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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 위에서 진짜 오프로더를 발견하다. 혼다 아프리카 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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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 위에서 진짜 오프로더를 발견하다. 혼다 아프리카 트윈

    대지 위에서 진짜 오프로더를 발견하다

    HONDA CRF1000L AFRICA TWIN

     

    새로운 아프리카트윈의 초점은 인간이 다져놓은 아스팔트 위가 아닌 더 넓은 대지를 무대로 달리는 것에 맞춰져 있다. 혼다의 첨단 기술을 더해 재탄생한 아프리카트윈은 선대가 써내려온 전설을 이어받으면서도 완벽하게 새롭다

     

     

    아프리카 트윈은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활약한 NXR750 의 양산형 레플리카로 1989년에 출시된 XRV650을 시작으로 파격적인 스타일과 길을 가리지 않는 성능으로 듀얼퍼퍼스 장르에 혁신적인 새 지표가 된다. 이후 배기량을 750cc로 높이고 끊임없는 모델체인지를 거쳐 그 명맥을 이어오던 아프리카 트윈은 2003년 생산중지, 이후 10년을 훌쩍 넘기는 긴 공백을 가진다. 하지만 전 세계 팬들의 재발매 요구는 끊이지 않았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2014년 독일 인터모트 쇼에서 진흙을 뒤집어쓴 콘셉트 모델이 공개되었다. 전 세계 아프리카트윈 팬들은 전설의 부활에 열광했고 그 최종 결과물이 이번에 출시한 CRF1000L 아프리카 트윈이다.

     

    긴 공백, 그 사이에 등장한 수많은 경쟁자들이 만들어온 길로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음에 호감이 간다

     

    긴 공백 덕분에 새로운 아프리카 트윈은 부분변경 모델이 아닌 제로부터 전부 다시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만큼 완벽하게 새로운 바이크가 되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동안 혼다의 듀얼퍼퍼스의 플래그십 자리가 계속 비어 있던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트윈의 공백기 동안 좀 더 온로드 장거리 투어링에 집중했던 XL1000V 바라데로가 있었고 V4엔진의 고성능 듀얼퍼퍼스인 VFR1200X 크로스투어러도 있었다.
    하지만 크로스투어러는 지나치게 경쟁자를 의식한 모델이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출시 당시의 유행을 따르고 있었고 디튠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화끈하고 단단한 필링의 V4엔진은 부드러움이 필요한 듀얼 퍼퍼스 장르에 얹기는 다소 어색함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CRF1000L은 경쟁자를 의식하기보단 철저하게 XRV750 아프리카트윈의 부활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긴 공백, 그 사이에 등장한 수많은 경쟁자들이 만들어온 길로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음에 호감이 간다.

     

     

    과거와 미래를 품은 디자인 

    한눈에도 후속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전통적인 요소와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진취적인 스타일을 동시에 담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안쪽으로 둥 근 헤드라이트의 흔적이 남겨진 팔각형의 헤드라이트는 최신의 LED 기술로 만들어진다. 수직에 가깝게 서있는 입체적인 프론트 디자인은 랠리머신 스타일이다. 두 가지 컬러 중 화이트 베이스에 레드블루가 포인트로 들어간 삼색 컬러에 금장 휠은 영락없이 초대 아프리카 트윈의 오마주다. 연료탱크부터 완만하게 떨어지는 시트 라인 그리고 무게중심 이동이 수월한 시트형상 등은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체적으로 과거를 품고 미래로 향하는 디자인으로 손색이 없다.

     

     

    시트에 앉으면 높이도 비교적 좁은 시트 폭 덕분에 발 착지성이 좋다. 잘 잡힌 밸런스로 바이크를 다루는데 무게감도 실제 무게보다 덜하다. 아시아인의 체형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한 느낌이다. 기존의 V트윈 엔진 대신 88마력의 1리터 병렬트윈 엔진을 채용한 것은 콤팩트한 엔진을 얻기 위해서다. 실린더가 독립적으로 위치한 V트윈보다 둘이 붙어있어 실린더 간에 공유할 것이 많은 병렬트윈이 아무래도 소형화에 유리하다. 대신 270도 위상차 크랭크를 채택해 V트윈의 사운드와 트랙션 성능을 구현한다. 실린더가 앞쪽으로 나란히 옮겨지며 생겨난 엔진 뒤 공간에 ECU와 배터리, ABS모듈 등을 탑재하며 무게를 더욱 더 중앙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사운드 조율도 신경을 많이 쓴 인상이다. 저음과 엔진의 폭발음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순정상태로도 박력을 느낄 수 있다.

