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니갈레V4, 날개를 달다
2020 DUCATI PANIGALE V4 S
2018년 처음으로 등장한 파니갈레 V4는 슈퍼바이크 시장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강력한 성능과 섹시한 디자인, GP머신에 가장 가까운 슈퍼바이크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2년 만에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시 날을, 아니 날개를 세웠다.
두카티 슈퍼바이크는 916부터 1098이나 1199파니갈레, 그리고 2018 파니갈레 V4까지 꾸준히 섹시했다. 그런데 신형 파니갈레 V4는 선을 넘었다. 더 풍만해진 육감적인 바디라인에 검은 날개라니, 팜므파탈을 넘어 서큐버스(유럽 전설 속의 남성을 홀리는 여성형 악마)를 연상시킨다. V4 R에서 먼저 선보인 이 윙렛은 모토GP에서 돌출형 윙렛이 금지되기 이전 가장 높은 효율을 내던 GP16의 윙렛을 발전시킨 것이다. 앞쪽에 무게감이 더해지면서 리어가 더 날렵하고 위로 솟구쳐 보인다. 대각선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전갈 같은 모습이다. 전체적인 비례 때문인지 바이크 혼자 있을 때 보다 라이더가 탔을 때 더 멋지게 보인다.
파니갈레 V4 S
엔진은 종전과 같은 1,103cc의 V4엔진을 사용한다.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은 GP머신의 엔진구조를 그대로 따오고 스트로크를 늘려 배기량을 키운 것이다. 민첩한 핸들링을 위해 자이로 효과를 감소시키는 역회전 크랭크를 사용한다. 214마력의 출력도 변함없다. 파니갈레 V4의 곳곳을 살펴보면 엔진의 커버류와 헤드램프 서포터 등에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했다. 마그네슘 합금은 가공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지만 무게가 가벼워 경량화에 도움이 된다.
S모델은 마르케지니 알루미늄 단조 휠과 올린즈 스마트 EC서스펜션이 기본 장착된다. 반능동형 서스펜션으로 바이크의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최적의 댐핑을 찾아준다. 모든 요소들의 초점은 단 하나, 빠르게 달리는 것이다.
더 쉽고 빠르게 진화하다
새로운 파니갈레 V4의 속을 들여다보면 기존의 V4의 프레임 좌우에 주먹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이 구멍 때문에 차체의 비틀림 강성은 30%, 제동 강성은 15%가 줄었다. 보통은 신모델을 선보일 때 기존 모델보다 강성을 높인 것을 홍보하는데 이건 완전히 반대다. 강성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유연해졌다는 뜻이다. 차체가 유연해지면 그만큼 움직임도 부드러워진다. 프런트 타이어의 부담이 덜어지고 프런트 휠의 피드백이 늘어난다. 여기에 프런트는 4mm 높이고 리어쇽은 2mm 늘리고 무게중심은 5mm 높이는 등 섬세한 세팅을 더했다. 서스펜션의 스프링 레이트는 줄이고 초기하중을 높였다. 이런 셋업을 통해 차량의 움직임을 더 민첩하면서도 다루기 쉽게 했다. 두카티가 쉽고 편한 바이크를 이야기하다니, 자 그럼 한번 직접 타볼까?
빗속에서 V4와 함께 춤을
테스트는 중동 걸프만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의 바레인 국제 서킷(BIC)에서 진행되었다. 이곳은 F1 레이스로 유명한 곳으로 5.4km의 길이에 시속 300km를 넘기는 메인 스트레이트를 포함해 4개의 스트레이트가 있어 새롭게 더해진 윙렛과 넓어진 페어링의 에어로 다이내믹 성능을 테스트하기 최적의 장소인 것이다. 트랙의 선택부터 두카티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곳 바레인은 중동국가답게 1년 중 비가 많아야 4번 가량 내리는 곳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화되어 황량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테스트 당일 이곳에 새벽부터 계속 비가 내렸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선물 같은 단비겠지만 그게 왜 하필 오늘이란 말인가.
