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의 막내 역할을 담당하며 ‘The Land of Joy’라는 슬로건과 함께 저만의 영역을 확보한 두카티 스크램블러가 다음 세대로 진화하여 돌아왔다. 바뀌지 않은 부분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새로워진 모습의 스크램블러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테스트를 시작하자마자 익숙한 즐거움이 나를 반겨주었다.
스크램블러의 어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그 기원에 대해 가장 유명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는 20세기 초 영국의 모터사이클 레이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트랙보다 일반 도로에서 경주하는 일이 많았는데, 코스의 일부 도로는 포장이 되어있고 일부는 되어있지 않은 온로드와 오프로드가 섞인 형태였다. 이런 레이스를 설명하고자 한 평론가가 앞다투어 간다는 의미의 스크램블(Scramb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갈 수 있는 바이크 장르에 스크램블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두카티는 1962년에 최초의 두카티 스크램블러를 만들었고, 그 헤리티지는 지금까지 이어져 2015년에 1세대 두카티 스크램블러, 2019년에 부분 변경을 거친 1.5세대 스크램블러, 그리고 이번 2세대 스크램블러까지 만들어냈다.
날렵해진 외모
이전 세대의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에 클래식의 향취가 남아있었다면 이번 2세대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은 현대적인 이미지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물론 헤드라이트에 있는 X자 형태라던지 연료 주입구에 있는 ‘Born in 1962’ 같이 예전 두카티 스크램블러의 헤리티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료탱크의 디자인이다. 이전 모델이 유선형의 둥그스름한 형태였다면 지금은 날렵하고 각진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다. 중통부터 머플러로 이어지는 라인 전체가 바뀌었다. 마치 단기통 바이크의 배기 라인이 이어지는 것처럼 파이프가 하나로 합쳐져서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하게 구부러져 돌아가는 디자인이다. 서브프레임도 새로워졌다. 메인프레임과 서브프레임이 일체형에서 볼트 온 체결 방식으로 바뀌면서 커스텀이 용이하고 정비성이 좋아졌다. 이전 세대 스크램블러 시트는 편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요즘 추세에 맞지 않는 두툼한 시트 디자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곤 했다. 새로워진 시트 디자인은 더 얇고 평평하게 다듬어진 데다 소재도 변경되어 편안함은 그대로 유지하고 디자인은 더욱 세련되어졌다. 시트 기울기도 평평하게 변경되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없어졌다. 탠덤도 더 편해졌을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선택할 수 있는 색상이 다양해졌다. 기본 색상으로 옐로우, 블랙, 레드를 선택할 수 있고 옵션 색상으로 카키색에 가까운 스톰 그린, 청록빛을 띄는 리오 셀레스트, 펄이 들어간 텐저린 오렌지, 회색빛의 제이드 그린, 무광 매탈릭 스파클링 블루와 벨벳 레드, 총 아홉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기술의 진화
기존 1세대와 1.5세대 스크램블러가 공개되었을 때, 사실 시대에 맞지 않는 전자장비와 기능적인 옵션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아쉬움이 있어서 더 반가운 것일까, 이번 2세대 두카티 스크램블러에는 전자장비를 비롯해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이전 모델에서 헤드라이트에 LED 적용이 제외되었었는데, 신형에는 헤드라이트까지 모두 LED가 적용되었다. 그리고 4.3인치 TFT 계기반이 적용되면서 시인성이 대폭 향상되면서 라이딩 모드를 포함해 주행 중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계기반에 조도 센서가 장착되어 낮에는 흰 배경의 밝은 화면이 표시되고 밤에는 눈 피로도가 덜한 검정 배경으로 자동 전환된다. 라이딩 모드가 생겼다. 스포츠와 로드 두 가지 옵션이 생겼고 기존에 없어서 가장 아쉬웠던 트랙션 컨트롤(DTC)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트랙션 컨트롤은 총 4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끌 수도 있다. 로드 모드는 초반부터 스로틀을 부담 없이 쥐어짜도 될 만큼 느긋한 초반 스로틀 반응을 보이지만 최대 토크 지점에 다다르면 스포츠 모드와 다를 것 없이 경쾌한 출력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스포츠 모드는 초반부터 빠른 스로틀 반응으로 저rpm 영역에서 좀 더 두꺼운 토크 영역을 이용할 수 있어 최대 토크 rpm에 도달할 때까지 로드 모드에 비해 선형적인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네이키드 바이크에서 프런트의 ABS 개입을 지연시키고 리어 ABS를 끌 수 있는 옵션이 적용되는 추세라 적용되었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에서는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ABS 개입 여부를 바꿀 수 없다. 퀵시프터 옵션이 추가되었다.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에 출시한 두카티 스크램블러 모델 중 아이콘과 나이트 시프터 모델은 퀵시프터가 옵션이지만, 풀 스로틀 모델은 기본 구성에 포함된다.
