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랠리 머신에 더 가까워지다
KTM 890 ADVENTURE R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790 어드벤처 R의 후속 모델인 890어드벤처 R이 출시됐다. 더 강력한 엔진과 더불어 많은 개선사항으로 운동 성능이 극대화되었다. 2021년 미들 클래스 어드벤처의 기준이 다시 한 번 높아졌다.

2019년 KTM은 790 어드벤처 R을 공개했다. 당시 낮은 무게 중심, 가벼운 차량 무게, 다루기 쉬운 엔진 등으로 미들 클래스 시장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 기준을 한껏 높였다. 특히 KTM의 랠리 머신인 450 RALLY를 기반으로 설계된 만큼 오프로드 라이더나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라이더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후 KTM은 유로 5를 대응하면서도 출력 저하를 막기위해 배기량을 키운 890 어드벤처 R을 출시했다. 솔직히 직접 주행하기 전까지는 높아진 환경 규제 때문에 배기량을 키웠을 뿐, 크게 다른 점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늘 그렇듯이 대형 모터바이크 브랜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내 예상은 시원하게 빗나갔다.
모두 개선하다
겉모습은 790 어드벤처 R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 우선 배기량이 90cc 증가한 만큼 최고출력은 10마력 상승한 105마력, 최대 토크는 12Nm 높은 100Nm를 발휘한다. 또한 엔진의 크랭크샤프트의 무게를 높여 회전 질량을 20% 상승시켰다. 중저속 구간의 토크가 높아진 덕분에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하거나 고르지 않은 노면을 주파할 때 훨씬 안정적이고 바이크가 기울어져 선회할 때도 마찬가지다.
높아진 출력만큼 강화된 클러치가 적용되고 시프트 레버 구조를 개선해 더욱 빠른 변속을 제공한다. 원래 790 어드벤처 R의 변속 속도가 상당히 빨랐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클러치가 붙는 느낌은 이전보다 견고해졌다.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퀵시프터+도 업데이트된 덕분에 작동감이 우수하다. 또한 개선된 프런트, 리어 브레이크 시스템이 적용되고 ABS와 트랙션 컨트롤의 성능이 향상되었다.
890 어드벤처 R은 차대에도 변화가 있다. 알루미늄 스티어링 헤드 튜브가 개선되었고 더 가벼운 서브 프레임이 장착되었다. 험준한 오프로드 주행으로 인한 내구성문제와 경쾌한 주행 감각을 고려한 것이다. 건조중량이 7kg이 증가한 만큼 새로운 서스펜션 세팅이 적용되었고 좌우로 내려온 연료 탱크 하단에는 연료 펌프 가드가 추가되었다. 전도 시 연료 탱크가 강한 충격을 받으면 스키드 플레이트 안쪽의 연료 펌프가 파손되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기존에 오렌지 컬러의 라인이 있던 시트는 전체를 블랙 컬러로 변경하여 이염과 오염으로부터 부담이 줄었다. 이 밖에도 데칼이 부착되던 사이드 카울은 페인팅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퀄리티도 높아지고 오프로드 주행 중 부츠와 데칼이 마찰되어 떨어지는 일이 사라졌다.
오프로드 머신
KTM은 오래전부터 엔듀로, 모토크로스, 랠리 등 각종 오프로드 레이스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드벤처 바이크에서도 경량 엔듀로 머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시트고는 880mm이며 일반적인 오프로드 바이크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신장 179cm, 체중 86kg의 라이더가 앉았을 때 양발이 편하게 닿지 않을 정도다. KTM은 발이 잘 닿지 않더라도 서스펜션 작동 범위를 길게 설정하고 최저지상고를 확보하여 오프로드를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시트도 라이더 공간과 동승자 공간 사이에 낙차가 있지만 그리 크지 않다. 라이더가 오프로드에서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풋 패그는 상단의 고무 패드를 제거하면 오프로드머신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할 정도로 날카롭고 마찰력이 좋다. 핸들은 편안함보다 순간적인 조작성을 고려하여 폭이 넓지 않은 제품이 장착된다. 다시 말해, 편안함보다 본격적인 즐거움에 초점을 둔 모델이다.
여유로운 주행
890 어드벤처 R의 시트는 꽤 단단하다. 덕분에 노면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고 같은 라인업에 온로드를 고려한 890어드벤처와의 차별점을 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엔진이 커진 만큼 출발할 때부터 여유가 있다. 기존의 790 어드벤처R은 클러치가 붙기 시작할 때 순간적으로 rpm이 떨어졌는데 890 어드벤처 R은 여유롭게 나간다. 최대 토크는 6,500rpm에서 발휘되는데 5,000rpm 이하에서도 충분한 토크가 분출되어 변속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다. 시승 차량에는 퀵시프트+ 옵션이 탑재되어 출발 뒤에는 클러치를 잡을 일이 없었다.
