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트라이크의 매력, 캔암 스파이더 RT 리미티드

    스파이더 RT는 트라이크의 한계와 투어러의 한계를 모두 넘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다.

    BRP(Bombardier Recreational Products)그룹은 물 위에서는 씨두, 스노모빌은 스키두, 그리고 온로드와 오프로드 차량은 캔암으로 나누어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그중에 온로드 모델인 스파이더 시리즈는 2007년 출시 이후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트라이크 모델이다. 기존 트라이크의 단점으로 꼽히던 코너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보쉬와 함께 개발한 안정성 제어시스템 SRS를 적용하고 존재감 넘치고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확실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스타일은 근사하다. 스파이더 시리즈는 스포츠성이 강조된 F3와 투어링 모델인 RT로 라인업이 나뉘고 있다. RT모델은 고유의 3륜 레이아웃 위에 투어링 바이크의 모습을 올려놓은 형상이다. 2020년 모델 체인지를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으며 헤드라이트를 좌우로 길게 늘인 LED타입으로 변경하며 스포츠카 같은 분위기가 더 강해졌다. 뒷모습은 투어링 바이크의 전형에 좌우로 휠이 돌출되어 있다. 스파이더 RT를 타고 도로에 나서는 순간 이미 일상을 벗어나 낭만이 가득해지고 도로의 풍경 역시 바뀌게 된다. 외형의 독특함이 만드는 높은 주목도는 슈퍼카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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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 형식이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중간에 있다보니 주행에 필요한 면허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일단 국내에서 스파이더RT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자동차 면허로 운전이 가능하며 다른 주에서는 이륜차 면허, 혹은 3륜 차량 교육이 별도로 필요하다. 유럽의 경우도 그리스를 제외한 국가에서는 자동차 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다. 물론 대형이륜차 면허라면 어디든 통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3륜의 특성에 대해 교육 이수를 강제 혹은 권장하기도 한다.

    스파이더 RT의 포지션은 상당히 편안하다. 트라이크 특성상 발착지성이 고려될 필요가 없다보니 시트의 폭이 넓고 쿠션도 좋다. 길이가 58cm가 넘는 널찍한 발판과 큼직한 브레이크 레버로 조작이 간편하며 핸들높이도 다루기 적당하다. 연료탱크는 시트 밑에 배치되어 있고 연료탱크 자리에는 각종 컨트롤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전원을 켜면 경고 문구가 표시되고 동의를 해줘야만 차량의 시동을 걸 수 있다. 스로틀은 일반적인 모터바이크처럼 그립를 돌리는 방식이다.

    엔진은 115마력의 1,330cc 로탁스의 3기통 엔진이 탑재된다. 대형 투어링 모델에 쓰기는 조금 작은 엔진이 아닐까 싶었는데 실제 주행성능의 부족함은 없었다. 3기통이지만 필링은 4기통에 가까운 매끄러운 감각이다. 스펙상 최고속은 시속 200km이상이며 실제 주행에서 안정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구간은 180km/h 언저리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은 7초 정도다. 출발 후 가속은 좋은데 초반에 클러치가 붙고 출발하는 것이 조금 느긋하다. 주행감각은 제트스키를 도로 위에서 타는 것 같은 느낌이다. 3.5인치 TFT 두 개를 붙여 만든 7인치 파노라마 계기반도 씨두에서 보던 것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계기반은 3.5인치 계기반 두 개가 합쳐진 모양으로 씨두 계기반과 같은 구성이다

    변속기는 조금 독특하다. 세미오토 방식의 미션은 중립 상태에서 1단을 넣으면 마치 수동변속기 1단이 들어가듯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출발 준비가 된다. 클러치 조작도 필요 없이 스로틀만 열면 오토매틱처럼 나가는데 변속은 직접 레버를 조작해야 한다. 기어 단수에 비해 속도가 낮아지면 자동으로 시프트 다운이 되기 때문에 상향 변속에만 신경 쓰면 되는데 처음에는 자꾸만 변속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1단 기어비가 의외로 길어서 시내 주행에는 충분한 속도가 나오는데다가 진동이 거의 없다보니 변속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왜 완전 자동모드를 만들지 않았는지가 의문이지만 수동미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조작하는 맛은 좋았다. 결국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6단 미션에 후진기어도 추가되어 있으며 실제 엔진 힘으로 후진한다. 전 후진 바꾸는 것도 편해서 주차할 때 상당히 유용하다. 일단 바이크가 출발하고 나면 목적지에 도착해 주차하고 내릴 때 까지 발을 지면에 댈 필요가 전혀 없다.

    주행성능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쾌적한 승차감이다. 바로 탔을 때 느껴지는 느낌은 탄탄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는데 탈수록 부드럽고 쫀득한 승차감이다. 특히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진동을 효과적으로 지워버린다.

    브레이크는 오른발로만 밟아서 조작할 수 있다. 핸들바에 브레이크 레버가 없다 보니 처음에는 살짝 어색함이 있었다. 주행 초반에는 제동할 때 버릇처럼 손가락으로 허공에 한번 허우적거린 후 풋브레이크를 밟았다.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손은 스로틀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꽤 편하다. 제동력은 거대한 덩치를 잊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두 바퀴에 각각 달린 270mm디스크와 브렘보 캘리퍼의 조합이다. 긴급 제동 시에는 체중이 발로 쏠리기 때문에 의도한 것보다 더 과도한 제동력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역으로 이를 이용해 브레이크를 더 강하게 잡을 수도 있었다. ABS도 적용되어 급제동 시 안정적으로 제동할 수 있다. 일단 제동력에 대한 확신이 생긴 후에는 더욱 편하게 스로틀을 열 수 있었다.

