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진 매력과 재미
HUSQVARNA
VITPILEN 401 & SVARTPILEN 401
2013년 허스크바나는 BMW산하에서 떠나 KTM과 후사버그가 속해 있는 피에러 모빌리티 그룹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때 기존의 BMW에서 개발된 모델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오프로드 바이크는 물론 온로드 라인업도 완전히 새롭게 개편했다. 피에러 모빌리티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KISKA 역시 그들의 디자인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때마침 레트로 바이크붐이 한창 무르익던 시절, 성능이 검증된 KTM 듀크 플랫폼을 기본으로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레트로 무드를 가미했다. 그렇게 네오레트로 스타일의 필렌 시리즈가 탄생한 것이다. 하얀 화살을 의미하는 비트필렌은 카페레이서, 검은 화살을 의미하는 스바르트필렌은 스크램블러 스타일을 바탕으로 했다. 2014년 EICMA에서 첫 콘셉트가 공개되었으니 올해로 10년이 되었지만 지금 봐도 근사해 보이는, 시대를 앞선 디자인이었다. 필렌 시리즈는 125, 250, 401, 701, 그리고 최근에 공개된 801까지 다양한 배기량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 401은 강력한 단기통 엔진을 바탕으로 가벼운 무게와 콤팩트한 차체로 엔트리 라이더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후속 모델이 드디어 데뷔하는 것이다.
더 커진 존재감
신형 401을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기존의 401시리즈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실물은 확 달랐다. 일단 제조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90%이상의 부품이 새롭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언뜻 봐도 비슷한 부품은 있지만 완전히 같은 부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워낙 볼륨모델이니 전용설계에 대한 부담감도 적은 것일까? 확실히 풀체인지 모델다운 변화다. 일단 헤드라이트와 전체적인 차체가 확 커지며 비례부터 기존과 확연히 다르다. 커진 존재감은 거의 701 시리즈에 육박한다. 휠베이스는 701보다 짧지만 차체 길이는 비슷하다. 생김새 자체도 701에 가까워졌다. 특히 시트 공간이 전후로 크게 늘어나 훨씬 편안한 포지션을 만들뿐 아니라 다양한 체형의 라이더에 대응할 수 있다. 편안함은 키가 큰 라이더와 작은 라이더 모두에게 유효했다. 820mm로 낮아진 시트 높이도 부담감을 덜어준다. 내 경우 기존의 401시리즈는 미니바이크를 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작아서 괴롭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신형은 확실히 (라이더가)덜 부담스러워 보인다.(웃음) 핸들바는 비트필렌은 기존 모델 대비 높아졌고, 반대로 스바르트필렌은 낮아졌다. 기본적으로 비트필렌은 카페레이서, 스바르트필렌은 스크램블러를 재해석한 모델이지만 이제는 두 모델간의 포지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는 수준까지 좁혀졌다. 두 모델을 번갈아가며 하루 종일 탔지만 크게 피로하지 않았다. 차체가 커진 만큼 연료탱크 용량은 13.5리터로 무려 4리터나 더 커졌다. 편안함과 큰 연료탱크의 조합은 장거리 투어도 문제없이 만들어준다. 소소한 변화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굵직한 변화들이 놀랍다.
검증된 성능
엔진은 기존의 373cc에서 399cc로 배기량을 키우고 내부 설계도 개선하는 등 새롭게 다듬은 신형 엔진이 들어간다. 44마력의 최고출력에 11,000rpm 너머로 돌아가는 꽤나 활발한 엔진이다. 시속 60~120km사이에서 매끄러운 크루징과 화끈한 가속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 클래스 최고 수준의 전자장비도 갖추고 있다. 퀵시프트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코너링 ABS를 지원하며 동시에 리어 브레이크 락을 허용하는 슈퍼모토 모드도 지원한다. 퀵시프트는 고회전에서는 매끄럽게 잘 작동했지만 저회전에서는 조금 빡빡하게 작동한다. 순정으로 장착된 컬러TFT 모니터는 어지간한 미들클래스 바이크들도 기죽일 정도다. 스위치박스도 싹 새롭게 바뀌었는데 기존의 장점은 그대로 두고 레이아웃을 깔끔하게 다듬었으며 질감도 개선되어 한층 고급스럽다. 서스펜션의 발전도 인상적이다. 조절식 서스펜션이 기본 장착된 것도 기특한데, 새로운 5단계 댐핑 조절 방식의 도입은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조절식 서스펜션들은 한 클릭씩 조절해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아무리 조절폭이 넓고 세밀한 서스펜션도 라이더의 지식과 섬세한 감각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라이더는 처음 출고한 상태로 손대지 않고 탄다. 하지만 이를 다섯 단계로 간소화 하니 각 단계에 따라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서스펜션 작동폭도 150mm로 온로드 바이크 치고는 꽤 긴 편이라 세팅 차이를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좌우 포크가 압축과 신장의 속도를 별개로 조절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으니 그만큼 서스펜션을 조작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한 번이라도 세팅 차이를 느껴 본 라이더라면 앞으로는 무조건 조절식 서스펜션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바이브레(byBRE)가 아닌 호따후안(J.Juan) 제품으로 변경되었다. 어차피 두 회사 모두 브렘보의 자회사라 큰 의미는 없겠지만 제동력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401 시리즈의 전체적인 패키지는 동급 클래스 최고 수준을 갱신하고 있다.
