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끊임없이 들었다. 미들급 스포츠 바이크로 15,000rpm까지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재미가 엄청나다고. 그리고 드디어 내 인생 첫 미들급 4기통 레이스 레플리카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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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
바이크를 타고 달리자마자 느껴지는 건 콤팩트한 차체다. 시트에 앉아 핸들 바를 잡아보면 쿼터 클래스보다 살짝 큰 수준이랄까? 시트와 핸들 바의 높이가 비슷하지만, 실제로 라이더가 올라타면 리어 쇽이 가라앉은 만큼 공격적인 포지션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이어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낮은 rpm에서의 느긋한 출력 덕분에 긴장감이 슬쩍 풀린다. 선회를 빠르게 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금방 방향을 틀어 코너를 탈출한다. 이 두 가지의 조화가 상당히 좋다. 라이더는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코너를 쉽게 돌아나간다니. 지나치게 이상적인 이야기인데 실제로 그렇다. 제대로 된 랩을 완성하기도 전에 바이크가 몸에 익고 컨트롤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다. 타이어는 던롭 사의 로드 스포츠 2 타이어가 장착되었는데 타이어 프로파일 자체가 느긋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만만한 CBR600RR 콘셉트에 찰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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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패키징
다만, 타이어 워머를 사용했음에도 본래 서킷 주행까지 커버하는 타이어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고속 코너에서 바이크를 반대로 뒤집고 스로틀을 전개할 때 프런트 타이어가 슬며시 미끄러지며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날씨와 노면 컨디션이 스포츠 주행을 하기에 불리한 조건이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바이크의 한계를 경험하려면 하이 그립 타이어 교체가 필수적이다. 전방에 310mm더블디스크와 토키코 4피스톤 캘리퍼가 장착되어 195kg의 머신을 멈추기에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영암 상설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최고속도 230km/h 정도를 마크했는데 1번 코너 선회를 위해 약 70km/h까지 감속하는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단, 부드러운 댐핑의 포크와 마찰력이 아쉬운 타이어로 인해 ABS가 일찍 개입하고 그로 인한 제동거리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CBR600RR의 첫 목적지는 서킷이 아닌 온로드를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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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솟는 상상력
1번부터 10번 코너까지 순정 CBR600RR이 어떻게 달려야 할지 감을 잡은 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1번 코너를 향해 브레이크를 레버를 당기면 ABS 개입과 동시에 ESS가 작동하며 비상등이 깜빡인다. 머신이 비상 제동으로 인지한다는 뜻이므로 제대로 제동력이 걸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프런트 포크 댐핑과 타이어 선택에 따라 한참 높은 한계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브레이크 캘리퍼도 상위 제품으로 교체한다면 더 강력하겠지?
서스펜션과 차체는 라이딩이 서툰 사람도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이다. 웬만해서는 라이더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대부분의 노면 충격, 변속 충격 등을 소리 없이 받아낸다. 일반적인 다른 모델이라면 ‘아, 부드럽구나. 좋네.’하고 마무리했겠지만, 프리로드부터 압축과 신장 모두 조절이 가능한 풀 어저스터블 서스펜션인 만큼, 세팅을 바꾸면 얼마나 달라질지 기대가 됐다.
CBR600RR은 6축 IMU를 기반으로 ABS와 HSTC를 제어하고 HSTC는 9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밖에도 5단계로 출력을 조절하고 엔진 브레이크를 3단계로 제어할 수 있다. 테스트 중 전자장비 세팅을 변경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행모드만 바꿔봤다. 각 모드마다 출력 차이가 있고 스로틀 반응도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 부분에서도, 서킷을 공격적으로 달릴 수 있게 제대로 세팅된 CBR600RR에 가장 개입이 적은 전자장비 세팅을 맞물린다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CBR600RR을 갖고 얼마나 높은 한계까지 도전할 수 있을지 상상을 이어가다 끝났다. 타면 탈수록 잠재력이 느껴지고 그로 인한 더 큰 한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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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현재 모터사이클 시장을 비롯해 국내 대부분의 레저 스포츠 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만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CBR600RR의 사전 계약 대수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차량 가격인 1,790만 원은 절대 우스운 가격표가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11년 전, 2013년 CBR600RR의 출시 가격은 1,590만 원이었다. 11년간 차량 가격의 약 12.6%가 인상된 것이다. 매년 조금씩 가격 인상을 통해 지붕을 뚫고 비싸진 다른 모델과 비교하니 CBR600RR은 굉장한 가성비라는 결론에 닿는다. 게다가 혼다코리아는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지금이 모든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고 더욱 공격적인 가격표를 붙인 것 같다. 더 자세한 시승기는 다음 12월 호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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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CBR600RR 2024
이모델을 선택할 이유 | 아쉬운 점이 있다면 |
누구나 맛볼 수 있는 15,000rpm의 짜릿함 수준 높은 전자장비 탑재 |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 없는 현실 한계를 명확하게 만드는 타이어 |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67 × 42.5(mm)
배기량 599cc
압축비 12.2 : 1
최고출력 121hp / 14,250rpm
최대토크 62.7Nm / 11,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8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 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 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10mm더블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30×675×1,140mm
휠베이스 1,370,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 195kg
판매가격 1,790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안동철, 혼다코리아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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