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바이크 테스트] KTM 390 듀크

    윤연수 이번에는 KTM의 390 듀크입니다. KTM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라이딩의 즐거움, 자유로움, 레디 투 레이스라는 슬로건 등이 주는 강렬함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똑같은 엔트리 바이크라도 이 모델은 좀 더 높은 기준을 갖고 달리기에 진심으로 개발됐죠.

    류석 저는 스바르트필렌 401과 390 듀크가 동일한 프레임과 엔진을 사용하니까, 비슷한 바이크라고 생각해서 시승을 계속 미뤘어요. 나중에 타도 어차피 똑같겠거니 했던 거죠. 그런데 390 듀크를 타는 순간, 쉴 틈 없이 계속 몰아가는 것 같았어요. 라이더에게 계속 ‘달려! 달려!’하는 느낌이죠. 시트가 대각선 앞으로 기울어져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가속 자세를 취하게 돼요. 게다가 유일하게 트랙 모드가 있어요. 런치 컨트롤이나 랩 타이머가 탑재되어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해요. 다만, 열심히 달리다가 편하게 몰려고 하니까 휴식할 수 없어요. 어떤 자세를 해도 불편해요.

    윤연수 제가 갑자기 KTM 대변을 하자면, KTM은 다른 엔트리 모델과 눈치 싸움을 하면서 조금 더 낫게, 조금 더 좋게 만들지 않았어요. 애초에 레디 투 레이스라는 슬로건에 맞게 ‘제대로 달리는 것’에 집중했죠. 390 듀크로 트랙을 달려도 무방할 정도로 엔트리 모델이라는 울타리에 쉽게 담겨있지 않아요. 바이크를 재밌게 타고 휴식이 필요하면 내려서 쉬어야죠. 뭔가 시장에서 정형화된 엔트리 바이크의 틀, 그런 틀이 있다면 KTM은 ‘싫어, 내 마음대로 할거야.’하고 나가버린 느낌이에요. 기준점을 훨씬 높은 곳에 마킹하고 시작했죠.

    류석 심지어 스바르트필렌 401보다 5만 원 저렴하다!

    윤연수 조금만 더 할게요. 아까 말한 것처럼 이 바이크는 앉아서 자세를 취하고 스로틀을 조금만 열어보면 스스로 달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정말 그렇게 만드는 신기한 매력이 있죠. 누가 타도 재밌다.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모델입니다.

    양현용 이번 모델은 최근에 따끈따끈하게 모델 체인지가 됐어요. 국내에도 이제 갓 출시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모델인데 이전보다 유난히 시트가 딱딱해요. 그래서 저는 예전에 레이스 카울 위에 얹은 스펀지가 떠오르더라고요. 플라스틱 카울 위에 얇은 커버처럼 시트가 있어서 리어의 피드백은 정말 완벽하게 엉덩이로 전달돼요. 그게 장점이겠지만 단점이기도 한 거죠. 근데 이거를 분명히 고민했을 거예요. 개발진들도 이렇게 밀어붙인 이유는 ‘이게 우리야.그리고 이게 KTM의 색깔이야.’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김상현 엔트리라는 단어가 잘 안 어울려요. 그러니까, 그냥 듀크 형제 중에 가장 낮은 배기량을 가진 포지션일 뿐이죠. 엔트리는 보통 입문자가 탄다고 생각하는데 이 모델은 굉장히 노련한 베테랑 라이더도 좋아해요. 보통 바이크를 오래 타면 대부분 제일 큰 배기량, 하이엔드급으로 향하는데, 그랬던 사람들도 KTM 와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더라고요. 390 듀크도 대표적이죠.

    양현용 KTM은 상위 모델로 990 듀크, 1390 슈퍼듀크가 있는데 오직 배기량으로 우위를 가릴 수 없어요. 990이 1390보다 훨씬 뛰어난 부분이 있는데 유독 다른 브랜드보다 각자의 개성이 뛰어나고 하나의 플래그십처럼 만들어지죠.

