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AMAHA MT-07
출시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MT-07은 모델 자체로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크를 탄다는 순수한 재미를 느끼기에 이만한 모델이 없다. 경쾌한 안정감에 바이크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게 된다
2014년 야마하는 자사의 네이키드 라인업을 새롭게 꾸몄다. 다크 사이드 오브 재팬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미래지향적이고 기계적인 하이퍼 디자인을 입혔다. ‘모나지 않은 모범생’으로 평가되곤 하는 일제 바이크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일탈을 감행한 것이다. 2005년부터 전개 해온 마스터 오브 토크(Master of Torque)의 줄임말인 MT를 라인업의 이름으로 내걸었다. 마스터 오브 토크는 저회전 영역에서 높은 토크를 통해 가볍고 쉬운 라이딩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야마하 모터사이클의 지향점이다.
리뉴얼된 하이퍼 콘셉트의 야마하 네이키드 라인업 MT 시리즈는 MT-09를 시작으로 MT-07과 MT-10, MT-03 등으로 확장되었다. MT 패밀리는 미래적인 디자인과 즐거운 주행감각으로 세계 바이크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4년 등장한 MT-07은 국내에서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져 베테랑 라이더는 물론 입문용 모델로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 야마하는 2017년 EICMA에서 2018년식 MT-07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발표했다.
한 단계 위로
익숙한 디자인 때문일까? 2019년 모델이 페이스리프트 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한눈에 어디가 달라졌는지 잘 몰랐다. 여자친구에게 ‘나 오늘 뭔가 달라 보이는 것 없어?’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이런 느낌일까. 이전 모델과 하나하나 비교해보니 그제야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상보다 많은 변화가 놀랍기도 하다. 전체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조금씩 다듬어 전체적으로 한 클래스 이상 진화한 느낌이다.
원형에 가까웠던 헤드라이트는 좌우로 넓어지고 각진 형태로 변경되며 더욱 공격적인 느낌이다. 연료탱크와 에어덕트, 사이드 페어링, 프런트 펜더의 디자인도 변화했다. 연료탱크는 이전보다 높아졌고 하나의 굵은 선으로 라인을 잡아 확실한 인상을 준다. 프레임 라인과 비슷한 각도로 떨어지는 형태의 에어 덕트는 MT-09처럼 앞으로 뻗는 공격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시트도 달라졌다. 형상은 비슷하지만 더 두꺼워지고 넓어졌다. 이전 모델과 달리 탠덤 시트와 붙어있고 높이 차이도 적어졌다. 탠덤 시트 옆의 페어링 디자인은 에어 터널 형태로 바뀌었다. 헤드라이트 아래의 페어링처럼 이 역시 공기역학을 위한 설계로 느껴진다. 테일 램프는 다이아몬드의 형태로 디자인했다. 이전보다 크기가 작아졌고 입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자연스럽게 MT-07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연속성 있는 디자인이다.
즐거운 재가속
바이크를 타다 보면 탄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속도를 줄였다가 가속할 때 느껴지는 저항감이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MT-07은 가속하는 순간순간이 즐겁다. 엔진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라이더에게 직관적인 피드백을 전달하겠다는 야마하의 철학이 담긴 CP2 689cc 엔진의 토크는 여전히 폭발적이다. 스로틀을 열면 엔진이 토크를 툭툭 바닥에 쏟아낸다. 속도를 줄인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탄력을 찾는다.
68Nm의 최대 토크에 바이크의 무게 중심이 뒤 쪽에 있고 바이크가 가벼워 스로틀을 조금만 많이 열면 앞바퀴가 들썩이기도 한다. 와이어 방식 스로틀 때문일까, 스로틀을 여는 손목에서부터 뒤 타이어가 바닥을 밀어내 엉덩이에 전해지는 느낌이 직관적이다. 토크가 강함에도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니 바이크를 컨트롤하기 쉽다.
