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라이프 입문 매뉴얼 <08>
모디파이[modify]라는 개념과 그 작업
지난번에는 계절의 온도변화에 따라 필요한 작업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모디파이 작업에 대해서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다양한 작업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사실은 그것들이 ‘모디파이’의 일종인 것입니다. 돈이 많이 드는 모디파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모디파이의 초기단계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우선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기계’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적절한 개선(모디파이)’을 하지 않으면 그저 다루기 까다로운 고철에 지나지 않죠. 그래서 라이더(운전하는 사람)와 미캐닉(모디파이하는 사람) 사이에는 고도의 커뮤니케이션이필요해집니다. 또한 ‘기준점’과 ‘각 차량의 특성 파악’이 필요해집니다. 거기에 ‘기온’이나 ‘각 부품’과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작업을 거쳐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한테 있어서 ‘기계 = 바이크’입니다. 바이크는 엔진, 프레임, 서스펜션, 타이어, 브레이크 등 5가지 구성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고, 샤프트나 체인으로 구동력을 전달하고, 요즘에는 컴퓨터가 엔진을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성을 바꿀 수 없는 것’이 엔진과 프레임입니다. 이 두 가지를 ‘바꿔 만든다’는 것은 ‘별개의 것을 다시 만든다’는 뜻이므로 이번 호에서의 주제는 아닙니다. ‘모디파이’라는 작업은 어디까지나 ‘본래의 특성을 살리는’ 작업인 것입니다.
‘약점’이 있다면 주행에 지장이 없도록 그대로 두든가, 혹은 다른 부분으로 상쇄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장점’을 가능한 한 키웁니다. 이것이 그 바이크가 지닌 약점을 극복하고 본래의 특징(장점)을 키워서 즐겁게 탈 수 있는 바이크로 다듬는 것이 기본입니다.
1기통당 배기량이 작거나, 혹은 고회전역에서 출력을 발휘하는 엔진은 기본적으로 저회전역에서 힘이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 특성을 바꾸려고 해도 무리입니다. 마찬가지로 1기통당 배기량이 크고 저회전역에서 이미 충분한 힘이 나오는 특성의 엔진을 열심히 고회전까지 돌리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즉,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엔진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코너링 성능이 우수한 바이크는 기본적으로 하드 브레이킹이 서툽니다. 이런 바이크에 아무리 열심히 제동력을 강화하는 특징을 갖게 하려고 한들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선회력을 높이려면 어떡해야 하는가’를 궁리하는 편이 효율이 좋습니다. 똑같은 돈을 들이더라도 효과가 더 큽니다. 그와 동시에 ‘차체로 선회하는가’ 혹은 ‘스로틀로 선회 시키는가’를 파악해야 합니다.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키우다
엔진과 프레임의 특성을 파악했다면 다음에는 그에 걸맞은 ‘주법’을 구성해서 ‘타이어, 서스펜션, 브레이크’를 선정합니다. 단순히 ‘비싼 것’, ‘고성능 제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균형’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입니다.
가령, ‘너무 강력한 브레이크’를 장착하게 되면 너무나 쉽사리 프론트 서스펜션이 ‘풀 보텀 = 끝까지 가라앉아서 움직이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일으킵니다. 그러면 ‘타이어 슬립’이나 ‘프레임 뒤틀림’ 등이 발생하게 되어 코너로 진입하는 일이 무척 어려워집니다. 라인 수정도 여의치 않게 됩니다. 애당초 이런 상태로는 브레이크를 100%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그래서 프론트 포크가 제동력과 균형을 이루도록 스프링을 강한 것으로 바꿉니다. 그러면 이번에 는 브레이크를 놓음과 동시에 서스펜션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코너 진입 타이밍을 지금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끝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서스펜션이 쓸데없이 늘어나지 않도록 코너링 중인 차체에 걸어야 할 하중 = 에너지를 높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코너링 속도에 맞는 하이그립 타이어가 필요해 집니다.
하이그립 타이어는 ‘온도 의존성’이 높기 때문에 언제나 빠른 페이스로 달려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수명도 일반적인 공도용 타이어에 비해 짧습니다. 기온에 민감하므로 ‘달릴 수 있는 시기’도 제한을 받습니다. 날씨의 영향도 크게 받습니다. 비오는 날 그런 특성의 타이어로 달린다면 자살행위입니다.
