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매뉴얼] 7. 계절의 온도 변화에 따른 작업

    바이크라이프 입문 매뉴얼 <07>

    계절의 온도 변화에 따른 작업

     

    잘 아시듯이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던 일본의 관동 지방에도 물론 사계절이 있었는데, 겨울에는 최저기온 0℃ 정도, 한여름의 최고기온이 35℃ 부근입니다. 한국은 이것보다 훨씬 기온차가 크죠? 이번 이야기는 계절의 온도 변화에 따라 필요한 작업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바이크를 탔을 때에 1년을 ‘비수기’와 ‘성수기’로 구분해서 관리를 했습니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레이서 레플리카 같은 고하중, 고속 환경에서 타는 바이크는 위험성만 높아질 뿐 그다지 즐겁지 않았으므로 이 계절에는 ‘정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의 4~5개월은 엔진을 모조리 분해해서 정비 점검하는 ‘중정비’ 기간으로 삼았습니다. 또 6월은 장마기간이고, 8~9월은 태풍이 몰아치는 등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입니다. 기후도 바뀌기 때문에 이때에도 정비와 점검을 실시했습니다. 즉, 정기적인 정비 작업과 동시에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1년에 최소 3회 세팅을 변경했습니다.
    또한, ‘투어링 가기 며칠 전’과 ‘투어링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숍에 가서 간단한 점검도 실시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작업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 위한 필수 작업’이었기 때문에 그 후로 미캐닉이라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었을 때에도 당연히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근무 시간에는 고객의 차량을 손 보고, 제 개인 차량을 만지는 것은 일이 끝난 밤중이었지만요.

     

    1. 겨울철 중정비 기간에는 봄~초여름 기후를 조건으로 차체 세팅 작업
    2. 장마 기간에는 여름철 주행에 맞춘 점검 정비, 조정
    3. 태풍 기간에는 가을~초겨울에 맞는 점검 정비, 조정

     

    정비 작업의 연간 스케줄을 어떤 식으로 계획하고 계시나요? 한국의 겨울은 최저기온이 영하 20℃ 부근, 여름 최고기온은 35℃ 정도입니다. 최고기온은 제가 살던 일본과 비슷하지만 습도는 일본이 훨씬 높습니다. 최저기온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기온 차가 50℃를 넘는 환경에서 ‘1년 내내 똑같은 세팅’으로 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최소한 다음 사항만큼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① 엔진 오일

     

    엔진 오일에는 ‘점도’가 있습니다. 기온이 낮아지면 오일의 흐름(유동성)이 떨어져서, 엔진의 회전이나 반응이 무겁고 무뎌집니다. 기온이 높아지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납니다. 엔진의 반응성이 좋다, 경쾌하다고들 표현하는데, 이것도 너무 과하면 엔진 오일 본래의 목적인 ‘유막으로 부품을 보호하는 성능’이 떨어져서 최악의 경우 엔진이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스프린트 레이스용 엔진은 수명이 짧습니다. 4~5회 주행마다 주요 부품을 교환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부품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낮은 점도 지수의 오일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턱없이 비싼 경비를 지출해야 합니다. 부품도 바꿔야 하니까 더욱 비싸게 먹힙니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또한 점도가 너무 높아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4스트로크 엔진은 부품과 부품 상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메탈 베어링’을 사용해서 그 간격에 유막을 형성시켜서 부품들끼리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플로팅 구조를 취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 메탈 베어링의 간격은 부위마다 자세하게 지정되어 있어서 제대로 된 간격으로 관리해 주지 않으면 반드시 고장이 납니다.  만약 여기에 점도가 너무 높은 오일을 사용하면 베어링 표면이 서로 어긋나는 트러블이 발생하게 되어 엔진이 망가집니다. 반대로 점도가 너무 낮은 오일은 유막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게 되어 부품의 금속 표면이 서로 닿아서 엔진이 망가집니다. 사용자 설명서에 나와 있는 점도의 오일을 기후에 맞춰서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② 서스펜션 오일

    요즘 바이크에 달려 있는 서스펜션에는 스프링 초기 하중, 댐퍼 감쇠력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어저스터블 방식이 일반적이라서 계절에 맞는 감쇠력 조절을 실시해서 최적의 서스펜션 작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어저스터블 방식의 경우에는 온도의 영향에 따라 오일 점도가 변화하는 현상에 맞춰 감쇠력을 조절함으로써 어느 정도까지는 대처할 수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서 오일 점도가 떨어질 경우에는 어저스터로 감쇠력을 올리고, 반대로 온도가 낮아져서 오일 점도가 높아지면 어저스터로 감쇠력을 낮추는 것이죠.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이것으로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합니다.