     

     

    혼다의 오프로드 모델에 붙여지는 CRF라는 이름과 CRF450랠리를 위해 설계된 세미 더블 크레이들 프레임구조를 본뜬 섀시 디자인, 프론트 21인치 리어 18인치의 휠 사이즈는 진짜 오프로드 머신을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여기에 차체의 사이즈는 이전 세대의 아프리카 트윈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는 실루엣으로 그 고유의 느낌은 살리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진화도 이루었다. 콤팩트한 엔진설계로 지상고를 30mm나 더 확보 할 수 있었고 프론트에는 도립포크를 채택하고 전후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늘렸다. 이처럼 오프로드 주행에 집중한 설계들이 테스트에 대한 기대를 더 높인다.

    오늘의 테스트 코스는 다양한 깊이의 모글과 언덕으로 구성된 트랙과 고속주행이 가능한 임도코스로 구성되어 아프리카트윈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충분한 곳이었다.

     

     

    오프로드로 진화한 DCT 

    아프리카트윈에는 2세대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 가 장착된다. DCT는 수동기반 자동변속기로 두 개의 클러치가 각각 1,3,5단과 2,4,6단을 담당하며 동력을 빠르고 끊임없이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복잡한 구동메커니즘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부품의 결합과 효율적인 배치로 콤팩트하게 완성했다. 그야말로 혼다의 기술력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클러치가 있던 자리에는 리어 파킹 브레이크가 달려있고 기어레버는 삭제되었다.

    기어를 넣는 동작은 D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철컥하며 1단이 들어가는 느낌이 완전히 매뉴얼 바이크와 같다. 스로틀을 열면 클러치를 아주 정교하게 붙여 나아간다. 여기서 D버튼을 다시 누르면 스포츠 주행을 할 수 있는 S모드가 된다.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는 S모드는 3단계로 사용하는 회전영역을 설정 할 수 있어 변속시점을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이 똑똑한 미션은 스로틀 조작만으로 바이크를 완벽하게 움직이게 한다. 언덕에서는 힘을 더 내기 위해 변속이 되거나 내리막에서는 엔진브레이크를 걸어주기 위해 낮은 기어로 변속되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두 개의 클러치가 오버랩 되며 연결되기 때문에 변속충격도 거의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트윈에서 DCT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몇 가지 장점을 꼽아 보자면 첫째는 시동이 꺼질 일이 없다는 점이다. 험로에서 시동을 꺼뜨리면 전도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한데 DCT는 구조상 시동이 꺼지는 일이 없어 좋았다. 두 번째로 클러치를 조작할 일이 없으니 왼팔의 체력이 유지된다. 특히 장시간 험로를 달리면 클러치를 조작하느라 왼팔에 피로가 쌓이는데 왼손의 쉴 수 있으니 이건 단순히 편한 정도가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는 체력의 한계를 늘려주는 치트키 같다.

     

    OWER OVERWHELMING!

     

    세 번째는 왼발이 담당하던 기어레버가 없어지며 힐그립으로 바이크를 홀딩 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무게중심이 스텝 언저리에 똘똘 뭉쳐있기 때문에 힐그립만 잘 잡아주면 프론트와 리어가 요동치는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고 핸들에 힘도 덜 들어가기 때문에 체력을 덜 빼앗기게 된다.

    네 번째로 변속충격이나 토크가 끊어지는 일이 없어 리어가 미끄러지는 중에 변속이 이루어져도 흔들림이 없다. 언덕을 오르다가 힘이 부족할 때나 회전수가 너무 높을 때 트랙션이 끊이지 않고 변속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된다.

