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기준을 위한 고급 스쿠터, 베스파 GTS 슈퍼 스포츠 125

    “그래, 이래야지.” 새로운 베스파 GTS 125는 지금까지 아쉬웠던 부분들을 말끔하게 개선해냈다. 주행 성능은 물론, 베스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파츠 곳곳의 디테일을 높여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VESPA GTS SUPER SPORT 125

    높은 기준을 위한 고급 스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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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파 GTS 시리즈는 2003년에 처음 출시하여 지난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4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2003년, 베스파 그란투리스모(GT) 125와 200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GTS 250, 2016년에 I-get 엔진을 적용한 GTS 125와 150이 등장했다. 2019년에 TFT 컬러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슈퍼 테크 버전이 공개됐고 300HPE 엔진을 탑재해 역대 가장 강력한 최고출력 23마력을 발휘했다.

    이후 2023년, GTS 시리즈의 풍만하고 우아한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거의 모든 부분을 새롭게 다듬은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였다.

    단순하면서도 넓은 선택지

    새로운 GTS 시리즈는 각각 125cc 엔진과 278cc 엔진을 탑재한 GTS 125, GTS 300으로 마련되었고 각 디자인 콘셉트에 따라 GTS 클래식, GTS 슈퍼 스포츠, GTS 슈퍼 테크라는 네이밍이 적용됐다. 이름과 어울리는 컬러 배치와 디자인으로 다양한 입맛을 대응하며 총 9가지 스타일이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깔끔한 단색 컬러부터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 무게감 있는 무광 컬러 등이 있다. 원동기와 2종 소형 면허 체계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 남녀노소 꾸준한 인기가 예상된다. 이번 시승에서는 먼저 인증 규제를 통과한 GTS 125, 그 안에서도 슈퍼 스포츠 그린 올리브 모델을 테스트했다.

    디자인의 완성

    새로운 GTS 슈퍼 스포츠 125는 기존 GTS가 갖고 있던 실루엣과 분위기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고유의 느낌을 그대로 지니면서도 차량 곳곳의 디테일을 다듬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가장 먼저, 고급스러운 무광 올리브 페인팅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프런트 타이가 눈에 띈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듯 보이지만 약간의 디자인 변화로 더 날렵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량의 포인트 라인으로 적용된 오렌지 컬러를 통기구 안쪽에 더한 센스도 돋보인다.

    슈퍼 스포츠 모델의 경우 헤드라이트 커버, 사이드 미러, 리어 랙, 텐덤풋 패그 등에 블랙 크롬 컬러가 적용됐다. 차체와 단차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LED 방향지시등은 차체 안쪽에서 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외부에서 보이던 볼트가 모두 사라졌다. 정비성은 떨어질지언정 시각적인 고급감은 한층 높아졌다. LED 원형 헤드라이트를 포함한 핸들 바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되었고 새로운 브레이크 레버를 통해 조작성과 안전성 모두 높였다. 핸들 바 카울 전방에 작은 홀을 뚫어 마스터 실린더 브레이크액 높이를 체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도 섬세한 배려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계기반은 오랜 노하우가 느껴지며 주행 속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정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핸들 바 좌우의 스위치 뭉치 파츠는 크롬 컬러로 배치되어 과거 베스파의 기어 레버를 연상하게 만든다. 소소한 변화 같지만 실제로는 ‘신형’ 모델임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요소다. 이 밖에도 차체, 휠, 시트, 배기 머플러 커버 등이 변경되었다.

    익숙함 속 발전

    시승 차량을 수령하면서 스마트키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베스파는 바로 지난해까지도 실물키를 고집해 왔는데, 아주 반가운 변화다. 스마트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다면 절대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모터사이클 구매 시 중요 조건으로 따질 정도다.

