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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 레이서, 일본 슈퍼바이크 레이스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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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 레이서, 일본 슈퍼바이크 레이스에 도전하다

     

    김인욱 선수의 일본 슈퍼바이크 레이스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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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일본 JSB1000 MOTEGI 합동 테스트

     

    전 일본 JSB1000이란 아시아 슈퍼바이크 레이스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최고 클래스인 1000cc 슈퍼바이크 레이스입니다. 이 높은 벽에 우리나라 16세 소년이 도전합니다. 김인욱 선수의 곁에서 그의 도전을 함께 할 송대찬 미케닉이 생생한 그 소식을 전합니다.

     

     


     

     

     

    전 일본 JSB1000 이란?

    4기통 1000cc 미만, 2기통 1200cc 미만의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시판 바이크로 경기가 치러지며, 아시아 최고의 선수들이 200마력 이상의 바이크를 컨트롤하며 실력을 겨루는 아시아 최고의 클래스입니다. 실제로 이 클래스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면 보다 상위 월드클래스인 WSBK 또는 모토GP에 참가하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반대로 월드클래스에서 활동한 키요나리 유이치, 유키 다카하시, 카가야마 유키오, 나카스카 카츠유키, 와타나베 카즈키, 츠다 타쿠야, 타카하시 타쿠미, 아키요시 코스케 등등 WSBK, MOTO GP에 참가 이력이 있는 선수들도 JSB1000 클래스에 대거 참가합니다.

     

     

    1년 동안 일본 각지의 서킷에서 총 8번의 경기를 치르고 1번의 경기당 WSBK와 동일하게 토요일에 예선과 레이스1, 일요일에 레이스2가 진행되어 두 번의 경기 포인트를 합산하여 시즌 챔피언을 결정합니다. 일제 4대 브랜드의 모델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팩토리 팀에게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경기마다 도출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WSBK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도 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JSB1000은 아시아 선수가 월드 클래스로 진출하기 위한 등용문입니다.

     

     

    한국의 16세 소년

    이러한 전 일본 JSB1000 클래스에 한국의 16세 소년이 도전하는 것은 단순히 한순간 재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김인욱 선수는 작년 슈퍼바이크 한국 선수권에서 600cc 순정에 가까운 차량으로 출전하여 1,2전 연속 미들급 클래스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으며, 선수 개인의 기량에 맞는 경쟁을 위하여 3전부터는 순정에 가깝던 600cc 차량 그대로 튜닝이 자유로운 1000cc 클래스로 클래스를 변경해서도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는 괴물 소년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입증하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기 발전을 멈추지 않는 선수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미니모토 레이스를 시작하여 SRS J (스즈카 레이싱 스쿨 주니어)에서 2년간 교육을 받으며 14살에 우수한 성적으로 스즈카 레이싱 스쿨을 졸업했습니다. 그 후 SRSA(스즈카 레이싱 스쿨 어드벤스)로 발탁되었고, 스즈카 선데이 로드 레이스 J-GP3에 참가하면서 일본 내에서의 경기력을 꾸준히 연마하고 있습니다. 17년도 후반부터 1000cc 슈퍼바이크에 적응하며, 전 일본 JSB1000 클래스를 향한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

     

     

    우리는 국가대표

    전 일본 슈퍼바이크 레이스는 개막전이 열릴 서킷에서 모든 클래스의 선수들이 합동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올해 개막전은 모테기 트윈링 서킷으로 MOTO GP 일본 경기가 치러질 만큼 국제경기에 적합한 4.8km의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서킷입니다.

     

     

    이번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합동 테스트가 진행되었고, 김인욱 선수는 21일부터 주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20일은 일제 4대 브랜드의 팩토리 팀의 테스트만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김인욱 선수는 테스트에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출전 선수들과 다름없이 아침 일찍 서킷에 도착하여 선수들의 테스트를 보며, 다음날 본인의 테스트 주행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이미 우리는 국가대표입니다.

     

     

    슈퍼바이크 레이스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서포터가 없이는 절대로 선수 본인의 능력이 100% 발휘될 수 없습니다. 김인욱 선수는 올해 전 일본 경기를 SUZUKI S-SUPPLY 팀과 함께합니다. 팀 멤버는 야스후미 아이치감독님(스즈키 모토GP팀, WSBK, 그리고 전 일본 요시무라 스즈키 팀에서 활동), 하타나카 켄타로 치프 미케닉, 송대찬 미케닉, 그리고 든든한 지원군인 김인욱 선수의 아버지 김동진 대표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전 일본 JSB1000에 참가합니다.