움직임에 집중하다
MT-07에는 전자식 스로틀, 트랙션 컨트롤 같은 전자 장비가 없다. 최근 등장하는 대부분의 미들급 바이크엔 전자 장비가 탑재되고 있으니 MT-07 역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트랙션 컨트롤 정도는 추가되지 않았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전자 장비와 편의 장비는 추가되지 않았다. 아쉬울 수 있지만 오히려 이 바이크를 제대로 다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가속과 감속, 선회를 하고 요철을 넘으며 바이크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해본다. 라이딩 자세를 바꾸며 바이크의 특징을 파악한다. 낮 최고 기온 10도 안팎의 3월 중순, 날이 풀려가고 있지만 아직 노면을 100% 신뢰할 수 없다. 트랙션 컨트롤도 없어 바이크가 리어 슬립을 컨트롤해주지도 않으니 움직임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 썼다. 시트가 바이크 뒤쪽에 위치해 있어 마치 뒷바퀴가 엉덩이 바로 아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트랙션의 피드백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경쾌한 안정감
바이크는 경쾌하면서 안정적이다. 짧은 휠베이스와 가벼운 무게, 강한 토크로 주행감각이 가볍다. 핸들 바의 높이가 높고 상체가 서는 라이딩 포지션으로 바이크를 이리저리 눕히기 편하다. 낮은 시트고까지 더해져 시내 주행이 즐겁다. 라이딩 포지션과 바이크의 특징상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을 걱정했지만 상체를 슬쩍 숙이면 그만이다.
CP2 엔진은 쭉 뻗는 가속감으로 고속 영역에서도 즐거움을 준다. 업그레이드된 프런트와 리어 서스펜션은 노면의 요철을 부드럽게 걸러주고 스포츠 주행 시엔 노면을 확실히 잡아준다. 타이어에 열이 오른 후 바이크를 과감히 눕혔다. 코너와 코너 사이에서 가속하고 감속하는 과정, 선회하는 순간까지 와인딩 구간이 모두 즐겁다. 프런트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리어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피드백이 확실한 덕분에 바이크의 한계점을 파악하기 쉽다. 믿음직하고 움직임이 경쾌하니 바이크를 점점 더 한계로 끌어올리게 된다.
HACK THE DARKNESS
2019년 야마하는 다크 사이드 오브 재팬의 뒤를 이어 해킹 더 다크니스라는 슬로건으로 MT 시리즈를 정의한다. 새로운 MT 시리즈의 콘셉트 색상은 주황색. 다크 사이드 오브 재팬으로 모범생에서 벗어났다면 이제 카리스마를 내뿜는 빌런이 된 느낌이다. 새로운 콘셉트를 발표하며 공개된 영상에선 해커가 스마트폰과 TV, 컴퓨터 등을 해킹해 가는데 MT 시리즈로 네이키드 시장을 점령하겠다는 야마하의 선전포고가 아닐까 싶다. MT-07은 검증된 엔진과 주행감각에 더욱 스포티해진 외모, 강력해진 콘셉트가 더해져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MT-07을 알고 있더라도 다시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동안 업그레이드된 당신의 실력만큼 더 즐거울 테니까.
YAMAHA MT-07 | |
엔진 형식 |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
보어×스트로크 | 80 × 68.6(mm) |
배기량 | 689cc |
압축비 | 11.5 : 1 |
최고출력 | 74.8PS / 9,000rpm |
최대토크 | 68Nm / 6,500rpm |
시동 방식 | 셀프 스타터 |
연료 공급 방식 | 전자제어 연료 분사식(FI) |
연료탱크 용량 | 14ℓ |
변속기 | 6단 리턴 |
서스펜션 | (F)텔레스코픽 포크 (R) 싱글 쇽 스윙암 |
타이어 사이즈 | (F120/70 ZR17 (R)180/55 ZR17 |
브레이크 | (F)282mm 더블디스크 (R)245mm 싱글디스크 |
전장×전폭×전고 | 2,085×745×1,090mm |
휠베이스 | 1,400mm |
시트높이 | 805mm |
차량중량 | 182kg |
판매 가격 | 1,077만 원 |
글 조건희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한국모터트레이딩 www.y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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