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부터 주행감각까지 테스토스테론이 넘쳐흐르는 크루저. 2025 팻보이 117
팻보이는 할리데이비슨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모델이다. 터미네이터 2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팻보이와 함께 끝내주는 액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바이크를 타고 한 손으로 총을 돌리며 달리는 무뚝뚝한 사이보그는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로는 할리데이비슨 하면 이 바이크와 터미네이터가 함께 떠오를 정도로 일종의 대명사 같은 모델이 되었다.
팻보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외형에서 비롯됐다. 넓은 프런트엔드와 두툼한 타이어만 봐도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름에 관한 여러 루머들이 있지만, 할리데이비슨의 설명은 단순하다. 외형 때문이라는 것. 리어의 240mm 광폭 타이어도 놀랍지만, 사실 더 놀라운 건 160mm 폭의 프런트 타이어다. 보통 바이크라면 리어에 끼울 법한 사이즈다. 처음에는 과연 이걸로 잘 달릴 수 있나 싶지만 막상 달려보면 의외의 반전이 기다린다.
바이크의 핸들링을 망치는 방법은 다양하다. 포크를 앞으로 빼서 캐스트 각을 늘리고 휠베이스를 길게 만든 뒤 두툼한 타이어를 끼우면 된다. 팻보이는 이 공식을 그대로 따라 큼직한 휠과 긴 휠베이스를 갖췄다. 이렇게까지 두툼하게 만든 이유는 명확하다. ‘굵직함이 주는 멋’. 다른 모델이라면 어색할 수 있지만, 볼드함이 정체성인 팻보이에게는 분명한 명분이다. 그런데 막상 타보면 핸들링이 괜찮다.
이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런트 타이어 폭이 넓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리어에 240mm타이어를 장착하는 바이크들도 프런트 타이어의 폭은 100~130mm수준으로 다른 일반적인 바이크들과 다르지 않다. 프런트 휠과 리어휠의 폭 차이가 크면 클수록 코너 진입 시 셀프스티어가 강하게 들어온다. 이게 꽤 이질적이라서 주행을 어색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팻보이는 전륜에도 160mm폭의 큼직한 휠을 장착했다. 리어타이어의 240mm폭의 66%에 해당하는 사이즈다. 일반적인 스포츠 바이크에 사용되는 120/190mm 조합의 경우 이 비율이 63%정도로 상당히 비슷하다.
물론 전체 사이즈가 커진 만큼 코너에서 그려내는 선도 커져서 날카로움은 덜하다. 예상보다 살짝 큰 원을 그리며 돈다. 하지만 차체를 기울이는 감각과 조작감은 의외로 가볍다. 여기에 자연스러운 핸들바 포지션도 한몫을 한다. 너비나 위치가 과장되지 않아 손에 자연스럽게 잡히는 핸들바는 이 바이크를 다루기 쉽게 만든다. 그래서 세워놓고 보면 크고 묵직해 보이지만 막상 타면 차가 작아진 느낌마저 든다. 짧고 타이트한 산길보다는 물결치듯 이어지는 강가의 와인딩로드가 더 잘 어울린다.
전후 타이어 모두 폭이 넓다는 점은 주의할 부분도 있다. 폭이 좁은 타이어는 노면 요철을 밟아도 상하 운동으로 끝나지만, 넓은 타이어는 바깥쪽이 걸리면 좌우로 기울어지는 움직임이 크게 나온다. 불규칙한 노면에서, 특히 저속에서는 균형을 잡는 데 신경을 써야한다.
그럼 외형을 살펴보자. 현재의 디자인은 2018년에 소프테일 패밀리의 대대적인 업데이트 때 변경된 디자인을 조금씩 다듬어 온 것이다. 헤드라이트 나셀이 추가된 것도 이때다. 듬직한 포크커버와 그위를 덮은 나셀, 그사이 동그란 헤드라이트까지 팻보이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부분이다. 휠은 디스크형태의 레이크스터 휠, 그리고 발판은 일반적인 풋 페그가 아닌 풋보드가 장착된다. 전후 펜더는 짧게 잘린 컷백 펜더로 거대한 바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2025년 팻보이에 장착된 엔진은 신형 밀워키 에이트 117엔진이다. 이름은 같지만 기존 밀워키 에이트 117과는 다른 엔진이다. 크루저 라인업에 적용된 엔진은 모델에 따라 98마력의 클래식, 104마력의 커스텀, 114마력의 하이아웃풋 엔진으로 나뉘며 모델별 개성에 맞게 튜닝이 이루어진다. 팻보이와 브레이크 아웃에 적용된 커스텀 엔진은 104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94마력이었으니 출력과 토크의 향상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출력이 늘어났다는 것이 아닌 엔진 제어부분에서 확실히 섬세하고 명쾌해졌다. 스로틀 반응은 더욱 직관적이며 엔진은 늘 힘이 충분했다. 할리데이비슨의 협각 V트윈 노트는 비록 소음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적인 볼륨은 줄었지만 소리의 품질은 더 높아졌다. 크루징은 기분 좋은 고동감을, 스로틀을 크게 열어 가속할 때는 흡기와 배기사운드가 합쳐지며 라이더의 감각을 깨운다. 엔진이 만들어내는 폭발 한방 한방의 소리가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서스펜션은 Showa의 49mm 텔레스코픽 포크와 리어 모노쇽으로 구성되며, 리어 세팅이 탄탄하면서도 승차감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브레이크는 싱글 4피스톤 캘리퍼와 대형 디스크를 조합해 안정적인 제동성능을 보여준다. ABS 및 트랙션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제어 등의 전자 안전 장비가 기본 탑재되어 누구나 즐겁고 안전하게 팻보이를 즐길 수 있다.
엔진에 주행모드가 추가된 것도 인상적이다. 스포츠로드 레인으로 나뉘는데 스포츠 모드는 스로틀 반응이 상당히 빨라서 캐릭터가 확 달라진다. 처음에는 너무 민감한 것 같아서 오히려 불편한 느낌도 있었는데 익숙해지니까 엔진의 파워를 진하게 느끼며 달리기에 딱 좋다. 이게 잘 달릴 수 있을까 싶은 구성인데 의외로 주행성능이 괜찮아서 놀랐다. 넓은 프런트 타이어는 급제동시 지금까지 모터사이클에서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을 준다. 할리데이비슨이 라인업을 개편하면서 소프테일 크루저 라인업에 딱 여섯 개의 모델만 남겼는데 팻보이가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다. 그만큼 매력적인 모델이라는 뜻이니까. 직접 타봐야 그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모델이다.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
파워풀한 엔진과 정교해진 배기음
HARLEY-DAVIDSON FATBOY 117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V트윈 OHV 4밸브 밀워키에이트 117
보어×스트로크 103.5 × 114.3(mm)
배기량 1,923cc
압축비 10.3 : 1
최고출력 104hp/5,020rpm
최대토크 168Nm /3,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9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식 (R) 모노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60/60R18,70V,BW (R)240/40R16,79V,BW
브레이크 (F)더블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 2,365mm
휠베이스 1,650mm
시트높이 675mm
차량중량 315kg‘
차량가격 4,490만 원
글/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harley-korea.com
촬영협조 슈팅맨 @shooting__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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