    김인욱 선수가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는 동안 미케닉인 저는 다음날 있을 김인욱 선수의 테스트를 대비하여 팀 텐트를 설치하고, 그동안 준비해온 레이스 바이크를 다시 한 번 살피며 테스트에 밀도를 높이는데 집중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변수

    모테기 서킷 주변은 완전히 시골입니다. 인근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 1시간 거리의 호텔을 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테스트 당일 아침 6시 30분 숙소에서 나와 1시간을 달린 끝에 모테기 서킷에 도착했습니다. 경기장에 도착 후 9시 45분에 첫 주행이 배정되었습니다. 서둘러 차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완벽한 첫 주행을 위해 우리의 열정만큼 타이어 온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날씨는 흐리고 노면 온도는 6도, 레이스에는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전과 오후 각각 45분씩 두 번의 테스트뿐입니다. 아침 9시 45분이 되어 김인욱 선수의 첫 주행이 시작됩니다. 주행하는 동안 발생된 문제점은 그때그때 다시 확인하고 수정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테스트가 가능했던 시간은 고작 20여 분이었지만 전도 없이 GSX-R1000R과 모테기 서킷을 적응하는데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점들은 다행히도 작은 문제들로 파악되어 말끔히 수정 완료하였습니다. 오후 주행을 위해 만반에 준비를 하며 미케닉과 김인욱 선수 모두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으로 바뀌어 주행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체력을 비축하며 다음날 있을 테스트 2일차를 준비했습니다.

     

    3월 22일 아침

    새벽까지 내리던 눈과 비는 아침이 되니 다행히도 그치고,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경기장 이동 중 선명하게 떠오른 무지개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예감이 좋습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요~ 좋은 주행이 기대됩니다.” 김인욱 선수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며 팀원들 또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마지막 날은 타이어 메이커 테스트를 포함하여 무려 4번의 주행 타임이 배정되었으며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는 50분, 50분, 80분, 80분의 시간을 부여받았습니다. 약하게 비가 내리고 아직 서킷 온도도 약 8~9도 정도로 주행을 하기에는 다소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김인욱 선수 머신에는 이미 레인 타이어가 장착되어있었기 때문에 모테기 서킷에서의 레인 타이어 세팅을 위한 첫 주행이 시작됩니다.

     

     

    모테기 서킷에서 랭킹된 레인 상황에서의 최고 기록은 2분 00초대인데, 김인욱 선수는 2분 2초대 주행을 하며 모테기 레인 첫 주행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훌륭한 랩타임을 기록했습니다. 테스트를 마치고 돌아온 김인욱 선수는 자신을 반기는 팀 감독님과 미케닉들의 밝은 미소에서 자신이 꽤나 좋은 기록을 냈음을 먼저 읽을 수 있었을 겁니다. 오후가 되어 서킷 노면을 촉촉이 적셔놓은 빗방울은 부분부분 말라갔고 레인 타이어에 대한 세팅도 어느 정도 잡았으므로 이제는 드라이 세팅을 시작할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서킷에 부분적으로 노면이 젖어 있었지만 김인욱 선수는 본인의 기량을 조금씩 발휘해가며 모테기 서킷을 적응해가고 있었습니다.

     

     

    드라이 세팅도 마찬가지로 김인욱 선수가 주행 중에 중간중간 부족함을 느낄 때면 피트인하여 차량의 세팅 변경을 반복해 갔습니다. 덕분에 개막전을 대비한 차량 세팅에 대해 선수와 미케닉들이 셋업에 대한 방향성을 빠르게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테스트의 참 의미를 알고 있는 선수입니다.

     

     

    결과는 곧 다음을 위한 준비의 시작

    오후 4시, 테스트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우리는 도쿄 인근 치바시에 있는 S-SUPPLY 팀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자신감이 있었지만 눈과 비까지 내리던 상황에서도 변수에 대한 두려움은 하늘에 던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였음에 모두의 최선이 모여 시동이 걸린 레이스 차량과 김인욱 선수에게 자연스레 결과가 맡겨졌을 뿐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 믿은 팀워크에 피트는 결코 춥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김인욱 선수가 보답한 합동 테스트 결과는 결코 실망스럽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런 비와 눈이 내리던 한겨울의 추위가 온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도하지 않고 무사히 테스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즉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16세 소년은 역시 할 수 있다는 확인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선수의 주행과 바이크 세팅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과 그에 따라 수정, 보완할 문제점들도 찾았기에 개막전 전까지 현재까지 확인된 최선의 바이크 세팅을 맞춰야 합니다. 4월 7~8일에 열릴 개막전에서는 좋은 날씨를 기대해 봅니다. 

     

     

    김인욱 선수는 올해 전 일본 슈퍼바이크 총 4전에 참가 예정되어있으며, 매 경기마다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실 수 있도록 월간 모터바이크를 통해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일본에서 실력으로 당당하게 인정받으며 대한민국을 알리는 김인욱 선수에게 뜨거운 관심과 아낌없는 응원 부탁드립니다.

     

     


     

     

    credit

     송대찬 객원 기고
    취재협조 투휠 레이싱팀