    시트고는 수치상으로 10mm 증가하여 800mm가 되었다. 하지만, 시트의 앞쪽 형상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어 다리 내리는 공간을 확보했고 안정적인 발착지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시트 앞을 슬쩍 높여두어 실제로 주행할 때 앉는 공간은 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시동 배기음은 여느 베스파 125 시리즈와 동일하다. 스로틀 반응은 초기부터 rpm이 움직이고 일정 이상 상승해야 클러치가 붙으며 움직인다. 극 초반 민첩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160kg의 묵직한 차체를 고려하면 반응이 우수한 편이다. 도심 주행 중 완전 정차 상태에서 초록불과 함께 스로틀을 비틀면 대부분 다음 신호 앞에 가장 먼저 도달한다. 정차와 동시에 기본으로 탑재된 스톱 앤 고가 작동하여 시동을 끈다.

    자동차처럼 에어컨이 있지 않기 때문에 시동이 꺼졌다고 아쉬울 게 없다. 그저 도심 속의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연료 효율을 높인다는 기쁨을 만끽하면 된다. 다시 출발하기 위해 스로틀을 돌리는 순간 자연스럽게 시동이 걸리고 가속된다. 시동이 걸리고 가속되는 동작에 약간의 딜레이가 있지만, 성격이 급한 한국사람,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서울 시내에서도 후방 차량의 경적을 들어본 적 없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참배를 다녀오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며 슬퍼했다던 지지대 고개에서는 차량 출력만으로 시속 80km 언저리까지 가속할 수 있다. 원동기 스쿠터에게 기대하는 수준은 충분히 도달하고 뚱뚱한 덩치를 생각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일정 속도 이상에서의 진동도 많이 억제됐다. 하루 내내 서울 도심을 비롯하여 경기도 외곽 도시를 넘나들었음에도 손과 발, 엉덩이에 약간의 진동도 남지 않았다.

    라이딩 품질

    솔직히 베스파를 논하면서 라이딩 재미를 따진 적이 없다. 하지만, 새로운 GTS는 라이딩 재미가 한껏 상승했다. 프런트의 싱글 사이드 포크가 더 많은 피봇과 지지대를 적용하여 더욱 안정적인 구조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두 개의 피봇점으로 연결되어 제동 시 캐스트 각이 변경되며 이질적인 핸들링을 전달했는데 신형 모델의 경우, 거의 모든 순간 일정한 성능을 발휘한다. 덕분에 트레일 브레이킹이나 과격한 주행에도 자신감이 있고 고르지 않은 노면의 요철 처리도 부담 없다. 새로운 브레이크 캘리퍼와 장착 구조도 아주 마음에 든다. 순간 제동력을 넘어 최대 제동 성능까지 모두 개선되었다. 여기에 뛰어난 연비는 덤이다. 50km/h 항속 주행 시 45km/ℓ, 60km/h 항속 주행 시 40km/ℓ를 발휘한다. 물론, 스로틀을 계속 꺾어가며 달리면 30km/ℓ 수준을 마크했다.

    고급 스쿠터

    지금껏 베스파에 붙었던 ‘예뻐서 타는 스쿠터’라는 수식어는 옛말이 됐다. 물론, 현재에도 예쁜 스쿠터임에 틀림이 없지만, 이 밖에도 주행 성능, 안전성, 편의성까지 많은 덕목이 상향되었다. 719만 원이라는 가격표는 순간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할 만한 숫자다. 분명히 원동기 스쿠터에겐 어색한 수준이다. 하지만, 하나씩 따져보자. 디자인, 주행 성능, 안전성, 편의성까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시승을 마치고 차량을 반납할 때쯤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125cc 스쿠터에게 바라는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GTS는 깐깐한 기준을 가진 라이더를 완벽하게 만족시키기 위해 완성된 고급 스쿠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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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SPA GTS SUPER SPORT 125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i-get   보어×스트로크 52 × 58.7(mm)   배기량 125cc   압축비 미발표   최고출력 13.8hp / 8,750rpm   최대토크 12Nm / 6,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7ℓ   변속기 CVT자동변속기   서스펜션 (F)코일 스프링 싱글 암 (R)더블 쇽 업소버   타이어사이즈 (F)120/70 12 (R)130/70 12   브레이크 (F)220mm싱글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1,980×795×미발표   휠베이스 1,385mm   시트높이 800mm   건조중량 160kg   판매가격 719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베스파코리아 ves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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