그칠줄 모르고 내리는 비에 두카티는 즉시 레인 타이어를 준비했다. 레인 컨디션에서 레인 타이어로 주행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는지 서킷을 주행하는 날은 늘 맑은 날씨였고 혹여 비가 오는 날은 바이크를 안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경험해보는 레인타이어와 첫 주행은 솔직히 무서웠다. 처음 달려보는 낯선 서킷에서 214마력의 슈퍼바이크를 타고 푹 젖어서 물이 고이고 흐르는 노면을 달리면 당연한 반응이다. 머릿속에선 타이어를 좀 더 믿고 달리라고 하지만 젖어서 번들거리는 노면을 보면 몸이 먼저 생존 반응으로 딱딱하게 굳는다. 욕심 부리지 않고 코스를 익히는데 초점을 맞춰 달렸다. 두 번째 주행부터는 조금씩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주행이 끝나고 만져본 타이어의 쫀득한 감각이 손끝에 남아있기 때문일까? 타이어와 바이크를 좀 더 믿고 달릴 수 있었다. 트랙션 컨트롤은 8단계 중 7과 8이 레인 타이어를 위한 세팅이다. DTC 7로 세팅하고 달렸는데 아직까지는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 페이스를 더 올려도 된다는 신호다.
그렇게 세 번째 세션부터는 드라이컨디션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달릴 수 있었다. 테스트 내내 V4에 감탄한 것만큼이나 피렐리 레인 타이어에 감탄했다. 대신 엄청나게 짧은 수명이 단점이었다. 이날 테스트 바이크들은 각각 앞 2개, 뒤 3~4개의 타이어를 소모했고 두카티 메카닉들은 하루 종일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분주했다. 덕분에 빗길에서도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아니, 비가 와서 더 신나게 달렸던 것 같다. 비록 속옷까지 흠뻑 젖어버렸지만.
에어로 다이내믹
새로운 페어링의 장점은 비오는 날에 더 크게 다가왔다. 15mm씩 좌우로 더 넓어진 페어링과 34mm 높아진 윈드스크린, 38mm 넓어진 사이드 페어링으로 공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가른다. 폭우를 뚫고 달린 탓에 바이크 주변의 공기 흐름이 다 느껴졌다. 스로틀을 열면 비가 미사일이 되어 헬멧을 때리는 소리도 함께 커진다. 몸을 한껏 웅크리면 정수리와 좌우 어깨만 간질이는 수준이다. 빗속에서도 웅크리고 달린다면 비에 거의 젖지 않을 것만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하지만 실제로는 리어타이어에서 만들어지는 물보라에 엉덩이와 등부터 젖는다) 이정도면 서킷에서 주행할 때도 좋지만 장거리 고속 투어러의 영역을 넘볼 정도의 방풍성이다.
좌우로 넓어진 사이드페어링은 냉각효율도 더 높였을 뿐 아니라 열기를 몸에서 더 멀리 내보낸다. 한 여름 파니갈레 V4의 뜨거운 맛을 본 라이더라면 이게 얼마나 고마운 변화인지 공감할 것이다. 기존 모델도 컨버전 키트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니 기존 오너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좌우의 윙렛은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프런트에 하중을 더해 300km/h에서 37kg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이정도면 단순한 치장용이 아니라 실제 주행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현재 다양한 슈퍼바이크들이 멋이든 성능 때문이든 윙렛을 달고 있지만 아직 이만큼의 다운포스를 만드는 바이크는 없다. 실제로 테스트 주행 중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280km/h 이상 가속했을 때 레인타이어의 무른 컴파운드 때문에 리어가 낭창이는 와중에도 윙렛이 만드는 다운포스가 더해져 프런트 휠에는 압도적인 안정감이 느껴졌다. 가속할 때도 기존의 V4는 변속할 때 마다 프런트가 들썩이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좀 더 가속에 힘을 집중하는 느낌이다. 더불어 가속 구간이 끝나고 제동을 시작 할 때 전륜에 하중이 실려 있어서 움직임이 훨씬 안정적이다. 이런 빗속에서 내장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의 하드브레이킹이 가능했다. 과연 모토GP에서 배양된 기술이다. 마른 노면이었다면 300km/h 이상에서의 안정감과 압도적인 제동력을 더 확실히 느껴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자장비의 업데이트도 중요한 체크사항이다. 이번 세대부터 탑재되는 DTC(두카티 트랙션 컨트롤)는 더욱 정교하게 작동한다. 슬립이 발생했을 때 출력을 제어하는 진폭을 25%줄여 출력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라이더가 느끼는 안정감은 높였다. 이 역시 타기 편한 방향으로의 진화다. 비가 오는 날이기에 DTC의 서포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실제로 하루 종일 빗속에서 타면서도 스로틀을 여는 것에는 전혀 부담이 없었다. 또한 퀵 시프트 역시 에보2로 진화했다. 코너링 중에도 매끄러운 변속을 지원할뿐 아니라 고회전에서 퀵시프트로 변속할 때 재 가속 시간이 짧아졌다. 미세한 차이지만 가속이 끊이지 않고 쭉 이어진다.
