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BMW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모두 ‘M’ 배지를 달아서 고성능 모델임을 표시한다. M이라는 브랜드로 쌓아온 성능에 대한 집착과 명성. 새로운 M 1000 R은 M의 세계를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다.
과거의 네이키드 장르는 슈퍼바이크에 비해 비교적 출력이 낮고 더 편안하고 다루기 쉬운 특성을 갖췄었다. 하지만, KTM의 1290 슈퍼듀크 R, 두카티의 스트리트 파이터 V4, 트라이엄프의 스피드 트리플 RS 등의 하이퍼 네이키드가 등장하면서 이전까지 네이키드 장르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출력, 고성능 파츠, 진보된 전자장비를 당연시 하게 되었다. 특히, 단순한 라이딩의 재미를 넘어 레이스 트랙에서도 본격적인 주행이 가능한 머신에 가깝게 설계되었다.
그에 비해 BMW모토라드가 선보인 S 1000 R은 대표 슈퍼바이크인 S 1000 RR의 엔진을 베이스로 하지만, 시프트캠 시스템이 제외된 버전으로 탑재되면서 대폭 하향 조정된 출력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네이키드 바이크에 최고출력 165마력이라는 수치는 어쩌면 충분한 수준이었지만, 이미 ‘하이퍼 네이키드’의 맛을 본 관중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나 또한, 직접 시승하면서 극강의 안정성과 부드러운 엔진 필링이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인가 시원하게 터지는 출력이나 매력이 다소 부족했다. 그리고 이번 M 1000 R(이하 M R)을 시승하면서 과거의 아쉬움은 아주 희미해졌다. 210마력, 199kg. 모터사이클을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다지만, 누가 봐도 인상적인 수치다. 맞다. M R은 수치만큼이나 충격적이다.
M 패키지
새로운 M R은 국내 두 가지 타입의 옵션으로 출시했다.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뉘며 두 모델 모두 M의 시그니처인 레드, 블루, 스카이 블루 패턴이 적용됐다. 이번에 시승한 화이트 모델은 경량 단조 휠, 아크라포비치 머플러, M 캘리퍼, M 체인, 조절식 스티어링 댐퍼, M 핸드 레버 등이 기본 적용됐고 블랙 모델의 경우 카본 휠, 절삭 고성능 레이싱 풋패그 등의 고성능 옵션이 더해졌다.
하이퍼 엔진
일반적으로 디자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차량 운동 성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인데 이 모델은 엔진을 가장 먼저 꺼내고 싶을 정도로 강력하고 매력적이다. M R은 앞서 말했듯 S 1000 RR의 999cc 4기통 수랭 엔진을 고스란히 탑재했다. 13,750rpm에서 최고출력 210마력을 발휘하며 이는 S 1000 R에 비해 45마력 강력한 수치다. 또한, 최대 토크는 11,000rpm에서 113Nm를 내고 이는 S 1000 R이 9,250rpm에서 114Nm를 발휘하던 것을 고려하면 굉장한 고회전 엔진임을 눈치챌 수 있다. M R의 한계회전수는 14,600rpm다. 엔진의 한계회전수가 대폭 상승한 만큼 S 1000 R 대비 2T가 높은 47T 대기어를 적용했고 미션의 4,5, 6단 기어비를 더욱 짧게 조정했다.
깊은 노하우
전원을 켜면 6.5인치 TFT 디스플레이에 M 로고 애니메이션이 나타나며 라이더를 반긴다. 계기반은 해가 쨍쨍한 맑은 날씨 아래서도 빛 반사가 전혀 없고 많은 정보를 또렷하게 표시한다. 기본 계기반 설정은 총 세 가지 타입으로 설정할 수 있고 가장 마음에 드는 설정에서는 가운데 rpm 게이지와 좌우 뱅킹 각도, 좌우에는 DTC 개입량과 브레이크 전개량을 확인할 수 있다. 주행속도는 좌측 상단에 볼드체로 표시되어 예상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 주행속도만이 아니라는 것을 대변하는 느낌이다. 여기에 기본 주행 모드는 여느 BMW 스포츠 바이크와 같이 레인, 로드, 다이내믹,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고 설정에서 라이더의 취향대로 레이스 프로 1-3 모드를 구성할 수 있다. 레이스 프로 모드에서는 엔진출력, 엔진 브레이크, DTC, 윌리 컨트롤, ABS, 서스펜션 댐핑까지 단계별로 설정할 수 있다.
