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엔필드 트윈스 시리즈에 새롭게 등장한 크루저, 슈퍼메테오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도 라자스탄을 무대로 열린 미디어테스트에서 한발 앞서 만나보았다.
ROYAL ENFIELD SUPER METEOR 650
기대를 넘어선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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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륜차 시장에서 크루저의 인기는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르가 다양화 되며 상대적으로 크루저가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크루저에 입문하기 위한 모델 자체가 시장에 많지 않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한 것이다.
로얄엔필드의 슈퍼메테오는 2기통 650cc엔진을 얹은 트윈스 시리즈 중 가장 늦게 출시된 모델이지만 실은 가장 먼저 계획된 모델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슈퍼메테오의 등장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었다. 메테오 350이 기존의 썬더버드라는 P이름대신 50년대에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했던 메테오 시리즈의 이름을 따온 것부터 슈퍼메테오 700의 부활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엔진 형식도 당시와 같은 병렬 2기통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심심치 않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스파이샷에서 이미 트윈엔진 크루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EICMA에서 뉴모델을 공개한다고 했을 때도 예상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도 서부의 자이살메르, 라자스탄로 날아가 그 실체를 확인한 결과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난 부분이 있었다. 기대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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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의 존재감
슈퍼메테오의 첫인상은 미들클래스의 크루저임에도 작지 않다는 것이었다. 크루저 바이크라면 낮고 긴 실루엣, 그리고 크기가 멋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작은 배기량에 덩치만 키운 비만형 바이크는 사양이다. 슈퍼메테오는 엔진과 차체, 연료탱크, 휠까지 각 부분의 균형이 좋다. 덕분에 186에 100kg남짓의 덩치가 타도 크게 어색함이 없다. 전륜에 19인치 후륜에는 16인치 휠을 장착해서 당당한 느낌을 준다. 시트에 앉으면 큼직한 크기가 더욱 실감난다. 포워드 컨트롤 자세가 자연스럽게 연출되는데 시선을 내리지 않고도 발판 위치에 발을 짚을 수 있을만큼 딱 있어야 할 곳에 있다. 다만 신장이 170이하였던 라이더의 경우 장시간 주행 시 발판이 살짝 멀게 느꼈다고 한다. 풋패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빠른 대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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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완성도
디자인은 꽤 잘 빠졌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페인팅 품질과 질감 덕분이다. 물론 실제 양산 제품이 아닌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진 초기생산 차량이기 때문에 더 완벽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꽤 인상적이다. 크루저의 디자인이라고 하면 일단 할리데이비슨을 얼마나 잘 배꼈느냐로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슈퍼메테오는 그보다는 전통적인 로얄엔필드의 디자인을 잘 따르면서 그 안에 크루저의 스타일을 녹여내고 있다. 그리고 풀 LED헤드라이트를 채택하고 조절식 레버를 기본으로 장착하는 등 신경 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측면에서 봤을 때 메테오처럼 살짝 차체가 높은 느낌은 있다. 하지만 프런트 엔드부터 리어까지 떨어지는 라인과 차체 사이에 살짝 파묻히는 시트라인, 제대로 크루저를 이해하고 만든 디자인이다. 크루저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살짝 올드하거나 촌스러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차체가 가진 비례가 좋아서 단점을 잘 커버하고 있다. 이런 경우 어설픈 튜닝으로 그 밸런스를 깨트리는 순간 숨겨졌던 촌스러움이 확 도드라지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 순정처럼 잘 어울리는 옵션 파츠를 꽤나 많이 준비해둔 점은 다행이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타입의 모델이 준비되었다. 간결한 구성의 정통 크루저 스타일인 기본모델과 윈드쉴드와 장거리를 위해 크고 푹신한 2인용 시트를 더한 슈퍼메테오 투어러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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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저? 투어러
