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알파드는 일본 방식의 프리미엄 미니밴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TOYOTA ALPHARD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미니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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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부터 한국 시장에서 눈에 띄게 급성장하는 차종을 꼽으라면 ‘미니밴’일 것이다. 그보다 앞선 2000년부터 자동차 시장에 SUV 붐이 불었다. SUV는 넓은 트렁크 공간과 네 바퀴 굴림의 뛰어난 험로 주파 능력을 바탕으로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했다. SUV 중에서 일부는 도시로 눈을 돌려 고급화를 강화하고 고성능으로 이미지를 변신하기도 했다. 그렇게 SUV는 세단뿐 아니라 스포츠카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며 가장 많이 팔리는 장르가 됐다. 그리고 한 축에서 SUV와 비슷한 목적성을 가진 미니밴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미니밴은 3열 시트 이상의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춰 다수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구조다. 보디 형태는 1.5박스나 2박스 타입으로 승용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세단의 장점을 흡수한다. 그래서 SUV에 비해 승차감이 좋고, 운전도 편했다. 이후 미니밴은 SUV처럼 고급화 전략에 흐름으로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편의 장비로 상품성을 키웠다. 기아 카니발, 현대 스타렉스,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같은 차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미니밴은 북미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는 만큼 크기나 구성이 비슷비슷하다. 반면 이번에 소개하는 토요타 알파드는 북미 시장뿐 아니라, 일본과 아시아 시장 분위기를 고려한 독자적인 구성이다. 그래서인지 일본 자동차 특유의 섬세함과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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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적인 외형 디자인과 마무리가 고급스러운 실내
이번에 한국 시장에 선보인 알파드는 4세대 모델로 이전보다 공격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1.5 박스 형태의 단순한 디자인임에도 차가 입체감이 있다. 차 크기는 길이 5,005mm, 너비 1,850mm, 높이가 1,955mm이다. 시에나처럼 북미 시장을 겨냥하는 미니밴과 비교한다면 길이가 100~150mm 짧고, 너비 100mm 정도 좁다. 하지만 높이는 150~200mm 높다. 아시아 시장의 좁은 도로 폭과 주차 공간에 유리한 구조이면서도 실내 공간은 유지한다는 의미다. 당당한 프런트 마스크 디자인은 한국 소비자 기준에서 익숙하지는 않겠다. 중심이 높은 커다란 프런트 그릴과 좌우로 길게 뻗은 트리플 LED 헤드램프, 지상고가 낮은 범퍼 구조로 묵직한 분위기를 냈다. 측면은 전통적인 미니밴의 박스형 디자인을 유지한다. 다만 높은 캐릭터 라인과 날렵한 루프 라인으로 절대 지루하지 않다.
휠은 17인치, 225mm에 편평비 55시리즈를 달아 승차감과 연료 효율성에 초점을 둔다. 알파드는 한국에 하나의 트림(이그제큐티브 라운지)으로 출시해 사용자가 세부적으로 선택할 부분이 많지 않다.
공격적이고 날렵한 전면과 측면 분위기와 달리 뒷모습은 평면적이고 심플하다. 뒷범퍼는 마치 좌우 하단 모서리를 힘껏 잡아당긴 것처럼 각진 디자인이다. 아마도 트렁크 입구 공간 면적을 늘리고, 입구 높이를 낮추기 위한 디자인으로 풀이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테일게이트 면적이 크다 보니 자동 개폐 버튼도 특별한 위치에 달았다는 점이다. 테일 게이트 중간에 버튼의 경우 자동 열림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동안 사람이 뒤로 빠르게 물러서야 한다. 그래서 알파드의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테일게이트 자동 열림 버튼을 좌우 테일램프 아래에 비밀스럽게(?) 숨겨두었다.
알파드는 6~7인승 구조에 최적화했다. 시트 배열은 2+2+2(혹은 3)로 3열 시트는 좌우로 5:5 방식으로 D 필러를 향해 좌우로 각각 접히는 방식이다. 그래서 3열을 접었을 때는 바닥 공간까지 활용해 큰 짐을 실을 수 있다. 신형은 차체 강성 강화에도 신경 썼다. 토요타 뉴 글로벌 아키텍처(TNGA)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고강성 보디 프레임을 통해 비틀림 강성을 개선하여 주행 성능과 승차감 모두를 꾀했다는 게 토요타의 설명이다. 실내 공간은 1열과 2열의 용도가 확실히 나뉜다. 1열은 고급 세단처럼 안락함을 추구하면서도 운전자 중심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T자형 대시보드로 구분했다. 미니밴의 특징인 워크스루(좌우 시트 사이를 오가는 기능)는 불가능하지만, 중앙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에서 좋고, 깊은 센터 콘솔로 충분한 수납공간을 확보한다. 게다가 기어 레버를 비롯해 시트와 멀티미디어 조작 버튼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배치할 공간이 생겼다. 전체적으로 편의 장비는 ‘빵빵’하다.
