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스트로크 인젝션의 세계
2018 KTM
250/300 EXC TPI
환경 앞에서 2스트로크는 끝이 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KTM은 2스트로크에 퓨얼 인젝션을 더해 단점은 빼고 장점만 남겼다. 혹독한 유로4에서도 살아남았다. 이제 재밌고, 가볍고, 편하고 깨끗한 2스트로크 TPI의 세계로 초대한다
2스트로크 엔진은 4스트로크 엔진에 비해 강력한 출력과 간단한 구조, 가벼운 무게로 모터스포츠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WGP(현재의 모토 GP)는 500cc 2스트로크 머신이 지배했고 또한 낮은 배기량에도 고출력을 내는 특성으로 50cc 2스트로크 스쿠터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까지가 20세기의 일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며 2스트로크는 내구성과 연비가 좋지 못하고 오일을 같이 태우는 탓에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점점 4스트로크에 밀려난다. 4스트로크 엔진 기술의 발달과 전자제어식 퓨얼 인젝션 엔진의 등장으로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해지며 2스트로크는 점점 설자리가 없어졌다. 메이커들은 주력으로 판매해야 할 모델이 4스트로크로 옮겨가자 기술의 연결성을 위해 프로토 타입 레이스에서도 4스트로크를 사용하게 된다. 2스트로크 500cc는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존재가 되고 4스트로크 엔진이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2스트로크의 생명이 좀 더 질겼다. 가볍고 빠른 것이 좋다는 것은 오프로드에서는 상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 4스트로크의 발전은 눈부셨다. 무게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가벼워졌고 출력은 더 강력해졌다. 그리고 그 발전의 선봉에 KTM이 있다. 4스트로크 머신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며 4스트로크의 강력함을 증명했다. 낮은 RPM부터 고회전까지 고르게 나오는 출력으로 다루기 쉬운 4스트로크 머신은 기존의 2스트로크 머신들을 대체해 나갔다. 하지만 2스트로크 팬들은 여전히 2스트로크를 고집했다. 아무리 시끄럽고 불편해도 재밌고 빠르니까.
나 역시 사실 2스트로크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토크 밴드가 너무 몰려있어서 주행이 피곤했고 아이들링 유지도 잘 안 되는 엔진이 태반이었다. 냄새가 나는 것도 싫고 연기는 더 싫었다. 프리믹스 된 연료를 준비하는 것도 아주 귀 찮은 일이다. 손발이 저릿한 진동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것이 2스트로크였다. 그래서 나는 절대 2스트로크를 탈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KTM EXC 시리즈에서도 2스트로크 모델은 늘 관심 밖이었다.
TPI 엔진
하지만 KTM이 선보인 새로운 2스트로크 엔진은 혁신적이다. 카브레터가 당연시되는 2스트로크 세계에 인젝터로 연료를 분사하는 퓨얼 인젝션 엔진을 도입했다.
Transfer Port Injection 줄여서 TPI라고 부르는 신형 엔진은 소기포트에 인젝터를 장착한다. 오일은 미리 연료와 섞는 프리믹스 방식이 아니라 스로틀 밸브의 흡기 포트에서 혼합되는 순간 혼합식으로 변경했다. 오일탱크는 프레임을 이용한다. 인젝션을 이용해 정확하게 제어되는 분사량으로 오일 소모량도 줄일 수 있게 되어 한번 보충하면 가솔린 탱크를 가득 채워 다섯 번 비울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4스트로크의 교체형 오일보다 편할 것이다. 이로써 배기가스가 깨끗해진다. 오일을 많이 태워야 했던 옛 엔진들은 방역차 수준의 매연이 나왔는데 이제는 4스트로크 수준으로 깨끗해졌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 TPI 엔진으로 무려 최신 유로4에 대응하고 있다. 밸런스 샤프트를 이용해 진동도 줄였다. 아이들링도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2스트로크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해결되었다. 이것만으로도 내게는 비호감에서 호감이 될 만큼 큰 변화다. 그렇다면 주행성능은 어떨까?
완전히 다른 세계
250 TPI 엔진은 매 순간 충격을 안겨주었다. 첫 세션은 우선 적응기였다. 다행히도 기본적으로 기존의 2T 엔진에 비해 토크가 넓게 퍼진 느낌이라 다루기 부담스럽지 않다. 회전수를 끌어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달릴 수 있고 회전수를 올리면 쭉쭉 뻗는 파워가 경쾌하다. 파워밴드가 좁은 기존의 2스트로크와 4스트로크의 중간 정도의 느낌인데 이렇게 다루기 쉽고 파워풀하다니. 파워는 지난해부터 타고 있는 350 EXC-F와 비슷한데 바이크를 다루는 에너지 소모량은 절반 수준이다.
2스트로크는 그 구조상 엔진 브레이크가 약하다. 그래서 주행감각이 꽤 독특하다. 지금까진 이게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타보니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4스트로크 바이크는 스로틀을 리턴하면 엔진 브레이크가 바로 걸리면서 리어가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2스트로크는 훨씬 부드럽게 처리되어 버릴 뿐만 아니라 미끄러지기 시작한 리어가 그립을 되찾을 때 상당히 부드러웠다.
