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에 집중하다
HONDA CB1100RS
혼다 CB1100 시리즈가 유로4 대응과 다양한 개선 사양을 반영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1969년에 출시된 양산형 최초의 4기통 CB750의 적통 후계로 당대의 슈퍼바이크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나나한의 스포츠 정신을 잇는 최신의 클래식 바이크다
1969년 CB750의 출시는 당대의 모터바이크 신에 큰 충격을 주었다. 양산 모델 최초의 4기통 모델이었으며 양산형 모델 최초로 시속 200km/h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2기통 엔진이 대세였던 시절에 CB750가 4기통 고성능 바이크 경쟁의 포문을 연 것이다. 엔진의 출력을 높이기 위해선 배기량을 늘이거나 동일 배기량이라면 다기통화를 이뤄내야 한다. 혼다는 후자를 택했다. 실린더 개수가 늘어날수록 구조가 복잡하고 정밀도와 내구성이 높아야 하는데, 혼다는 그동안 소형 모델 제작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와 레이스에 참전하며 쌓은 고성능 기술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
또한 양산형 최초의 디스크 브레이크 탑재 모델이기도 하다. 기존에 일부 모델에서 디스크 브레이크가 채용된 경우가 있었는데, 대량생산을 기준으로 한다면 CB750이 최초가 된다. 양산 자동차도 이제 막 디스크 브레이크가 채용되던 시절이다. 무거운 4기통 엔진을 싣기 위해 양산형 최초로 더블 크래이들 프레임을 사용하고, 쿼드 머플러를 적용하는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당시대의 바이크를 압도했다. CB750은 일본어로 일곱 반을 뜻하는 나나한으로 불리며 당대의 슈퍼바이크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바이크의 정신을 이어 스포티한 감각을 극대화한다
CB1100 시리즈
CB750 시리즈는 시간이 지나며 SOHC에서 DOHC로 업데이트 되었고, 다양한 파생 모델들을 만들어내며 2007년까지 공랭 4기통 네이키드의 계보를 이어갔다. 잠시 대가 끊겼지만 2011년 배기량을 오버리터급으로 키우고 전대의 디자인 큐를 잇는 CB1100으로 다시 등장했다. 일본 내수 사양이었지만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던 클래식 열풍에 힘입어 북미와 유럽 사양으로 출시되었고,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015년에 클래식한 멋을 강조한 CB1100EX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쾰른 모터쇼에서 유로4 대응과 다양한 개선 사양을 반영한 새로운 CB1100 시리즈가 발표되었다. 노멀 버전인 CB1100은 공랭 4기통 엔진의 조형미를 그대로 살리고, 마감 처리를 없앤 플랜지 리스 연료 탱크로 우아한 곡선미를 살렸으며, 크롬 파츠와 고전적인 디자인 요소들로 클래식한 멋을 강조했다. CB1100 RS는 스포츠 퍼포먼스를 극대화한 요소를 투입해 달리는 즐거움을 더욱 강조한다. 과거의 CB시리즈가 당대의 슈퍼바이크라 불렸던 과거의 스포츠 정신을 이어 퍼포먼스에 집중했다.
현대적인 디자인 터치
CB1100 RS는 선대의 디자인 큐를 그대로 계승하여 클래식한 멋을 뽐낸다. 큼직한 연료 탱크와 리어까지 이어지는 싱글 시트, 원형 헤드라이트와 실린더형 듀얼 계기반, 튜브 파이프 더블 크래이들 프레임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어울리며 클래식 바이크의 매력을 뽐낸다. 공랭 4기통 엔진의 존재감, 아름답게 빠져나간 4가닥의 배기라인과 듀얼 머플러까지 더해지며 당당한 실루엣이 완성된다. 하지만 클래식 감성은 여기까지. 스포츠 퍼포먼스를 극대화한 모델답게 곳곳에서 현대적이고 스포티한 요소가 연출된다. 곡선미를 살린 연료탱크는 접합부 마감을 없앤 플랜지리스 방식으로 제작되어 매끈하면서도 입체적이다.
측면에서 보면 시트와 연결되는 부분이 하단으로 굴곡져 과거 CB의 옆모습이 떠오른다. LED를 적용한 원형 헤드라이트는 LED 모듈이 입체적으로 연출되어 점등 시 미래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방향지시등 역시 LED를 채용하며 날렵한 형상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싱글타입 시트는 질감을 나눠 입체적이며 단조롭지 않아 시각적인 만족도가 있다. 역삼각형 사이드 커버는 표면을 연마 처리해 알루미늄 소재를 잘 살려냈다.
체인 커버도 디자인 변경도 마음에 든다. CB1100 RS에서 극적인 요소는 골드 컬러가 적용된 전후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캘리퍼로 스포티하면서도 고성능 바이크 이미지가 배가된다. 여기에 더해 날렵하게 뽑아낸 10가닥 캐스트 휠은 전후 17인치로 블랙 컬러를 적용해 날렵하게 연출되었고 뒷바퀴는 광폭 타이어를 적용해 당당한 인상을 준다.
