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르고, 한층 깊이 있는 스파이더맨 세계관에 다시 빠져든다.
“물리학 3장, 아니, 4장까지 자율적으로 읽고 있어요. 선생님은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할 거 같아요.” 어렵게 학교 교사로 취직해 교단에 선 첫날. 도심 반대편에 출몰한 악당 샌드맨으로부터 도시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피터 파커는 다시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직장에서 해고당할 것을 잘 알지만, 당장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피터는 고뇌에 찬 거미줄을 쏘며 건물 사이로 빠르게 날아간다. 그런 그의 옆으로 뉴욕의 두 번째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가 합류한다.
소니 PS5 전용 타이틀 ‘마블, 스파이더맨 2’는 개발사 인섬니악 게임스와 마블, 그리고 소니가 복잡한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시리즈 세 번째 게임이다. 이미 <스파이더맨 1>에서 대성공을 거둔 프랜차이즈는 2021년 초 후속으로 발표한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를 통해 뉴욕을 지키는 새로운 스파이더맨과 함께 이야기를 확장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의 두 스파이더맨을 번갈아가며 좀 더 복잡한 모험이 시작된다. 새로운 게임은 맵의 크기가 이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확장됐다. 뉴욕을 상징하는 대표적 지역인 ‘퀸즈’와 ‘브루클린’을 추가해 확실히 개방적인 오픈 월드라는 느낌을 준다.
동시에 맵이 넓어진 만큼 빠른 이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현해 효율적인 게임을 가능하게 한다. 웹 윙 같은 새로운 슈트를 통해 고속 이동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두 캐릭터로 곧바로 넘나들 수 있어서 맵의 끝에서 끝으로 손쉽게 오간다. 물론 각 지역의 골목 구석구석에 섬세하게 도달하는 거미줄 기믹으로 원하는 미션 퀘스트에 빠르게 접근한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전개는 이미 우리가 아는 틀 안에 있다. 하지만 MJ나 헤리 등 전통적인 스파이더맨 세계관 속 캐릭터 외에도 헌터 크레이븐과 리자드, 그리고 베놈(심비오트) 등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전 타이틀과 차이점이라면 새로운 슈트와 슈트 스타일(커스터마이즈) 같은 보상은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캐릭터 레벨을 높이는 과정에 기술 트리를 다양하게 구성해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전투 방식으로 좀 더 확실하게 스파이더맨을 성장시킬 수 있다.
사실 이번 게임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앞서 두 번이나 같은 시리즈가 나온 상황이어서, 신작의 게임성은 ‘어느 정도 중복’ 혹은 ‘혁신적인 변화는 부족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스파이더맨의 히어로 활동 외에도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의 일상의 순간을 좀 더 경험하는 과정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퍼즐을 제공한다. 동시에 두 캐릭터의 내면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느끼는 감정이 새롭다. 기본 전투 방식은 총이나 활이 없는 스파이더맨의 특성상 상당수 전투가 근접전에서 발생한다. 기술 트리가 많아진 만큼 입력 커맨드가 늘어날 수 있다.
반면 PS5 듀얼센스 패드의 ‘R1, L1’ 단축키 요소로 8개, 그 외 때리고 피하는 키의 단순 조합으로 10~12개 공격패턴을 쉽게 제어한다. 따라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전투가 어렵지 않다. 스파이더맨의 빠른 움직임과 초인적인 힘으로 적들을 교란하면서 동시에 스파이더 센스(직감)로 위험한 순간을 요리조리 피한다. 적을 연속적으로 타격하는 일련의 콤보가 통쾌한 타격감으로 희열을 준다. 어느 순간 이 모든 조작이 플레이어에 손에 익을 때부터 게임이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진다. 긴장감 넘치는 잠입 액션도 타격감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차세대 콘솔 PS5의 성능도 <스파이더맨 2>에서 완벽하게 경험할 수 있다. SSD(반도체 기억소자 저장장치)를 활용한 고속 로딩으로 게임의 끊김을 최소화한다. 더불어 레이 트레이싱으로 향상된 광원 효과와 4K, HDR로 마무리된 초고해상도 그래픽이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듀얼 센스 컨트롤러의 다채로운 진동 피드백과 사운드 이펙트, 압력이 변하는 적응형 트리거 감각이 손 안에서 춤춘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이번 게임 속에서 스파이더맨은 현실과 영웅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복잡한 입장에 여러 번 처한다.
단지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만 선택하기에는 희생할 것이 너무 많기에 결정이 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막을 수 없는 일은 막을 수 없다. 큰 고난과 좌절에 머무르지 말고 흘러가야 하는 것. 이것이 스파이더맨의 필연적 삶이다.
글 김태영(게임 칼럼니스트)
취재협조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홈페이지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