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파니갈레 교과서, 두카티 파니갈레 V2 S 2025

    새로운 파니갈레 V2 S는 대중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들이 파니갈레를 더 재밌게, 더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원만 보고 떠들던 잡소리는 한 세션 만에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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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카티는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새로운 V2 엔진을 공개했다. 역대 가장 가벼운 엔진이라는 문구와 함께 새로운 V2 시리즈는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상상하게 만들었다. 두카티가 자랑하는 데스모드로믹 밸브를 삭제하고 배기량은 890cc로 낮췄다. 최근 높아지는 환경 규제 속에 대부분의 브랜드가 계속해서 엔진 배기량을 키우는 추세이기 때문에 의아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최고출력은 120마력이라니. 하지만, 새로운 엔진의 토크 밴드를 보고 깨달았다. 두카티는 새로운 V2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 V2에 비해 최고출력은 35마력이 낮아졌다. 하지만, 더 빠르다. 흔히 ‘출력을 높이면 직진 가속이 빨라지고 무게를 줄이면 모든 코스에서 빨라진다.’라는 말이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델이다. 수치상의 출력은 낮아졌어도 실제로 달리면서 느껴지는 감각은 모든 영역에서 빠르다. 게다가 라이더가 V2 S와 더 쉽게 교감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코스에서 부담감이 사라진다. 그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박자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디자인

    새로운 V2 S는 꽤 담백한 스타일을 입었다. 최근 너도나도 양산형 모델에 윙렛을 달고 다운포스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는데 V2 S는 그러지 않았다. 하지만, 두카티의 치트키라고 할 수 있는 섹시한 레드 컬러가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전면 헤드라이트는 파니갈레 V4S와 완벽하게 닮았고 차폭은 더 날렵하게 마무리됐다. 사이드 페어링 안쪽으로 에어로 터널을 만들어 라이더의 하체를 식혀주는 역할도 한다. 시트 레일은 여느 파니갈레처럼 매끈하고 날렵하게 빠졌다. V2 S 모델은 기본적으로 1인 승차 기준이기 때문에 텐덤 스텝과 리어 시트가 없다. 여기에 업 스타일 머플러도 특별함을 더한다. 솔직히 리어 시트 레일과 더 가깝게 붙고 평행을 이뤘다면 더 멋지지 않을까 싶지만, 열 발생이 많은 순정 머플러는 과열로 인해 불가능했던 것 같다. 별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는 떼르미뇨니 풀 시스템은 차체와 바싹 붙어 올라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후미등은 V4S와 동일한 디자인으로 장착됐고 마찬가지로 경량 더블 사이드 스윙암이 탑재됐다.

    ALL-NEW V2

    새로운 V2 S는 890cc L-트윈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120마력을 발휘한다. 보어 96mm, 스트로크 61.5mm로 1.56비율의 오버스퀘어 엔진이며 11,350rpm의 한계 회전수를 갖췄다. 가변식 흡기 타이밍 시스템으로 저회전에서의 토크와 높은 rpm에서의 최대 파워를 모두 잡았다. 최대토크는 8,250rpm에서 93.3Nm를 발휘하는데 3,000rpm부터 이미 최대토크의 70%를 내고 4,000rpm부터 거의 한계 회전수인 11,000rpm까지 최대토크의 80%를 유지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총 17kg을 감량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955cc 슈퍼콰드로 엔진보다 9.5kg 가벼운 54.4kg의 엔진을 탑재하고 휠, 스윙암, 브레이크 캘리퍼 등 모든 영역에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전 V2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라는 걸 알 수 있다.

