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XSR900이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왔다. 레트로 스타일에 현대적인 기술을 접목한 진정한 네오레트로 바이크다.
YAMAHA XSR900
첨단에 유산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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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R 시리즈는 야마하에서 스포츠 헤리티지로 분류하는 모델이다. 유명 커스텀빌더인 키무라 신야가 선보인 패스터 선Faster son 콘셉트를 시작으로 현대적인 스포츠 네이키드인 MT시리즈에 레트로 콘셉트를 씌운 패스터 선즈Faster sons 라인업으로 시작되었다. XSR700을 시작으로 XSR900과 300, 125 등 다양한 배기량으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중 국내에는 XSR900만 정식 출시했으며 풀체인지 모델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전의 XSR이 MT-09를 베이스로 외장을 바꿔 클래식한 분위기를 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신형 XSR은 풀체인지 된 신형 MT-09가 베이스다. 그래서 새로워진 부분은 MT-09의 변경점과 동일하다. 간단히 요약하면 엔진의 배기량은 커지고 토크가 높아졌으며 각종 전자장비가 더해진 것이다. 기존과 같은 부품을 찾기가 더 힘들만큼 많은 부분이 변화했고 진화했다. 최근 야마하가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스핀단조휠과 프런트 브레이크에 브렘보 마스터 실린더를 사용하는 등 파츠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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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디자인
2013년에 출시한 1세대 MT-09는 당시 유행하던 슈퍼모타드 스타일을 접목한 모델답게 프런트가 높게 올라온 형태였다. 이걸 기반으로 레트로 스타일을 입히다 보니 프런트가 조금 껑충한 느낌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신형 MT-09가 보통의 네이키드에 가까운 레이아웃으로 변경되며 XSR900의 실루엣 역시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 XSR900과의 연결고리는 좀 희미해 보인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간결해졌으며 덩어리가 집중되며 완성도가 높아진 느낌이 든다. 특히 연료탱크와 헤드라이트, 그리고 시트로 이어지는 라인이 하나의 선을 그리는 것이 복고풍 레이스 머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특히 80~90년대 레이스 바이크의 테일 라인을 재현한 시트 디자인이 특징이다. 프로모션 영상에서 80년대 GP라이더인 크리스티앙 사홍Christian Sarron과 그의 TZ250을 등장시켜 새로운 XSR900의 모티브로 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시트 카울 고정에 퀵 릴리즈 패스너를 사용한 것도 레이스 머신 분위기를 더한다. 특징적인 라인을 부각하기 위해 탠덤 스탭까지 전용 부품으로 만들어 차체에 밀착시켜 감춘 것도 마음에 든다. 청량함이 느껴지는 선명한 블루컬러와 골드컬러의 조화도 TZ250의 컬러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며 매력적인 디자인에 한몫을 한다. 다만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커스텀 영역을 위해 일부러 조금 덜 완성된 느낌이다. 덕분에 자신만의 취향을 더할 여지가 많다.
지난 6월말 비아리츠에서 열린 2023 Wheels & Waves에 전GP레이서 크리스티앙 사홍이 Y’s 기어의 캐노피와 비키니 카울로 커스텀 한 XSR900을 타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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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3
야마하 3기통 엔진의 이름에 붙여진 CP3라는 이름의 뜻은 크로스플레인 3기통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3기통 엔진이 부등간격으로 오해받고 있다. MT-07의 CP2엔진은 2기통 270도 위상차 크랭크 엔진과 YZF-R1과 MT-10에 사용하고 있는 CP4엔진 역시 부등간격 연소 엔진이다. 하지만 CP3엔진은 등간격 연소를 한다. 이를 두고 야마하는 엔진크로스플레인 필로소피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엔진은 피스톤이 왕복하는 연소토크가 크랭크를 돌리는 관성토크로 바뀌고 이를 합치면 최종적으로 혼합토크가 만들어진다. 플랫플레인 엔진은 상사점과 하사점에서 토크의 방향이 바뀔 때 관성토크에 더해지는 힘이 0이 되므로 혼합토크 그래프가 연소토크 그래프와 일치하지 않는데 크로스플레인의 경우 연소토크와 혼합토크 그래프가 유사한 형태가 된다. 그래서 좀 더 직관적인 토크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크로스플레인 필로소피의 핵심이다. 그런데 3기통 엔진은 구조상 각 크랭크축이 120도 각도로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연소토크와 합성토크가 일치하고 이러한 점이 크로스플레인 필로소피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CP3로 표기하는 것일 뿐 등간격 연소임은 변함이 없다.
