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프로덕션, 두카티 몬스터 SP

    3년 전, 뉴 몬스터 시승 영상에서 “차량이 가진 넓은 가능성을 서스펜션이 제한하는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몬스터 S(SP) 모델을 기대하게 만든다.”라는 멘트를 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정확히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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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

    몬스터 SP의 ‘SP’는 스포트 프로덕션, 두카티가 고성능 파츠를 더한 모델에 덧붙이는 네이밍이다. 기존의 일반 몬스터에 더욱 본격적인 주행 성능을 고려한 파츠가 눈에 띈다. 전후 조절식 올린즈 서스펜션, 브렘보 스티레마 캘리퍼, 스티어링 댐퍼, 떼르미뇨니 배기 머플러, 피렐리 로쏘4 타이어, 경량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밖에도 22시즌 모토GP 데스모세디치 머신에서 영감을 받은 리버리와 전방 스크린, 레드 시트, 캐노피 등이 특별함을 더한다. 여러 파츠가 더해지고 강화되었음에도 건조중량은 일반 모델보다 2kg 더 가볍게 설계됐다.

    트랙 테스트

    이번 테스트는 두카티 트랙데이 속에서 진행됐다. 9월 말, 차가운 노면온도에 낮은 페이스로 천천히 그 성능을 끌어올렸다. 딱 1년 전, 순정 몬스터로 KIC를 달렸던 기억을 더듬으며 두 모델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비교적 더 탄탄한 서스펜션 덕분에 무게 중심이 소폭 높다. 전후 올린즈 서스펜션은 댐핑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 이상으로 프리로드도 좀 더 본격적으로 설정됐다. 물론, 한국 사양은 발착지성을 고려하여 로우 시트가 기본 장착됐기 때문에 시트고에 대한 부담이 없다.

    서킷에 들어가 한 바퀴를 완성하기도 전(인랩)에 비교 불가한 완성도가 체감된다. 브레이크 레버를 당기면 서스펜션이 꾸준히 버티고 타이어가 노면을 붙잡는다. 서스펜션과 타이어 모두 한계가 올라간 만큼 제동 거리도 더욱 짧다. 그만큼 전체적인 페이스가 높아지고 원하는 라인을 시작하기 좋다. 브레이크를 풀며 바이크를 기울일 때도 쫀쫀하게 바닥에 붙어있는 감각이 이어진다. 올린즈 서스펜션이 레이스 트랙에서 으뜸이라고 꼽히는 이유다. 코너 탈출에서 스로틀을 여는 재미도 한 단계 높다. 어느 한 구간이 좋아졌다기보다 전체적인 평균 점수가 높아진 모습이다. 특히, 전자장비는 라이더가 쉽게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보조하며 라이딩의 재미를 안전하게 끌어올린다.

    PUSH MORE

    주행모드는 스포트, 로드, 웻 총 3가지 모드를 지원하고 각 모드에 따라 엔진 파워, 트랙션 컨트롤, ABS, DWC(두카티 윌리 컨트롤)이 알맞게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모드마다 라이더의 취향에 맞게 세팅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3가지의 라이더 모드가 있다고 보면 된다. 당연하게도 가장 강력한 출력, 모든 전자장비를 끄거나 최소화하고 서킷에 들어섰다. 스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강력해졌다. 그만큼 타이어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아졌는데 꿋꿋하게 받아낸다. 타이트한 코너부터 길게 늘어지는 고속 코너까지 전체적인 주행 속도가 높아졌다. 제동 상황에서는 리어 휠이 가볍게 뜨고 한동안 허공을 가를 정도로 전자장비의 개입이 늦춰졌다. 짧고 공격적인 차체 때문에 불안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탄탄한 프런트 포크와 유연한 차체 덕분에 그마저도 즐거움으로 승화된다.

    타이트한 코너는 2단 기어로 선회하게 되는데 바이크가 기울어졌다가 세워지는 순간에 최대 토크 구간과 맞물리면 프런트 휠이 가볍게 떠오른다. 이때 느껴지는 경쾌함과 묵직한 흡기음의 조화가 라이더를 뜨겁게 자극한다. 마음속으로 ‘이게 되네?’를 반복하며 상설 코스 1:29.090을 기록했다. 조금만 더 하면 1분 28초에 들어갈 수 있겠다 싶어 스스로의 한계를 높여가다가 리어 슬라이드를 경험했다. KIC 트랙의 까다로운 코너로 유명한 T7에서 리어 휠이 미끄러지다가 그립을 찾으며 라이더가 슬쩍 내던져지는 모션이 생겼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피트로 들어왔더니 로쏘4 타이어가 살려달라는 듯 무너지고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몬스터 SP는 타이어만 바꿔주면 더 빠른 페이스와 높은 한계를 달릴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이제 보니 몬스터 SP 공식 트랙 이미지에는 하이 그립 타이어를 달고 있다.(웃음)

    진지함과 장난기 사이

    몬스터로 레이스 트랙을 달리다 보면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자비 없이 지나쳐가는 파니갈레를 볼 수 있다. 최고출력 차이는 물론이고, 모든 면에서 레이스 트랙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종종 코너에서 추월이 가능하다. 파니갈레가 레이스 트랙에서 강력한 건 맞지만, 모든 실력의 라이더에게 적용되진 않는다. 오히려 타이트한 포지션과 강력한 출력이 코너에서는 불편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몬스터 SP는 진지하면서도 장난기가 넘친다. 그래서 더 낮은 부담감과 함께 누군가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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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CATI MONSTER SP

    이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업 포지션으로 다루기 쉬운 즐거움
    낮은 회전수부터 두툼한 토크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스트리트파이터V2 가능
    아쉬운 고회전의 재미

    엔진형식수랭 4스트로크 2기통 테스타트레타 11˚
    보어×스트로크 94 × 67.5(mm)
    배기량 937cc
    압축비 13.3:1
    최고출력 111hp / 9,250rpm
    최대토크 93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링크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72mm
    시트높이 810-840mm
    건조중량 166kg
    판매가격 2,500만 원


    윤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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