     

     

    어저스터(조절 기구)가 없는 서스펜션이라면 ‘분해할 수 없는 구조의 리어 서스펜션’의 상태를 전제로 해서 프론트의 작동 속도를 맞추기 위해 오일을 교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어저스터 기구가 있는 서스펜션이라도 마찬가지 사고방식으로 리어에 맞춰 포크 오일을 계절에 따라 교환하는 편이 좋습니다. 타이어의 그립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겨울철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감쇠력 조절은 필수이고, 가능하다면 스프링 교환도 기온이 너무 낮을 경우에는 필요해집니다. 엄밀하게 성능을 추구한다면 제아무리 최신식 서스펜션이라고 해도 감쇠력 조절과 스프링 최적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오일이 굳어 딱딱해진 서스펜션을 억지로 타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의 서스펜션은 어저스터 조절만으로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으니 반드시 실시하시기를 권합니다.

     

     

    ③ 타이어

    타이어도 계절에 맞는 선정이 필요합니다. 서킷 주행이나 스포츠 주행을 위해 제작된 최신 하이그립 타이어는 온도에 따라 그립력 변화가 심한 ‘온도 의존성’이 높아졌습니다. 일정한 온도에서는 높은 그립력을 발휘하지만 그 온도를 벗어나면 급격하게 그립력을 잃는다는 뜻이죠. 같은 타이어라도 라이더의 실력이나 사용하는 바이크에 따라 ‘완전히 다른 타이어’가 되어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같은 타이어, 같은 바이크, 같은 라이더라도 랩타임이 빠르면 그만큼 타이어의 성능을 발휘시킬 수 있지만, ‘느린 경우’에는 본래의 그립력을 발휘하는 온도에 도달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매우 위험합니다.

     

     

    기온 외에도 타이어 공기압 설정에 따라서도 차이가 납니다. 타이어의 온도는 고무의 그립력과, 공기압은 타이어 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만약 ‘나는 페이스가 느리니까 공기압을 낮춘다’고 생각한다면 타이어 구조가 너무 출렁거려서 온도 분포에 이상이 발생하는 등 타이어 메이커가 본래 의도했던 설정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자기 실력에 맞는 타이어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④ 카뷰레터

    요즘의 바이크에 채용되는 예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독자여러분 중에는 카뷰레터 바이크를 타고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원래 바이크란 엔진 흡기부에 에어클리너 박스를 설치함으로써 기압이나 기온 변화에 민감해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연간 사용이 가능한 세팅인데, 이것도 엄밀하게는 사계절 변화에 맞춰 조절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가솔린의 질이 다르므로 그 나라의 판매점에서 실시하는 PDI(신차 초기설정)가 매우 중요합니다. ‘엔진이 걸리면 된다’와 ‘본래의 성능을 낸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인젝션의 경우에는 기온이나 기압 변화에 따라 ECU의 프로그램이 작동해서 적절하게 보정을 해주므로 일반 공도를 달리는 한 빈번한 조절은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점검 조정이 필요합니다. 레이서라면 달릴 때마다 조정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최근의 바이크는 예전에 비해 이러한 조정 작업이 크게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계 장치에 지나지 않으므로 인간처럼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순응해 주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에 최적화된 상태로 바이크를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오너가 신경을 쓴 만큼 바이크는 그 기대에 보답하는 법이랍니다.

     

     

     


     

     

    Credit

     다카하시 히로미츠  
    일러스트 
    김종범

     

    다카하시 히로미츠 Hiromitsu TAKAHASHI 
    1967년 도쿄 태생. 어려서부터 엔진 달린 탈 것에 흥미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라키 혼다’, ‘모토 라보로’ 등의 유력 숍에서 미캐닉, 레이스 활동을 전개. 2005~06년에는 미국 데이토나 레이스에 수석 미캐닉으로 참가. 1999~2007년에 트라이엄프, 모토구찌로 레이스 참전. 모테기 내구레이스 7위 입상. 2007년말부터 한국에 체재하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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