    NEW TRACK, NEW MOTORBIKE

    이번 테스트는 스페인 세비야 서킷에서 진행됐다. 해당 서킷에서 열리는 첫 번째 국제 이벤트인 만큼 모든 미디어가 처음 겪는 곳이었다. 테스트는 V2 S 모델만 진행됐다. 국내에도 V2 S 버전만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니 노멀 모델은 상상할 필요도 없다. 노멀모델과 다른 점이라면 전후 올린즈 서스펜션이 장착된다는 것인데 이미 그 가치 이상을 하는 차이이기 때문이다. 순정 상태에서 WSBK와 동일한 사양의 슬릭 타이어만 장착하고 라이더의 체중과 요구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만 변경했다.

    첫 세션은 인스트럭터를 따라 달리며 시작됐다. ‘내가 코스를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페이스로 달렸다. 하지만, 큰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바이크가 쉽다. 레코드 라인은 물론이고 레이아웃도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했지만, 탄력을 잃어도 금방 선두를 따라잡고 라인 수정도 원활하다. 가장 먼저 와 닿는 건, 가벼운 무게다. 제동, 코너링, 가속, 테크니컬 코스까지. 줄어든 무게만큼 부담도 줄어 코너를 더 빠른 페이스로 공략할 수 있다. 이후 가속 구간으로 이어질 때 무게 중심의 변화도 자연스럽다. 테크니컬 코너에서 바이크를 반대로 넘기는 동작이 단숨에 이루어진다. 내가 시선만 제대로 옮긴다면 바이크는 스스로 움직인다고 느껴질 정도다. 특히 겉보기에 높게 느껴지던 핸들 바는 실제 주행에서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차체를 좌우로 기울이기 더 수월하고 트레일 브레이킹을 끝내고 머리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 더 명확해서 좋다. 또한, 코너 진입을 강하게 시도할 때도 핸들이 낮은 슈퍼바이크에 비해 언더스티어를 대처하기 쉽다. 이는 완성도 높은 모노코크 차체와 올린즈 서스펜션의 조합도 큰 역할을 한다. 올린즈 서스펜션 특유의 쫀득한 감각 덕분에 라이더는 어느 정도의 슬라이드는 아무 일 아닌 듯 무시할 수 있다. 양산형 모델의 서스펜션이 WSBK 수준의 슬릭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밸런스를 잃지 않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절대 120마력을 기준으로 설계되지 않았을 정도로 한계가 높다.

    전자장비

    V2 S는 기본적으로 두카티의 고성능 전자장비를 모두 갖췄다. IMU 기반의 ABS, TCS, 윌리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등을 탑재했는데 레이스 모드에서 이 네 가지 항목을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노면 컨디션이나 라이더의 능력에 맞게 설정하면 자신의 페이스를 아주 잘게 쪼개서 안전하게 높일 수 있다. 각 전자장비가 개입할 때는 계기반에 깜빡이며 그 사실을 알리는데, 라이더가 계기반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심지어, 일부러 스로틀을 거칠게 다루거나 코너링 중 뜻밖의 행동을 해도 쉽게 불안정해지지 않는다. 테스트 차량에는 GPS를 내장한 랩타이머 프로 옵션이 추가되었는데 서킷을 주행하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여 5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통해 랩타임을 알려준다. 단순히 랩타임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베스트 랩 갱신, 세션 안에서의 베스트 랩, 이전 랩과의 격차 등도 함께 전달한다. 라이더가 별도의 트리거를 눌러서 측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저중량 고반복