    윤연수 달라진 시트 때문에 불편하다는 의견과 스포츠 주행하기엔 좋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가장 큰 변화는 시트고에요. 이전 모델 대비 15mm가 낮아졌어요. 엔트리 라이더에게 시트고가 높다는 건 아주 큰 문제거든요. 리어 쇽 위치를 바꾸면서 시트고를 낮출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순정 옵션을 선택하면 최대 800mm까지 낮출 수 있어요.

    김솔 제가 20대 때 KTM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브랜드 자체가 스포츠 라이딩에 굉장히 진심이거든요. 작은 차체에 큰 엔진을 물리고 좋은 서스펜션을 적용해서 ‘이러면 돼! 우리 바이크는 짱이야!’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더 갔어요. 대중적인 선택이 아닌 더 유니크한 방향으로 꿋꿋하게 나아가는 거죠. 그래서 테스트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을 되새겼어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 방향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제는 아니죠.

    류석 저는 공격적인 라이딩을 원하는데 레플리카는 싫다는 사람에게 완벽한 모델인 것 같아요. 정말 공격적으로 몰아도 모든 움직임을 소화해요. 입문자 중에서도 스포츠성이 강한 사람. 대문자 S를 가진 사람이 선택하기 좋아요.

    양현용 지금 우리가 테스트하고 있는 바이크들의 시작이 바로 390 듀크예요. 125cc만한 차체에 373cc 단기통 엔진을 달고 엄청 재미있는 모델이 나온 거죠. 그래서 포켓 로켓이라는 별명도 생겼고 그로 인해 나비효과처럼 지금 이런 모델이들이 등장하게 된 거죠. 쿼터 클래스가 아닌 400 클래스로 훌쩍 올려둔 모델이고, 그 시장을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었어요. 이번 신형 모델은 정말 모든 부분이 좋아졌다고 느꼈는데 특히 출력이 부드러워졌어요.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누구나 재밌게 몰기 좋아졌죠.

    김상현 이 모델이 사실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에요. 근데 제 주변에 전 모델으로 입문한 동생이 있는데 지금까지 재밌게 타고 있어요. 모두에겐 아니지만, 이 성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유일무이한 선택지 같은 느낌이에요.

    양현용 실제로 제 친구가 대형 모터사이클을 입문하고 싶다고 해서 1세대 390 듀크를 추천해줬어요. 그 친구는 꽤 오랫동안 390 듀크를 탔고, 가지고 놀 수 있게 될 수 있을 때 배기량이 더 큰 모델로 바꿨어요. 그리고 한참 지나서 그 친구가 ‘덕분에 바이크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지금까지 타게 되는 것 같다.’라며 고마워하더라고요.

    류석 스바르트필렌 401로 레드존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390 듀크는 수시로 레드존을 쳤죠.

    양현용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김솔 그게 시트 각도 때문에 그래요.(웃음)

    윤연수 가속할 때 더 편안한 설계! 저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서, 도로 위에서 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요.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재밌게 달려가야죠. 390 듀크를 탈 때 느끼는 즐거움은 그 어떤 엔트리 모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농밀하달까요. 굉장히 찐득하고 농도가 진해서 한 번 맛보면 제대로 빠질 수밖에 없어요.

    양현용 근데 우리 지금 얘기하면서 디자인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 한 거 알아요?

    윤연수 진짜 그래요. 이게 뭐냐면 아까 어떤 모델은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죠? 어떤 사람에게 디자인이 가장 중요해서 디자인이 예뻐야 그다음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390 듀크는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이전에 주행 성능에 충격을 받는 거죠. 디자인을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KTM의 이번 듀크 시리즈는 뭔가 폭발하는 그 순간을 담았다고 해요.

    김상현 실제로 390 듀크가 골목에서 튀어나오면 깜짝 놀라기도 해요.(웃음)

    KTM 390 DUKE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89 × 64(mm)
    배기량 398.7cc
    압축비 13 : 1
    최고출력 44hp / 9,000rpm
    최대토크 39N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70 R17 (R)150/60 R17
    브레이크 (F)320mm싱글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357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 165kg
    판매가격 890만 원


    글/사진 모터바이크 편집부
    취재협조 로얄엔필드 코리아, 트라이엄프 코리아, BMW 호켄하임 모토라드, KTM 코리아, 허스크바나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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