VITPILEN 401
비트필렌 401은 카페레이서를 의식한 디자인으로 낮은 클립 온 핸들바를 가지고 있었다. 스타일 면에서는 근사하지만 401 시리즈의 핵심 구매층들에게는 다소 힘들고 어려운 포지션이라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의견을 반영해 이제는 높은 파이프 핸들바를 장착한다. 스바르트필렌과 동일한 톱브리지와 핸들바 마운트를 사용하며 핸들바 굴곡의 차이로 높이가 살짝 낮아진다. 번갈아가며 비교해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소소한 차이다. 결과적으로 포지션이 편해진 것도 좋지만 바이크를 휘두르기 좋아진 점이 더 마음에 든다.
외형의 차이는 좀 더 명확하다. 기본 액세서리가 꽤 많이 붙어 있는 스바르트필렌과 달리 깔끔한 구성이다. 한눈에 구분할 수 있는 부분은 프런트 펜더다. 비트필렌의 경우 휠을크게 덮는 스타일의 프런트 펜더를, 스바르트필렌은 오픈된 디자인의 프런트 펜더를 장착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눈에도 힘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연료탱크는 좌우를 더욱 과장해 앞쪽으로 길게 뽑아주고 라디에이터 좌우에도 커버를 달아 디자인의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당겨줌과 동시에 좌우 볼륨감을 키웠다. 실제로 시트 위에 앉았을 때도 701을 탔을 때와 더 비슷한 느낌을 준다. 연료탱크가 커지면서 시트에서 보는 바이크의 존재감도 커졌다. 앞 뒤 모두 길어진 시트는 체중 이동도 쉽고 다양한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타이어는 미쉐린 파워6. 로드 타입의 스포츠 타이어인데도 온도가 오르기 전까지는 그립이 살짝 불안했다. 서서히 주행페이스를 올리며 타이어 온도를 끌어 올리니 비로소 날카로운 핸들링이 살아난다. 타이어는 스포츠 타이어인 만큼 그립이 좋을 뿐 아니라 기울임 초기부터 방향을 빠르게 바꾼다. 연속되는 와인딩로드에서는 방향을 바꿀 때 확실히 민첩함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으며 선회 중 안정감도 좋았다. 주행 질감은 한 클래스 높아졌다. 회전도 매끄럽게 올라가며 전후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한층 고급스럽다. 매 코너마다 스포츠 바이크 타듯 밀어붙일 수 있었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윙암은 피봇 포인트를 높이고 서스펜션을 기울여 장착했다. 덕분에 리어 서스펜션의 피드백도 좀 더 명확해지고 트랙션도 느끼기에도 좋았다. 이전 세대는 다소 어려운 포지션으로 인해 매니아들에게 주로 사랑을 받아온,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던 비트필렌이지만 이제는 보편적인 매력이 더 커졌다. 특히 경쾌한 주행 성능과 심플한 구성, 그리고 다루기 쉬워졌고 무엇보다 가벼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SVARTPILEN 401
스바르트필렌은 스크램블러라는 장르를 빌려 오프로드 콘셉트를 담고 있다. 가벼운 임도 정도에서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성능이지만 근본적으로 전후 17인치 휠을 장착한 온로드 로드스터다. 그래도 오프로드 특유의 자유로운 이미지를 더해 바이크를 더욱 힙한 스타일로 만들어준다. 라이딩 모드는 스트리트와 레인 뿐이다. 오프로드 모드가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조금 서운한 느낌이다. 물론 트랙션 컨트롤을 해지하고 슈퍼모토ABS를 적용하면 오프로드 모드 적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쉽게도 이번 테스트 코스에 오프로드가 포함되지 않았다. 도로 밖으로 살짝 벗어난 흙길 위에서 슬쩍 다뤄보니 변경된 시트가 확실히 체중을 앞뒤로 싣기 좋아 편했다. 차후에 가벼운 임도 정도는 달려보고 싶다. 비트필렌과 포지션까지 비슷하니 주행성능에서 두 모델의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기본으로 부착된 파츠의 수가 많다 보니 차체 자체의 무게도 늘어났다. 와이어스포크 방식을 사용해 휠 무게가 더 나가는데다가 타이어도 무거운 오프로드 스타일이다. 두 모델 간 무게차이는 4.5kg가량이다. 이런 이유로 핸들링의 경쾌함이 줄고 초기 선회가 살짝 더딘 느낌이 든다. 하지만 번갈아 탔을 때만 느껴지는 차이지 막상 눈 가리고 타면 구분할 자신이 없을 정도의 미묘한 차이다. 