    무게중심이 F3보다 높은 RT는 편안함을 얻은 대신 코너링 성능은 F3와 비교해 조금 아쉽다. 스파이더 F3는 트라이크로 이렇게까지 달릴 수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코너링 성능을 보여줬는데 RT는 조금만 빠르게 코너를 돌아도 안정성 제어 시스템이 개입하며 차체를 안정시킨다. 만약 더욱 빠른 주행을 위해서는 린인을 통해 중심을 안쪽으로 낮춰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앞서 F3에 비해 아쉽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일 뿐 마음먹고 달리면 꽤 빠른 페이스로 달릴 수 있다. 재미와 편안함 사이의 줄타기가 절묘하다.

    차폭은 1,554mm로 어지간한 자동차 수준이다. 국내 경차기준이 1,600mm이하니 실제로 큰 차이가 없다. 이 폭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되겠지만 막상 타게 되면 앞바퀴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폭에 대한 감각이 확실하고 좁은 틈도 앞바퀴만 지나가면 차체는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보니 편하게 탈 수 있었다. 다만 차선 변경 시 옆 차량에서는 전륜의 위치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바이크라고 생각해 앞바퀴 공간으로 밀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종종 있었다. 너비가 차량 사이즈인 만큼 주행 시 한 차선을 지키고 달려야 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이기에 굳이 단점으로 꼽지 않겠다. 실제 체감상 기동력은 이 바이크의 모양처럼 바이크와 자동차 사이에 있다.

    투어러로써의 덕목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전면의 윈드스크린과 널찍한 페어링은 투어링 모델답게 주행풍을 거의 다 걸러준다. 감각적으로는 컨버터블 차량의 뚜껑을 달고 달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수납공간은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투어링 바이크의 수납공간, 그러니까 투어링 탑케이스와 사이드 케이스의 공간부터 이미 투어러로써 부족함 없는 큼직한 사이즈다. 그리고 여기에 거대한 프렁크가 더해진다. 전면의 보닛 아래 마련된 수납공간은 헬멧과 재킷 등을 수납하고도 공간이 넉넉할 정도다. 총 수납공간은 177리터로 두 사람의 장거리 여행 짐도 여유롭게 실을 수 있다. 참고로 쉐보레 스파크의 트렁크 용량이 190리터다. 여기에 여섯 개의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음악은 여행의 맛이 더해주는 양념이 되어준다. 사운드를 블루투스 헤드셋과 외부스피커를 버튼으로 간편하게 전환할 수 있어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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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없는 주행

    바퀴가 세 개로 늘어나며 생긴 가장 큰 차이점은 덜어진 부담감이다. 대형 투어링 바이크는 달릴 때는 편하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저속에서는 확실히 부담스럽다. 바이크 역시 균형을 완벽하게 잡고 있을 때는 무게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금만 균형이 흐트러져도 무게감이 확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탠덤을 하게 되면 부담감은 곱절로 커진다. 제자리에서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뒷사람이 다칠 수도 있고, 뒷사람이 다치지 않더라도 운전자의 마음은 부끄러움으로 다치게될 것이다.

    반면 스파이더 RT는 서 있든 저속이든 넘어질 걱정에서 완벽하게 자유롭다. 시트 위에 앉아있는 동안 느긋함이 유지된다. 그래서 큰 차체에 대한 부담감이 거의 없었다. 이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뒷자리 승객도 똑같이 느낀다. 18년 동안 바이크 탠덤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베테랑 탠덤 라이더인 아내는 물론, 최근에는 바이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열두 살 딸아이도 먼저 관심을 보이고 태워달라고 할 정도였다. 덕분에 딸아이와 처음으로 탠덤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딸아이는 뒷좌석이 넓고 등받이도 편안한데다가 바람은 시원하고 시트와 탠덤 그랩바의 열선 기능으로 따뜻하기까지 해서 좋았다는 최고의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모든 조건에서 바이크보다 편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이크는 기울여 코너를 돌아가는 특성 때문에 라이더가 횡G(원심력으로 인해 옆으로 가해지는 중력)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스파이더 RT는 좌우로 움직이면 탑승자의 몸이 진행방향 반대로 쏠리게 된다. 자동차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그래서 속도가 높아지고 거칠게 운전할수록 급격히 불편해진다. 그러니까 소중한 사람을 태웠다면,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게 조작해야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모델이었다. 키가 작아도 리어 브레이크에 발만 닿는다면 주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타는데 부담이 전혀 없다보니 이 큰 녀석을 마치 스쿠터처럼 탈 수도 있다. 이러한 장점들로 해외에서는 여성 라이더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북미 시장의 경우 구매고객의 25%가량이 여성 라이더라고 하니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트라이크가 바이크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모델로 여겨지기 쉽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선택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라이커에 이어 스파이더 RT를 경험해보니 캔암 트라이크의 매력은 무언가의 대안이 아니라 독보적인 영역을 갖추고 있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만약 캔암 스파이더에 대해 삐딱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면 꼭 한번 경험해보길 바란다.

    Can-Am SPYDER RT Limited

    엔진형식 수랭 직렬 3기통
    보어×스트로크 84 × 80(mm)
    배기량 1330cc
    압축비 12.2 : 1
    최고출력 115hp / 7,250rpm
    최대토크 130.2Nm / 5,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26.5ℓ
    변속기 6단 리턴+후진
    서스펜션 (F)더블위시본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MC165/55R15 55H (R)MC225/50R15 76H
    브레이크 (F)270mm더블디스크 (R)27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833×1,554×1,464
    휠베이스 1,714mm
    시트높이 755mm
    건조중량 464kg
    판매가격 5,000만 원


     양현용
    사진 손호준/양현용
    취재협조 (주)바이크원 BRP코리아 b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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