테스트 내내 두 모델을 번갈아가며 탈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투어러 모델은 윈드쉴드의 도움이 꽤 크게 느껴진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가볍고 간결한 디자인에 바람을 가슴으로 안고 달리는 크루저 모델이 훨씬 만족도가 높았다. 시트는 투어러가 쿠션이 두툼한 대신 살짝 높았는데 이 때문에 다리 포지션이 조금 더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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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트윈 엔진
슈퍼메테오의 심장은 650cc 병렬 2기통 엔진이 장착된다. 앞서 선보인 인터셉터와 컨티넨탈GT에서 썼던 바로 그 엔진이다. 물론 새롭게 디자인한 에어클리너박스와 배기시스템, 그리고 새로운 맵을 사용해 크루저 특성에 맞는 퍼포먼스로 세팅했다. 모양도 조금 다듬었다. 커버 디자인을 변경하고 진한 그레이 컬러로 칠해 기존의 날것에 가깝던 이미지보다는 좀 더 완성도를 높인 모양새다. 엔진은 활달히 돌아간다. 이미 콘티넨탈GT를 3년 넘게 타고 있고 이 엔진에는 충분히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느낌이 꽤 달랐다. 엔진이 같아도 섀시가 완전히 다르면 필링이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사운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부드러운 저음과 툭툭 쳐주는 중음이 화음을 이루는 배기음은 볼륨은 크지 않지만 크루저 장르의 매력을 더하는 양념으로 확실한 역할을 해준다. 이 정도의 사운드라면 배기튜닝 없이도 주행의 즐거움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인도 현지 사양으로 테스트 한 만큼 규정이 좀더 박빡한 국내에도 동일한 배기시스템으로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인터셉터와 비교하면 스펙상 무게가 거의 40kg가까이 늘었기 때문에 가속 성능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무겁거나 버거운 인상 없이 가볍게 속도를 붙인다. 속도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포워드 컨트롤 특성 때문에 체감 가속 성능은 오히려 좋게 느껴질 정도다. 120km/h까지 가속하는데 아주 상쾌하고 최고속은 계기반 기준으로 160km/h남짓이다.
진동은 저속과 중속에서 잘 억제되어 있다. 130km/h가 넘어가면 진동이 제법 올라오는데 손이 저리는 잔 진동이 아니라 라이더에게 열심히 달리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정도다. 늘어난 무게와 큼직한 프런트 휠 덕분에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상당히 좋았다. 속도를 붙이면 안정성도 높아져서 어느 속도에서든 불안감이 없었다. 제동력도 좋은 편이다. 앞디스크 사양은 기존의 인터셉터와 같은 구성이지만 차체가 무거워진 만큼 리어 디스크의 크기를 300mm로 키워서 제동성능의 부족함을 채웠다.
테스트가 진행된 자이살메르 인근 도로상태는 울퉁불퉁하거나 깨진 곳이 많았다. 특히 마을 근처를 지날 때는 도로 중간에 이걸 넘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높은 과속방지턱이 나온다. 속도를 높이면 확실하게 사고로 이어지니 과속은 확실히 막아주는 장애물이다. 덕분에 서스펜션 테스트는 정말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느닷없는 요철에도 전반적으로 낭창임은 크지 않고 수습도 빠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메테오와 슈퍼메테오가 크루저 치고는 지상고가 꽤 높은데 다름 아닌 이 과속방지턱을 넘기 위해선 필수적인 높이였음을 깨달았다.
핸들링은 상당히 편하고 직관적이다. 이 바이크로 크루저에 입문하게 될 라이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큰 장점이다. 기울어지는 속도도 일정하고 휘청거림 없이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꿀 수 있고 유턴도 편하다. 좌우 린앵글에도 여유가 있어서 일상적인 환경에서 노면을 긁는 일이 없었다. 아쉽게도 산길과 같은 본격적인 와인딩 로드가 테스트 코스에 없었는데 이는 추후 국내 테스트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휠베이스가 너무 길어지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크루저의 휠베이스는 늘어나면 안정감은 좋아지고 모양도 근사해보이지만 그만큼 핸들링에서 큰 손해를 본다. 슈퍼메테오는 그 선을 잘 타협하고 있는데 그만큼 핸들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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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대주
이번 테스트에 참여하며 로얄엔필드가 슈퍼메테오에 거는 기대의 크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모든 미디어 테스트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에 가장 많은 준비를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테스트는 인도 서부의 사막지대인 라자스탄 지역에서 이틀에 걸쳐 진행이 되었는데, 첫날은 자이살메르 주변 도로를 달리며 촬영과 성능테스트를 진행했고 둘째 날에는 자이살메르를 떠나 킴사르까지 350km가 넘는 장거리 라이딩을 통해 크루저의 장거리 주행 실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특히 거점 이동했기 때문에 실제 장거리 투어를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350km 연속주행 후에도 엉덩이가 조금 얼얼하긴 하지만 피로감이 그리 크지 않았을 만큼 편안한 투어가 되었다.
