우수한 제동 능력도 그 재미를 뒷받침한다. 제대로 달리기 위해선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믿음이 따라야 하는데 샷건은 잘 조율됐다. 물론, 프런트에 더블 디스크를 적용했다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리어에 300mm 디스크를 적용한 덕분에 전후 브레이크를 함께 사용한다면 충분하다.

    훌륭한 무기

    로얄엔필드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성능과 완성도를 차근차근 높이고 있다. 생각보다 그 변화는 빠르고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슈퍼메테오로 전형적인 크루저 시장을 두드렸다면 샷건 650은 크루저 시장과 일반 로드스터, 어쩌면 네이키드 시장까지 함께 겨냥했다. 이름을 샷건(산탄총)이라 지은 것 자체가 여러 장르를 한 번에 잡겠다는 뜻이 담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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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YAL ENFIELD SHOTGUN 650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젊은 감각의 크루저
    경쾌한 핸들링
    평범한 출력의 공랭 엔진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78 × 67.8(mm)
    배기량 648cc
    압축비 9.5 : 1
    최고출력 47hp / 7,250rpm
    최대토크 52.3Nm / 5,6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 19 (R)150/70 17
    브레이크 (F)320mm디스크 (R)300mm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70×820×1,105
    휠베이스 1,465mm
    시트높이 795mm
    차량중량 240kg
    판매가격 884만 원부터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royalenfield.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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