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으로 즐기는 드리프트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고성능 M 모델을 타고 지칠 때까지 드리프트를 했다.






    모터사이클의 앞바퀴를 멋지게 들고 달리는 ‘윌리’나 코너에서 자동차 뒷바퀴를 과감히 미끄러뜨려 연기를 자욱하게 만들며 달려나가는 ‘드리프트’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들은 지난 수십 년간 모터사이클이나 자동차 마니아들을 열광시키는 요소였다. 두 기술은 어느 정도 비슷한 목적이 있다. 바로 더 빠른 가속을 위한 엔진 출력 제어와 타이어를 컨트롤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드리프트로 이야기 범위를 좁혀보자. 7~8년 전, 나는 자동차 전문지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여러 세계적인 드리프트 선수를 인터뷰했다. 드리프트라는 기술을 본격적으로 창시한 드리프트 킹 ‘츠지야 케이치’, 일본 D1-GP 드리프트 선수인 ‘요시노리 코구치’ 지금은 고인이 된 미국 WRC 랠리 드라이버 ‘캔 블록’까지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각 선수마다 드리프트를 사용하는 과정과 목적은 다양했다. 하지만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슷했다. 더 효과적으로 차를 ‘가속’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레이스 중 코너에서 미끄러지는 차를 더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윌리나 드리프트는 단순히 보는 사람을 위한 쇼맨십이 아니라, 수준 높은 운전(라이딩) 테크닉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드리프트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드리프트 같은 기술을 멋지게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은 꿈이 아니다. BMW 드라이빙 센터처럼 전문화된 드라이빙 스쿨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운전 면허증을 가진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목적의 운전 테크닉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막 운전면허를 딴 사람의 눈높이에 맞는 ‘스타터 팩’, 중급자를 위한 심화학습 ‘인텐시브’, 겨울철 ‘윈터 드라이빙’ 등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갖췄다. 이런 모든 단계를 배우면서 결국 ‘드리프트’처럼 누구나 꿈꾸는 멋진 운전 방법도 배울 수 있다.

    드리프트 클래스의 경우 총 3단계에 걸쳐서 정식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M 드리프트 1’에는 BMW M3, M4를 타고 파워 오버스티어(차의 뒤가 미끄러지는 상황)를 만들어내는 것을 익힌다. 오버스티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카운터 스티어링과 스로틀 조작으로 드리프트를 유지하는 것을 배운다. ‘M 드리프트 2’에서는 변속기를 2단으로 고정한 채 시속 40~70km 속도에서 좌/우 방향으로 원선회 드리프트를 연습한다. 이후 실제로 드라이빙센터 서킷의 특정 코너에서 드리프트를 시도하면서, 실전 드리프트를 맛본다. 가장 높은 클래스인 ‘M 드리프트 3’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드리프트 지식과 실력을 동원해서 연속된 코너를 공략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특히 오른쪽 코너의 끝에서 왼쪽으로 오버스티어를 연결하는 ‘관성 드리프트’를 배우고 연습한다. 이번 특집 기사를 위해 내가 도전한 것은 M 드리프트 3였다. M3, M4, M5로 구성된 BMW M 브랜드의 중심 모델을 모두 타면서 오전 9시부터 13시까지. 약 4시간 동안 진행하는 진지한 연습 프로그램이다.





    드리프트는 오버스티어라는 자동차의 주행 특성을 이용한다. 오버스티어는 코너링 중에 스티어링휠을 조작한 각도보다 앞머리가 더 많이 회전하면서 차가 스핀하려는 현상이다. 뒷바퀴 굴림 자동차로 예로 들어보면, 코너링 중에 가속 페달을 필요보다 많이 밟을 때 뒷바퀴가 접지력의 한계를 넘어서며 오버스티어가 발행한다. 이럴 때 일반도로에서는 자세제어장치(ESP, TCS)가 개입해 자동차의 움직임을 안정화시킨다. 하지만 자세제어장치는 자동차의 출력과 움직임을 제한하는 기술이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차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전자제어 장치를 모두 해제하고, 오버스티어 상황에서 자동차를 올바르게 가속하기 위해서는 그 특성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드리프트(drift)다.