    다섯 번째, 오프로드를 위한 G모드가 추가된 점도 유용하다. 스로틀을 열면 클러치를 반클러치 상태부터 점진적으로 연결해 부드럽게 연결하는 기본모드와 달리 버튼을 눌러 G모드를 활성화시키면 클러치를 더욱 빠르게 미트시켜 오프로드에서 더 거칠고 적극적인 스로틀워크에 대응한다.

     

     

    물론 그동안 익숙해진 매뉴얼 바이크와 ‘다름’ 에서 오는 이질감은 있다. 코너를 들어가기 전 기어를 내리려고 허공에 발을 까딱인다던지 자꾸 클러치 레버를 찾는 왼손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쉬는 왼손 왼발 대신 나머지 콘트롤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만약 그럼에도 왼발 조작의 재미가 그리운 사람을 위해 왼쪽 스텝에 기어 시프트 레버 옵션을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일반 6단 수동미션을 장착한 버전도 출시할 예정이지만 DCT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이쪽이 더 메리트가 있다.

    뛰어난 기본기 

    다리 사이에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을 제외하면 달리는 느낌이 그냥 엔듀로바이크를 타고 있는 것 같다. 눈으로 보기엔 어렵게 느껴지던 코스가 막상 달려보니 너무 쉬워서 싱거울 정도다. DCT의 어시스트 덕분이기도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면 불가능하다. 안정적인 밸런스로 모래 길이나 진흙길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리어가 슬라이드 되는 상황에서도 중심 잡기가 수월하다. 오프로드를 위해 뒷바퀴의 ABS를 해제할 수 있으며 3단계로 작동되는 트랙션콘트롤도 해지가 가능해 리어 슬라이드를 즐기며 호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임도 테스트에서 오프로드에서의 고속주행 안정성은 엔듀로바이크 이상, 마치 랠리머신 같은 느낌이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무게가 주는 관성덕분에 바이크는 마치 보이지 않는 짚라인에 매달려가듯 달리고 아랫도리의 서스펜션만 신나게 제 할 일을 한다. 그 모습은 너른 초원 위에서 뽀얗고 거대한 먼지 구름을 꼬리처럼 달고 달리는 랠리머신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리 사이에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을 제외하면 달리는 느낌이 그냥 엔듀로바이크를 타고 있는 것 같다

     

    온로드 성능도 탁월 

    오프로드 위주의 테스트 코스라 짧게나마 온로드 주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스펙 이상의 경쾌함이었다. 사실 88마력(국내 사양)은 오프로드에서는 충분하지만 온로드에서 아프리카 트윈의 포지션을 고려하면 조금은 아쉬울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토크의 영역이 넓고 충분한데다가 그 토크를 노면에 전달하는 구동계가 손실을 최대한 줄여서 전달하기 때문에 부족함을 느끼기 힘들다. 스로틀을 여는 것만으로 완벽한 클러치미트의 로켓 스타트가 가능하니 어설픈 실력으로는 따라오기 힘들다. 효율 좋은 미션과 여유로운 엔진의 조합으로 60km 정속 주행 시 32km를 갈 수 있는 고연비도 실현할 수 있었다.

    오프로드에서 좋은 밸런스는 온로드에서도 이어진다. 저속부터 고속영역까지 안정적인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21인치의 프론트 휠에 오프로드를 고려한 서스펜션이지만 온로드에서도 낭창이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전설을 써나갈 차례 

    다카르랠리의 전설이라는 조금은 거창한 수식어를 이어받아야 하는 모델이기에 적당히 타협한 부분이 없다. 경쟁 모델이 달리는 길을 제치고 앞서려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기에 단순히 스펙 비교로 평가받을 바이크가 아니다. 뛰어난 완성도와 탄탄한 기본기라는 혼다다운 모델이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혼다 바이크 중 재미 면에서는 가장 만족감을 주는 모델이었다. 혼다의 개발자들도 아프리카트윈의 부활 작업에 신이 나 자발적 밤샘 작업도 마다치 않고 만들었다는 개발비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들 스스로가 타고 싶은 바이크를 만들었고 우리는 그것에 공감했다. 오랜만에 가슴 뛰는 혼다를 만났다.

     

     


     

     

    credit

     양현용 편집장
    사진 민성필(팀로드 스튜디오)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www.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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