엔진은 스트로크를 3mm늘려 배기량은 847cc에서 890cc가 되었다. 실용영역에서의 토크가 보강되며 93Nm의 최대토크는 7000rpm에서 나온다. 최고출력은 119마력이 되었다. 최신 스포츠바이크의 기준에서도 나쁘지 않은 수치이며 레트로 바이크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엄청난 고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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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성능
강력한 엔진 덕분에 주행성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빠르고 잘 돌고 잘 서는, 3박자가 고루 잘 맞는다. MT-09 베이스니 당연한 이야기다. 3기통 엔진 특유의 약간의 걸걸함이 XSR의 레트로한 외형과 만나니 마치 구형 4기통 필링처럼 느껴져서 은근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MT-09보다 가속이 빠르게 느껴진다. 프런트의 안정감이 더해지고 빠른 가속에도 프런트가 느긋하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65mm 길어진 휠베이스와 그로 인한 무게 배분 차이가 만드는 안정감 때문인데 이게 꽤 느낌이 괜찮다. 훨씬 부담 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느낌이다. 상하 양방향으로, 그것도 매끄럽게 작동하는 퀵시프트도 기본으로 장착된다. 덕분에 배기음을 즐기며 발만 차올려도 쭉쭉 가속을 뽑아낸다. 여기에 가속감이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넓은 개방감으로 주행의 재미가 상당하다. 기존 모델의 단점으로 꼽히던 지나치게 민감하게 널뛰는 스로틀 감각은 이제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주행모드가 나뉘어졌는데 가장 강한 모드1으로 설정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엔진의 스로틀 조작에 빠르게 반응하면서도 섬세한 입력까지 전달되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었다.
핸들링은 공격적이던 MT-09보다 한층 부드럽게 자연스럽다.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감 있게 파고들면 머리가 방향을 잡은 곳으로 리어가 매끄럽게 그 뒤를 쫓아 방향을 바꾼다.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연속 코너에서도 민첩하게 방향을 바꾸며 짜릿함을 만끽하게 해준다. 처음에는 여유롭게 달리자고 마음먹었던 것을 잊고 어느새 진심을 다해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순정 파츠로 브렘보 마스터실린더를 채택한 것은 신의 한수다. 섬세한 터치와 직관적인 제동력으로 캘리퍼 성능을 200% 높여주는 느낌이다. 덕분에 더 과감히 스로틀을 열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전자장비의 도움 역시 커졌다. 우선 6축 IMU의 도움을 받는 ABS나 트랙션 컨트롤은 이 클래스에서도 흔하지만 리프트컨트롤(윌리컨트롤), 슬라이드컨트롤은 플래그십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호화장비다. 심지어 XSR900에는 런치컨트롤까지 추가되었다. 이쯤 되니 이대로 레트로 레이서 트로피에 출전해야 하나 싶다.
주행에 있어 인상적인 것은 전반적으로 가격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이다. 매끄럽고 섬세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엔진과 탄탄하면서도 쫀득하게 잡아주는 서스펜션, 경량 단조휠이 주는 가벼운 발놀림과 각종 전자장비의 서포트까지, 타는 동안 클래스를 짐작하기 힘들 만큼 고급 바이크를 타는 느낌을 준다. 가격에 딱 맞게 보이는 계기반이 눈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웃음)
XSR900을 두고 껍데기만 바꾼 MT-09라는 이야기는 맞으면서도 틀리다. 바이크에게 외형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XSR의 둥근 헤드라이트는 깔끔하면서도 복고풍 디자인을 잘 접목했다. 로봇의 얼굴을 하고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MT-09와 확실한 차별점이 되는 부분이다. 지난 MT-09 시승기에서 좋아진 주행 성능에 감탄하며 이정도면 못생겨도 상관없을 정도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XSR900은 보편적으로 근사한 디자인이다. 만약 이유 없이 MT-09가 미워보였다면 XSR900이 더 반가울 것이다. 물론 디자인에서 조금 부족해보이는 점도 있다. 근데 그걸 채우는 게 어렵지 않아보인다. 아니 내 취향대로 채워 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단점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가격은 1,485만 원. MT-09 SP 1,525만 원에 비하면 오히려 40만 원이 저렴하다. SP에는 기본으로 장착된 올린즈 서스펜션 때문이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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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HA XSR900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3기통 DOHC 4밸브 보어×스트로크 78 × 62.1(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1.5 : 1 최고출력 119hp / 10,000rpm 최대토크 93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4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풀어저스터블 도립 (R)올린즈 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298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155×860×1,155(mm) 휠 베이스 1,495mm 시트높이 810mm 차량중량 193kg 판매가격 1,485만 원
글 양현용
사진 양현용, 윤연수
취재협조 (주)한국모터트레이딩 y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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