매력 덩어리
스크램블러 아이콘의 가장 큰 매력 세 가지를 꼽으라면 가벼운 무게, 만만함, 스타일이다. 미들급 네이키드 시장에서 스크램블러 아이콘은 가벼운 쪽에 속한다. 클래식 혹은 네오 클래식을 추구하고 있는 모델 사이에선 압도적으로 가볍다. 심지어 이전 모델 대비 새로워진 스윙암과 프레임, 서브프레임, 클러치에서 4kg 추가 감량을 이뤄냈다. 낮은 무게중심에 가벼운 핸들링 덕분에 다루기 쉽고 민첩하다. 자칫 핸들링이 너무 가벼우면 조작의 고급감이나 안정감이 떨어지는데, 150mm 트래블을 가진 전후 카야바 서스펜션과 크기 대비 긴 휠베이스가 그 점을 보완한다. 두카티 스크램블러는 같은 조향각을 만들 때 다른 바이크보다 팔과 몸의 움직임이 많아 더 다이내믹하게 느껴진다. 높고 넓은 핸들바 덕분이다. 네이키드 바이크보다 긴 서스펜션 트래블과 어드벤처 바이크보다 가벼운 무게에 낮은 시트고, 프런트 18인치, 리어 17인치 휠 셋이 스크램블러만의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최대 토크가 뿜어져 나오는 7,000rpm 언저리부터, 정확하겐 6,000rpm부터는 바이크 속의 다른 자아가 나오는 것처럼 진동과 배기음이 달라지고 출력과 토크가 터져 나온다. 바이크가 어서 속도를 즐기라고 부추기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41mm 도립식 카야바 서스펜션과 피렐리 MT 60 RS 타이어가 그 출력을 받아주면서 본격적인 스포츠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출고 시 기본으로 장착된 타이어는 이 바이크가 어딜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간단한 지표다. 피렐리의 MT 60 RS 타이어는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제외하면 임도길이나 꽤나 본격적인 와인딩 로드, 스포츠 주행까지 커버한다. 기본으로 장착된 타이어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바이크의 목적과 맞지 않아 다른 타이어로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도로에 돌아다니는 두카티 스크램블러를 보면 연식이나 주행거리가 꽤 되는 바이크들 대부분이 피렐리 MT 60 RS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그만큼 피렐리 MT 60 RS 타이어가 커버하는 오프로드와 온로드 두 영역 모두에서 재밌게 탈 수 있는 바이크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프로드를 기준으로 하면 충분하진 않지만 150mm 트래블을 확보한 카야바 서스펜션과 높고 넓은 핸들바 덕분에 오프로드에서의 주행도 편한 편이다. 게다가 795mm의 낮은 시트고 덕분에 발 착지성이 좋아 오프로드 경험이 적거나 없는 라이더에게 오프로드의 진입장벽을 낮춰준다. 싱글길이나 본격적인 산길을 타기엔 모든 요소가 조금 부족하지만 모토캠핑이나 투어 중 맞닥뜨리는 임도 정도는 초보자도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세팅이다. 그리고 별다른 튜닝이나 셋업 변경 없이 출고 상태 그대로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즐거움 그 너머
사실 2019년식 1.5세대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을 구입해 약 4년간 2만4천 킬로미터가 넘도록 열심히 탔었다. 2세대로 진화한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의 현대적이고 새로워진 모습에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시승하면 할수록 친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편안하고 즐거웠다. 두카티 스크램블러 아이콘은 오래된 친한 친구처럼 편안하고 만만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런 바이크다. 여자친구와 탠덤 주행, 모토캠핑, 투어, 오프로드 등 모든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멋진 친구다.
DUCATI SCRAMBLER ICON 2024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보어×스트로크 88 × 66(mm) 배기량 803cc 압축비 11 : 1 최고출력 73hp / 8,250rpm 최대토크 65.2Nm / 7,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3.5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1mm 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10/80 18 (R)180/55 17 브레이크 (F)330mm싱글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전장×전폭×전고 미발표 휠베이스 1,449mm 시트높이 795mm 건조중량 170kg 판매가격 1,650만 원
글 손호준
사진 양현용
취재협조 두카티코리아 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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