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로 스타일의 정수, 할리데이비슨 로우라이더 ST

    할리데이비슨 로우라이더 ST는 단순히 ‘멋’이나 ‘클래식’이라는 단어로 정의하기엔 너무도 강렬하고 입체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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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크루저에 기대하는 이미지는 쭉 뻗은 하이웨이, 그 위를 달그닥거리며 여유롭게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 로우라이더ST의 이미지는 좀 달랐다. 그러나 로우라이더 ST는 나에게 전혀 다른 이미지를 선사했다. 출발 신호가 바뀌자마자 튀어나가는 거친 기세, 타이어에서 흰 연기를 뿜어내며 걸음질 치듯 미끄러지는 장면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생각은 마치 필터가 씌워진 듯, 강한 콘트라스트와 거친 질감으로 재생된다.

    로우라이더는 클럽스타일 커스텀을 적용한 모델이다. 클럽스타일은 캘리포니아 중심으로 발전한 커스텀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목적지까지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는 커스텀이라는 점에서 카페레이서와 비슷하다. 공기를 가르기 위한 큼직한 페어링, 고성능 엔진튜닝, 높아진 리어쇽 등 주행성능을 높이는 커스텀이라는 점이 통한다. 아메리칸 크루저, 그중에서도 고성능을 지향했던 할리데이비슨 다이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공격적이고 당당한 포지션을 만드는 높은 핸들바와 미드컨트롤 풋포지션 등 마초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며 현재의 스타일로 진화했다.

    로우라이더ST는 이러한 클럽스타일을 처음부터 적용한 모델이다. 페어링은 클럽스타일의 원조격인 FXRT 페어링을 바탕으로 크기를 살짝 줄이고 라인을 다듬었다. 한 눈에도 클럽스타일의 바이브는 풍기지만 촌스럽지 않다는 점이 좋다. 전통 클럽스타일이라면 역시 서스펜션이 노출된 다이나 베이스에 투인원 머플러까지 갖춰야 제맛이다. 로우라이더ST는 이제는 할리데이비슨 다이나의 유산을 모두 이어받은 소프테일이라 아쉬움은 없다. 적당한 사이즈의 쿼터페어링에 콤팩트한 사이드케이스로 제법 투어링의 느낌도 내고 있다.

    로우라이더ST는 스타일과 퍼포먼스에 주목해 출시 당시부터 관심 가던 모델이었다. 출시 첫해는 그 인기 때문에 시승차가 없었고 지난해가 되서야 시승차가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일정이 어긋나서 타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잠시 잊고 있던 사이 지난달 발표된 2025년 모델이 더욱 업데이트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문득 아직 2024년 모델도 타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조금 늦은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냥 끝까지 타보지 말 걸 그랬다. 로우라이더의 주행성능은 완벽한 취향저격이기 때문이다.



    취향저격


    엔진은 무지막지하게 터져 나오는 토크의 강력함과 강렬한 회전감각이 일품이다. 117큐빅인치, 1923cc 엔진은 105마력의 출력을 내며 단순히 빠른 게 아니라 빠르게 달려가기까지의 그 모든 과정이 매력적이다. 스로틀을 우악스럽게 열면 그르렁거림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시트가 엉덩이를 잡아채듯 밀어제친다. 성능 면에서는 더 빠른 슈퍼바이크에서도 느낄 수 없던, 진짜 아메리칸 머슬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포지션은 핸들바가 높고 발판도 살짝 높아서 키가 작은 라이더라면 꽤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지만 186cm라이더가 타면 살짝 엉성한 포즈가 나온다. 하지만 의외로 주행 중 불편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포지션 덕분에 몰입감이 극대화되었다. 전체적인 무게 중심도 높아지면서 차체가 기우는 느낌 자체도 상당히 경쾌해졌다. 적당한 무게감은 코너를 돌 때 안정감을 더한다. 각기 다른 코너들에서 원하는 대로 깔끔한 라인을 그려내는 쾌감이 상당하다.

    일반적인 할리데이비슨 크루저라면 이미 노면에 풋패그를 비빌 만큼 깊게 코너를 파고들고 있음에도 불쾌한 금속 마찰음은 들리지 않는다. 머리를 코너 안쪽을 좀 더 밀어 넣으며 코너의 탈출구를 향해 스로틀을 감아쥔다. 시종일관 얌전히 달리기 어려울 정도로 라이더를 자극한다. 테스트 차량에는 스크리밍 이글을 통해 제공되는 순정 옵션인 올린즈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었다. 덕분에 노면의 피드백과 리어의 접지감이 시종일관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며 움직임 자체가 쫀득한 감각이다. 내가 느낀 주행의 재미에 이 서스펜션의 역할이 최소한 2할은 넘을 것이다. 만약 내가 이 바이크를 산다면 반드시 장착할 옵션이다.

    바이크에서 내리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최근 이처럼 높은 만족감을 주던 바이크가 있었던가? 요즘은 자동차도 바이크도, 기술이 상향평준화를 이루고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 만큼은 확실히 다른 바이크를 만들고 있다. 또한 할리데이비슨이 느긋하고 편안한 바이크를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렇게 재밌는 바이크를 잘 만드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현행 모델도 이렇게 재밌는데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2025년 모델은 114마력에 173Nm로 엔진 출력을 더 높였다고 하니 기대감이 더 커진다. 아마도 조만간 2025년식도 소개하게 될 것 같다. 간만에 달리는 재미에 푹 빠졌던, 긴 여운이 남는 테스트였다.

    요즘 바이크들은 기술이 상향평준화를 이루고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슷하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만큼은 확실히 다른 바이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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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RLEY-DAVIDSON LOWRIDER ST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압도적인 존재감의 디자인
    강력한 토크의 엔진
    지나치게 미니멀한 계기반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V트윈
    OHV 4밸브 밀워키에이트 117
    보어×스트로크 103.5 × 114.3(mm)
    배기량 1,923cc
    압축비 10.2 : 1
    최고출력 105hp/5,020rpm
    최대토크 168Nm /2,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8.9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식 (R) 모노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90B19,62H,BW (R)180/70B16,77H,BW
    브레이크 (F)더블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 2,365mm
    휠베이스 1,615mm
    시트높이 720mm
    차량중량 327kg‘
    차량가격 4,160만 원


    양현용

    사진 양현용/윤연수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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