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휘젓는 닥스훈트
SCRAMBLER DUCATI URBAN MOTARD
웃음부터 터졌다. 어반 모타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괜히 슈퍼 모타드가 떠오르고 공격적인 실루엣을 상상했는데 실제로 보니 마냥 귀여운 스크램블러다. 언뜻 보면 전후 17인치 휠 말고는 특이점이 보이지 않지만, 직접 주행했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꽤 독특하다.
URBAN MOTARD
먼저, 어반 모타드라는 의미부터 한번 짚을 필요가 있다. 어반Urban은 영어 단어로 도시 혹은 도시의 이라는 뜻이고, 모타드Motard는 프랑스어로 모터사이클 그 자체를 의미한다. 영어로 모터사이클, 이탈리아어로 모토, 독일어로 모토라드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래서 어반 모타드를 한국말로 직역하자면 그저 ‘도심 모터사이클’이다. 하지만 흔히 경량 오프로드 바이크를 온로드 세팅으로 개조하는 슈퍼 모토 혹은 슈퍼 모타드라는 장르를 ‘모타드’라고 간편하게 불러왔고 17인치 온로드 휠이 슈퍼모타드 스타일을 대표한다. 그 뜻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모타드라는 이름표만 보고 “이게 무슨 어반 모타드야?”라는 불평을 하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어쨌든 어반 모타드는 이름표에 알맞게 도심을 자유자재로 달리기 위한 세팅으로 설계됐다.
개성 또렷한 디자인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후 17인치 와이어 스포크 휠이다. 스크램블러 두카티의 기본 모델인 아이콘을 보면 전방에 18인치, 후방에 17인치 휠을 장착하고 약간의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하여 피렐리 MT 60 RS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또한, 타이어 특성상 평범한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으면서도 온로드에서는 뱅킹한계까지 기울일 수 있는 매력적인 콘셉트다. 하지만 어반 모타드는 이보다 더 온로드에 치중됐다. 일반적인 스포츠 바이크와 동일하게 전후 17인치 휠을 장착하고 피렐리 디아블로 로쏘 3타이어가 적용됐다.
프런트 펜더를 트리플 클램프에 장착하여 시각적으로 프런트의 무게감을 덜어냈고 덕분에 바이크가 전반적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낸다. 화이트와 레드를 과감하게 배치하고 레드 컬러 스티치로 마무리 된 시트의 디테일도 좋다. 두카티 레드와는 오묘하게 다르면서도 강렬함은 놓치지 않은 컬러감이 매력적이다.
시트는 아이콘 모델 대비 평평한 디자인으로 깔끔하고 시트 하단 라인이 연료 탱크 하단과 직선으로 이어지고 넘버플레이트 형상의 사이드 페어링과 배기를 따라 짧고 깔끔하게 뻗은 머플러 디자인은 나이트시프트와 같다.
친절한 스크램블러
시트고는 805mm인데 시트 자체가 푹신해서 착좌감이 좋고 발착지성에 대한 부담도 적다. 핸들은 과장되지 않은 포지션이 취해지고 팔꿈치를 슬쩍 바깥쪽으로 벌려서 위풍당당한 포즈를 취하기 좋다. 스크램블러 카테고리에 담긴 만큼 부담감보다는 경쾌함과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앞선다. 클러치를 붙이면 L-트윈 엔진 특유의 고동감과 함께 툴툴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과거에 1세대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을 시승한 적이 있는데 조작성이 떨어지는 케이블 클러치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모델이 출시하고 업데이트된 덕분에 현재 어반모타드의 브렘보 유압 클러치 성능은 매우 만족스럽다.
다이얼을 돌려 레버 위치를 조정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클러치가 붙기 시작하는 초기 반응부터 완전히 연결되는 구간까지 매끄럽고 정확하게 작동된다. 그 결과, 엔진의 출력이 리어 휠로 전달되는 과정이 한층 더 고급스럽고 그 고급감은 그대로 라이더에게 이어진다. 스로틀에 따른 움직임은 모두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친절한 편이다. 게다가 바이크의 특성상 차량의 무게 중심이 비교적 낮게 깔려있기 때문에 핸들링 안정성이 뛰어나다.
바이크를 좌우로 기울일 때 스크램블러 특유의 휘청임을 느끼기 어렵고 일반적인 온로드바이크처럼 간결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다만, 차량의 디자인에서 예상할 수 있듯 전후 휠베이스가 긴 느낌이 있는데 그래서 반응이 떨어지거나 원하는 라인을 그리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기울어진 것에 비해 바이크가 느긋하게 선회 라인을 그리기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다.
어반 모타드의 차량 중량은 스펙상 196kg으로 마냥 귀여운 외관에 비해 묵직하다. 따라서 전방의 330mm싱글디스크와 브렘보M4.32 레디얼 캘리퍼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주행해보면 제동 성능에 대한 불만이 크게 없고 예상보다 더 뛰어난 제동 안정성에 놀란다. 앞서 말했듯 낮게 깔린 무게 중심 덕분에 제동할 때 차량의 거동이 불안정해지지 않고 정차할 때까지 부드럽게 감속한다. 순정 타이어의 수직 마찰력이 우수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만약 타이어가 한계에 도달하거나 요철에 의해 순간적으로 휠이 잠기면 전후 2채널 ABS가 빠르게 개입하며 라이더를 지켜준다.