2스트로크 특유의 파워밴드는 여전히 느껴진다.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파워밴드가 터지면 바이크의 성격도 달라진다. 하지만 컨트롤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수준이 아니라 언제나 컨트롤 하에 있다는 느낌인데 정교한 스로틀 워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세션부터는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테스트 코스는 산의 비탈면을 오르내리며 이어지는데 다양한 종류 다양한 높이의 장애물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스킬을 키우기 아주 좋은 장소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충분히 적응을 마치고 선두를 바싹 쫓기 시작했다. 평소 페이스의 150%는 빠르게 달렸다. 극적일 만큼 실력이 붙는다.
세션 중간에 스페셜 버전인 식스데이즈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서스펜션이 하드하고 프랑스의 삼색 국기를 본 딴 전용 리버리가 멋지다는 점도 좋지만 기본 장착하고 있는 메첼러 식스데이즈 타이어의 그립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역시 성능의 절반은 타이어에서 나온다는 말은 진리다. 업힐 중간에서 다시 출발해도 그립이 나올 정도로 훌륭한 그립을 보여준다. 직진성이나 제동에서 편하고 출력을 노면에 잘 전달하는 느낌이다.
이후는 정말 정신없이 달렸던 것 같다. 바이크의 움직임이 몸과 일체화 되서 따라오는 경험은 짜릿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모든 주행 세션이 끝났다. 평소라면 기진맥진해서 더 탈 수 없을 지경이 되는 게 당연한데 이날은 체력이 남았고 계속 타고 싶었다. 그 점이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다.
INTERVIEW
Yun Yeon-Soo
이번 테스트는 국제급 엔듀로 레이서 윤연수 선수가 함께했다.
그가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들을 소개한다.
Q.이번 테스트는 어땠습니까?
이번처럼 오프로드 전 모델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테스트 한 것은 처음인데 내가 원하는 대로 타볼 수 있고, 장단점을 바로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코스가 너무 좋았다. 어쩌면 일본 선수들이 이런 환경에서 탈 수 있어 실력이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의 난이도가 집중된 것이 아니라 넓게 펼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세게 타려고 하면 어려워지고, 천천히 타려고 하면 쉬워지는 코스다. 이날 인스트럭터 겐지 씨의 원 포인트 레슨도 좋았다.
Q. 250 TPI에 대해서
타기 전에는 2스트로크 캬브에서 인젝션으로 바뀌었다고 했을 때 고동감도 줄어들고, 감성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역시나 시동을 걸고 스내칭을 해 보는 순간 솔직히 “아… 이건 아닌데” 싶었다. 그러나 바이크에 올라타 움직이기 시작하고 파워밴드 구간을 도달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너무 움직임이 부드럽고 정확한데다가 보다 강력해져서 정말 놀랐다. 바이크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입력은 다소 디지털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입력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쉬운 점은 무게가 조금 늘었는데 그럼으로써 오는 안정감도 있어 나쁘지 않았다. 바이크가 점프했을 때나 요철을 넘어 달려보니 단점은 정말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이전에 250 2T를 타다가 지금은 350 4T를 타고 있는데 다시 250 TPI로 기변하고 싶은 느낌이다. 350 4T에 비해서 250 TPI는 일단 무게가 조금이라도 적게 나간다는 사실이 체력 소모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고 순간적인 폭발력이 너무나도 경쾌하고 정확해서 내가 원하는 라인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아 참, 무엇보다도 내가 휘발유에 오일을 (믹싱) 섞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Q. 300 TPI에 대해서
2017년 3월에 군 전역을 마치고 엔듀로를 다시 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300 2T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00 2T 기종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 왔기에 인기의 비결이 궁금했다. 사실 이전에 경험했던 300 2T는 지나치게 강하고 자기 멋대로 움직인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 타보면서 여전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타면 탈수록 물건이구나 싶었다. 저속 아이들링만으로도 거의 모든 코스를 주파할 수 있고 필요한 순간에 엄청난 폭발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른 바이크로는 장애물을 밟고 넘어가는 느낌이라면 300 TPI는 장애물을 뛰어넘어가는 느낌이랄까. 다만 바이크의 성능을 끝까지 몰아붙여서 타기에는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250 TPI와는 고작 50cc 차이인데 전혀 다른 파워를 보여준다. 요 근래 들어 우리나라 엔듀로 시장이 점점 더 하드코어 한 하드 엔듀로로 빠지고 있는데, 그것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모델이 아닌가 한다. 500 4T와 비교했을 때 바이크의 무게가 한참 가볍고 저속에서 그립을 유지하기가 보다 쉬웠으며 리듬감을 살려가기가 수월했다. 처음 들었던 과하다는 느낌이 마지막 바이크에서 내릴 때는 재밌게 느껴졌다. 아~이래서 300 2T를 타는가 싶었다. 하루의 테스트 일정이 너무 짧다고 느껴졌다. 조금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혹시나 바이크가 너무 세다고 생각해서 지레 겁먹지 않고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생각보다 바이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거다. 물론 만약 250과 300중에 고르라고 하면 나는 당연히 300이다. (하하하)
credit
글 양현용 편집장
사진 KTM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