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MAHA XSR900 롱텀 시승기 #2
울긋불긋 고갯길 투어
지난번 1000km 점검 이후, 한결 가벼워진 바이크와 가을 투어에 나섰다. 다른 지역보다 조금 먼저 가을을 맞이한 강원도 화천은 군데군데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보였고, 시원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매력의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길들이기 끝! 달리기 시작!
지난달 1000km 길들이기를 마친 후 심적으로 봉인해 제가 됐는지, 스로틀을 과격하게 여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만큼 어느 구간에서도 힘 있게 가속해주는 맛이 일품이다. 초반에 바이크를 접했던 인상은 4기통에 가까운 부드러운 엔진 필링이 지배적이라고 느껴졌는데 운행을 하면 할수록 엔진의 부드러움과 별개로 묵직하게 전달되는 가속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요즘은 한창 그 맛에 중독되어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뻥 뚫린 도로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벌써 10월의 반, 한두 달만 지나도 투어를 떠나기 힘든 날씨가 되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면 지체 없이 떠나야 한다.
라이딩 자체가 중심이 될 수 있는 투어 스폿을 정하기 위해 꼬불꼬불한 길들을 찾아본다. 그중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평화의 댐 ’99굽잇길’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의 댐은 강원도 화천과 양구군 사이에 위치한 대한민국 북단에 위치해있다. 아직 단풍시즌은 아니지만 기온이 낮은 강원도 북단이라서, 상대적으로 단풍 시기가 빨리 찾아올 것 같은 예감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XSR900의 연료탱크가 오버랩 됐다.
끝없는 99굽잇길(굽이 길)
전부터 바이크 라이프를 함께 한 라이딩 파트너에게 무작정 연락을 했다. “떠나자! 평화의 댐으로!” 오랜만의 투어에 파트너도 흔쾌히 응했다. 파트너가 함께한 바이크는 MT-03. 쿼터급 클래스의 가볍고 날렵한 MT-03과 달리기 선수의 심장을 품고 레트로 재킷을 입은 XSR900이 고갯길에 함께 있을 모습을 상상하며 출발을 서둘렀다. 평화의 댐은 서울을 기점으로 대략 160~170km 거리에 위치해있다. 지도상으로는 더 이상 북쪽으로 가는 길이 없을 정도로 북한과 가까운 곳이다.
평화의 댐으로 가는 길목에 조성된 와인딩 로드는 터널을 포함해 18km 정도 되는 코스이다. 또한, 99굽잇길이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무수히 많은 헤어핀 구간과 숏코너가 연속해있어서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본격적으로 와인딩 로드 위에서 바이크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XSR900으로 이 정도의 와인딩 로드는 처음이라 초반 엔 코너를 마음껏 즐기기 어려웠다. 한바탕 고갯길이 끝난 후 차분한 마음으로 2차전에 돌입한다. XSR900의 코너링 성향은 뉴트럴한 편인데 3000rpm에서부터 두툼해지는 토크 덕분에 무리한 기어 변속 없이 여유롭게 코너를 타는 맛이 매력적이다. 대체로 코너의 각도가 비슷하고 좌, 우코너가 번갈아 가며 반복되기 때문에 리듬감 있게 와인딩을 하다 보면 어느새 코너에 적응되어간다. 조금씩 피치를 올리며 경쾌하게 코너를 공략해본다.
코너링 반복학습이 끝날 때 즘 되자 평화의 댐에 다다랐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물문 화관’에 있는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평일이었지만 6~7명의 단체 라이더들도 마주칠 수 있었다. 식사 후 평화의 댐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끔하게 조성된 공원과 방대한 크기의 댐이 시선을 압도한다. *현재 평화의 댐으로 가는 화천 방면으로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라이딩 시 각별히 주의를 요한다.
첫 장거리에서의 XSR900
적당히 벌어진 핸들바와 널찍하고 평평한 시트는 장시간 주행에도 포지션에 큰 무리가 없었다. 다만 힐가드 위치가 다소 앞쪽에 있고 크기가 작은 편이라서 힐그립 시 스텝 위에 발을 놓는 위치가 고정되는 점은 아쉬웠다. 토크가 넉넉하여 6단 5000rpm 정도면 약 110km/h 언저리가 유지된다. 속도 욕심만 버린다면 리터당 20km 이상의 연비도 가능하다. 물론 그 욕심을 버리기 힘든 게 현실이긴 하지만….
XSR900은 확실히 심플한 형태의 바이크이다. 손바닥만 한 윈드쉴드 한 장이 없다. 물론 이러한 외형적 매력 덕분에 이 바이크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취재를 위해 이곳저곳을 누비다 보니 부족한 적재공간과 막을 수 없는 주행풍 같은 부분들에 조금씩 갈증이 생기고 있다. 더구나 얼마 전 인터모트에 다녀온 이민우 기자가 보내준 HEPCO & BECKER 전용 사이드백 사진은 당장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둘 파츠들이 장착되면 XSR900 특유의 심플한 매력이 사라질 것 같아 망설여진다. 앞으로 바이크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기준과 방향성을 잡아야 할 시점이다.
Credit
글/사진 김기범 기자
취재협조 한국모터트레이딩 www.y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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