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뷸렛의 역사와 로얄엔필드의 자부심까지 오롯이 담아낸 모델. 뷸렛350을 미리 만나보기 위해 로얄엔필드의 고향 첸나이로 날아갔다.
로얄엔필드에게 뷸렛이라는 모델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1932년에 탄생해 90여년의 시간동안 이어진 초장수 모델이다. 지금은 히말라얀에게 그 임무를 물려줬지만 원래는 뷸렛이 오리지널 히말라얀 모터사이클이다. 현재의 클래식 350역시 뷸렛에서 파생된, 그러니까 구형 뷸렛의 디자인을 재현한 모델이다. 그러니까 뷸렛은 로얄엔필드에게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로얄엔필드를 대표하는, 아니 로얄엔필드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번 뷸렛의 슬로건은 ‘Bullet Meri Jaan’으로 힌디어로 ‘뷸렛 내 사랑’이라는 의미다. 인도 사람들에게 뷸렛이 가진 의미를 체감할 수 있는 문구였다.
신형 뷸렛350은 메테오350과 클래식350, 그리고 헌터와 같은 J시리즈 플랫폼을 사용한다. 디자인은 한눈에도 뷸렛 350임이 드러난다. 핀스트라이프가 더해진 연료탱크와 사각형의 에어클리너박스, 독특한 구조로 연결되는 더블 리어 쇽업소버, 콤팩트한 나셀로 둘러싸인 헤드라이트, 그 옆을 장식한 호랑이 눈 벌브, 그리고 전후 일체형의 시트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뷸렛의 디자인 그대로다. 별다른 코멘트 없이 세워두면 신형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는 되어야 ‘타임리스 디자인’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신형 뷸렛을 처음 봤을 때 기존 모델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음에 오히려 안도했다. 애초에 뷸렛 만큼은 너무 변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연료탱크와 측면 패널에 입체적으로 붙어있는 로고가 고전적이면서도 뷸렛다운 이미지를 잘 만들어주고 있다. 가장 뷸렛스러운 기본모델인 스탠다드 블랙도 멋지지만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블랙 골드 컬러가 매력적이다. 엔진과 배기까지 블랙 코팅을 입히고 연료탱크에는 유광과 무광 블랙 페인팅과 그 사이를 골드 핀스트라이프로 나누며 디테일을 높이고 더욱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되었다.
앞서 외형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많은 변경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기존과 같은 부품은 찾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계기반은 아날로그에서 세미디지털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등화류에 LED 사용도 늘렸다. 하지만 헤드라이트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할로겐을 사용한다. 이걸 단순히 원가절감으로 볼 건 아닌 것이 할로겐만이 주는 분위기가 뷸렛과 찰떡이기 때문이다. 프레임도 싱글 다운튜브 프레임에서 더블 다운튜브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시트 역시 큰 틀은 비슷하지만 세부 굴곡과 쿠션을 다듬어 훨씬 편안한 착좌감을 선사한다. 겉모습에서 가장 큰 차이, 그러니까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킥스타터가 없으면 신형이다. 냉간 시에는 셀모터에만 의존해 시동을 걸기가 힘들었던 구형모델과 달리 이제는 언제든 버튼만으로도 쉽게 시동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시동성이 좋아져서 더 이상 킥스타터가 필요 없다. 내부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외형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미미하다. 지켜야 할 가치와 바꿔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감성적인 주행성능
무엇보다 큰 차이는 주행성능이다. 시트에 앉아 달려보면 온몸으로 달라진 뷸렛을 느낄 수 있다. 엔진 필링은 좋다. 굵직한 단기통 특유의 고동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불쾌한 진동은 잘 억제되어 있다. 엔진 필링이 부드러워졌다고 느꼈는데 클래식과 동일한 엔진이라는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엔진 자체가 좀 더 숙성되며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비슷하게 느낀 점이다. 그리고 배기음은 이 클래스 중 최고다. 순정으로 이보다 감성적이면서도 박력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모델은 흔치 않다. 적당한 볼륨의 저음과 명확한 박자는 라이딩의 즐거움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구형 뷸렛과 클래식의 경우 순정배기로 다니는 차량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배기튜닝이 보편적이었는데 신형 J플랫폼 모델들은 순정배기 그대로 타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물론 배기 튜닝 규제 자체가 강력해진 탓도 있지만 굳이 튜닝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의견이 많다. 엔진은 5단 미션과 조합되어 있는데 이게 절묘하게 어울린다. 기어비를 더 잘게 쪼개놓은 6단 미션이 적용되었다면 오히려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변속도 너무 자주 해줘야 했을 것이다. 두툼한 토크를 즐기며 시소기어를 뒤꿈치로 툭툭 밟아 변속하는 느낌도 너무 좋다. 저회전부터 묵직한 토크를 내고 힘이 나오는 구간도 넓어 5단으로도 전혀 부족함 없이 달릴 수 있다. 끈기있는 토크는 탑기어를 유지한 채 시속 50km까지 감속했다가 가속하는 것도 문제없다. 저회전으로 돌아갈 때의 통통거리는 배기소리가 무척 매력적이다.