재밌는 장난감
어반 모타드의 스펙상 최고출력은 73마력, 최대토크는 66.2Nm로 803cc의 배기량 대비 다소 무난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로 달렸을 때 체감되는 출력은 부족함이 없고 기어비 하나하나를 꽉꽉 채워서 달리는 맛이 좋다. 낮은 회전수에서 도톰하게 밀던 토크는 고회전으로 가면서 희미해지지만 탄력을 이어가기엔 충분하다. 또한, 부드럽던 배기음은 고회전에서 자잘한 진동과 함께 꽤 신경질적인 배기음을 낸다. 특히 고회전에서는 연료 탱크 아래에서 흡기음이 올라오며 라이더의 가속본능을 자극한다. 뛰어난 안정감은 더 빠른 속도에서도 여전하다.
핸들을 좌우로 강하게 밀면 끈질기게 노면을 붙잡고 기울어진다. 스포츠 바이크처럼 경쾌하게 움직이진 않지만, 라이더가 느끼는 재미는 기대 이상이다. 결이 다를 뿐. 물론, 시승 차량에는 옵션 제품인 프리로드 조절이 가능한 올린즈 리어 쇽이 장착된 덕분에 더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한참을 신나게 달리다가 전자장비의 도움 없이 본격적으로 달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DTC(트랙션 컨트롤) 해제 기능을 찾았다. 하지만 어반 모타드에는 DTC 자체가 없다. 따라서 가속으로 인해 리어 휠이 슬립하는 것을 제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단 기어는 물론이고 2단 기어에서 클러치를 튕겨주면 프런트 휠을 띄울 수 있다.
일반 스크램블러에 비해 프런트 휠이 작은 만큼 전방에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에 프런트휠이 가볍게 떠오르진 않지만, 꽤 편안하게 윌리가 가능하다. 무게 중심이 낮다는 것과 휠베이스가 길다는 것은 휠 스핀을 연출하기에도 안성맞춤이라는 뜻이다. 순간적으로 전방에 하중을 쏟고 휠스핀을 시도하니 매끄럽게 리어 휠이 미끄러지며 화백이라도 된 듯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넘치는 매력
개인적으로 이번 어반 모타드의 시승 착장을 고민했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완벽한 선택이었다는 느낌이다. 평범한 청바지에 클래식한 분위기의 가죽 부츠를 신었고 스포티함과 레트로가 공존하는 가죽 재킷을 입었다. 여기에 헬멧을 고민하다가 오픈 페이스 헬멧을 내려놓고 레이싱 헬멧을 들었다. 어반 모타드는 초반에 클래식 무드가 진하게 느껴지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스포티한 움직임에 매료되는 모델이다. 다른 스크램블러가 남들보다 껑충 위에 앉아 유유히 달리는 재미라면 어반 모타드는 약간의 긴장감과 진지함이 녹아있다. 그리고 어반 모타드가 제공하는 움직임은 예상보다 재밌고 빠르다. 가장 중요한 건 누구나 즐기기 좋을 만큼 쉽다는 것이다.
ㅡ
TRACK IMPRESSION
글 양현용
스크램블러에 17인치 휠을 장착해 운동성능을 끌어올린 모델인 만큼 트랙에서 테스트도 진행했다. 앞서 바이크 사진에서 눈치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차량 하부에 달려있는 하얀 부품이 트랙주행을 위한 임시 밸리팬(엔진에서 누출된 오일이 노면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그릇)이다. 전륜의 17인치 휠은 코너의 초입에서 바이크가 기울어지고 방향 전환을 바꿀 때 18인치에 비해 확실히 민첩함이 더해졌다. 스티어링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체중이동만 착실히 해주면 빠르게 방향을 바꿔나간다. 다만 순정 상태로 트랙에서 깊은 코너를 돌아나가기에는 풋패그가 빨리 노면을 긁는다. 휠이 작아지며 차체의 높이도 낮아지고 이 때문에 린앵글 자체의 제약은 더 커진 것이다. 하지만 회두성 자체가 좋아서 코너링 스피드 자체는 느리지 않다. 무엇보다 경쾌한 탈출가속과 고회전에서 쭉쭉 뻗어주는 느낌은 두카티 바이크답다. 17인치 휠인 만큼 다양한 스포츠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 일단 순정으로 장착 된 롯쏘3 타이어만 해도 트랙주행에 충분한 그립을 보여준다. 순정 상태에서 풋패그만 살짝 올려줘도 트랙데이에서는 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바이크다.
/
SCRAMBLER DUCATI URBAN MOTARD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보어×스트로크 88 × 66(mm) 배기량 803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73hp / 8,250rpm 최대토크 66.2Nm / 5,7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55 ZR17 브레이크 (F)330mm싱글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36mm 시트높이 805mm 건조중량 180kg 판매가격 1,830만 원
착장 라이딩 기어
헬멧 HJC 알파 1
재킷 데우스 레더 재킷
팬츠 녹스 스펙트라진
글러브 클라임 바하 S4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