변속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변속 중간에 힘이 손실되는 느낌이 거의 없다. 스로틀을 유지하고 발목만 몇 번 까딱이면 어느새 탑 기어로 크루징을 하고 있다. 기어비가 1, 2, 3단 기어에서는 비교적 촘촘한데 4단 기어부터는 널찍하다. 전반적으로 경쾌한 느낌은 줄어들고 무게감이 증가했다. 하지만 가속되는 느낌이 부드럽고 더 빠르기 때문에 고급 SUV에 오른 느낌이다.
바이크가 기울고 선회하는 느낌도 매끄럽다. 서스펜션은 초기 움직임이 가벼워서 핸들링에 따라 부드럽게 눌리고 노면을 꾸준히 밀어낸다. 전후 21인치, 18인치의 휠과 긴 서스펜션 덕분에 도로 위의 웬만한 요철에는 걱정이 없다. 배기음은 조금 더 커졌는데 이전의 거친 소리가 줄어들고 부드러운 음색을 낸다. 특히 가속 중 시프트 업 했을 때 터지는 소리가 매력적이고 주행의 즐거움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오프로드에서 드러나는 진가
890 어드벤처 R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일반적 인 어드벤처는 앞당겨 앉고 싶어도 거대한 연료 탱크 때문에 이동할 수 없지만 890 어드벤처 R은 아래쪽으로 이동한 연료 탱크 덕분에 엔듀로 바이크처럼 앞쪽으로 바싹 당겨 앉을 수 있다. 시트의 앞쪽에 앉으면 훨씬 공격적인 핸들링이 가능하고 리어 슬라이드에 대응하기 쉽다.
순정 윈드 스크린은 시야를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주행풍을 걸러준다. 도로에서는 다소 낮다고 느껴지지만 오프로드에서는 가속 시 상체를 전방으로 내밀었을 때도 불편함이 없어서 좋다. 전체적으로 온로드에서 불편한 요소는 오프로드에서 편안함으로 대비된다.
순정으로 장착된 메첼러 카루 3 타이어는 890 어드벤처 R의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커다란 휠이 어우러져 예상보다 좋은 성능을 낸다. 일반적인 흙길과 자갈이 있는 곳에서 직진성이 우수하고 약간의 웅덩이도 무리 없이 주파한다. 790 어드벤처 R에 비하면 낮은 주행 속도에서의 자잘한 충격을 더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과거에는 일정 이상 달리기 시작해야 편안한 세팅이었다면 지금은 저속 영역부터 살짝 가라앉은 상태로 바쁘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또한, 서스펜션이 한계에 닿았을 때 라이더에게 오는 충격이 줄어들었다. 바이크가 점프 후 착지할 때의 끝처리가 매끄럽다.
890어드벤처 R에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랠리 모드를 곁들이면 슬립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랠리 모드에서는 원하는 스로틀 반응을 설정할 수 있고 트랙션 컨트롤 개입을 1부터 9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주행 중에 핸들 좌측의 스위치 뭉치를 통해 즉각적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평탄한 길에서는 낮은 숫자로 설정하여 개입을 줄였다가 미세한 조작을 요구하는 곳에서는 곧바로 개입을 높여 주파할 수 있다. 790 어드벤처에 비해 전자장비가 업데이트된 만큼 조절 폭이 더욱 극명하다. 특히 1단계로 설정하면 클러치를 이용한 윌리나 파워 슬라이드에도 별다른 개입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동을 껐다가 켜도 설정값이 유지되기 때문에 다시 세팅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진짜 어드벤처를 원해?
890 어드벤처 R은 분명하게 오프로드에 더 큰 비중을 둔 모델이다. 21인치 프런트 휠, 작동 범위가 긴 서스펜션, 짧은 윈드 스크린, 랠리 머신에서 영감을 얻은 연료 탱크 형상, 엔듀로 바이크와 흡사한 일체형 시트 등이 그 이유다. 일반 라이더가 어드벤처 바이크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마냥 터프하고 멋있는 디자인일 수 있고 높은 바이크가 주는 쾌적함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890 어드벤처 R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들 수 있는 ‘진짜 어드벤처’를 원하는 라이더를 위한 모델이다.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를 경험하고 싶다면 890 어드벤처 R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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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M 890 ADVENTURE 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보어×스트로크 90.7 × 68.8(mm) 배기량 889cc 압축비 13.5 : 1 최고출력 105hp / 8,000rpm 최대토크 100Nm / 6,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0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8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90/90 R21 (R)150/70 R18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6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528mm 시트높이 880mm 건조중량 196kg 판매가격 2,150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KTM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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