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911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그리고 타르가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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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타르가가 지붕을 열고 하늘과 마주하는 시간은 대략 20초였다. 버튼을 누르면 B 필러 뒤쪽에 자리한 커다란 리어 윈도가 마치 우주선처럼 뒤로 밀려난다. 그리고는 머리 위 소프트톱이 그대로 들려서 리어 윈도 아래쪽으로 접힌다. 신호 대기 중에 진행된 과감한 변신. 뒤 차에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그 모습을 가리키며 이야기하는 것이 룸미러에 비친다. 사실 나에게는 이 20초가 길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이 낭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 컨버터들 스포츠카들은 시속 50km로 달리면서도 소프트톱을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다.
한강 다리에 오르면서 10여 초 만에 소프트톱을 열고 하늘을 만나 자유를 만끽하고는 다리가 끝나는 곳에서 빠르게 지붕을 닫는다. 반면 타르가의 하드톱은 차가 완전히 정지했을 때 작동한다. 그렇다고 911 카브리올레처럼 루프가 완전히 활짝 열리는 것도 아니다. 열리는 면적에 비해 시스템은 복잡하다. 늘어난 무게나 줄어든 실내 공간도 부수적이다. 모든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요즘 시대에 911 타르가가 과거의 답습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십 년간 모든 것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발전시켜온 포르쉐가 타르가의 존재를 여전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911은 그 어떤 스포츠카 비교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한 개 모델이면서 여러 가지치기 라인업으로 브랜드의 기함급 2 도어 스포츠카 전체를 담당한다. 이들 모두를 관통하는 것은 뒷바퀴 축 뒤에 달린 엔진의 위치다. 그 외에는 소비자 성향과 사용 목적에 따라 조합이 완전히 달라진다. 쿠페, 카브리올리, 타르가 등 세 가지 보디 타입으로 변주를 주고, 뒷바퀴 굴림 혹은 네 바퀴 굴림과 결합해 운전 재미와 안정성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 보디 강성이 강한 쿠페는 트랙을 목표로 하는 GT 시리즈를 이루는 근간이고, 하늘과 마주하며 드라이브 자체를 즐기는 카브리올레는 모델 트림이나 구동 방식에 상관없이 거의 전 모델과 조합된다. 반면 타르가는 다르다. 쿠페와 카브리올레의 중간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하며 발전했다.
타르가 톱은 1960년 대 미국 교통부(DOT)에 의해 탄생했다. 전복 시 오픈톱 자동차가 승객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 강화가 배경이었다. 그 후로 타르가는 993, 996, 997의 세대를 거듭하며 커다란 리어 윈도와 B필러 디자인을 상징화했다. 현대식의 991과 992 모델에서는 전동 하드톱과 소프트톱의 조화로 완성도를 꽤 했다. 수십 년의 진화로 오픈톱 모델 중에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이 가장 아름다운 모델로 자리잡았다. 카브리올레와 비교하면 전복 사고 시에도 훨씬 안전하다. 타르가 톱의 비효율적인 이면에는 이처럼 헤리티지와 아이콘이라는 상징성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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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구현된 부드러운 달리기 성능
이번에 시승한 911 타르가는 코드네임 992세대의 마지막 버전. 해외에는 페이스리프트(992-2)도 등장했다. 즉 이전 모델(991-1, 2)의 기술이나 세팅 노하우가 이미 온전히 녹아들었다. 타르가의 경우 포르쉐 911 중에서도 가장 패션 감각이 뛰어난 차다. 그래서 아주 스포티한 성격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의미로 타르가를 바라보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앞차축에 리프팅 실린더는 흥미롭다. 버튼을 누르면 5초 만에 최대 40밀리미터 차고가 높아진다. 턱이 높은 지하주차장 출입구에서 유용하다. 스마트 리프트를 누른 장소를 GPS로 기억하고 저장해서 매일 오가는 장소에서 자동으로 차고를 올리는 편리함을 자랑한다. 시승차는 외장과 실내 포인트 컬러를 ‘루비스톤 레드’로 통일했다. 역동적인 컬러는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덕분에 타르가의 상징인 은색 B 필러가 강조되는 것은 매력적이다.