슈퍼메테오는 테스트 전부터 주행성능에 대한 기대감이 꽤 컸다. 하지만 모든 기대를 넘어서는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괜찮은 크루저가 하나 나왔다 정도가 아닌, 이 바이크로 인해 크루저 장르의 인기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놀랐던 점은 슈퍼메테오의 품질이 인터셉터와 컨티넨탈GT를 출시하던 3년 전과 또 다르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페인팅부터 부품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우리가 로얄엔필드에 기대하는 수준을 가볍게 상회한다. 로얄엔필드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을 슈퍼메테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줄곧 이야기했던 슈퍼메테오의 장점들은 모두 밸런스, 균형감각, 그로인한 높은 완성도에 있다. 이런 완성도의 바탕에는 엄청난 양의 테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로얄엔필드에 따르면 세계 곳곳의 프루빙그라운드와 고속도로에서 100만km가 넘는 주행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650 트윈스 시리즈부터 로얄엔필드는 가성비라는 얄팍한 무기가 아닌 진짜 품질로 승부하고 있다. 가성비는 경쟁력을 높여주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저 ‘싼 게 비지떡’이라는 평가만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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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유?
꽤 오래전부터 로얄엔필드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브랜드다. 처음에는 참 이상한 브랜드라서 좋았다. 뭔가 딱 봐도 잘 고장나게 생겼고, 실제로도 잘 고장났다. 툴툴거리며 달리는 것도 어쩐지 불안했고 고속으로 달리면 차가 분해되는 것 같았다. 뭔가 신차를 사도 50년 쯤 지난 빈티지를 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브랜드였다. 그런데 심지어 비싸기까지 했다. 그런데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그 이상함이 좋았다. 나름의 반골기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정 반대다. 모양도 좋고 재미도 좋고, 잘 서고 잘 달린다. 별다른 고장도 없다. 여기저기 꼼꼼히 살펴봐도 뭔가 이상한 부분이 없다. 그래서 그냥 평범한 이유로 좋아해도 되는 브랜드가 되었다. 미묘하게 아쉬운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덕분에 누구에게든 추천할 수 있는 바이크가 되었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슈퍼메테오 역시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있는 바이크다. 크루저에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국내 출시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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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랄 (싯타르타 랄)
로얄엔필드 모기업인 아이처 모터스의 매니징 디렉터 겸 CEO인 시드는 로얄엔필드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리더이자 동시에 진짜 열정적인 테스트 라이더다. 트윈스 미디어 테스트에서 컨티넨탈GT를 타고 함께 달리던 날, 그는 선두 그룹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바이크를 탔다. 심지어 미디어들은 쉬고 있을 때도 바이크에 올라 근처의 와인딩 코스를 타러 갔을 정도다. 또한 히말라야 투어 중 마주친 그는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프로토타입 바이크를 타고 사막을 누비고 있었다. 이번 테스트에서도 그룹 선두에 그가 있었고 350km를 함께 달렸다. 요즘 로얄엔필드가 잘 나가는 배경에는 그의 열정도 한몫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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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ENFIELD SUPER METEOR 650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병렬2기통 OHC 보어스트로크 78×67.8mm 배기량 648cc 압축비 9.5:1 최고출력 47hp / 7,250rpm 최대토크 52.3Nm / 56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7ℓ 변속기 6단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트윈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00/90 19 (R)150/80 16 브레이크 (F)320mm디스크 (R)300mm디스크 전장x전폭x전고 2260x890x1155(mm) 휠베이스 1500mm 시트높이 740mm 차량중량 241kg 판매가격 가격미정
글 양현용
사진 로얄엔필드
취재협조 로얄엔필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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