강력한 설정
출발과 동시에 예상보다 가벼운 몸놀림에 미소가 번진다. 스로틀을 살짝만 감아쥐어도 199kg이라는 차량중량 우스운 수치로 바뀌며 경쾌하게 가속된다. 일반적으로 직렬 4기통 엔진의 특성상 낮은 rpm에서 다소 심심한 토크를 발휘하는데 M R은 예상보다 한참 쾌적하다. 최대 토크가 분출되는 구간까지 rpm을 짜내지 않고 퀵시프터로 발목만 몇 번 까딱이면 곧바로 다음 신호 앞에 서게 된다. 핸들 댐퍼는 M R로 도심을 즐긴다는 가정 하에 아주 적절히 조율되어 있다. 또한, 핸들 댐퍼 조절다이얼이 헤드라이트 하단에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라이더의 필요에 따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넓은 조절폭도 큰 장점이다. 브리지스톤 RS11은 하이 그립 스포츠 타이어인 R11에 스트리트 S가 더해진 전용 타이어로 아주 만족스럽다. R11 타이어로 트랙 데이를 즐긴 경험이 있기에 이를 감안하고 주행했는데 초반의 단단한 느낌을 제외하면 큰 이질감 없이 깊은 뱅킹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이번 시승에서 레이싱 슈트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챘다. 210마력의 슈퍼바이크를 테스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와인딩 로드로 향했다.
봉인 해제
본격적인 라이딩에 앞서 전후 공기압을 권장량보다 5psi 정도 낮췄다. 브랜드의 권장 공기압의 경우 모델의 퍼포먼스와 주행 마일리지를 고려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확연히 또렷해진 타이어 그립을 느끼며 레이스 모드를 진입했다. 확연하게 빨라진 스로틀 반응과 느슨해진 전자장비, 앙칼진 배기음이 온몸으로 전달된다. 199kg의 거구 네이키드를 원하는 만큼 빠르게 기울인다는 것이 이렇게 쉬울 수 있나?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단숨에 기울이고 가속 시점을 기다렸다가 스로틀을 열면 부드럽게 코너를 탈출한다. 대략 7-8,000rpm에서 두툼한 토크가 쏟아지는데 그 언저리를 넘나들며 주행하는 맛이 좋다. 이후 최대 토크가 분출되는 11,000rpm을 도달하면 앞선 토크감을 비웃듯 엄청난 가속을 선보인다. 바이크가 몸에 익을 즈음 조금 더 역동적인 주행을 하기 위해 레이스 프로 모드를 설정했다. 그리고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레이스 프로 모드에서 엔진 출력 부분을 누르자 2번으로 설정되어 있다. 즉, 순정 상태에서는 레이스 모드를 설정하더라도 M R의 최고출력을 확인할 수 없고 라이더가 의도적으로 봉인을 해제하듯 엔진 출력을 1번으로 설정해야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곧바로 다른 옵션도 확인하니 DTC를 제외한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윌리 컨트롤, ABS 모두 2단계로 설정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최소 개입이 아닌 보수적인 세팅이란 뜻이다. 완벽한 괴물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영역을 가장 강력하게, 전자장비의 개입은 해제하거나 최소 레벨로 설정했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배기음이다. 감속 시 시프트 다운을 할 때마다 후방에서 팝콘 소리가 신나게 터진다. 길을 건너는 행인이 인상을 찌푸릴 정도는 아니면서도 라이더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조율이다. 그리고 더 이상 풀스로틀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프런트 휠이 들썩거린다. 최대 토크도 아닌, 본격적인 토크가 발휘되기 한참 전부터 프런트 휠이 가볍게 들리는데 바이크가 라이더에게 ‘지금까지 스스로 잘 다룬다고 생각했지?’라는 듯이 비웃는 느낌이다. 1단 기어부터 한계 rpm까지 꽉꽉 눌러가며 변속을 하면 눈을 의심해야 할 정도의 속도를 표시한다. 수치상으로는 0-100km/h는 3.2초, 0-200km/h는 단 7.2초, 최고속도 280km/h다. 그때서야 보이는 윌렛은 160km/h부터 영향을 끼치고 220km/h에서 최대 11kg의 프런트 휠 하중을 만들어낸다. 이 설정들만 봐도 M R의 타겟 속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편안함의 무서움
개인적으로 BMW의 모델을 시승하면서 하나같이 느낀 점이 바로 ‘편안함’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투어러, 어드벤처, 스포츠 바이크, 네이키드 모두 편안함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기도 하고 그만큼 심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새로운 M R은 편안함이라는 기억보다 ‘두려움’이 더 기억에 남는다. 다루기 쉬웠기에 점점 더 도전했고 그 한계가 정말 높다는 것을 깨닫고 내린 결론이다. 감히 예상하자면, BMW는 관중들이 시프트캠이 삭제된 S 1000 R에 실망하자, ‘그래, 그럼 너희들 어디 한번 깜짝 놀라봐라.’라는 강한 의지로 개발했을 것이다. 그들이 잘하는 ‘편안함’과 ‘강력함’을 한 곳에 쏟아 부어 완성한 것. 그것이 M 1000 R이다.
BMW MOTORRAD M 1000 R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직렬 4기통
보어×스트로크 80 × 49.7(mm)
배기량 999cc
압축비 13.3 : 1
최고출력 210hp / 13,750rpm
최대토크 113Nm / 11,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6.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전자식 45mm 도립
(R)전자식 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200/55 ZR17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20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2,085×996×1,176(미러 포함)
휠베이스 1,455mm
시트높이 830mm
차량중량 199kg
판매가격 3,200만 원
글 윤연수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BMW 모토라드 bmw-motorr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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