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진짜 스쿠터지! 버그만 스트리트 125

    빠르게, 서둘러 가다라는 의미의 동사 ‘scoot’에서 따온 스쿠터는 말 그대로 가볍고 경쾌한 탈것을 의미한다.
    버그만 스트리트는 이러한 스쿠터의 덕목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한껏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멋을 부렸다.



    스즈키를 대표하는 스쿠터 라인업인 버그만 시리즈는 125부터 650cc까지 다양한 배기량으로 만들어지며 도심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편안한 승차감, 넉넉한 수납공간이 특징이다. 새로운 도심형 스쿠터 버그만 스트리트 125는 이러한 버그만의 캐릭터를 이어받음과 동시에 경쾌함을 더한 모델이다. 그 속을 살펴보면 아베니스125와 국내에는 미출시된 신형 어드레스125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디자인은 버그만 스트리트를 돋보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첫 인상에서 꽤 고급스럽게 보이는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 309만원으로 2023년 125cc스쿠터 치고는 꽤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에는 점점 사라져가던 센터 플로어를 갖추고 있어 스쿠터 본연의 편의성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크기가 제법 큰 짐도 센터플로어에 툭 올려놓고 이동할 때 스쿠터의 진가가 발휘된다. 예전에는 이러한 센터플로어가 스쿠터의 필수요건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이게 안 되는 스쿠터가 제법 많아졌다.








    여유로운 주행감각




    스쿠터 치고는 지상고가 높다는 점도 상당한 매리트다. 160mm 지상고로 도로위에서 만나는 요철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높이의 턱은 걸림 없이 지나칠 수 있다. 특히 인도나 주차장 등의 턱진 곳을 내려갈 때 보통의 인도보다 높아도 차체 하부가 쉽사리 걸리거나 긁히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스트로크가 길고 스쿠터 사이즈에 비해 꽤 한계가 높아서 성인 남성 두 명이 타고도 넉넉한 주행을 보여준다. 스즈키 혈통답게 민첩하면서도 안정적인 핸들링은 도심 주행 스트레스를 극적으로 낮춰준다. 출발 시 낮은 회전에서부터 동력이 전달되기에 좀 더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여기에 가벼운 무게는 언제나 스쿠터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가고, 서고, 주차하고, 빼고, 바이크를 다루는 모든 상황에서 부담이 덜어지니 정말 스쿠터답게 활용할 수 있었다. 며칠 간 운행하면서 5km이내의 짧은 주행이 많았다. 점심 식사 시간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먼 식당으로 원정을 가거나 아내를 태우고 주변 쇼핑몰에도 다녀오고 간단한 미팅도 함께했다.




    브레이크의 스펙은 평범하지만 제동력은 만족스러웠다. 이 역시 가벼운 무게 덕분이다. 전후 연동브레이크 CBS가 적용된 덕분에 리어 브레이크만으로 제동해도 상당히 빠르게 속도를 줄인다. 하지만 요즘 스쿠터들에게도 기본이 되고 있는 ABS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상당히 아쉽다. 연료탱크는 5.5리터로 작지만 연비가 WMTC기준 55km/L로 좋은 편이라 한번 주유로 200km이상은 거뜬히 달릴 수 있다. 실제 주행연비는 한껏 열어가며 타도 리터당 35km이상 나오고 조금만 방심해서 천천히 달렸다간 계기반에 ECO램프를 띄우며 40km/L를 가볍게 넘어간다. 연료 게이지가 줄어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우는데 5~6000원 남짓이라 셀프주유소가 아니라면 조금 민망할 수 있다.





    아베니스 VS 버그만스트리트





    아베니스125와는 형제 모델이지만 주행 감각은 조금 달랐다. 휠베이스가 아베니스보다 소폭 길어진 덕분에 안정감이 더해졌다. 특히 80km/h 이상의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 사이즈에 비해 탁월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발판 앞쪽을 길게 빼준 덕분에 포지션이 더 자유롭다. 덕분에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포워드 컨트롤 포지션이 가능하다. 리어휠 사이즈가 10인치였던 아베니스와 달리 버그만 스트리트는 12인치 리어휠을 장착했고, 타이어 폭은 90에서 100으로 한 사이즈 커졌다. 덕분에 주행감각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난다. 두 모델 모두 경쾌한 주행감각이 특징이지만 아베니스의 가벼움 과는 사뭇 결이 달라서 신기했다. 공랭 엔진에 8.6마력은 125cc라는 배기량에 비하면 평범한 출력이다. 하지만 풍부한 저회전 토크와 112kg의 가벼운 무게가 만나 빠른 초반 응답성과 경쾌한 가속을 만들어낸다. 특히 도심에서 일반적인 속도인 60km/h이하에서의 움직임은 상당히 좋다.





    두 모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사실 고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버그만 스트리트가 내 취향에 맞았다. 뒷좌석은 아베니스보다 앞뒤 양옆 모두 넉넉한 사이즈로 편안하게 탈 수 있다. 여기에 정차 시 시동을 꺼두는 오토 엔진스톱&스타트 기능도 버그만 스트리트에만 적용되었다. 제네레이터를 스타트모터로 사용하는 EASS를 도입해 꽤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이밖에도 짐대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점이나 연료주입구가 시트 아래에 위치해 사용이 편리한 등의 장점이 꽤 많다. 가격은 309만 원으로 형제 모델인 아베니스보다 20만 원 높아졌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격일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외관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높게 느껴질 정도다.





    기본에 충실하다




    버그만 스트리트는 출력과 편의장비를 더하면서 점점 더 커지고 무거워지는 스쿠터들에게 진짜 스쿠터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스쿠터들에게서 찾기 힘들어진 킥스타터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는 것에서 스쿠터의 기본을 잘 지키고자함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도심 속 출퇴근의 동반자가 될 커뮤터로도 좋고 생활반경을 넓혀 주는 스쿠터 본연의 매력도 즐길 수 있다. 합리적이고 다재다능한, 진짜 스쿠터를 만났다.






    놀라운 해프닝




    사실 버그만 스트리트 125의 테스트에는 숨겨진 뒷이야기가 있다. 이번이 사실 두 번째 시승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시승은 국내 출시 전 급하게 항공으로 공수했던 차량을 처음으로 받아 탔다. 당시에도 꽤 인상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엔진 필링이 조금 카랑카랑하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문제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며칠 뒤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탔던 차량이 실수로 항공운송을 위해 엔진오일을 전부 뺀 상태 그대로 제공된 것이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정작 테스트 동안 엔진 오일 없이 수십 킬로미터를 운행했는데도 차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무더운 한여름 날씨였는데도 말이다. 다시 받은 정상 컨디션의 차량은 확실히 진동이 훨씬 더 적고 부드럽게 반응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실수로 벌어진 일이지만 스즈키 엔진의 내구성에 다시금 놀라게 된 경험이었다.








    BURGMAN STREET 125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단기통 OHC 보어×스트로크 52.5 × 57.4(mm) 배기량 124cc 압축비 10.3:1 최고출력 8.6ps/6,500rpm 최대토크 9.8Nm/5,500rpm 시동방식 셀프스타터,킥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연료탱크용량 5.5ℓ 변속기 무단변속V벨트 서스펜션 (F) 텔레스코픽 (R) 유닛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12 (R)100/80-12 브레이크 (F)싱글 디스크 (R)드럼 전장×전폭×전고 1,905×700×1,140(mm) 휠베이스 1,290mm 시트높이 780mm 차량중량 112kg 판매가격 309만 원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스즈키코리아 suzuk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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