    BMW의 고성능 세단 M3를 타고 시작한 1교시. 노면이 완전히 젖은 멀티플 코스에서 원선회 드리프트와 역회전 관성 드리프트를 연습한다. 직경이 25m 원형 서클에서 드리프트를 유지하다가 반대편으로 차가 방향을 바꿔 드리프트를 이어간다. 흔히 드리프트는 뒷바퀴를 옆으로 미끄러뜨리는 것이라 알고 있지만, 실제는 약간 다르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적절한 타이어 접지력을 찾아서 차의 가속을 유지한다. 그리고 가속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려 자동차가 균형을 잡는 기술이다. 차가 코너링을 시작하면 뒷바퀴는 정면이 아니라 차가 회전한 각도만큼 측면 방향으로 힘을 전달된다. 이때 가속 페달 조작으로 엔진 출력이 강하게 발행하면서 뒷타이어가 접지력 한계(캄서클)를 벗어나 쉽게 미끄러진다. 그래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각도만큼 차 앞머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순간적으로 코너 반대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려서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가속 페달을 적절하게 전개하면서 차를 측면 방향으로 가속시킨다. 뒷타이어가 계속 미끄러지면서도 가속할 만큼, 동시에 너무 강해서 헛돌며 접지력을 잃지 않을 만큼, 이 사이에서 가속 페달을 제어한다. 신기한 것은 이런 미세한 정보가 타이어부터 자동차의 수백 개의 부품을 통해 운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마치 비 내리는 날 도로를 걷다가 미끄러운 포장 부분을 밟는 순간, ‘미끄럽다’고 우리 뇌가 곧바로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드리프트도 비슷하다. 타이어의 미끄러짐과 접지력의 영역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M 드리프트 3가 어려운 이유는 드리프트 중에 속도나 출력을 조절해 앵글을 자유롭게 변화시켜야하기 때문이다. 또 원하는 방향으로 연속해서 방향 전환도 요구된다.




    안전한 장소에서 반복적인 연습

    2교시에서 BMW M4를 타고 젖은 노면에서 마른 노면으로 이동하며 드리프트를 이어갔다. 그리고 5번의 좌우 방향 전환을 거쳐 대충 300m를 드리프트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했다. 방향 전환 드리프트의 핵심은 역회전 모멘트(리버스)를 제어하는 것이다. 드리프트 중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이 돌아가 있을 때 가속 페달을 순식간에 줄인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뒷바퀴의 접지력이 상승하고, 스티어링휠이 돌아간 방향으로 차가 튕기듯이 역회전 전환된다. 이때 순간적으로 스티어링휠이 반대 방향(카운터)으로 순식간에 전환하면서 가고 싶은 방향으로 시선 처리를 하고 다시 가속 페달을 전개해 뒷 타이어를 미끄러뜨린다. 이 과정은 마치 춤을 추듯이 특정한 박자를 따라 진행된다. 박자를 놓치면 곧바로 스핀 한다. 수십 번의 연습을 통해 이런 흐름을 몸에 익힌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트랙으로 무대를 옮겨 실제로 관성 드리프트를 시도해 볼 수 있다. 마지막 시간, BMW M5를 타고 드라이빙 센터 실제 트랙 코스에 진입했다. 곧바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코스를 마주한다. 2단으로 코너링을 시작하며 과감히 가속 페달로 드리프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스로틀을 줄여 역회전 관성으로 방향을 바꾼다. 이때 3단으로 기어를 올린 뒤 길이가 긴 오른쪽 코너를 향해 차를 가속시키며 시속 85km로 드리프트를 이어간다. 이 모든 과정은 5~7초에 다 진행될 만큼 순간적이다. 그 짧은 시간 타이어의 접지력 변화, 스티어링휠 변화에 따른 예상 경로 정보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의 호흡은 차와 춤을 추듯이 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차를 밀어붙였다. 그러자 부드럽고 황홀한 드리프트가 시작되었고, 곧 온 세상이 옆으로 흘러갔다.




    같은 코스에서 수십 번의 연습. 타이어 컴파운드 안쪽을 지지하는 철심이 겉으로 보일 만큼 분위기는 격렬했다. 고작 4시간의 주행 후에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팠다. 극도로 긴장한 상태로 계속해서 횡 방향으로 압력을 받고 회전하면서 피로가 쌓인 덕분이다. 하지만 단 4시간 만으로 나는 긴 코너에서 방향을 마음대로 바꾸며 드리프트를 자신감 있게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드리프트를 시작하는 단계나 반대로 제어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불안감보다는 자신감이 가슴 속에 싹텄다. 드리프트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내가 하루 동안 격렬하게 태워버린 고성능 뒷타이어 6개를 제외하더라도, 넓고 안전한 공간에서 전문가의 교육 과정을 통해 이런 기술을 합법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M 드리프트 프로그램은 참가비 이상의 가치가 있다. 어렵지 않다. 멋진 드리프트, 당신도 할 수 있다.










    김태영(모터 저널리스트)
    사진 양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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