    새로운 파니갈레 V2 S는 세션이 이어질 때마다 점점 더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다. 단번에 엄청난 기록을 단축시키진 못하지만, 스스로 어느 구간에서, 어떤 부분을 수정할 것인지 명확하게 보인다. V2 S는 예상보다 제동력이 강력하고 순식간에 감속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레이트 브레이킹이 필요하다. 그리고 탈출 구간에서 순간적인 가속력을 이용하는 것보다 코너링 스피드 자체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두 가지 특성은 쿼터 클래스 머신을 타는 것과 흡사하다. 스로틀을 풀로 전개한 상태로 코너를 시작하거나, 코너의 끝이 보이기 전에 스로틀을 과감하게 열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신기한 건, 스스로의 한계를 조금씩 이겨내며 랩타임을 줄이는 과정이 무섭거나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벼운 차체와 만만한 출력 덕분에 도전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더불어 강한 출력의 머신처럼 엄청난 관성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체력의 부담도 적다. 이는 마치 정확한 자세를 잡고 세세한 근육까지 완벽하게 털어내기 위한 저중량 고반복 운동과 흡사하다. 중량을 키워서 단 몇 번의 반복운동으로 근육을 키울 수도 있지만, 가벼운 무게로 여러 번 반복해서 해당 부위를 완벽하게 자극 시킬 수도 있다. 이는 라이더마다 스타일이나 취향에 따라 불호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중량 고반복을 좋아하는 이라면 공감할 텐데, 부상(사고)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

    V2의 포지션

    두카티는 로마 북쪽에 위치한 발레룽가 서킷에서 이전 V2와 새로운 V2 S의 랩타임 분석을 공개했다. 두카티의 공식 테스트 라이더인 다비데 스티르페와 빠른 아마추어 선수가 두 모델을 번갈아 주행하며 랩타임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 다비데 스티르페는 0.22초가 늘어났고, 빠른 아마추어 선수는 오히려 V2 S를 타고 0.58초를 단축했다. 코스별로 속도를 비교했을 때, 새로운 V2 S가 제동, 코너 진입, 에이펙스, 탈출까지 모두 더 빠른 기록을 마크했고 최고출력이 관건인 메인 스트레이트와 백 스트레이트에서 불리한 입장이 됐다는 이유다. 스트레이트가 강조된 발레룽가 서킷에서의 결과인 만큼, 전 세계 많은 서킷에서 V2 S가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로써 상위 모델인 파니갈레 V4S와의 갭도 만들어졌다. 최고출력의 갭뿐만 아니라 주행 특성이 완전히 차별화됐다. 또한, 좀 더 편안한 포지션으로 초심자에 대한 배려도 차별점으로 느껴진다. 두카티는 새로운 V2 S를 브랜드 자체 라이딩 아카데미인 DRE(두카티 라이딩 익스피어런스)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분명 이 모델이 슈퍼바이크가 맞느냐는 의견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파니갈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새로운 V2 S의 포지션이 명확해졌다.

    진짜 두카티스트를 위하여

    새로운 파니갈레 V2 S가 국내 런칭하면서 곳곳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특히 느슨해진 포지션과 낮아진 최고출력을 문제로 꼽았다. 하지만, 아마추어 레이스나 트랙데이에 참가해 보면 알 수 있다. 코너에서 팔꿈치를 바닥에 긁겠다며 터무니없는 속도와 황당한 레코드 라인으로 팔꿈치만 내미는 라이더가 많다. 아마도 그들은 새로운 V2 S를 진짜 파니갈레가 아니라며 비웃을 것이다. 핸들 바가 높아서, 풋 패그가 앞으로 당겨져서, 또 35마력이 낮아졌으니까. 하지만, 새로운 파니갈레 V2 S는 정확하게 그들을 배제한다. 그저 멋진 룩만 쫓는 이들이 아닌 뜨거운 심장으로 제대로 달리고자 하는 진짜 두카티스트를 위한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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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CATI PANIGALE V2 S 2025

    이 모델을 선택할 이유아쉬운 점이 있다면
    만만한 출력과 가벼운 무게
    섹시한 두카티 레드 컬러
    줄어든 최고출력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L-트윈 2기통
    보어×스트로크 96 × 61.5(mm)
    배기량 890cc
    압축비 13.1 : 1
    최고출력 120hp / 10,750pm
    최대토크 93.3Nm / 8,25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9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65mm
    시트높이 837mm
    차량중량 176kg(연료 제외)
    판매가격 2,990만 원


    윤연수
    사진 두카티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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