솔직히 밝히자면 이번 투어 코스 중 두 모델을 계속 번갈아 탔는데 어느 구간에서 어떤 바이크를 탔는지 헷갈릴 정도로 두 모델의 차이가 적었다. 내게는 이것이 오히려 장점처럼 느껴졌다. 두 모델을 선택하는데 있어 스타일 말고 다른 요소는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스타일은 확실히 차이가 난다. 스바르트필렌에는 순정으로 자그마한 윈드실드, 엔진 아래를 보호해주는 스키드플레이트, 연료탱크 위의 캐리어등 여러 요소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디자인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스턴트 바이크의 윌리바처럼 불쑥 튀어나온 탠덤 그랩바인데 이건 쉽게 제거할 수있고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넘어가자. 와이어스포크 휠과 블록패턴 타이어가 주는 느낌은 확실히 터프하다. 타이어는 피렐리 랠리STR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온로드에서 훌륭한 그립을 보여주며 적당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챙긴 합리적인 듀얼타이어다. 오프로드 풍의 타이어지만 냉간 시그립은 오히려 좋았다. 타이어는 튜브리스 방식이지만 휠이 일반적인 튜브방식의 와이어스포크 휠이라 튜브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스바르트필렌이 인기가 좋았던 이유를 알겠다. 확실히 기본 구성이 알차고 약간의 차이로 꽤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원래의 매력은 더 진해지고 차체의 완성도는 높아졌으니 더 많은 이들에게 라이딩의 재미를 알려주는 바이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기존의 허스크바나 바이크에게서는 KTM과 달라야한다는 강박 비슷한 게 느껴졌다. 두 브랜드 간의 색깔을 다르게 가져가려는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이 때로는 KTM에는 없는 독특한 매력을 만들기도했다. 그런데 꼭 좋은 방향으로만 발현되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기존의 401 시리즈는 미묘하게 포지션이 불편하고 핸들링도 어색했다. 마이너 체인지를 통해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포지션은 불편했다. 하지만 이번 401은 완전히 달라졌다. 브랜드가 자리 잡은 만큼 더 이상 독특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 탄탄한 기초 위에 자신들의 색을 잘 녹여내고 있다. 지난 10년간 브랜드가 자리잡은 만큼 차량의 콘셉트도 성숙했고 주행 성능 역시 정확한 방향을 잡았다. 그래서 콘셉트 모델, 혹은 커스텀 바이크를 타는 것 같던 느낌이 사라지고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완성된 모델을 타는 것 같다. 400cc급 엔트리 클래스는 지금 가장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는 카테고리다. 401 시리즈처럼 경쟁력 높은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앞으로의 모터사이클 시장 확대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다. 기존 401 오너가 타더라도 업그레이드로 느낄 수 있을 만큼 큰 발전을 이루었다. 새로운 401 시리즈로 시작하는 라이더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지는 게 걱정될 정도다.
HUSQVARNA
VITPILEN & SVARTPILEN 401
엔진 형식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89 × 64(mm)
배기량 399cc
최고출력 45ps / 9,000rpm
최대토크 39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 (R)싱글 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70 R17 (R)150/60 R17
브레이크 (F)320mm싱글디스크 (R)240mm싱글디스크
휠베이스 1,368mm
시트높이 820mm
차량중량(연료제외) 154.5kg(159kg)
판매가격 가격미정
( )는 스바르트필렌
글 양현용 사진 허스크바나
취재협조 허스크바나 모터사이클 코리아 hq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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