최고출력은 20.2마력으로 기존의 인도사양인 350에 비하면 높아진 출력이지만 국내 출시했던 뷸렛500의 27.57마력보다는 확실히 약하다. 저회전에서 느껴지는 굵직한 토크감이 고회전에 대한 기대감을 만드는데 막상 RPM을 올려서 달리면 오히려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주행에서도 출발 후 시속 100km/h까지는 정말 가볍게 가속한다. 이 기세대로면 140km/h까지는 가볍게 솟을 것 같은데 막상 110km/h를 넘으면 기세가 훅 꺾이며 더디게 속도를 붙인다. 그렇게 가속해봐야 최고속은 120km/h 언저리다. 이때 상대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터사이클을 타며 스릴과 자극을 원하는 라이더에게는 맞지 않다. 하지만 평소 바이크를 한계성능으로 몰아붙이며 타지 않는 대다수의 라이더에게 꽤나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게 만드는 엔진이다. 인도 도로사정에 맞춰 제작된 모델답게 차체가 높고 지상고도 충분해 웬만한 오프로드도 어렵지 않게 주파할 수 있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
이번 뷸렛의 출시로 J플랫폼의 350 라인업에만 벌써 네가지 모델이 출시되었다. 사실 뷸렛의 베이스는 클래식350과 동일하다. 시트와 리어펜더의 구성이 다르고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조금 달라진 점, 그리고 핸들바 높이가 조금 높은 점을 제외하면 같은 차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애초에 클래식이 구형 뷸렛의 스타일을 재현한 차량이니 비슷한 게 당연하다. 이전 세대는 리어휠 사이즈가 달랐지만 이번 세대는 그마저도 같다. 그래서 두 모델간의 간섭을 걱정하는 의견도 많다. 사실 이번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전부터 수시로 이야기 되던 것이다. 하지만 두 모델은 의외로 취향 차이에 따라 선택이 확실히 갈린다. 클래식이 이름처럼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예쁘장한 느낌이라면 뷸렛의 이미지는 레트로한 느낌과 터프함이 있다.
국내 가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지 가격으로 비교하면 클래식 350의 기본 트림 가격보단 뷸렛의 기본트림 가격이 저렴하고 바로 윗 트림은 뷸렛이 비싸다. 그런데 최상위 트림으로가면 클래식이 더 비싸다. 두 모델이 사이사이에 겹쳐진 설정이다. 국내 가격이 결정되어 봐야 알겠지만 국내에서도 클래식과의 간섭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뷸렛파와 클래식파가 확실히 나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전 세대 뷸렛은 제품의 마감이나 페인팅 품질, 여러모로 클래식에 비해 저렴한 모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세대의 뷸렛은 클래식 모델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오히려 더 고급 모델처럼 느껴진다. 그게 가장 큰 차이였다.
ROYAL ENFIELD BULLET 350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단기통 OHC 2밸브 보어x스트로크 72 × 85.8(mm) 배기량 349cc 압축비 9.5:1 최고출력 20.4PS/6,100rpm 최대토크 27Nm/4,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 탱크 용량 13ℓ 변속기 5단 리턴 서스펜션 (F)41mm텔레스코픽 정립 (R)듀얼쇽 스윙암 타이어 사이즈 (F)100/90-19 (R)140/70-17 브레이크 (F)300mm 싱글디스크 (R)270mm 싱글디스크 듀얼채널 ABS 전장x전폭x전고 2145x785x1095 휠베이스 1,390mm 시트 높이 805mm 차량 중량 195kg 판매 가격 미정
글 /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로얄엔필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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