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GB350에 대한 관심은 출시 전부터 뜨거웠다. 고전미가 가득하지만 기존의 혼다에는 없던 구성의 클래식 바이크, 그래서 더 새롭다.
/
클래식 바이크의 인기는 2024년에도 뜨겁다. 향수를 자극하는 디자인은 세대를 초월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바이크를 속도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층이 늘어나면서 예쁘고 편안한 클래식 바이크들이 각광받는 것이다. 혼다에서도 레트로 디자인을 채택하며 유래없는 판매량을 올리고 있는 커브시리즈와 카페레이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네오스포츠카페 콘셉트의 CB시리즈, 그리고 몽키와 닥스 등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모델을 복각하는 등 클래식 모델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짜 클래식한 공랭식 로드스터 GB350C를 출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ㅡ
좋은 경쟁자
HONDA GB350C를 보고 익숙함과 함께 로얄엔필드 클래식 350이 떠오른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바이크는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완벽하게 클래식 350을 겨냥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모터사이클 시장의 규모는 연간 판매대수가 약 2000만대에 달하는 실로 엄청난 규모다. 인도 소형 모터사이클 분야에서는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혼다지만 인도의 400cc급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처음으로 선보인 모델은 H’Ness 350(일본 출시명 GB350S)이다. 혼다의 정통 네이키드 스타일에 다루기 쉬운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로얄엔필드 클래식 350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CB350 클래식(일본 출시명 GB350C)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1위 브랜드 혼다가 인도의 로얄엔필드를 따라했다는 말이 믿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 클래식 350의 판매량은 이 클래스의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만 한 해에만 200만대가 넘게 팔리는 인기모델이다. 400cc급 시장은 로얄엔필드가 80%정도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독점적인 시장이기에 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 완벽한 미투 모델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CB350시리즈가 인도 이외의 국가에서 판매될 때는 GB350으로 판매된다.
GB의 의미는 Great Britain의 약자로 1980년대에 선보인 GB250클럽맨이나 GB500TT와 같이 영국식 카페레이서, 맨섬TT등의 영국적인 분위기를 채용한 모델에 붙여진 이름이다. 40여년의 세월이 지나 굳이 GB라는 이름을 꺼내어 붙인 것은 지금의 로얄엔필드가 아닌 영국 전통의 로드스터 디자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작은 항변일까?
GB350C의 디자인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당히 고전적인 디자인이다. 원형 헤드라이트에 분리된 새들시트와 탠덤시트, 길게 내려오는 펜더라인 까지 전형적인 고전미를 내뿜고 있다. 냉각핀이 살아있는 공랭 엔진이나 카브레터 위치의 크롬 커버, 그리고 수직으로 서있는 엔진의 형상까지 클래식 스타일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차체 옆을 타고 깔끔하게 이어지는 크롬 매니폴드나 피슈터 형상의 소음기까지 익숙하면서도 깔끔하다. 하늘빛을 닮아 푸른기가 살짝 감도는 페인팅에 브라운시트의 조합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차체의 마감 수준이 상당히 높다. 각 파트의 재질과 마감이 좋아서 전반적인 품질감을 높여주고 있다. 여기에 헤드라이트와 방향지시등 모두 LED램프를 사용하는 것으로 1974년이 아닌 2024년 모델다운 터치를 더한 것도 좋다.
차량의 무게는 185kg으로 꽤 묵직하지만 차량의 중심이 잘 잡혀있고 800mm의 낮은 시트고 덕분에 부담감은 덜하다. 포지션은 편안하다. 연료탱크에 패드가 니그립을 자연스레 유도하고 발판은 무릎 아래 자연스럽게 놓인다. 배꼽에 힘을 살짝 주고 팔을 앞으로 뻗으면 핸들바가 자연스레 잡히며 핸들바까지의 거리도 적당해 허리가 과하게 숙여지지 않는다.