스포티한 주행감각
아이들링 배기음이 도톰하며 박력 있다. 전작에는 4기통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이 다소 심심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는데 반가운 변화다. 유로4 대응 이슈로 배기 시스템이 변경되며 생긴 변화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전작 대비 70mm가 짧아졌고 부피가 7% 감소해 전체적으로 2.4kg을 감량했다. 포지션도 간결해졌다. 로우 핸들바의 채용과 캐스트각 변경으로 더욱 적극적인 전경자세를 취할 수 있다. 굴곡진 연료 탱크 형상으로 니그립이 더욱 편하다. 시트도 적절한 쿠션으로 편안하며 주행 자세를 취했을 때 적절한 마찰력으로 엉덩이를 잘 받쳐준다. 스로틀을 전개하며 본격적인 주행에 나선다. 부드럽게 회전하는 4기통 엔진은 경쾌하게 돌아가며 차체를 시원하게 밀어낸다.
회전수를 5000rpm 언저리에서 고르게 유지하며 기어를 변속해 가면 적당한 토크와 부드러운 필링으로 여유롭게 크루징 하기에 좋다. 주변 경관을 만끽하며 느긋하게 라이딩을 즐기는 여행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새롭게 설계된 알루미늄 캠 어시스트 슬리퍼 클러치가 적용되며 기어 변속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게 줄었다. 클러치 레버를 살짝만 쥐고도 쉽게 변속이 가능했고, 실제 테스트 주행 중에는 스로틀 조작만으로 변속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는데 변속 미스에 따른 충격이 적었다. 스로틀을 과감히 열어 rpm 게이지를 밀어붙이면 4기통 특유의 고회전 출력이 터진다. 회전수에 따라 정비례하며 출력이 붙어가는 느낌이라 출력 상승 폭이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기 쉬어 다루기에 편하다. 그럼에도 배기량에서 오는 토크와 출력은 등골 짜릿한 감각으로 스포츠 바이크의 그것과 같다.
17인치가 적용된 전후 휠 구성은 스포츠 장르에서 주로 쓰이는 구성으로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타이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쇼와 듀얼 밴딩 밸브가 적용된 43mm 프런트 포크는 노면 상황에 전달이 빠르고 차체를 받아주는 동작이 기민하다. 쇼와제 가스 별체식 듀얼 서스펜션이 적용된 리어 서스펜션 역시 동작이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리어를 꾸준히 지면으로 밀어주며 지속적으로 트랙션을 만들어 준다. 프런트 브레이크는 토키코 4피스톤 레디얼 캘리퍼와 310mm 듀얼 디스크의 조합으로 초반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직관적으로 반응한다.
다시 쓰는 CB시리즈의 연대기
혼다 공랭 4기통 네이키드의 계보를 이어가는 CB1100 RS는 이제 더 이상 클래식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냉각핀의 존재감이 확실한 공랭 엔진도 과거의 공랭 엔진이 아니다. 공유랭 방식을 택해 냉각 성능과 환경규제에 대비했고, 과거의 필링을 재현하기 위해 밸브 타이밍을 조절했다. 최신의 스포츠 바이크가 최대출력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를 고민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인 셈이다. CB1100 RS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바이크의 정신을 이어 스포티한 감각을 극대화한다. 클래식 바이크를 선택할 때에 종종 퍼포먼스를 포기해야 할 경우가 있지만, CB1100 RS는 그것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클래식 바이크의 아름다움 그 자체와 모터바이크가 주는 짜릿한 주행감각 모두를 겸비한 최신의 클래식 바이크이자 나나한의 적통 후계라 할 만 하다.
HONDA CB1100 RS | |
엔진 형식 | 공유랭 4스트로크 DOHC 직렬 4기통 |
보어×스트로크 | 73.5 × 67.2(mm) |
배기량 | 1140cc |
압축비 | 9.5 : 1 |
최고출력 | 90hp / 7500rpm |
최대토크 | 91Nm / 5500rpm |
시동 방식 | 셀프 스타터 |
연료 공급 방식 | 전자제어 연료 분사식 |
연료 탱크 용량 | 16.8ℓ |
변속기 | 6단 리턴 |
서스펜션 | (F)43mm 텔레스코픽 정립 (R)가스 별체식 트윈 쇽 |
타이어 사이즈 | (F)120/70 R17 (R)180/55 R17 |
브레이크 | (F)310mm 듀얼 디스크 (R)256mm 싱글 디스크 |
전장 | 2180mm |
휠베이스 | 1560mm |
시트 높이 | 795mm |
차량 중량 | 250kg |
판매 가격 | 1590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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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민우 수석기자 ㅣ 사진 민성필(팀로드 스튜디오), 양현용
취재협조 혼다코리아 www.honda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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