서스펜션이 너무 딱딱해서 코너링 속도를 높게 유지할 수 없다면 ‘서스펜션에 맞는 브레이크’를 선정 해야 합니다. 또한 최고의 그립력을 발휘하는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해도 노면 상태가 나빠서 본래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노면에 맞는 타이어’를 골라야하고,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도 그에 맞는 것을 다시 선정해야 합니다. 프레임과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가 좋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어야 비로소 성능이 나오는 것입니다
라이더의 성장에 따라 변하는 것
한편 엔진은 필요 충분한 출력을 얻을 수 있는 회전수를 유지해야 원활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즉, 사용환경에 적합한 ‘필요한 회전역’을 유지하기 수월한 ‘기어 레이쇼’를 만드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트랜스미션을 새로 만드는 일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현실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스프로켓’을 교환하는 겁니다.
샤프트 드라이브는 기본적으로 ‘기어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있다고 해도 일반적인 체인 드라이브 바이크보다 비싸기 때문에, 이럴 때에는 ‘코너링 속도로 엔진 회전수를 맞추기’도 합니다. 실은 ‘코너링 속도로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는 것’은 무척이나 고급 기술인 것입니다. 어떤 바이크라도 기어 단수에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메이커에서 생산된 바이크의 기어 비는 수많은 실험을 거쳐서 결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변경할 필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내가 달리고자 하는 속도가 적정한가’를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엔진 회전수가 너무 높아지는 코너는 ‘한 단 높은 기어’를 사용해서 코너링 속도를 올려 필요한 엔진 회전수로 맞추는 = 파워밴드를 유지합니다. ‘어떡해야 엔진의 특성을 파악해서 효율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까’가 바이크를 운전함에 있어서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떡해야 엔진과 프레임에 걸맞는 서스펜 션, 타이어, 브레이크로 조정할 수 있을까? 시가지, 교외, 서킷, 그리고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주행 환경에 맞는 조정을 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기어 비를 변경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전에 ‘기계의 스펙을 변경할 것인가’ 혹은 ‘라이더의 주법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즐겁고,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 라이더의 실력에 맞는 스펙으로 다듬는 것이 모디파이입니다. 라이더가 성장해감에 따라 조정과 스펙 변경을 수시로 실시하는 것도 모디파이입니다
제가 작업했던 바이크 중에는 ‘강한 개성’을 갖고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일본제 바이크에 익숙한 사람은 제대로 다루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까다로운 성격의 바이크들입니다. 그래서 처음 탈 때에는 성격이 순해지도록 모디파이합니다. 오너가 바이크 에 익숙해짐에 따라 조금씩 본래의 특성으로 되돌려 갑니다. 아마도 한국의 여러분은 그 바이크를 처음 타면 출발도 잘 못할 겁니다. 출발할 수 있다고 해도 제대로 운전하기 힘들 겁니다. 그러나 ‘그 개성 = 특징’과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무척이나 재미있는 바이크인 것입니다. 그것이 그 바이크 특유의 개성 입니다. 기계는 설계자의 의지를 반영하면서 개성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라이더들이 탈 수 있도록 모디파이 됩니다. 기계의 개성과 라이더의 실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맞추고, 장점을 키워가는 작업이 모디파이입니다. 모디파이 작업을 실시하는 미캐닉은 바이크의 개성을 파악하기 위해 ‘바이크를 탈줄 알아야’합니다.
기계는 인간이 시키는 대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계의 개성을 파악한 인간이 조작함으로써 비로소 본래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Credit
글 다카하시 히로미츠
일러스트 김종범
다카하시 히로미츠 Hiromitsu TAKAHASHI
1967년 도쿄 태생. 어려서부터 엔진 달린 탈 것에 흥미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라키 혼다’, ‘모토 라보로’ 등의 유력 숍에서 미캐닉, 레이스 활동을 전개. 2005~06년에는 미국 데이토나 레이스에 수석 미캐닉으로 참가. 1999~2007년에 트라이엄프, 모토구찌로 레이스 참전. 모테기 내구레이스 7위 입상. 2007년말부터 한국에 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본 기사를 블로그, 커뮤니티, 웹사이트 등에 기사를 재편집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게 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웹사이트 내 모든 컨텐츠의 소유는 모토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