1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터치 방식으로 작동한다. 토요타 자체 내비게이션 과 앱도 개선되었고,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해 사용성을 확장한다. 커다란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사용하기 편한 위치다. 스마트폰에서 토요타 커넥트 앱을 설치하고 연동하면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 외에도 U+스마트홈과 다양한 사물 인터넷(IOT) 기기도 제어할 수 있다(별도 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어라운드뷰 주차 모니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보조 및 전방/후측방 추돌 경보 시스템 같은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 차에서 주목할 부분은 2열 시트다. 2열에는 480mm 롱 슬라이드 리클라이너 시트를 달아 2열 승객의 안락함을 극대화한다. 2열 시트는 모든 부분이 전동으로 움직이지만 3열 승객의 탑승을 돕기 위해 수동 슬라이드 기능도 갖춘다. 부드러운 질감의 나파 천연가죽 소재 시트는 착석감도 편하고 포지션도 나무랄 곳이 없다. 키 180cm 이상 다리가 긴 체형이어도 하단 쿠션 부분과 허벅지 앞뒤가 체중 분산을 해줘서 다양한 등받이 각도를 활용 할 수 있다. 토요타의 설명에 따르면 알파드에는 토요타 브랜드 최초로 등받이와 암레스트 부분에 ‘저반발 메모리 폼’ 소재를 사용해 몸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최소화했다고 한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2열은 시내와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편하고 안락한 공간이었다. 2열 오른쪽의 경우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살짝 밀어서 완전히 풀 플랫 시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열선 및 통풍 기능이 기본이다. 공기압으로 가볍게 허리 주변을 눌러주는 마사지 기능도 탑재됐다.
2열의 좌우 암레스트 안쪽에는 작은 접이식 테이블이 들어있다. 차에서 음식을 먹거나 태블릿 등을 활용할 때 편하다. 암레스트에 부착된 스마트폰 형태의 좌우 독립형 컨트롤러는 2열의 공조 장치, 조명, 선셰이드, 오디오 등 모든 기능을 손쉽게 제어하도록 돕는다.
천장 가운데 달린 14인치 모니터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특징이다. 좌우 독립형 선루프, 전동식 셰이드, 2열 슬라이딩 자동 도어 등 프리미엄 소퍼드리븐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대부분 완벽하게 구현한다. 실제로 2열을 경험하며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며 사용자 중심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을 마구잡이로 넣어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장시간 사용해 보면서 불편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디자이너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3열 공간의 경우 여느 미니밴과 비슷하다. 특징이라면 충전 포트가 기본 USB C-타입이라는 것과 좌우 선셰이드가 전동식이라는 점. 시트좌우 공간이 넓고 무릎 공간도 충분한 편이라 2명의 성인이 앉기에 부족하지 않은 공간이다. 3열에서 느껴지는 승차감과 흔들거리는 멀미 유발 요소(?)도 다른 미니밴들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
효율적인 파워트레인
미니밴은 승객과 짐을 넉넉하게 싣고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려면 엔진 출력이 적정해야 한다. 하지만 넉넉한 엔진 출력과 연료 효율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토요타가 찾은 답은 2.5L 직병렬 하이브리드다. 알파드의 엔진은 2.5L 앳킨슨 사이클로 최고 출력 190마력을 발휘한다. 반면 최대 토크(24.4kg․m)는 비교적 높은 4,300rpm에서 시작된다. 쉽게 말해 엔진 배기량 대비 최대 출력은 낮은 편이고, 최대 토크가 시작되는 영역도 높다. 하지만 저속과 즉각적인 토크는 전기 모터와 e-CVT 변속기, 네 바퀴 굴림 시스템(e-Four)이 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보완한다. 즉, 연료 효율성과 배출가스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출발부터 초반 가속 페달의 감각은 가볍다. 특히 출발 직후에 전기 모터가 즉각적이고 힘차게 개입하며 편안하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러다가 속도에 탄력이 붙는 순간부터 엔진이 시동을 켜고 자연스럽게 동력 사용을 이어간다. 전반적으로 차의 움직임이 부드럽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2열과 3열 승객에게 이점으로 작용한다. 2,300kg이 넘는 무게에 승객 5명을 태운 상황을 고려할 때 어울리는 정제된 움직임이다. 그러나 운전자가 급하게 가속 페달을 요구할 때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어느 순간 엔진 출력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느낌이랄까. 엔진 회전수가 6,000rpm에 고정되면서 CVT가 엔진의 토크를 마력으로 전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화끈한 가속은 멈추고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스티어링휠은 가볍게 돌아간다. 장시간 운전하기에 좋은 구성으로, A필러에 사각지대도 줄여줘서 운전하기 편하다. 다만 부드러운 스티어링 반응이 승차감 위주의 서스펜션과 맞물리면서 생각보다 느린 핸들링 반응이 나타난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으로 차의 움직임은 차분하다. 과격한 코너링을 시도할 때 예상보다 큰 흔들림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하체는 네 바퀴 굴림으로 일정하게 접지력을 만들며 코너를 돈다.
며칠간 이 차를 타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소음 억제 능력이다. 엔진과 머플러에서 전해지는 기계음과 부밍음, 외부 바람 소리나 노면 소음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EV 모드로 도심을 부드럽게 가로지를 때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만이 잔잔하게 귀에 들려온다. 결과적으로 알파드는 여느 미니밴처럼 다목적성을 잘 실현한다. 하지만 차의 용도, 특히 2열에 담긴 편의성으로 미뤄 본다면 단순히 가족용 미니밴으로 활용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구성이다. 1억 원에 가까운 비용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래서 이 차는 미니밴 카테고리 중에서도 전문화된 비즈니스 용도에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호텔이나 골프장 같은 서비스 시설에서 VIP 의전에 사용하거나 기업 CEO를 위한 이동용 사무실 개념에 가장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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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OTA ALPHARD
레이아웃 앞 엔진, AWD, 6인승, SUV 엔진 I4 2.5L, 하이브리드 최고 출력 190마력/6,000rpm 최대 토크 24.4kg·m/4,300~4,500rpm 시스템 출력 250마력 변속기 e-CVT 휠베이스 3,000mm 길이×너비×높이 5,005×1,850×1,955mm 복합 연비 13.5km/L 무게 2,330kg 기본 가격 9,920만원(Executive Lounge)
글 김태영(모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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