엔진은 348cc배기량에 21.1마력의 출력을 낸다. 125cc바이크들도 센 놈들은 15마력까지 나오는 세상에 언뜻 이해가지 않는 출력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토크에 있다. 엔진이 3000rpm만 돌아가도 29Nm의 최대토크가 나온다. 그리고 이 토크의 질이 압도적으로 좋다. 아이들링부터 회전한계까지 토크가 처지는 구간이 없이 일정하게 토크를 낸다. 그래서 시동만 건 상태에서 스로틀 조작 없이 클러치를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차를 출발시킬 수 있다. 출발시 시동을 꺼트리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토크의 끈기가 좋다. 느낌을 글로 표현하자면 둥글고 몽글몽글한 느낌의 토크랄까? 전체적인 포용력이 넓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단 바퀴가 굴러가고 나면 흠잡을 구석이 없다. 가속은 느긋하지만 도심에서 차량 흐름보다 한발 앞서가기에는 충분하다. 최고속도가 큰 의미 없는 바이크지만 직접 확인해본 최고속도는 계기반 상 130km/h이상이다. 실용 영역인 100km/h까지는 힘들지 않게 가속한다. 속도에 대한 집착이 있는 라이더가 아니라면 최고출력의 부족함보다는 토크의 풍부함이 주는 만족감이 더 클 것이다. 특히 시소타입의 변속레버는 뒤꿈치로 쿡쿡 밟아 변속하는 재미를 주며 예쁜 가죽구두를 신고 타도 앞코가 상할 일이 없어 좋다.
ㅡ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클래식
이 바이크는 정말 쉽다. 클러치가 붙어있는 매뉴얼 바이크에 대한 두려움은 살짝 접어둬도 좋을 것이다. 슈퍼커브 정도만 운전할 줄 알고 이종소형 면허를 취득했다면 반나절이면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쉽다. 클러치가 가볍고 반클러치 영역이 넓어 얼마든지 부드럽게 조작할 수 있다. 핸들링도 안정감 위주의 세팅으로 코너를 시작할 때 무서움이나 부담을 덜어주는 자연스러운 감각이다. 휠이 19인치로 큼직하지만 상대적으로 무거운 스포크 휠인 아닌 캐스트휠을 채택한 덕분에 방향 전환은 가볍고 매끄럽다. 물론 차량의 한계가 낮긴 하지만 뱅킹센서가 그보다 빠르게 경고해 주기 때문에 고갯길에서도 오버페이스를 하게 될 여지가 적다. 스로틀 조작도 민감하지 않아 조작이 서툴러도 한번 걸러주는 느낌으로 받아준다. 이러한 점들이 모여 주행 중 마주치는 상황이 늘 라이더의 컨트롤 아래 놓이기 때문에 무서움보다는 라이딩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전체적인 차량의 성능에 비해 제동력이 높은 점도 라이더에게 안심감을 준다. 2채널 ABS를 기본탑재하고 급제동시 비상등을 점등해 후방에 경고하는 긴급제동신호도 적용되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트랙션컨트롤)이 탑재되어있다는 점이다. 바이크의 무게와 엔진의 출력으로 미루어 볼 때 뒷바퀴가 트랙션을 잃어버리며 미끄러지는 일이 흔하지는 않겠지만 이 바이크의 타겟이 입문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심자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임은 틀림이 없다. 계기반 측면의 버튼을 눌러 개입을 해지도 가능하다.
ㅡ
순수한 라이딩의 재미
GB350C를 타는 날 오랜만에 아끼는 가죽재킷을 꺼내 입고 구두도 예쁘게 닦아 신었다. 평소라면 힘껏 감아서 탈출하던 코너도 설렁설렁 달린다. 근데 그래도 재밌다는 것이 이 바이크의 장점이다. 확실히 클래식 바이크를 탈 때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 입문자라면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괜찮은 바이크다. 특히 슈퍼커브로 두 바퀴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혼다라는 브랜드 로열티는 그대로 느끼면서 라이딩의 순수한 재미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연비가 정말 환상적이다. 제원상 47km/L에 달하고 실제 꽤 거친 주행 시에도 꾸준히 35km/L이상의 연비를 내주기 때문에 15리터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500km이상을 거뜬히 달릴 수 있다. 이정도면 일상에서의 타는 것으로는 언제 주유소 갔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
HONDA GB350C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누구나 다루기 쉽게 만들어진 구성 높은 연비와 경제성 | 속도에 대한 욕심은 버려야함 경쟁 모델 대비 높은 가격 |
배기량 348cc
압축비 9.5 : 1
최고출력 21.1PS/ 5,500rpm
최대토크 29.4Nm / 3,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ℓ
변속기 5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더블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19 (R)130/70-18
브레이크 (F)310mm싱글디스크 (R)240mm 싱글디스크
휠베이스 1,440mm
시트높이 800mm
전장x전폭x전고 2205x760x1105(mm)
차량중량 185kg
판매가격 648만 원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본 기사 및 사진을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여 업로드하는 것을 금합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저작권은 월간 모터바이크(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