226마력 V4 S
아크라포비치 풀 시스템을 비롯한 퍼포먼스 키트를 장착한 V4 S도 테스트를 위해 준비되었는데 공교롭게도 마지막 세션에 차례가 돌아왔다. 순정 차량을 하루 종일 타면서 꽤나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출발부터 확실히 다르다. 우선 귀를 때리는 배기음이 흥분을 고조시킨다. 게다가 무게는 6kg가 가벼워졌고 출력은 226마력이 되었으니 가속하는 느낌부터 다르다. 코너에서도 파고드는 느낌과 속도가 다르다. 특히 가속의 차이가 큰데 똑같은 페이스로 달려도 메인 스트레이트의 같은 구간을 지날 때 순정대비 5~10km/h이상 빨랐다. 이것에 비교하면 순정V4 S는 순둥이처럼 느껴질 정도며 진짜 레이스 머신을 타고 있는 느낌이다. 그 짜릿한 가속만큼이나 순식간에 마지막 세션이 끝나버렸다.
손에 잡히는 파워
최근 슈퍼바이크 출력전쟁이 뜨겁다. 파니갈레 V4를 타보면 이제 이보다 더 빨라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출력은 실력보다 한참 위에 있다. 기술의 발전은 226마력의 슈퍼바이크도 이처럼 쉽게 만들어준다.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파워라는 점이 숫자 이상의 감동을 준다. 놀라운 점은 이날 24명의 테스트 라이더들이 하루 종일 빗속을 달렸음에도 단 한 사람도 넘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두가 놀랐지만 파니갈레 V4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파니갈레 V4 S를 타고 달리면서 ‘더 타기 쉽게’ 라는 두카티의 목표를 공감할 수 있었다. 2년 전 발렌시아 서킷에서 파니갈레 V4를 처음 경험하고 “지금 시점에는 내가 어떠한 바이크를 타더라도 V4 S를 탈 때보다 빠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2년 뒤에 스스로가 그 사실을 갱신한다. 2020년 슈퍼바이크의 정점을 경험해보려면 이 바이크를 꼭 타보길 바란다.
바레인 인터내셔널 서킷
바레인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카타르 중간에 자리 잡은 작은 섬나라로 제주도의 1/3크기의 작은 섬이다. 바레인 서킷은 중동 최초의 F1 그랑프리가 열린 곳으로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전체 트랙길이는 6.3km에 달하고 그랑프리 트랙은 5.4km로 이번 테스트 주행은 이 그랑프리 트랙으로 진행되었다. 트랙은 FIA 1등급답게 다양한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조명을 갖추고 있어 야간 경기도 가능하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만큼 경기 중 서킷 주변의 모래가 바람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변 모래위에 접착제를 살포한 일화가 유명하다.
DUCATI PANIGALE V4 S
엔진 형식 수랭 V형 4기통 데스모드로믹 4밸브 보어×스트로크 81 × 53(mm) 배기량 1103cc 압축비 14:1 최고출력 214hp / 13,000rpm 최대토크 124Nm /10,0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 공급 방식 전자제어 연료 분사식(FI) 연료탱크 용량 16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43mm 도립식포크(올린즈 NIX30 스마트 EC 2.0) (R)싱글 쇽업소버 스윙암(올린즈 TTX36 스마트 EC 2.0) 타이어 사이즈 F()120/70 ZR17 (R)200/60 ZR17 브레이크 (F)330mm 더블디스크 (R)245mm 싱글디스크 전장×전폭 미발표 휠 베이스 1469mm 시트 높이 830mm 차량 중량 198kg(195kg) 판매 가격 3 ,530만 원(4,530만 원) ( )는 V4 S
글 양현용
사진 두카티
취재협조 두카티 코리아 www.ducati-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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