실내의 특징은 스티어링휠 디자인과 한층 직관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앙 집중 인터페이스,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는 신형에서 표준 사항이다. 와이드 터치스크린은 자체적인 메뉴와 인포그래픽으로 한눈에도 이해가 쉽다. 앰비언트 라이트 나 엔터테인먼트 같은 많은 기능을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은 반응이 자연스럽다. 짧게, 길게, 두 번 터치와 두 손가락을 이용한 줌 인/아웃에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무선으로 애플 카 플레이(Car Play)를 연동시킬 수 있다는 점도 편리하다.
사실 911 타르가 4S를 타는 동안 나는 별로 과속을 하지 않았다. 이 차의 실제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잠재적 운동 성능을 모두 끌어낼 필요 없다. 포르쉐 텀블러를 들고, 타르가 톱을 열고, 출퇴근하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커피숍에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뒤돌아 봤을 때 멋진 타르가 톱과 마주하는 것이 즐겁다. 그런 목적으로는 최대 출력 458마력을 발휘하는 터보 엔진은 충분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부드럽고 우아하게 그러면서도 강하게 차를 밀어붙인다. 뒷좌석을 타고 넘어오는 걸걸거리는 엔진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진짜 놀라운 점은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을수록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는 점이다. 기민하게 반응하는 네 바퀴 굴림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코너에서 부족한 타이어 접지력을 채워 넣는다. 이 똑똑한 AWD 시스템은 평소에는 뒷바퀴에 힘을 전달하면서도 타이어의 접지력이 부족한 순간마다 앞바퀴로 빠르게 동력을 전달한다. 날렵한 핸들링과 안정적인 타이어 접지력의 장점만을 추구한 구조다. 토크백 터링도 지원하고 있어서 차를 회전시키는 능력도 뛰어나다. 코너링을 시작할 때 동력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출한다. 전자제어 시스템과 물리적 톱니바퀴들의 조화가 신형 포르쉐 911의 매력을 상기시켜 줬다. 911 타르가 4S는 잘 만들어진 기계 이상이다.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범위가 넓었다. 그래서일까? 운전하는 동안 이 차가 증명한 많은 수치가 궁금하지 않았다. 엔진 출력이나 최고 속도, 브레이크 디스크 구조를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연결된 하나의 덩어리처럼 조화를 이룬다고 느꼈다. 그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소프트 톱을 열고 달릴 때 머리 위로 흘러가는 바람과 적당한 거리가 있어서 좋았다. B 필러가 뒤에서 들이치는 바람을 막아줘서 톱을 열고 장시간을 달려도 피곤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편하고 즐겁게 운전할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타르가 4S는 쿠페와 카브리올레 중간을 채우기 위해서 만든 차는 아니다. 오히려 얄미울 정도로 잘 만들어서 쿠페와 카브리올레 양쪽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GTS나 터보, GT 시리즈와 분명하게 달랐다. 아니, 달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한결 가벼웠고, 승차감은 여유로웠다. 차의 디자인이나 편의 장비, 가격적인 위치도 그랬다. 하나부터 열까지 의도한 터치가 숨어있다. 어쩌면 포르쉐는 지난 수십 년의 역사에서 ‘타르가’라는 모델이 아니라, 타르가 카테고리를 완성시켰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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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PORSCHE 911 TARGA 4S
레이아웃 뒤 엔진, AWD, 2인승, 쿠페
엔진형식 수평대향 6기통 3.0L, 458마력, 54.1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8단 자동
휠베이스 2450mm
길이×너비×높이 4520×1850×1300mm
복합연비 8.1km/L
CO배출량 216g/km
무게 1670kg
판매 가격 2억4070만원부터~
글 김태영(모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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